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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사이] 당신의 마음속 크리스마스는?

 

다들 크리스마스 연휴 잘 보내고 계시는가요? 원래는 예수의 탄생을 기리기 위한 종교기념일이었지만, 이제는 종교를 떠나 전 세계가 들썩이는 하나의 휴일이 됐죠.

 

TMI(To much information, 너무 많은 정보)지만, 저는 크리스마스가 배경인 로맨틱코미디 '로맨틱 홀리데이'를 보며 나름 만찬과 술을 곁들였는데요. 만찬 뒤에는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었습니다. 

 

아이스크림은 여름에도 생각나는 디저트이지만, 저는 겨울에도 즐겨 먹는데요. 겨울에 아이스크림이 생각나는 건 저뿐만이 아닌가 봅니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에 따르면 최저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진 지난 16~20일 빙과류 제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9% 올랐는데요.

 

아이스크림 판매 업체 배스킨라빈스를 운영하는 SPC에서도 아이스크림 케이크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12월에 가장 많이 팔린다는 결론을 내놨습니다. 지난해 12월 아이스크림 케이크 판매량은 1~11월 평균 판매량보다 180% 더 많이 팔렸다고 합니다. 올해 역시 작년처럼 12월에 사전예약 물량이 몰렸고요.

 

아무튼 크리스마스에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자니, 문득 떠오르는 영화가 있었는데요. 바로 '8월의 크리스마스'입니다.

 

1998년 개봉한 이 영화는 사진관을 운영하는 정원(한석규), 불법주차 단속요원 다림(심은하)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요. 다림은 종종 정원이 운영하는 사진관에 불법 주차 차량의 사진을 인화하러 오면서 정원에게 관심을 보입니다. 

 

그 마음을 아는 정원이지만, 어떠한 행동을 취하진 않습니다. 그저 더워하는 다림을 위해 선풍기 방향을 바꿔주고 오토바이로 가는 곳까지 바래다주는 정도죠. 사실 정원은 그녀의 마음을 받아줄 처지가 안 됩니다. 시한부 인생임을 안 순간 천천히 세상과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이 영화에서는 유독 둘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더운 여름 정원의 사진관에서 아이스크림 한 통을 먹고 다림이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놀이공원에서 함께 소프트콘을 먹습니다. 또 정원이 인화를 빨리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다림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나무 그늘에서 함께 먹기도 하죠.

 

달콤한 아이스크림은 담담한 이별을 준비 중인 정원의 삶에 나타난 다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또는 아마 그들의 사랑이, 정원의 삶이 결국은 녹아버리는 아이스크림과 같다고 표현했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고요.

 

8월의 크리스마스, 제목이 참 아이러니한데요. 이 제목은 무라카미 하루키 수필 제목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행위 자체는 별문제가 아닌데 막상하기에는 쑥스러운 세상에는 그런 타입의 작업이 몇 가지 있다. 예를 들어 여름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 캐럴 레코드를 구매하는 행위도 그중 하나다. 어떤 레코드점원은 말한다. "메리 크리스마스"

 

8월의 크리스마스는 가장 뜨거운 8월에 시작해 어느 추운 겨울에 끝이 납니다. 다림은 그 어느 때보다 설렐 크리스마스 같은 존재를 8월에 만나게 된 것이죠.

 

이 영화를 보면 크리스마스는 꼭 12월에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에게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그때 그 순간이 바로 크리스마스 아닐까요? 

 

이제 연휴가 끝나면 곧 새해가 다가옵니다. 올해 독자분들 마음속에 자리 잡은 크리스마스는 언제였나요? 없어도 괜찮습니다. 우리에겐 내년이 또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