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좋아하는 김수경의 영화·씨네필 관련 이모저모 이야기' 지난달 30일 올해 첫 전국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데요. 폭염주의보는 최고 체감온도 33도를 웃도는 상태가 이틀 이상 이어질 때 내려집니다. 정말 가만히만 있어도 땀이 줄줄, 기운이 빠지는 요즘인데요. 이런 여름마다 누구든 한 번쯤 공포, 스릴러, 좀비 등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영화를 찾게 되죠. 최근 화제가 된 개봉작 중 하나인 '28년 후'도 좀비물이고요. 지난달 19일 개봉한 이 영화는 상영하기 전부터 관객의 관심을 한껏 받았습니다. '달리는 좀비'를 처음 선보이며 우리가 전형적으로 아는 좀비의 기틀을 만든 '28일 후'의 무려 18년 만의 속편이기 때문이죠. 28일 후 감독과 각본가인 대니 보일과 알렉스 가랜드는 이번 속편을 위해 다시 손을 잡았고요. '오펜하이머'로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킬리언 머피가 주연 및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기대치를 더욱 올려놓았습니다. 그러나 개봉 후에는 이 영화에 대한 '호불호'에 대한 의견이 팽팽해졌는데요. 좀비라는 변개체를 마주쳤을 때의 스릴과 긴박함, 사투가 극히 적어 좀비물만의 재미를 찾아볼 수 없다는 반응과 전형적인 좀비물과 다른 볼거리와 이야깃거리를 제공했다는 '극과 극'인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영화에 관한 판단은 각자의 몫인 걸로…….) 여하튼 저는 오랜만에 등장한 좀비영화가 큰 화제를 몰고 있어 기쁜데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과 같은 고전 좀비물부터 꽤나 여러 좀비물을 즐겁게 봤기 때문입니다. 겁쟁이라서 매우 여러 번, 크게 놀라지만 그때 나오는 도파민에 중독됐나 봅니다. 이번에 제가 소개할 영화는 좀비물 '차가운 것이 좋아!'라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불면의 밤' 섹션에 초청돼 접할 수 있었는데요. 좀비병 엔데믹 시대에 좀비를 소탕하는 계약직 공무원 '사나희'는 정규직이 되면 결혼을 허락하겠다는 예비 시모 말에 정규직에 목숨을 걸며 어김없이 좀비 찾기에 나섰는데요. 그러던 중 좀비에게 물릴 뻔한 위기에서 한 좀비의 도움을 받게 돼 충격을 받습니다. 자신이 아는 좀비는 감정도, 생각도 없고 말을 할 수 없는 괴생명체에 불과했기 때문이죠. 다시 그를 마주치게 된 나희는 생각하고 말하는 좀비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데요. 그저 꿈도, 목표도 없이 시집을 가겠다는 일념 하나로 살던 나희에게 그는 큰 자극이 됩니다. 그에게 '조은비'라는 이름을 붙여준 나희는 햇빛과 더위에 취약한 좀비를 신약이 개발되기 전까지 추운 알래스카로 몰래 옮기는 일명 '좀권(좀비+인권)' 단체를 찾는 여정을 시작하는데요. 나희는 그 과정에서 많은 위기와 갈등을 겪었지만, 오랜만에 자신이 정한 '목표'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일들을 시행하며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또 사랑 없는 연애를 이어갔던 그에게 은비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는데요. 오랜만에 영화를 보며 설렜는데, 그게 좀비와의 사랑이어서 속으로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 영화를 연출한 홍성은 감독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서 아주 오랫동안 이어 온 프로젝트에 자신이 참여해서 영광"이라며 "여러 소재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논쟁을 지켜보며 '좀비와 뽀뽀하게 되면 어떨까?'라는 로그라인에서 이 영화의 서사를 쌓아갔다"고 설명했죠. 홍 감독이 말하는 인권위 프로젝트는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인권영화 프로젝트'인데요. 인권을 보다 친숙하고 감성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영화라는 매개체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인권위 첫 작품은 박찬욱, 임순례, 박광수 등 감독이 참여한 옴니버스 형식의 '여섯 개의 시선'인데요. 이 작품은 외모지상주의, 영어 조기교육, 장애인, 성범죄자 신상공개, 외국인 노동자 등 인권 문제를 짚은 6개의 독립 단편들로 이뤄졌습니다. 이후 인권위는 탈북자, 성차별, 다문화, 노인 등 여러 인권 이슈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을 제작에 집중하다가 이번 '차가운 것이 좋아!'처럼 새로운 방식으로 인권을 다루는 작품에도 힘을 주고 있는데요. 차가운 것이 좋아의 경우 좀비물로만 보여질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청년들의 고민을 잘 풀어냈죠. 