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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유동성 증가에 집값·환율 상승 우려…한은 "과도한 해석" 반박

 

[IE 금융] 최근 시중에 돈이 풀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원화가 약세라는 주장이 쏟아지자, 한국은행(한은)이 '과도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16일 한은 박성진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장과 이화연 통화정책국 정책분석팀장은 '최근 유동성 상황에 대한 이해'라는 보고서를 통해 "유동성만으로 수도권 주택가격 및 환율 상승을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현재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높은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며 원·달러 환율 역시 계속 오르면서 1460~70원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시중에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려 수도권 주택가격과 환율이 뛰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동성은 경제활동에 활용되는 자금의 총량을 의미하는데 M1(협의통화), M2(광의통화), Lf(금융기관 유동성), L(광의유동성) 등으로 포괄 범위가 확대된다.

 

M1은 가장 좁은 의미의 통화로 현금이나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예금을 뜻한다. M2는 M1에 저축성 예금이나 정기 예·적금 등을 포함한 의미로 현금화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비교적 쉽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금이다. Lf는 M2에 금융기관이 발행한 금융상품을 더한 것이며 L은 Lf에 국채, 회사채, 기업어음(CP) 등 시장성이 있는 모든 금융자산, 즉 경제 전체 돈을 의미한다.

 

한은은 국내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렸다는 주장의 근거로 활용되는 국내 M2 증가율이 미국보다 약 두 배 높다는 통계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 지난 9월 기준 우리나라의 M2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8.5%로 미국(4.5%)보다 높다.

 

이에 한은은 "미국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후 양적완화(QE)와 제로금리 정책 등으로 통화량이 급증했다"며 "또 치솟은 물가상승률로 2022년 3월부터 전례없이 급격한 정책금리 인상(+5.25%포인트(p))과 양적긴축(QT)으로 대응해 미국 M2가 이례적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감안해서 보면 코로나19 직후인 지난 2020년 3월부터 누적 기준 우리나라와 미국 M2 증가율은 각각 49.8%, 43.7%로 큰 차이가 없다.

 

보고서 저자들은 이론으로는 유동성 증가가 자산가격과 환율의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과 환율 상승에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 작용해 이를 유동성 증가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집값의 경우 늘어난 유동성이 주택시장에 유입하며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주택가격 상승기에는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 수요가 늘어나면서 유동성이 확대될 수도 있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저자들은 "최근 공급부족 우려, '똘똘한 한 채' 선호 등 특정 지역 가격상승 기대와 수요 쏠림이 주된 배경"이라며 "최근 강남 3구에서는 대출 없이 현금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는 새롭게 풀린 유동성보다 과거 누적된 유동성이 주택시장으로 유입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환율의 경우 유동성 상황보다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확대, 수출기업의 외화보유 성향 강화 등 외환수급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이론상 유동성 증가 이후 물가 경로를 통해 간접적으로 환율에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최근 물가는 안정세를 띠고 있다.

 

현재 환율에 영향을 끼친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규모는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올해 1~10월 중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규모는 1171억 달러로 과거 10년 평균(512억 달러)은 물론, 직전 최고치(710억 달러)를 넘어선 것.

 

또 국내 수출기업들이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은 채 외화로 보유하는 경향이 높아진 점도 이유 중 하나다.

 

저자들은 "최근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리고 있고 이것이 자산가격 상승 및 상대적인 원화 약세를 유발하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는 그간의 국내외 통화정책 기조, 실물경제 상황, 자금흐름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다소 과도한 해석"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M2 등 특정 통화지표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여타 통화지표와 금융상황지수 등 다양한 지표를 함께 살펴야 한다"며 "자산가격 및 환율 상승 원인을 단지 유동성 증가만으로 몰고 가는 것은 자칫 문제 해결의 본질을 흐릴 우려가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플러스 생활정보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1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종합(아파트·연립주택·단독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77% 상승. 이는 전월(1.19%) 대비 낮은 수준이지만, 8월(0.45%), 9월(0.58%)보다는 여전히 높은 상승률.

 

한국예탁결제원 집계를 보면 지난 6~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을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468.8원에서 1473원으로 4.9원 증가. 특히 지난 13일 야간 거래에서 환율은 1477.0원까지 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