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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사이] 온 힘 다해 관악산 오르는 이유는 운?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이 지나 이제 곧 봄이 다가오는데요. 아직 조금은 쌀쌀해도 날이 점점 풀리자 전국 방방곡곡 여러 산에 등산객이 붐비고 있습니다.

 

 

이 사진은 지난해 4월쯤 올랐던 관악산인데요. 맑은 하늘 아래 푸릇한 내음이 가득한 탁 트인 곳을 보니 올라오며 흘린 땀이 아깝지 않은 기분이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등산 맛집'으로 유명한 관악산에 올해는 더 많은 등산객이 몰리는 중이라고 합니다. 정상인 '연주대'에 향하는 산길에는 대기줄이 생길 정도라는데요. 직접 가지 않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관악산 전경을 봐도 매일 사람이 바글바글합니다.

 

이 열풍의 배경에는 지난 1월 28일, CJ ENM의 종합 버라이어티 채널 tvN에서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역술가 박성준 씨의 영향도 있습니다. 이날 방송에서 그는 운이 안 풀릴 때 활용할 수 있는 여러 개운법(開運法)에 대해 얘기했는데요. 그중 하나가 관악산 등산이었습니다.

 

박 씨는 관악산이 서울에서 화기(火氣)와 정기(精氣)가 좋은 산이라며, 연주대에서 같은 소원을 세 번 빌면 좋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방송을 접한 시청자들이 관악산을 찾기 시작한 것이죠.

 

키워드 검색량 분석 플랫폼 '로워드'에 따르면 방송 직후인 지난 1월 31일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관악산 검색량은 9626건까지 급등했습니다. 이후 날이 풀리기 시작한 2월 중순부터 꾸준히 3000~4000건 사이를 유지하면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679건(358.8%) 늘었다고 합니다.

 


알고 오르면 더 흥미로운 산행


등산객이 늘자 아웃도어 업체들도 분주합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 트렌드를 살필 수 있는 '네이버 데이터랩' 기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스포츠 및 레저 쇼핑 인기 분야 1위는 모두 '등산의류'였으며 등산화도 4~5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실 등산객이 아니더라도 아웃도어 브랜드는 등산복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라이프스타일 웨어로 변화를 꾀하며 남녀노소가 찾고 있는데요. 올해 아웃도어 업계가 내놓은 봄여름 시즌 신제품을 보면 '경계 없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아웃도어 특유의 기능을 유지하되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디자인과 소재를 앞세운 거죠.

 

흥미로운 사실은 아웃도어 유명 브랜드들의 이름이 대부분 자연에서 비롯됐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는 산의 북쪽 암벽을 뜻합니다.

 

등산에서 수직에 가까운 벽면을 '페이스'라 부르는데, 북쪽 페이스는 해가 들지 않아 가장 춥고 등반이 어려운 곳이죠. 도전정신 그 자체를 이름에 담은 셈입니다. 전 세계 3대 북쪽 페이스는 ▲마테호른 북벽 ▲그랑드 조라스 북벽 ▲아이거 북벽인데, 이 중 사상자가 가장 많은 곳은 아이거 북벽이라네요.

 

'디스커버리(Discovery Expedition)'는 원래 미국에서 자연 다큐멘터리와 탐험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출발한 라이선스 브랜드입니다.

 

지난 1985년 개국해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는 활동으로 대변할 수 있는 이 채널의 이미지를 빌려와 의류 사업으로 전개한 것인데요. 현재는 아웃도어를 넘어 캐주얼, 애슬레저, 키즈 등 전 세대를 아우르는 라인업을 갖추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블랙야크(BLACKYAK)' 역시 해발 4000m 이상 히말라야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동물 '야크'에서 따왔습니다. 강한 생존력과 지구력, 적응력을 지닌 야크는 히말라야의 상징적 존재인데요. 이런 이미지를 브랜드 정체성으로 삼으면서 자연을 존중한다는 인상까지 얻을 수 있었던 것이죠.