이와 같은 맥락으로 프로젝트의 14번째 작품인 이옥섭 감독의 '메기'도 꼽을 수 있는데요. 겉보기에는 "이 영화가 어떻게 인권과 관련이 있을 수 있지?"라는 의문을 품을 수 있지만, 계속 의심하는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재치 있게 녹여냈습니다. 또 지난 2019년에는 세월호 참사를 담아낸 다큐멘터리에도 도전했고요. 기존 인권 문제에서 더 나아가 K-팝이 흥행하면서 생긴 '아이돌 인권' 이슈를 그려낸 '힘을 낼 시간'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인권영화 프로젝트는 단순히 문제 제기를 넘어 우리 사회 속 작은 질문에서 시작되는 사소한 것까지 다루는 실험장이 된 셈인데요. 차가운 것이 좋아! 역시 좀비 장르의 틀을 빌렸지만, 곱씹어 보면 이상할 만큼 우리 사회 속 인권을 새롭게 풀어내며 마음 한편을 시원하게 해주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개봉일은 미정인데요. 서둘러 입소문을 타 영화관에서 만나길 기대해 봅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주말이라 짬을 내 에어컨 필터를 세척하고 서늘한 곳에서 한나절 정도 건조한 뒤 작동시켰습니다. 습도가 워낙 높아 필터가 충분히 말랐을지 걱정도 됐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일단 시원하니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네요. 혼잣말로도 '시도 때도 없이 덥다'는 얘기를 읊조리게 되는 시기입니다. 갑자기 궁금증이 생기네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위와 추위 중 어느 것을 더 꺼릴까요? 지난 1998년 캐나다 맥길 대학교(McGill University) 치의학과, 생리학과, 마취학과의 공동 연구 결과를 보면 사람들은 더위보다 추위를 더 불편해한다고 합니다. 핵심만 추리자면, 사람들은 서늘한 공간에서 더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다고 하네요. 추운 공간에 있으면 마음마저 얼어붙는 걸까요? 아, 그러고 보니 에어컨 온도도 너무 낮추지 말아야겠습니다. 냉방병도 조심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정확히 짚자면 냉방병은 질병을 지칭하는 의학적 진단명이 아니라 장시간 에어컨 바람에 노출될 경우 발생하는 자율신경계 이상, 면역 저하, 근육통, 복통 등 유사 증상의 여러 질환군을 통칭하는 증후군의 일종이죠. 이렇게 보니 에어컨과 관련한 이슈도 참 많습니다. 2022년 잡코리아와 알바몬의 공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름철 사무실 내 여직원 불만 1위는 '에어컨 온도가 너무 낮다'였죠. 이는 남성보다 기초대사량(BMR)이 낮은 여성의 경우, 같은 실내온도라도 더 춥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는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의 2015년 연구에서도 파악할 수 있고요. 그리고 에어컨 냉방기 소음 탓에 위험 경고를 놓친 사례들도 꽤 흔합니다. 냉난방공조(HVAC) 업계 블로그의 사고 사례 게시글을 보면 공장이나 백화점 등에서 냉방기, 환풍기 소음으로 작동 기계 경고음을 듣지 못하거나 소방벨이 울렸지만 에어컨 소리인 줄 알고 무시하다가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네요. 30년 전에도 이랬을까요? 1995년 오늘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발생한 날입니다. 건물 붕괴와 함께 생명이 무너진 502명은 고장 난 에어컨의 시원함 대신 죽음의 냉기를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사고 며칠 전부터 직원과 손님들은 소리와 진동, 균열을 수차례 느꼈다고 하죠. 문제를 제기한 직원은 물론 신고도 있었지만 에어컨 작동 체계 중 옥상 냉각탑 진동이니 크게 신경 쓸 것 없다는 경영진의 응대가 뒤따랐다니 기가 차기만 합니다. 애초에 부실공사도 부실공사지만 인근 아파트에서 에어컨 소음 민원을 제기하자 에어컨 냉각탑을 크레인이 아니라 롤러로 옮기며 붕괴를 앞당기기도 했지만요. 무시할 수 없는 신호들이 있습니다. 구조의 한계를 알리던 삼풍백화점의 소음과 진동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결과는 너무나도 참혹했죠. 그날의 소음과 진동은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끊임없이 다른 형태로 경보를 울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
