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내려올 줄 모르는 물가 때문에 고개가 더욱 경직되는 겨울입니다. 1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격정보를 보면, 설 명절을 앞두고 사과와 돼지고기 등 주요 농축수산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랐답니다. 한숨을 내쉬며 장을 보고 귀가하는 길에 빈 수레를 끄는 동네 노인들을 마주쳤는데 폐지도 얼마 담지 못한 채 그늘진 골목을 서성이는 모습을 보니 유독 가슴이 시리네요. 2024년 보건복지부 전수조사 기준, 전국 폐지수집 노인은 1만4831명. 평균 연령 78.1세인 이들이 일주일에 엿새를 일해 버는 폐지 수입은 월 15만9000원에 불과합니다. 요란하지 않게 비싼 고물로 가득 찬 수레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너무 무거우면 끌기 힘드시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되지만요. 갑자기 분위기에 좀 어긋나는 얘기지만 사실 아예 빈 것보다는 깡통이나 페트병, 돌멩이 등 작은 물체를 조금 실은 수레가 더 요란스럽죠.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은 '수레가 빌수록 요란하다' 정도로 바꾸는 게 맞지 않을까요? 네. 저 T 맞습니다. 영미권에도 'Empty vessels make the most noise'라는 유사 속담이 있습니다. 빈 그릇이 가장 큰 소음을 낸다는 이 속담 역시
지난해 10월 15일, 뉴욕 브롱크스의 한 아파트 문이 열렸을 때 경찰과 아동복지국 직원들이 목격한 광경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14세 쌍둥이 소년들이 체중 23~24kg의 앙상한 몸으로 기저귀를 찬 채 젖병을 물고 있었기 때문이죠. 정상 체중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몸, 8세 아동처럼 보이는 외양. 64세의 엄마 리세트 소토 도메네크(Lisette Soto Domenech)는 남편의 암 투병 사망 후 2017년부터 9년간 이들을 외부와 완전히 차단한 채 영원한 유아 상태로 양육했습니다. 현지 날짜로 이달 22일 이 사건을 다룬 미국 뉴욕포스트 기사를 보면 아파트에는 유아용 시리얼과 젖병, 유아 장난감만 있었다고 합니다. 10대에게 필요한 음식도, 책도, 그 어떤 또래 문화의 흔적도 없었고요. 아이들의 성장을 받아들이지 못한 엄마가 아이들을 영원히 아기로 남겨두고 싶어 했다는 게 이웃들의 증언이었습니다. 반복되는 감금의 악몽 197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발견된 13세의 지니(Genie)는 생후 20개월부터 13년간 방 한 칸에 묶여 지낸 소녀였죠. 아버지는 소음을 극도로 싫어해 아이가 입을 열면 구타한 것은 물론, 가족 모두에게 침묵을 강요했답니다. 구
'영화를 좋아하는 김수경의 영화·씨네필 관련 이모저모 이야기' '충무로의 떠오르는 샛별' '충무로 입성' '충무로 기대주'. 배우들을 소개할 때 자주 쓰이는 수식어죠. 이처럼 우리나라 영화에 '충무로'는 빠질 수 없는 장소인데요. 이곳이 영화의 발상지로 자리하게 된 시기는 1910년입니다. '영화의 메카 충무로'라는 서적에 따르면 1910년 우리나라 최초의 상설 영화관인 '경성고등연예관'이 이곳에 세워졌는데요. 이어 1914년 '제2대정', 1916년 '경성극장', 1917년 '낭화관' '조일좌' 등이 잇따라 들어서며 충무로와 명동 일대는 자연스럽게 영화관 밀집 지역으로 형성됐습니다. 이런 극장 확장 흐름 속에서 일본식 극장 구조와 운영 방식을 갖춘 근대식 상영관 ‘와카쿠사 극장’도 세워졌고요. 해방 이후 여러 극장이 모인 충무로는 영화사와 현상소, 기획사, 인쇄소 등이 자연스럽게 들어서며 영화인들의 거점이 됐습니다. 와카쿠사 극장 역시 수도극장(1946년), 스카라극장(1962년)으로 두 차례 재단장을 거치며 단성사, 우미관과 함께 충무로 영화 문화권의 한 축을 이뤘습니다. 이때 당시 연간 100편이 넘는 영화가 제작됐다는데요. 그러나 80년대
며칠 전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CJ ENM의 tvN에서 '유 퀴즈 온 더 블록'이라는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게 됐습니다. 지난 12월 31일 방송에는 2026 대학수학능력시험 만점자 최장우, 왕정건 군이 게스트로 나와 올해 특히 어려웠던 수능 영어에 대해 얘기하더라고요. 광주 서석고 3학년 최 군은 "평소 연습할 때보다 잘 안 풀리는 느낌이었는데 끝나고 친구들이랑 얘기해 보니까 이번 수능이 확실히 어려웠구나 싶었다"며 이번 불수능에 대한 술회를 풀어놨습니다. 이어 서울 광남고 3학년 왕 군은 "수능 영어는 양심이라는 게 있어서 본문, 선지가 있으면 둘 중 하나만 어렵게 나오는데 올해는 둘 다 어려운 양심 없는 수능이었다"고 말하며 불수능을 넘어 '용암수능'이라 불린 이번 시험의 위엄을 짐작케 했죠. 실제로 올해 영어 1등급 비율은 3.11%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전체 만점자도 5명에 그쳤고요. 두 학생은 각각 서울대 경제학과와 의예과에 합격하며 결실을 맺었지만, 그 과정이 얼마나 험난했는지 방송을 통해 솔직하게 털어놨습니다. 수능 만점자인 저 학생들뿐 아니라 우리나라 수험생이라면 대부분 어렵게 공부한 영어를 실생활에서 제대로 활용하는 경우는 얼
