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 금융] 교보생명이 국내 저축은행 1위인 SBI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한다. 약 7년간 이어진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 분쟁에 기여한 일본 SBI그룹 계열사인 이 저축은행을 인수,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이 지주사 추진에 시동을 건 것.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SBI그룹과 SBI저축은행 지분 30%를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다음 주 안에 체결할 예정이다.
SBI저축은행은 작년 말 기준 자산 규모 약 14조 원에 달하는 국내 업계 1위인 일본계 저축은행이며 건전성 지표도 우수하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에 저축은행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SBI저축은행은 808억 원의 흑자를 시현했다. 연체율 역시 4.97%로 업계 평균(8.52%)의 절반이다.
신창재 회장은 지난 2018년 10월부터 재무적 투자자(FI)인 어피너티 컨소시엄과 풋옵션 분쟁에 골치를 앓았다. 이 컨소시엄은 당시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 지연에 반발해 풋옵션을 행사했다. 어피니티는 지난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사들인 뒤 2015년 9월 말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최대주주인 신창재 회장 개인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을 받은 바 있다.
이후에도 교보생명 IPO는 보험업 환경 악화, 시장 포화와 같은 이유들이 겹치면서 미뤄지자, 법적 공방으로 비화하며 사태가 거세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신창재 회장과 어피니티는 주당 23만4000원에 풋옵션 가격을 정하고 분쟁을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또 어피니티 보유 지분 9.05%는 SBI그룹이 사들였다.
교보생명과 SBI그룹은 지난 2007년 처음 연을 맺었다. 당시 SBI가 교보생명 지분 4.9%를 매입했으며 이후 2009년 그 지분을 해외 투자자에 매각해 협력 관계를 이어갔다. SBI그룹은 향후 교보생명 지분을 20%까지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번 SBI저축은행 인수 추진은 신 회장이 그토록 염원하면 지주사 전환의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교보생명은 교보증권, 교보악사자산운용,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교보자산신탁 등 금융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은행이나 드사, 캐피탈사와 손해보험사 등 계열사가 부재해 지주사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 구축이 주요 과제로 꼽혔다.
교보생명은 이번 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계열사 포트폴리오에 여·수신 기능을 보강, 금융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게 된다.
한편, 교보생명은 올해 상반기 중 금융당국에 지주사 전환 인가를 신청, 내년까지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다.
/이슈에디코 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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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이 금융지주사 전환에 성공할 경우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최초, 전체 보험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에 이어 두 번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