새 정부 출범 이후 우리나라 투자시장에 샛별처럼 떠오른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최근 국내외 주요 금융기관들의 경고가 시작됐지만, 업계에서는 치열한 경쟁에 나서는 등 엇갈린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와 같은 실물자산과 가치가 연동되는 암호화폐인데요. 일례로 달려 연동 스테이블코인 1개가 1달러로 값이 고정됐기에 등락이 거의 없어 안정성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합니다. 현재 시장에서 유통되는 스테이블코인 99%는 달러와 연동됐으며 미국 국채를 담보로 하고 있는데요. 이런 특징 때문에 금융 거래, 송금, 결제 등에서 신뢰할 수 있는 교환 매체로 활용된다고 합니다. 최초 스테이블코인은 지난 2014년 미국에서 출시된 테더(USDT)인데요. 테더는 달러와 1대 1로 연동되는 법정화폐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이며 암호화폐시장에서 최초로 실질적인 가격 안정성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상원은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에 편입하는 '지니어스 법'을 통과시켰고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암호자산에 대한 규제안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입법화했는데요. 우리나라 새 정부의 경우 '코인 1개당 1000원'과 같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추진, 여당은 이런 발행 요건을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발의했는데요. 그러나 국제결제은행(BIS)은 이달 말 발간한 연례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화폐가 아닌, 금융자산에 가까운 디지털 소지증으로 정의했습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거래가 활발해질수록 신흥국 통화 주권은 약화하고 금융시장의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는데요. 더불어 자국 통화 신뢰도가 낮은 신흥국 안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늘면 자국 통화 주권의 훼손과 대량 매도에 따른 패닉셀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산하 위원회(CDIAC)는 비은행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은행 예금 유출을 가속화시킬 뿐더러, 은행의 대출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이는 20세기 말 머니마켓펀드(MMF)가 은행에 미친 영향과 유사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영국 중앙은행(BoE)은 스테이블코인을 금융안정에 대한 잠재적 위험요소로 판단,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데요. 이에 스테이블코인은 중앙은행이 직접 감독, 중앙은행 자금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규제안을 제시했지만, 업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전에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 중입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스테이블코인이 은행예금을 흡수하거나 고정 가치 유지에 실패할 시 통화정책과 금융시장을 위협할 수 있다고 바라봤는데요. 때문에 이 이 대신 디지털 유로(CBDC)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 26일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발행해 "스테이블코인의 가치 안정성이 훼손되거나 준비자산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면 대규모 상환 요구, 즉 '코인런(코인 대거 인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 코인 도입 취지인 잠재적인 혁신 촉진 가능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초기 발행권은 공신력 있는 금융기간에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와 달리 우호적인 시선을 보이는 곳도 많은데요.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오픈리서치'는 지난 3월 '원화 스테이블코인 필요성과 법제화 제안' 보고서를 통해 "미래 경제를 뒷받침할 새로운 화폐가 필요하며, 스테이블코인이 해답"이라고 제언했습니다. 