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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 금융위 해체·금감원 공공기관화…감독 체계 '4분할'에 폭풍전야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사라지는 동시에 금융감독원(금감원)이 갈라지며 금융권에 폭풍이 몰아치기 직전입니다. 국내 금융 정책 및 감독 기능이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 ▲금감원 ▲재정경제부 ▲금융소비자보호원 등 네 개 기관으로 분리되기 때문인데요.

 

특히 당초 정부는 금융위 해체에 대해 감독과 정책의 분리 필요성과 함께 독립성 강화를 강조했지만, 전일 발표한 금감원 조직 개편책이 막상 약화, 통제는 강화되는 모습이라 여러 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전날 오후 고위당정협의회를 개최해 정부조직 개편안을 내놨습니다. 개편안을 보면 기획재정부(기재부) 예산 기능을 떼 기획예산처로 독립하고 기재부는 재정경제부로 개편해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더하기로 했는데요.

 

지난 2008년 출범해 국내 모든 금융정책 수립과 감독 권한을 갖고 있던 금융위는 금감위가 돼 감독 기능에 집중하는 조직이 됩니다. 금감원의 경우 금감원 안에 있던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는 떨어져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으로 재탄생되는데요. 이후 금감원 금소원은 금감위 산하에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지난 2009년 금융감독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저해된다는 이유로 민간기구로 있던 금감원을 이재명 정부에서 다시 공공기관을 지정하는 까닭에 대해 행정안전부(행안부) 이창규 조직국장은 "외부 통제와 견제 강화를 위한 차원"이라며 "금감원은 그동안 역할에 비해 외부 통제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한 상황입니다.

 

다음 달인 8일 오전 금감원 이찬진 원장은 직원에게 보낸 공지를 통해 "저를 포함한 경영진과 금감원 대다수 임직원이 감독체계 개편이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정부 발표에 대한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국회 논의 및 유관기관 협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임해 세부적인 사항을 꼼꼼히 챙기겠다"고 약속했고요.

 

그는 차질 없는 업무 수행도 주문했는데요. 이 원장은 "감독체계 개편 발표로 어수선한 상황이지만, 나와 임직원 여러분 모두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가운데 이 어려운 시기를 현명하게 푸는 게 중요하다"며 "미국 관세 영향 등 금융시장 불안정성도 상존하는 만큼 우리 본연의 역할인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금감원 내부 직원의 불만도 상당합니다. 이날 금감원 노조는 '금소원 별도 신설, 국민을 위한 소비자보호에 역행하는 조치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는데요. 이들은 지난 7월 금감원 직원 1539명과 함께 국정기획위원회에 '금소처 분리와 관련해 드리는 금감원 실무직원 호소문'을 통해 금소원 신설 반대 의사를 내비친 바 있습니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금융사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보호 기능을 기계적으로 분리하면 감독 기능 간 충돌, 감독·검사와 소비자보호 업무 연계 '원스톱' 서비스 붕괴, 검사·제재 중복으로 인한 혼란이 불가피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는데요.

 

더불어 조직 개편이 조직 이기주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분리는 국회 입법조사처도 신중히 검토하라고 권고한 사항임에도 절차를 밟은 것은 국민을 위한 개혁보단 자리 나누기를 위한 행동이란 게 이들의 설명입니다.

 

이 밖에도 이들은 민간조직을 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하면서 감독 독립성이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는데요. 노조는 "지난 2009년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을 해제한 이유는 감독 업무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였다"며 "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하면 정치적 입김과 외부 압력에 취약해져 금융소비자와 국민이 아닌 정권 이해관계에 좌우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우리나라 금융감독체계를 잠깐 짚어볼까요. 우선 지난 1993~1998년, 즉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전까지 재정경제원이란 곳이 국내외 금융 정책, 감독 정책을 담당했으며 한국은행(한은) 산하의 은행감독원과 보험감독원, 증권감독원, 신용관리기금이 실질적인 감독을 맡았는데요.

 

이 체제는 권한 비대화와 관치 금융이라는 비판을 줄곧 받다 IMF 직후 재정경제원에서 국내 금융감독정책이 분리해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가 신설됐습니다. 김대중 정부에서 금감위가 국내 금융감독 기능을 수행하고 금융산업정책은 재정경제부에 맡긴 것인데요.

 

더불어 은행감독원과 보험감독원, 증권감독원, 신용관리기금을 통합한 감독기구 금감원을 신설, 금감위원장이 금감원장직을 겸임했습니다.

 

그러나 ▲재경부(경제·금융정책) ▲금감위(금융감독 정책) ▲금감원(금융감독 집행) 등 세 단계 구조와 업무 분산 역시 금융사의 부담 가중과 함께 위기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등장했는데요. 이후 지난 2008년 금융위와 금감원으로 이원화된 현 체제가 탄생했습니다.

 

그렇다고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이원화 체제가 늘 완벽했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실제 엄청난 피해를 일으킨 2011년 상호저축은행 부실사태, 2019~2020년 파생결합펀드(DLF 펀드) 불완전판매 및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대한 책임 회피를 할 수 없죠. 이런 연이은 사고에 금소원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됐고요.

 

다만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올 6월 말 기준 금감원 인력은 2444명(무기 계약직, 비정규직 포함), 금융위 직원은 263명인데요. 이들이 혼란스러워할 수록 전 국민의 금융 업무를 실질적으로 도맡는 82만7000명(국가통계포털 기준)의 금융권 종사자들 역시 한동안 우왕좌왕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 의견 수렴 과정이 거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된 것 같다"며 "한동안 업무 혼산이 이어질 테고 이는 금융 고객들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는데요.

 

이런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는 정부의 충분한 소통과 정책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기대해 봅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