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 금융]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 우선협상대상자로 PEF(사모펀드) 힐하우스 인베스트먼트가 선정된 가운데 경쟁자였던 흥국생명이 이의를 제기했다.
◇인수가 1.1조로 껑충…이지스운용 새 주인 후보 '힐하우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주관사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는 전날 PEF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를 우선협상대상자로 꼽았다. 추후 이 회사는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힐하우스는 '프로그레시브 딜(경매호가식 입찰)'을 통해 인수 희망 가격으로 1조1000억 원을 작성, 최고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그레시브 딜은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본 입찰을 통과한 인수 후보들을 대상으로 다시 가격 경쟁을 붙여 매각 가격을 높이는 방식이다. 입찰 기한을 두지 않고 가격 경쟁이 진행된다.
힐하우스는 본 입찰 단계에서 9000억 원 중반대 가격을 제안했지만 이후 프로그레시브 딜 제안에 인수가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힐하우스는 중국계 기업가 장레이가 지난 2005년 미국 예일대학교 재단에서 출자 받은 2000만 달러의 자금으로 시작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뒀으며 컬리·우아한형제들·크래프톤·SK온·SK에코프라임 등 국내 여러 기업에도 투자한 이력이 있다.
◇이지스운용 뺏긴 흥국생명 "주관사 결정 유감…법적 대응 예고"
우선협상자가 선정된 이후 흥국생명은 이번 입찰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당초 매각 주간사가 본입찰을 앞뒀을 당시 프로그레시브 딜은 없다고 공언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흥국생명에 따르면 앞서 지난달 11일 이 보험사는 본입찰에서 최고액을 제안했다. 그러나 매각 주관사는 이후 우선협상자 발표를 미루다가 힐하우스에 프로그레시브 딜을 통해 흥국생명이 제시한 본입찰 최고가 이상으로 가격을 높일 것을 요청한 것.
흥국생명은 매각 주관사가 힐하우스에 프로그레시브 딜을 제안하며 자신들의 입찰 금액을 유출했을 가능성도 의심 중이다.
이와 관련해 흥국생명은 "이번 힐하우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한국 부동산 투자 플랫폼을 노린 중국계 사모펀드와 외국계 매각주간사의 공모 합작품"이라며 "매도인에게 부여된 재량 한계를 넘어 우리 자본시장 신뢰와 질서를 무너뜨린 사건"이라 말했다.
이어 "이번 입찰 과정에서 주주대표와 매간 주관사가 보여준 기만과 불법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입찰에서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지스자산운용은 작년 말 기준 부동산펀드 수탁고가 27조 원, 국내 부동산펀드 시장의 14.5% 점유율을 차지하는 업계 1위 자산운용사다. 지난해 말 매출은 4182억 원, 영업이익은 825억 원을 기록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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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매물로 나온 이지스자산운용 지분은 창업자 고(故) 김대영 회장의 배우자 손화자 씨가 보유한 12.4% 지분과 주요 재무적투자자(FI) 지분 등을 포함해 60% 이상.
손 씨는 지난 2018년 김 회장의 별세 이후 자산 유동화를 위해 지분 매각을 추진했으며 초기 투자자인 KB증권, 우리은행, 현대차증권 등 FI들도 투자 회수 시점을 맞이하며 매각에 동참한 것. 업계에서는 이들이 내놓은 기업가치를 8000억 원 수준으로 평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