일본 중앙은행(BOJ)의 경우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엔화의 사용성을 높이고 디지털 화폐 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다며 높이 평가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국정기획위원회가 전날인 27일 한은 업무보고 자리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시대의 요구이자 흐름"이라며 "한은은 전향적으로 해 야한다"고 지적했고요. 업계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수 경쟁이 치열합니다. 전날 네이버페이는 출범 10주년 기념 'Npay 미디어데이 2025'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네이버페이 박상진 대표는 "네이버페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카카오페이는 최근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한 18건 상표를 출원하며 사업 진출 의향을 표명했는데요. 올 1분기 말 기준 카카오페이의 선불전자지급수단 잔액은 네이버페이와 토스보다 세 배 이상 많은 5919억 원이었는데요. 스테이블코인 사업은 담보 자산이 많을수록 보유한 만큼 운용수익을 더 낼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카카오뱅크도 스테이블코인 상표권을 각각 17개 16개, 12개를 출원 신청하며 참전을 선언했는데요. 이 밖에도 게임사 넥써쓰는 홍콩 현지 법인 'Nexus Stable HK' 설립과 함께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전 세계로 확장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비쳤습니다. 이와 관련해 신영증권 임민호 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 수익의 본질은 발행이 아닌 '유통 잔액' 확보에 좌우된다"며 "글로벌 수요가 부재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리워드 기반 투자자산화 ▲디지털자산 거래소 연계 ▲국경 간 정산 ▲지급결제 인프라 통합 등을 통해 국내 중심의 확산 전략을 모색할 수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비가 내려 좀 시원한가 싶더니 구름 색이 옅어지며 이내 덥습니다. 한숨이 먼저 나오고, 숨이 턱턱 막힙니다. 예전 같으면 이런 더위는 어느 정도 거뜬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여름은 점점 더 버거운 계절이 되는 듯합니다. 장마가 시작되고 하늘이 흐려지면 오늘은 조금 나아질까, 괜스레 기대감을 갖지만 실상은 마음까지 눅눅해지는 나날입니다. 생각해보니 지구인들이 호흡하는 이 지구엔 흥미롭고 재미난 기대심리 사례가 꽤 많군요. 우선 가짜 약을 먹고도 증상이 개선되는 플라시보(Placebo, 위약·僞藥) 효과와 누군가의 기대감에 부응하는 로젠탈(Rosenthal 또는 피그말리온·pygmalion) 효과가 떠오릅니다. 특별한 물건에 기대를 걸고 좋은 결과물을 바라는 행운의 부적 효과와 사람들의 조급함을 파고든 한정판 효과(기대심리 마케팅)도 유명하죠.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성취까지 이어지는 앨버트 반두라의 자기효능감 이론(Self-efficacy by Albert Bandura)과 믿음으로 행동한 결과가 현실이 되는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도 그렇습니다. 믿음을 바탕으로 행동을 하는 현상은 운동선수들의 징크스(Jinx)도 해당하고요. 매주 로또를 사는 마음, 고대하던 영화나 드라마 시청 전 스포일러를 피하는 행동 역시 기대심리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경제 전반은 물론, 금융·주식시장, 기업 및 정책과 관련한 기대심리도 우리 실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죠. 이런 와중에 공중파 뉴스를 비롯한 여러 언론사들은 연일 집값 기대심리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서로의 이해를 바라기 힘든 동상이몽 기대심리 어제는 서울 아파트값이 주간 기준 6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는 소식도 접했는데요. 한국부동산원의 21일 자료를 보면 6월 3주(16일 기준) 서울 아파트가격 동향 조사 결과, 금주 아파트 매매가격은 0.36%로 일주일 전과 비교해 상승폭이 커졌답니다. 지난 2018년 9월 2주(0.45%) 이후 최대 상승폭이라고 하네요. 특히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기대심리와 금리 인하, 7월부터 시행되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규제 등이 맞물려 강남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일대 오름폭이 확연했다는 아리송하면서도 뻔한 진단까지 붙었고요. 자가 유무도 그렇고 상황에 따라 상승과 하락, 각각 원하는 바가 다를 텐데 일반적인 기대감은 집값 상승에 무게를 두고 있나 봅니다. 