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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 빔, 오래된 새로움…과거에서 찾는 단장의 기쁨

새 것이 많은 추석입니다. 추석엔 그해 새로 수확한 쌀, 콩, 밤 등의 햇곡식을 사용해 명절 음식을 준비하고 햅쌀로 송편을 빚죠. 또 햅쌀로 빚은 술을 차례상에 올리거나 마시는데, 이를 신도주(新稻酒, 햅쌀로 빚은 술)라고 합니다.

 

그리고 요즘은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새 것과 관련한 추석 대표 풍습은 아무래도 추석빔 아닐까요? 지금도 어느 정도는 그렇지만 과거 연중 대행사 중 대행사였던 추석은 만인에게 행복한 날이라 남녀노소 구분 없이 온 가족이 새 옷을 장만해 입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옷을 물려 입던 게 당연했던 시절이라 특히나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날이었고요. 머슴을 두고 농사짓는 집에서는 추석 때 이들에게도 옷을 새로 한 벌씩 해줬다고 합니다. 한해 농사 수확 후 맞는 큰 명절인 추석의 빔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가족의 정성과 풍요를 상징했죠.

 

언제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제가 아주 어렸을 때 빔을 입지 못하는 아이들의 추석 연휴를 조명하며 사회복지 문제를 거론하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추석빔을 입는다는 건 만인이 평등한 새로움과 희망, 기쁨을 갖는 행위였으니까요. 무엇보다 추석빔은 옷감이 귀했던 옛날에는 분명 큰 기쁨이었을 테죠.

 

만드는 사람,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 마냥 좋기만 했을 것만 같은 빔. 그런데 빔의 어원을 보면 왠지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됩니다. 학계에서는 빔의 뿌리를 두고 이견이 있지만요.

 

 

'옷'을 의미한 옛말 '비ᄆᆞ'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빚다(만들다)'가 명사화해 빔이 됐다는 설이 맞섭니다. 민간에서는 묵은 것을 벗어내고 새로 장만해 꾸며 입는다는 의미의 '비움'에서 왔다는 해석도 전해지죠.

 

옛말 동사 '븨다(다)'의 명사형인 '븨옴·븨움'이 변한 말이라는 건데 '븨다'는 현재의 '꾸미다' '단장하다'라는 뜻이었거든요. 견해는 달라도 어차피 통하는 맥은 별로 차이가 나지 않죠.

 

고부자 전 단국대학교 교수 겸 전통복식연구소장의 각종 세시기(歲時記) 문헌 연구 자료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등을 참고하면 조선시대 설이나 추석, 혼례 같은 큰 명절·의례 때 '아이들 빔을 지어 주다'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도 신문·잡지에서 '설빔' '추석빔'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고요.

 

최근에는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의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덕에 다시 한복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추석빔 역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여기 등장하는 주·조연들인 걸그룹 헌트릭스와 보이그룹 사자보이스가 개량 한복, 두루마기 등을 착용해 전 세계인들의 시선을 잡아끌자 우리 국민의 관심도도 덩달아 높아졌죠.

 

여기 부응해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여러 이벤트를 마련했습니다. 서울도서관 광장과 서울공예박물관 앞마당에 왕실 한복을 입은 '해치' 풍선모형을 설치한데 이어 이번 연휴 기간 '추석에는 한복을 입어요'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이와 함께 부설기관인 한복진흥센터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오는 12일까지 '올해의 추석빔' 사진 공모전, 이달 26일까지는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마이 한복 데이(My Hanbok Day)' 행사를 병행하고요.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