[악덕 지주(지극히 주관적인) 무작위 명반 소개] 스무 번째는 2013년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Baku)에서 어둠의 냉기를 발산하기 시작한 에민 굴리예프(Emin Quliyev)의 1인 프로젝트 Violet Cold(바이올렛 콜드)의 'Empire of Love'. 2015년, 바이올렛 콜드의 음악을 처음 접했을 때 프로그레시브라는 장르적 용어를 파쇄기에 넣고 잘게 다져서 검고도 몽환적인 멜로디로 다시 반죽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장르 간 경계를 허무는 이질적 융합으로 경쾌한 멜랑콜리(melancholy)를 연출하는 작법은 바이올렛 콜드의 핵심이죠. 기본 토대를 애트모스페릭과 블랙 메탈로 세우고 슈게이징으로 둘러싼 사운드는 곧 '몽환'과 직결됩니다. 일렉트로닉, 트랜스, 앰비언트, 재즈, 아제르바이잔의 전통 음악 등의 요소를 활용해 장르의 굴곡을 메꾸면서 깊이와 독창성을 더하고요. 리스너의 감성을 요동치게 하고자 디프레시브 블랙 메탈의 어두운 정서를 다루며 하이 피치 스크리밍 보컬을 적절하게 구사하죠. 12년 전인 2013년 12월, 첫 싱글 발매 후 지금까지 싱글, EP, 정규를 통틀어 100개 이상의 앨범을 내놓은 다작 뮤지션 에민 굴리예프는 여기
이달 14일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한 실험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전기포트 11종을 대상으로 한 이 실험에서는 새 제품을 세척 없이 바로 사용할 경우 상당량의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도출됐답니다. 실험에 따르면 모든 재질의 전기포트에서 사용 횟수가 늘어날수록 미세플라스틱 발생량은 급감했죠. 10회 사용 후에는 초기 대비 50% 수준, 30회 후에는 25%, 100회 이상 사용 시에는 10%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재질별 평균 발생량은 플라스틱 전기포트가 물 1ℓ당 120.7개로 최다였고 이어 스테인리스 103.7개, 유리 69.2개 순이었습니다. 특히 플라스틱 포트에서는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큰 50㎛ 이하의 미세입자 비중이 높았죠. 일반적인 먹는 물의 미세플라스틱 검출량은 ℓ당 0.3~315개지만 입자가 작을수록 위험한 만큼 미세플라스틱 섭취를 최소화하기 위해 새 제품 구매 시 최소 10회 이상 물을 가득 채워 끓이고 버리는 '길들이기' 과정이 필요하다는 게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의 권고입니다. 또한 물을 끓인 후 잠시 둬 침전될 수 있는 입자가 가라앉도록 한 뒤 윗물만 따라 마시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는 조언도 덧붙였고요. 미세플라스틱
[악덕 지주(지극히 주관적인) 무작위 명반 소개] 열아홉 번째는 2013년 영국 와이트 섬(Isle of Wight)의 해안도시 라이드(Ryde)에서 고고한 어둠을 발산하며 모습을 드러낸 Joe Hawker(조 하커)의 1인 프로젝트 Ethereal Shroud(이서리얼 슈라우드)의 'Trisagion(트리사기온: 세 번 거룩한)'. 2013년 10월 첫 데모 발매 후 2015년 2월 정규 1집 'They Became the Falling Ash'로 저온숙성한 검은 이스트 같은 장르적 이미지를 굳힌 조 하커에게 이서리얼 슈라우드는 음악적 비전 그 자체입니다. 조 하커는 이 원맨밴드에서 보컬, 기타, 작곡, 작사, 편곡 등 음악 제작의 주된 분야를 홀로 담당하면서 일반 뮤지션들과 달리 자신에 대한 정보를 대중에게 노출하지 않는 신비주의적 익명성을 유지하죠. 다소 고립된 환경에서 자란 까닭인지 그의 음악적 주제인 고립감, 우울함, 광활함을 자신의 음악에 담아 감정에 기반을 둔 철학 공유를 제시합니다. 이 감정들은 개인적 트라우마의 자극제 역할을 하며 탐욕으로 무너지는 세상에 대한 분노, 반파시즘 등 비판적이고 내성(內省)적인 주제와 직결되고요. 자신의 온전한 감
'영화를 좋아하는 김수경의 영화·씨네필 관련 이모저모 이야기'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주의. 가장 최근 '수영씨 이야기'가 올해 7월 29일이더라고요. 저는 기껏 해봤자 두 달 정도 지나겠거니 생각했는데 다섯 달이나 흘렀다는 점에 무척 놀랐습니다. 그동안 영화를 안 본 것도 아닌데 말이죠. 마지막 콘텐츠 작성 이후부터 계산해 보니 단편영화를 포함해 대략 50여 개를 감상했더라고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봤던 제품을 제외하고 영화관에서 감상했던 작품들은 30개 정도가 되겠네요. 감상하면서 수영씨든 어떤 콘텐츠로 소감 한마디를 남기고픈 작품들을 꼽자면 디첸 로더 감독의 '나와 그녀'와 에밀리 블리치펠트 감독의 '어글리 시스터(이 작품은 짜사이로 작성했습니다.)', 연상호 감독의 '얼굴'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너무 훌륭한 글들이 많아 저까지 덧붙이기엔 오히려 쑥스럽더군요.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는 원작 소설까지 읽을 정도로 기대했는데, 막상 쓰려니 마음이 크게 움직이진 않아 몇 줄 쓰다 멈췄습니다. 그러다 아무 사전 정보 없이, 그저 배우 한 명을 보기 위해 들어간 극장에서 올해 최고의 영화를 만났는데요. 바로 '프랑켄슈타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