전전 정부 당시 남녀갈등과 함께 최악의 실책으로 짚던 문제가 부동산 가격상승이었는데 기대심리가 여기 편승한다니 대체 어느 장단에 박자를 맞춰야 할까요?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부동산 기대심리는 사람들이 향후 집값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갖는 기대와 전망을 의미합니다. 집값 상승에 무게를 둔 사람이 많으면 '상승 기대심리'가 강한 것이고 반대의 경우는 '하락 기대심리'로 저울추가 기운 상황인 거죠. 하지만 어느 순간 부동산 기대심리는 아예 상승 쪽에 맞춰진 듯합니다. 제대로 알아야 할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 위에서 예시로 든 자기충족적 예언을 여기 대입할 수 있죠.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집을 팔지 않고 보유하는 상황에서 집 구매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늘면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내놓은 경제주평 등을 참고하면 부동산 기대심리가 강해질 때 많은 사람들이 가격 상승 전 미리 부동산, 주식 등을 매수하려는 경향 역시 강해진다고 하네요. 자연스레 시장 수요가 늘어 초과수요가 발생하면 소비자 경쟁이 심화해 시장 가격이 상승하는 거죠. 이와 반대로 집값 하락 기대감이 강할 경우,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져 거래가 줄면서 가격이 내려갈 수 있고요. 이런 심리를 수치로 나타내는 지표가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입니다. 국토연구원 등은 매달 전국 일반 가구와 부동산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여기에 통계적 산출 방식을 결합해 해당 지수를 측정하죠. 0~200의 표준 값 사이에 '100 이상'은 가격 상승·거래 증가 기대감 우세, '100 미만'은 가격 하락·거래 감소 기대감 우세, '100 부근'은 보합세로 해석합니다. 정부는 이 지수를 참고해 부동산시장 과열, 침체, 안정 여부를 판단하고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데 활용하고요. 국민 분열 조장하는 가공의 기대심리 과거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버블 등 자산 시장의 급등 사례를 되새기면 지나친 기대감이 수요 폭증을 만들어 경기 침체를 초래한 전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대심리가 과도하게 높아지면 매도자는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하는 게 일반적이죠. 매수자가 이를 감수하고 거래에 응하면 실거래가가 시세보다 높게 형성될 수 있고요. 기대심리가 약할 때는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가격 기대 차이가 커져 거래가 이뤄지지 않거나, 실거래가가 시세보다 낮게 형성되기도 하나 요즘 같은 상황에선 떠올리긴 힘든 일입니다. 기대심리와 실제 거래가격 간에는 항상 일정한 차이가 존재하며 시장 국면, 정책, 외부 변수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그 차이가 커지거나 줄어들 수 있으니 선량한 부동산 참여자들은 시장 흐름 파악 후 적정 매수·매도 시점을 판단하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오픈채팅방 등에서 특정 아파트 단지의 가격을 일정 수준보다 낮게 중개 의뢰하지 못하도록 유도하는 등 집값을 올리려는 부동산 불법행위가 여전하죠. 이와 함께 의도적으로 부동산 기대심리를 띄우는 분위기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건설사와 금융사가 엮인 광고를 노리는 언론사들의 수익 구조도 한몫하는 만큼 어느 정도는 가공된 심리 유도로 봐도 무방할 듯하네요. 초·중반에 기재했던 자기충족적 예언을 되감아보겠습니다. 강한 믿음을 갖고 행동해 결과를 현실로 만드는 자기충족적 예언은 흐름을 탔을 때 더욱 효과적입니다. 언론에서 기대감을 반복해 노출하면 흐름처럼 느껴지게 할 수 있고요. 현실을 바꾸는 믿음은 우리의 삶도 흔들 수 있습니다. 누구의 기대가 현실이 될지는 어떤 흐름을 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을 테죠. 그 모호한 경계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오늘도 선택적 기대를 합니다. 헛된 기대가 아니길 기대하며… /이슈에디코 강민호 기자/
