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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 '단계적 폐지' 언급…노조, 강도 높은 투쟁 예고

 

[IE 금융] 한국씨티은행이 국내 소비자금융 부문 전체 매각(통매각)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인수하겠다는 금융사들이 전체 소비자금융 직원들의 고용 승계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안갯속에 빠졌다. 이에 씨티은행은 다음 달 안으로 전체 매각, 분리매각, 단계적 폐지 중 어떤 방안을 추진할지 확정 짓겠다고 알렸지만, 노조는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전날 오후 정기 이사회를 개최해 본사인 씨티그룹이 발표한 국내 소비자금융 출구전략 추진 방안에 대한 두 번째 논의를 진행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4월15일 소비자금융 부문을 철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씨티은행 측은 "경영진은 이사회에서 '현재 복수의 금융사가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했으나, 전체 소비자금융 직원들의 고용 승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현재 씨티은행은 자산관리(WM), 신용카드, 대출 등으로 구성된 소비자금융 부문의 전체매각을 최우선으로 결정한 뒤 씨티그룹 내 인수합병(M&A)팀과 국내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CGMK) 2곳을 통해 인수의향서를 받는 절차를 진행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씨티은행 경영진은 매수 의향을 보인 잠재 매수자 현황에 대해 보고하고 이에 따른 전체 매각, 일부 매각, 단계적 폐지를 포함한 출구전략 방안을 논의했다.

 

씨티은행은 "접수된 인수의향서들을 면밀히 검토한 뒤 최종 입찰대상자들을 선정할 계획고 최종 입찰대상자들의 상세 실사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진행상황에 다소 변수가 있을 수 있으나 7월 중에는 출구전략의 실행 윤곽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사회와 경영진은 일련의 출구전략 진행 과정에서 무엇보다 고객 보호 및 은행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해 온 직원의 이익 보호를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는 점과 더불어 최선의 매각 방안에 도달하기 위해 세부 조건과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서는 열린 자세로 논의하되 '단계적 폐지' 방안을 실행하기 위한 준비 절차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단계적 폐지는 소비자에게 다른 금융사로의 이전을 권유하고 직원을 줄이면서 점차 사업을 축소하는 방식이다. 

 

씨티은행 유명순 행장도 이사회 직후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일부 잠재적 매수자들이 전통적인 소비자금융 사업의 도전적 영업 환경과 인력 구조, 인건비 부담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며 "이는 금융산업 전반의 구조적 문제이기에 긴 시일을 두고 검토하더라도 개선될 여지가 거의 없는 것으로 논의했다"고 알렸다.

 

이에 대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는 성명서를 통해 "부분 매각 및 단계적 폐점 전략을 휴지통에 버리고 고객과 직원, 은행이 상생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진 통매각으로 전략을 수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제언했다.

 

노조 측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통매각을 해야 한다'는 노조와 금융위원회의 공통된 요구에 대해서도 거부했다"며 "제대로 된 검토도 없이 거부한 것은 직원들과 금융당국을 우습게 생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부분 매각이든 단계적 폐지든 직원들의 고용승계는 불안정해지기 때문에 통매각 후보자가 나올 때까지 콜롬비아 사례와 같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5년 씨티그룹은 남미지역에 대한 매각·철각에서 콜롬비아에 대한 매각이 실패하자 2016년 철수 계획을 전면 철회한 뒤 환경이 개선된 2년 후 매각을 재진행해 성공한 바 있다. 

 

한편, 씨티은행 노조는 이날 유명순 행장 항의 방문을 시작으로 7일 중앙노동위원회 최종 조정회의 및 결렬, 8일 전원운영위원회 및 규탄 집회, 10일 임시분회총회 및 2020년도 임단협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