 

블랙야크의 뿌리는 1973년에 세워진 동진사로 1995년 12월, 한국 대표 아웃도어 브랜드를 목표 삼아 현재의 사명으로 바꾸게 됩니다.

 

1938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출발한 '컬럼비아(columbia)'는 창업주 폴 램프로움이 인근 컬럼비아강에서 이름을 따 설립한 브랜드입니다. 그의 딸 거트 보일은 경영 위기 속에서 회사를 성장 궤도에 올려 컬럼비아를 세계적으로 알려진 아웃도어 브랜드로 키웠는데요.


컬럼비아는 'Tested Tough'라는 기조 아래 포틀랜드와 태평양 북서부의 비, 눈, 바람을 견디는 환경에서 제품을 시험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컬럼비아는 방수·투습과 보온 등 실용적 기능성이 강점인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요.

 

노스케이프(NorthCape)는 노르웨이의 명소 노드카프(Nordkapp)에서 착안했습니다. 노드카프는 유럽 최북단을 상징하는 지점 중 한 곳이며, 자동차로 접근할 수 있는 북쪽 끝 여행지로도 유명한데다가 북극과 가까워 백야와 오로라 현상까지 볼 수 있죠.

 

일본기업 '몽벨(mont-bell)'은 프랑스어로 '아름다운 산'이라는 뜻인데요. 일본의 전문 산악인인 이사무 다츠노가 1975년 회사를 설립했다고 합니다. 실제 산악인이었던 그는 '필요한 장비는 스스로 만든다'는 기치를 통해 불필요한 장식 없이 본질에 충실한 제품 생산에 주력했습니다.

 


운을 바꾸는 방법? 힌트는 행동


이처럼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이들과는 대조적으로, 앞서 역술가의 말처럼 관악산 등산이 정말 사람의 운을 좌우할 수 있을까요?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의 풍수지리에서 관악산을 '강한 화기를 품은 산'으로 여긴 것은 사실입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역술가는 "강한 산의 기운은 활력과 에너지를 불어넣지만, 지나치게 강하면 조화와 안정을 해치는 양면성을 지녔다"며 "자신 사주에 화가 많은 사람은 과도한 기운을 받을 수 있다"는 견해를 전하네요.

 

관악산 화기와 함께 자주 언급되는 얘기는 무학대사와 경복궁에 관한 일화입니다. 조선 건국 후 태조가 서울을 도읍으로 정하고 경복궁을 지을 때, 무학대사가 "화기를 품은 관악산이 궁궐을 위협할 것"이라며 경복궁과 관악산 사이에 숭례문을 지을 것을 제청했다는 거죠.

 

다만 이는 후대에 내려오는 야사일 뿐, 조선왕조실록에 이를 뒷받침하는 기록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실록을 보면 경복궁은 풍수가 아니라 유가의 경서인 '주례 고공기(周禮 考工記)'를 참고해 대신들과 논의한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광화문 앞 해태 조각상이 관악산의 화기를 막기 위해 세워졌다는 속설도 비슷하죠. 한국사 상식 바로잡기 저자 박은봉 씨는 "해태는 원래 광화문 앞이 아닌 육조거리 사헌부 앞에 있었다"며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할 당시 육조거리를 정비하면서 해태가 옮겨진 것"이라고 짚은 바 있습니다.

 

아마 박성준 역술가는 기본적으로 많이 움직이는 것이 막힌 운을 뚫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을 겁니다. 실제로 스탠퍼드대학교 그레고리 브라트먼(Gregory Bratman) 연구팀 등의 연구 결과대로라면, 등산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감소시키고 뇌의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해 불안과 우울감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산에 오를수록 체력이 늘고,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보며 지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는 거죠.

 

올해 날이 맑고 좋은 날, 어떤 산이든 한 번쯤 올라가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건 어떨까요? 정상에 올랐을 때 느끼는 그 기분이 어쩌면 운을 바꿔주는 활력일지도 모르니까요.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