[악덕 지주(지극히 주관적인) 무작위 명반 소개] 열두 번째는 200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더블린에서 결성된 비교적 신진 테크니컬 데스코어 밴드 'Rings of Saturn(링스 오브 새턴)'의 'Lugal Ki En'. Lucas Mann(루카스 만)의 단독 프로젝트였던 Rings of Saturn은 미국의 익스트림 메탈 전문 레이블인 Unique Leader Records와 계약 후 정식 밴드로 활동을 시작한 이래 기술적인 연주, 초고속 기타 솔로, 복잡한 곡 구조를 내세우며 팬층을 넓혔습니다. SF(Science Fiction, 공상과학)적 상상력을 위시해 외계 생명체, 우주 등 미래지향적인 소재를 곡으로 만든 루카스 만이 밴드 방향성을 따라 멤버 라인업을 바꾸며 앨범 작업을 하는데 2014년 시월 14일에 나온 이 밴드의 정규 3집 앨범 Lugal Ki En은 빌보드 200 차트 126위에 오르기도 했죠. 고대 수메르어로 '지구의 왕, 우주의 왕'을 뜻한다는 앨범명처럼 인류 정복 후 신의 영역까지 넘보는 외계 존재들에 의한 선악 대립이라는 SF적 전쟁사(戰爭史)를 들려줍니다. 총 재생시간 44분 34초로 열두 곡이 담겼으며 루카스 만은 기타, 베이스, 키보드, 신디사이저, 프로그래밍을 맡았죠. 보컬은 Ian Bearer(이언 베어러), 기타와 베이스는 Joel Omans(조엘 오만스)이 담당했고요. 세션 뮤지션은 드럼의 Aaron Kitcher(애런 키처), 4번 트랙의 기타 솔로 Rusty Cooley(러스티 쿨리)입니다. 총평을 하자면 밴드 특유의 '뿅뿅' 우주적 오락실 사운드를 프로그레시브 기조에 버무려 전작보다 성숙함이 물씬 풍기는 앨범이라고나 할까요? 물론 장르가 테크니컬 데스코어인 만큼 기교를 가미한 초고속 강력 리프와 드러밍은 기본입니다. 오프닝 곡 'Senseless Massacre'는 각각 연주자의 솔로 파트가 돋보이며 밴드 특유의 외계적 사운드를 집약한 느낌이죠. 다음 곡 'Desolate Paradise' 역시 각 솔로 파트를 살린 브레이크다운과 하이 템포 리프를 이어가면서도 곡 중간 멜로디 파트를 넣어 자연스러운 전개를 살렸습니다. 멜로디 반복이 인상적인 세 번째 트랙 'Lalassu Xul'은 이질적인 분위기로 혼돈을 주며 게스트 Rusty Cooley의 기타 솔로가 들어가는 네 번째 곡 'Infused'에서 기술적인 면모를 한층 강화하죠. 보컬과 기타 사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돕니다. 40초의 짧은 전환곡인 5번 트랙 'Fractal Intake'는 신디사이저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6번 트랙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어 앨범의 중간부 역할을 책임지는데요. 'Natural Selection'은 인트로부터 메다꽂는 리프가 복잡하게 엉킨 리듬에 제자리를 찾아주며 중심을 잡습니다. 7번 곡 'Beckon'은 테크니컬 데스코어의 전형을 나타내는 곡으로 드럼, 기타가 곡 전체를 이끌면서 리듬과 속도감의 늪에 서서히 빠지게 하죠. 갈피를 잡기 어려운 구성이지만 '손짓해 부른다'는 곡명에 왠지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다음 곡 8번 'Godless Times'은 밴드의 초기 음악스타일을 연상할 수 있는데 기타와 신디사이저 조합의 기술적인 분산 화음이 감상포인트죠. 이 앨범 수록곡 중 가장 프로그레시브하고 말랑한 감성(?)으로 한 템포 쉬어가며 다음 곡을 기대하게 합니다. 아홉 번째 트랙 'Unsympathetic Intellect'는 복잡다단한 곡 구조와 전개를 내세워 혼돈 속의 질서를 느끼게 하며 할퀴면서 외치는 보컬의 공격성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묵직하고도 파괴적인 리프와 얼터너티브한 템포가 뒤섞인 10번 곡 'Eviscerate'는 밴드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강한 인상을 남기고요. 열한 번째 트랙 'The Heavens Have Fallen'은 7분가량의 연주곡으로 밴드 악기 파트별 역량을 재차 선보입니다. 외계 존재의 사투로 무질서했던 전쟁의 최종장을 장식하듯 다채로운 리프와 멜로디, 전개가 어우러진 곡이죠. 마지막 곡 'No Pity for a Coward'는 같은 2000년대 중반 데스코어 부흥기의 주축에 섰던 밴드 'Suicide Silence'의 대표곡을 재해석한 노래입니다. 원곡과 비교해 역시나 기술·공격적인 면모를 부각했으며 2012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원곡 밴드의 보컬리스트 Mitch Lucker(밋치 러커)를 추모하는 의미도 담았다고 하네요. 매번 앨범을 소개할 때마다 '글로 보는 것과 귀로 듣는 일은 천양지차'라는 첨언을 꼭 붙이고 싶습니다. 이번 앨범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Senseless Massacre 3:34 Desolate Paradise 3:25 Lalassu Xul 3:39 Infused (feat. Rusty Cooley) 3:21 Fractal Intake 0:40 Natural Selection 3:54 Beckon 3:28 Godless Times 3:32 Unsympathetic Intellect 4:06 Eviscerate 4:27 The Heavens Have Fallen 6:51 No Pity for a Coward (Suicide Silence cover) 3:30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덥습니다. 