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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사이] 화면 속 농담이 현실로 튀겨질 때

 

작년 성탄절에 먹은 양념치킨의 광택이 다시 입맛을 다시게 합니다. 단맛과 매운맛이 천상의 조화처럼 단짝을 이뤄 모처럼 기억에 남은 맛이었죠.

 

 

이런 양념치킨의 개발자로 불리던 맥시칸치킨 설립자 윤종계 옹의 별세 소식이 이달 8일 유족에 의해 뒤늦게 전해졌는데요. 고인은 지난해 12월 30일 오전 5시쯤 경상북도 청도 소재 자택에서 향년 75세로 지병 탓에 영원히 눈을 감았습니다. 다시 한 번 모니터 화면을 통해 진심으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방송 출연이 많지 않던 고인과 달리 방송을 진심 즐기는 듯한 국민 MC 유재석을 지금의 위치로 격상시킨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2013년 6월 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무한상사 편에서 유재석은 가상의 치킨 브랜드 음 치킨을 팔기 위해 온갖 효능을 붙여가며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음 치킨을 먹으면 몸매가 좋아지고 얼굴이 작아지는 것은 물론 괴력까지 생긴다는 등 말도 안 되는 멘트가 쏟아졌죠.

 

텔레비전 속 유머는 화면 속에 고정되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가끔은 현실로 활동공간을 이동해 우리네 삶 속으로 파고드는 때도 있습니다. 실제 제품으로 판매한 영화나 애니메이션, 예능 속 음식 또는 브랜드들을 알아봤습니다.


픽션에서 튀어나온 현실 음식들


'극한직업이 되살린 수원왕갈비통닭'

 

지난 2019년 1월 개봉한 영화 극한직업의 수원왕갈비통닭은 극장 밖에서도 실제로 팔리며 붐을 만들었습니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통닭거리의 한 치킨집은 영화 개봉 이틀 뒤인 1월 25일 메뉴를 정식 재출시했고 이후 통닭거리 대부분 치킨집에서 이 메뉴를 판매했답니다.

 

2017년에 개발했다가 거무튀튀한 비주얼이 구매욕을 자극하지 못해 판매를 중단했던 메뉴였는데 영화 흥행 후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급증했다고 하네요. 영화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자 갈비 치킨을 신 메뉴로 내놓는 붐이 프랜차이즈 업계 전체로 번진 건 안 비밀입니다.

 

'맛잘알 기생충의 짜파구리'

 

2020년 아카데미 4관왕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비중 있게 다룬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는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죠.

 

제품을 단순히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취향과 방식을 더해 재창조한다는 의미로 수정하다(modify)와 소비자(consumer)의 합친 모디슈머(modisumer) 열풍이 일자 농심은 앵그리 짜파구리 큰사발을 2020년 4월 21일 국내 출시했습니다. 5월부터는 미국, 동남아, 일본, 호주, 러시아 등에 내놓는 동시에 유튜브에 짜파구리 조리법을 11개 언어로 올리며 글로벌 마케팅에 나서기도 했고요.

 

GS25에서는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인 2020년 2월 10~11일 이틀간 짜파게티와 너구리 봉지면 매출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61.6% 급증했다고 합니다. 이마트에서는 짜파게티 일 매출 5200만 원을 기록하며 30년간 1위였던 3000만 원대의 신라면을 넘어서기도 했죠.

 

'이영자와 정일우가 퍼뜨린 달고나 열풍'

 

2019년 11월경에는 서울 한 카페에서 유행하던 달고나 밀크티가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희극인 이영자를 통해 먼저 공중파를 타며 관련 메뉴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1월에는 KBS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배우 정일우가 마카오의 폭찹번 식당을 방문했을 때 커피 가루와 설탕, 물을 여러 번 저어 만든 커피를 마시고 달고나 같다고 표현하면서 달고나 커피가 본격 유행했고요. 방송 이후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로 퍼지며 영어로 'Dalgona Coffee'라는 명칭을 달고 글로벌 히트를 쳤습니다.

 

'변화무쌍 포켓몬 애니의 포켓몬빵'

 

1999년 동명의 애니메이션 방영과 함께 처음 출시된 포켓몬빵은 23년만인 2022년 2월 24일 돌아온 포켓몬빵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선보이며 인기를 재입증했죠. SPC삼립이 재출시한 포켓몬빵은 출시 두 달 반 만에 2210만 개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당시 어린이였던 8090세대뿐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어린이, 관심으로 빵을 구하려는 어른까지 가세하며 편의점과 마트의 오픈런 행렬을 이끄는 등 상반기 최고 히트 상품이 됐고요.

