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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피 대신 노란 피' KB맨 윤종규 회장 "임기 중 가장 보람찬 일, 리딩금융 달성"

 

[IE 금융] KB금융지주 윤종규 회장이 9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노란색 넥타이를 맨 소회를 "무척 감사했고 또 행복했다"며 기탄없이 밝혔다. 

 

25일 KB금융지주는 이날 오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CEO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윤종규 회장은 오는 11월20일 9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난다. 

 

윤 회장은 백팩을 매고 다니기로 유명해 주변인들에게는 '백팩을 맨 회장'이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그는 자신의 진짜 트레이드마크를 9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맨 '노란 넥타이'라고 생각한다. 윤 회장의 친구들이 "네 몸에는 빨간 피가 아닌, 노란 피가 흐른다"고 농담할 정도로 뼛속까지 KB맨인 셈이다.

 

윤 회장은 "처음 회장을 취임했을 때 KB금융지주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어서 취임 축하보다 걱정을 더 많이 받았다"며 "다만 훌륭한 직원과 단단한 고객을 기반으로 3년도 안 돼 KB국민은행이 리딩뱅크를 차지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KB금융지주는 리딩금융 탈환을 목표 삼아 2015년 LIG손해보험(現 KB손해보험), 2016년 현대증권(現 KB증권)과 2020년 푸르덴셜생명(現 KB라이프생명)의 인수합병(M&A)해 만년 2위의 설움을 내딛고 리딩금융에 올라설 수 있었다.

 

이처럼 윤 회장은 지난 2014년 11월에 취임한 이후 치열한 M&A를 통해 KB금융을 리딩금융으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대해 윤 회장은 "합병은 결혼과 비슷해서 한 번 선택하면 후회할 수 없다"며 "그때마다 최선을 다해 결정했으니 대부분 옳은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노력들 덕분에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들이 KB의 양 날개가 돼 KB금융이 더 빠르고 힘차게 나아갈 수 있게 됐다"고 부연했다.

 

그는 마지막 임기 3년을 흔들리지 않은 탄탄한 경영 승계 절차 구축에 힘을 쓰기도 했다. 그는 "이런 노력 때문에 이번에 모범적인 회장 추천이 이뤄질 수 있었다"고 제언했다. 

 

이번 간담회에서 그는 임기 기간 아쉬웠던 점도 언급했다. 윤 회장은 "우리나라 리딩금융이라면 우리 경제 규모를 생각했을 때 전 세계 은행 순위에서 10권 언저리에 있어야 하지만, KB금융은 60위권에 있다는 것에 자괴감을 느낀다"며 "20위권에 들어가려면 KB금융은 지금보다 자본을 약 2.5배 이상 늘려야 하는데, 이것이 개별 회사 차원에서 노력해서 될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역설했다.

 

또 이날 윤 회장은 아픈 손가락인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에 대해 운을 뗐다. 그는 "인수 당시 빨리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취약한 기존 전산시스템을 선진 전산시스템으로 재정비한 뒤 기존 부코핀은행이 갖고 있던 연금의 강점을 살리며 강한 은행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있었다"며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부실채권은 오히려 확대되고 정보기술(IT) 작업도 지연됐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부실채권 청산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IT 시스템 재투자는 내년 6월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KB증권, KB손해보험, KB자산운용 등 계열사들이 함께 진출한 만큼 원스톱서비스 토털 솔루션을 제공해 현지 은행보다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이곳에 있는 우리나라 기업이 정착하고 발전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는 말도 보탰다.

 

간담회에서 윤 회장은 양종희 회장 내정자에 대한 당부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윤 회장은 "양종희 내정자는 20년간 은행에 있으면서 은행 경험도 충분히 했고 특히 손해보험을 직접 경영, M&A를 주도하면서 비은행 부문의 경험과 연륜이 있기 때문에 은행과 비은행이라는 양 날개를 잘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겸비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 "나는 양종희 내정자에게 '경영은 계주 경기와 비슷하다'고 조언했다"며 "내가 KB금융 회장을 맡을 당시 뒤처져 있던 트랙에서 배턴을 받았다면 이제 트랙을 앞서는 정도에서 양 내정자에게 배턴을 넘겨주게 됐다. 그가 더 속도를 내서 반 바퀴, 한 바퀴를 더욱 앞서가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윤 회장은 향후 거취에 관해 묻는 질문에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응대했다 그는 "아직 임기가 2개월 남은 만큼 더 생각해 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