이제 완연한 초여름 기온이네요. 흰 함박눈이 유난히 많이 내렸던 몇 개월 전 겨울이 그리워지려 합니다. 순백, 흰색은 다양한 문화권에서 오염되지 않은 순수함과 신성함, 청결, 정화를 의미합니다. 또 고요와 평화, 보호, 단순, 공평의 이미지도 내포하고 있죠.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캔버스와 체스의 흰색 말에서 연상할 수 있듯 새로운 시작과 가능성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역 문화에 따라 흰색은 죽음, 슬픔, 항복 등 부정적인 의미를 갖죠. 특히 어떤 이들에게 흰색은 저주입니다. 오는 13일은 국제 백색증 인식의 날(International Albinism Awareness Day), 25일은 세계 백반증의 날(World Vitiligo Day)인데요. 선천적 유전 질환인 백색증은 멜라닌 생성 효소 결핍으로 야기되며 피부, 머리카락, 눈에 색소가 거의 없어 시각 장애, 피부암 발생 위험이 높습니다. 시력 저하와 자외선 민감성이 주요 증상이며, 전 세계적으로 1만~2만 명당 1명꼴의 질환자가 나타난다고 하죠. 무엇보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선 신체 일부를 부적처럼 여겨 신체 훼손 등 끔찍한 범죄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백색증 환자의 신체 부위가 주술적 효능이 있다는 미신 탓에 2015년 이후 탄자니아에서만 150건 이상의 살인 사건이 보고됐죠. 이에 국제연합(UN)은 지난 2014년 12월 총회 결의안을 통해 백색증 환자에 대한 차별·폭력 문제 등의 인권 침해를 해결하고자 국제 백색증 인식의 날을 제정했습니다. 25일에 떠올려야 할 백반증은 피부의 멜라닌 세포가 사라지면서 국소적으로 색소가 탈락되는 자가면역 질환입니다. 보통 10~30대에 발병하며 스트레스나 자외선 노출이 유발 요인으로 추정되고요. 백반증으로 고생하던 팝스타 마이클 잭슨이 세상을 떠난 2009년 6월25일을 기리며 2011년 세계 백반증 재단이 주도해 이날을 만들었다죠. 백반증 환자의 고통 경감과 치료법 개발 및 환자 커뮤니티 활성화 도모를 목적으로 제정됐습니다. 백반증 역시 전염성은 없으나 외모 편견, 사회적 낙인 등에 기인해 심리적 고통까지 겪는 경우가 대다수랍니다. 우간다 등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는 백반증 환자를 불길한 징조로 여겨 사회적 문제라고 하네요.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아 2015년 대한백반증학회에서 전국 1123명의 백반증 환자를 대상으로 대면조사를 시행한 결과, 48.8%가 사회활동 장애를 경험했으며 65%는 정서적 곤란을 호소했습니다. 두 질환은 피부 색소와 관련됐다는 공통점 외에 발병 원인, 치료방법, 사회적 대처방안 등에서 큰 차이가 있는 만큼 독립적인 날짜로 기념하게 된 거고요. 아울러 백색증은 완치 방법이 없으며, 자외선 차단과 시력 보호에 주력해야 합니다. 백반증은 광선치료, 스테로이드 연고, 신약 치료 등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데 조기 진단 시 치료 효과가 좋다고 하네요. 상술했듯, 캔버스는 흰색입니다. 어떤 색을 입힐지는 우리의 선택이죠. 원치 않게 하얀 피부를 갖게 된 사람들이 더 이상 두려움에 떨지 않도록 그 흰색 위에 관심과 보호의 색을 덧칠했으면 합니다. /이슈에디코 강민호 기자/
매년 6월6일은 우리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운동가, 순국선열, 참전용사, 전몰장병, 순직 공무원 등 모든 호국영령의 넋을 기리고 희생과 충절을 추모하는 국가적 추모일이자 법정공휴일인 현충일(顯忠日)이죠. 나라사랑의 마음을 새롭게 다지는 현충일은 1956년 6월6일 처음 제정됐는데 6·25전쟁이 발발한 달이자, 과거 망종(芒種) 무렵 조정에서 병사들의 유해를 매장하고 제사를 지내는 등 예를 갖췄던 전통을 반영해 이 날짜로 정했답니다. 고려 현종 5년인 1014년, 망종 날이면 전쟁에서 죽은 장병의 뼈를 집으로 보내 제사를 지내게 했다는 기록도 있고요 이날은 대통령을 위시한 정부 주요 인사와 국민은 국립묘지 등에서 참배하고 오전 10시에는 전국적으로 1분간 묵념을 하며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조의를 표하는 의미를 담아 태극기를 깃대 끝까지 올린 뒤, 깃면 너비만큼 내려서 다는 조기(弔旗)로 게양하죠. 관공서는 오전 7시부터 자정, 일반 가정은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게양하는 게 통상적이며 비, 강풍 등 악천후에 국기 존엄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을 때는 게양하지 않거나 날씨가 갠 후 다시 게양합니다. 이와 함께 경사스러운 날이 아니므로 거리용 가로기는 게양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다른 깃발과 함께 게양할 때는 모두 조기 게양하고 태극기를 가장 높은 위치로 올려야 하죠. 