 

'릭 앤 모티의 쓰촨 소스 폭동'

 

2017년 4월 1일 방송된 미국의 카툰 네트워크사인 어덜트 스윔(adult swim)의 애니메이션 '릭 앤 모티 시즌3' 1화에서 주인공 릭이 1998년 디즈니 영화 뮬란 프로모션용으로 나왔던 맥도날드의 쓰촨 소스를 극찬한 후 소스 재출시를 요구하는 5만 명의 청원이 빗발쳤다네요.

 

맥도날드는 2017년 10월 7일 일부 매장에서 하루만 한정 판매했는데 준비한 물량이 턱없이 부족해 폭동이 일어나기까지 했고 온라인 경매 플랫폼 이베이에서는 소스 한 팩이 100달러 이상 가격에 거래됐죠. 결국 맥도날드는 2018년 2월 말경, 2000만 개의 쓰촨 소스를 전국 매장에 다시 공급했습니다.

 

'해리포터 버터맥주와 심슨가족의 더프맥주'

 

책과 영화 속 상상의 음료였던 버터맥주는 2010년 미국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유니버설 올랜도의 '위저딩 월드 오브 해리 포터(The Wizarding World of Harry Potter)' 개소와 함께 대표 실물 메뉴가 됐죠. 콜드, 프로즌 두 형태로 판매되며 지금까지도 테마파크의 시그니처 메뉴의 인기를 누리는 중이고요.

 

미국 방송사 FOX에서 방영 중인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 속 더프맥주(Duff Beer)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니버설 테마파크 내 스프링필드 구역에서 절찬리에 팔리며 가상을 현실의 경험으로 만들었죠.

 

'핑핑 도는 스폰지밥의 크래비 메뉴'

 

웬디스는 미국 날짜로 2024년 10월 8일부터 그해 연말까지 미국의 니켈로디언 키즈 초이스 어워드에서 방영 중인 애니메이션 네모바지 스폰지밥 25주년을 기려 크래비 패티 콜랩(Krabby Patty Kollab)을 자국과 캐나다, 괌 등에 출시했습니다.

 

버거킹은 작년 12월 '스폰지밥 무비: 핑핑이 구출 대작전' 개봉을 기념하고자 같은 달 말까지 쇠고기 패티에 노란색 사각형 번을 더한 스폰지밥 크래비 와퍼(SpongeBob's Krabby Whopper)를 한정 판매하며 대대적인 온·오프라인 통합 마케팅을 전개했고요.

 

'진국 우정 포레스트의 Bubba Gump Shrimp Co.'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대사와 캐릭터에서 출발한 Bubba Gump Shrimp Co.(클릭 시 관련 이뷰 이동)는 실제 레스토랑 체인으로 확장했습니다. 첫 매장은 1996년 캘리포니아 몬터레이에서 문을 연 이래 현재 전 세계 20개 이상 지점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죠.


 실물로 굳은 연성(緣成)의 굿즈


2007년 12월 15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2008 달력 만들기 특집부터 시작된 달력 프로젝트는 2009년부터 2016년까지 8년간 총 47억5700만 원의 수익금을 모아 장학금으로 기부했습니다. 방송 속 기획이 실제 상품이 됐고 그 수익을 다시 사회로 환원하는 선순환을 이룬 거죠.

 

양념치킨처럼 어떤 음식은 누군가의 집요한 노력으로 탄생하고 다른 어떤 음식은 이슈와 얘기를 통해 만들어집니다. 현실과 접하게 된 가상이 콘텐츠를 진정한 소비로 이끄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고요. 하지만 부지기수의 이슈와 얘기는 누군가의 감내 힘든 노력을 수반하죠.

 

1980년, 윤종계 옹이 6개월 이상 연구해 탄생한 양념치킨은 맨 처음 김치 양념을 기본 삼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와중에 물엿을 넣으라는 동네 할머니의 조언이 전환점이 됐다죠. 

 

상품화 초기에는 손님들이 손에 양념이 묻는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무료 시식회와 후라이드 치킨 주문 시 양념치킨을 조금 얹어주는 등의 홍보활동을 펼쳐 결국 폭발적 인기를 모으게 됐다고 합니다.

 

이런 인기에도 윤 옹은 특허 신청을 하지 않았죠. 몰래 특허 신청을 하려던 직원을 대화로 만류한 사례도 있었고요. 그 덕에 양념치킨은 모든 한국인이 즐기는 것도 모자라 'K-치킨'이라는 거대 타이틀을 달고 전 세계인이 음미하는 음식이 됐습니다. 진미를 추구하던 한 사람의 집념이 사상 최고의 치킨을 만들었고 유행을 이끌던 한 편의 예능은 사회를 흔들었습니다.

 

우리는 또 치킨 상자를 열겠죠. 어딘가에서 재방송하는 무한도전을 보면서요. 양념치킨의 광택을 보면서 "음~" 하고 감탄할 테죠.

 

/이슈에디코 강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