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스페인 한국 대사관이 그제 마드리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양국 수교 75주년을 계기로 한 국경일 행사를 열었습니다.
스페인 정부를 비롯한 각계 인사들과 우리 동포 등 400여 명이 참석한 이 행사에서 임수석 대사는 환영사를 통해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친구이자 전략적 동반자로 양국의 긴밀한 협조를 강조했고요. 그러면서 스페인과 우리나라가 마치 쌍둥이 같이 닮은 면이 많다고 제언했죠.
실제 스페인은 1970년대 중반까지 프랑코 독재 정권을 겪고 1970년대 후반부터 민주화 과정을 거치며 국민의 오랜 민주화 운동 끝에 현재의 민주주의를 이룩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죠.
또 약 50만 ㎢에 이르는 스페인의 국토 면적은 우리나라에 많이 앞서지만 인구는 4800만 명으로 우리나라의 5170만 명과 비슷한 규모입니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지난 1997년 외환위기(IMF)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듯 스페인 역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심각한 경제 침체에 허덕였으나 무사히 회복하고 유로존을 이끄는 주요 경제국 중 하나가 됐죠.
여기 더해 두 나라 모두 반도 국가라는 지리적 특성이 있으며 스페인 국민 역시 우리 국민처럼 열정적이면서도 다혈질인 성향이 강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설명하고 보니 한 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묘한 정서적 친근감이 생기는 듯하네요. 이 대사가 왜 쌍둥이라고 제언했는지 이해가 됩니다.
쌍둥이가 된다는 것은 흔치 않은 경험이죠. 혼자가 아닌 둘이라 얻는 두 배의 즐거움과 능력들이 있다고 합니다. 정서적 유대감과 심리적 안정감도 그렇거니와 오랜 기간 서로를 관찰하고 함께하면서 생기는 강화된 소통능력도 있다네요.
일부 쌍둥이들은 다른 가족이나 친구들은 모르는 그들만의 언어를 만들어 사용하는데 이를 '크립토파시아(Cryptophasia, 쌍둥이어)'라고 합니다. 그리스어로 각각 비밀과 말을 뜻하는 'crypto-' '–phasia'를 합친 용어죠.
서로의 장단점을 가장 잘 알기에 하나의 목표를 위해 두뇌와 신체가 두 배로 작동하는 시너지도 강점이고요. 지속적인 경쟁과 자극을 통한 학습 및 사회성 발달의 이점, 태어나면서부터 둘로 존재하며 체화하는 사회성, 공감능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쌍둥이가 갖는 두 배의 의미처럼 국경일이자 법정기념일로 두 배의 의의를 되새겨야 할 날들이 있죠.
'세계 유일' 만방에 뽐내도 모자랄 문화적 국경일
나라의 경사스러운 날을 기념하기 위해 법률로 정한 국경일은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입니다.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을 기준 삼아 국가 차원에서 기리고자 정부가 대통령령으로 정한 법정기념일은 2·28 민주운동 기념일, 납세자의 날, 3·8 민주의거 기념일, 상공의 날, 서해수호의 날, 장애인의 날 등 모두 57일입니다.
국경일이자 법정기념일은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로 제헌절을 제외하고 모두 공휴일입니다. 제헌절을 뺀 이유는 주 5일 근무제 확대에 따른 연간 총 휴일 수 증가에 기인하는데요. 재계에서 기업의 생산성 저하와 경제 활동 위축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자 정부가 이 의견을 반영해 2006년 '국경일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며 지난 2008년부터 제헌절을 공휴일에서 제외한 거죠.
이와 대조적인 사례의 국경일도 있습니다. 바로 오늘 한글날입니다. 역시나 제헌절과 마찬가지로 재계의 반발 탓에 지난 1991년부터 국군의 날과 함께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된 한글날은 한글 가치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2005년 '한글날에 관한 법률' 제정을 이끌며 국경일이 됐습니다.
그러다가 한글의 위상 재정립을 요구하는 국민적 여론이 높아지자 2012년 12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개정을 위시해 2013년부터 다시 법정 공휴일로 재지정됐죠.
한글날은 정치적·역사적 사건이 중심인 다른 국경일과 비교해 유일하게 문자 창제라는 문화적 업적을 기리는 날로 국가 언어·문자 창제일이 국경일인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핀란드어의 날, 아이슬란드어의 날 등 언어 기념일을 제정한 다른 나라들도 있지만 자국 언어 사용을 기념하거나 권장하는 날인만큼 한글날과는 확실한 차이가 있죠.
세계에서 유일하게 언어 창제의 위업을 온 국민이 함께 기리는 대한민국. 이 훌륭하고도 기쁜 한글날의 푸른 하늘 아래에서 펄럭이는 태극기. 두 배로 의의를 되새겨야 할 이날은 태극기를 쌍으로 게양해야 모자람이 없을 겁니다.
/이슈에디코 강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