이처럼 우리의 국기를 떠올리는 순간은 대개 국가적 추모일이나 경건한 의례가 있는 날에 한정되지만,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전 국민이 매일매일 태극기를 바라보며 일상을 멈추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1989년 1월20일 이전 우리나라에서는 하절기 오후 6시, 동절기 오후 5시면 전국에서 국기하강식(國旗下降式)을 거행했었죠. 라디오나 텔레비전에서 애국가가 나오면 모든 국민은 장소 상관없이 하던 일을 멈추고 국기를 바라보며 가슴에 손을 얹었습니다. 하루 동안 게양했던 국기를 내리는 이 의식은 국기에 대한 존경과 예를 표하고, 국가적 상징물의 위엄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절차였으나 현재는 군부대와 일부 기관, 특별한 행사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됐죠. 전 국민이 함께 움직이던 국기하강식을 폐지한 이유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국가·병영·획일주의에 대한 비판과 개인의 자유 침해라는 사회적 인식변화가 강해졌기 때문입니다. 불과 40년도 지나지 않은 과거엔 1979년 부마항쟁 및 10·26 사건과 엮인 비상계엄,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진압하려던 비상계엄 등의 시퍼런 서슬이 국가주의적 강제를 만들며 개인의 자유를 침해했던 거죠.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참 많았습니다.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처럼 부부싸움 중에도 국기하강식이 시작되면 다툼을 멈추고 함께 국기를 바라보며 예를 갖추는 일 정도는 항다반사였고요. 기차역에서는 하강식으로 열차를 놓치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단체 달리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1981년 11대 국회의원 선거 때는 한 후보가 마감 직전 선거관리위원회에 도착했으나, 국기하강식이 시작되는 바람에 접수 시간을 넘겨 출마하지 못한 사례도 있었죠. 이렇듯 과거 한때의 국기하강식은 단순한 의례가 아니라 하루의 일부를 멈추는 집단적 체험이자 우리 현대사의 강제된 추억이기도 했습니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
지난 29일 한국은행(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연 2.75%에서 0.25%포인트(p) 인하한 2.50%로 결정했습니다. 저성장 흐름에 맞선 경기 부양 조치라는 설명이 뒤따랐고요. 하지만 현 정부 들어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 방향이 경기 부양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의견에 공감하는 국민이 많습니다. 왜 많은 이들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요? 이번 '앎?'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의 맥락과 효과 등에 대한 여러 풀이들을 쉽게 정리해 봤습니다. 일단 크게 짚으면 소비와 투자를 살리기 위한 기반 자체가 부실하기 때문인데요. 허리띠를 조인 실정에 들어오는 돈은 늘지 않아 경기가 위축된 상태인 거죠. 한은은 미국의 금리 조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가계 및 자영업자 빚 부담 완화를 꾀하고자 금리 인하를 결정한 겁니다. 다만 LG경영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 등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정부의 재정투입, 구조개혁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죠. 시장이 너무 영하권이라 금리 인하라는 불씨만으로는 온화한 경기 부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해석이 적당할 듯합니다. 이론적으로 인플레이션 공포감이 옅은 시기에 금리를 내리면 가계는 이자 부담이 줄어 씀씀이를 늘리고, 기업은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투자를 하며 소비와 경기가 동시에 살아나야 하지만 지금은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형국이니까요. 금리의 방향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차가 있다곤 해도 지금처럼 유래를 찾기 힘든 경제 냉각기에 활성화 동력은 확실하게 필요합니다. 금리 정책이 성공한 대표적 사례를 꼽자면 1997년 IMF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한은은 이 한 해에만 기준금리 다섯 차례 인하하며 기업 구조조정은 물론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도모했죠. 결국 자금 시장 안정화로 기업 도산이 둔화하고 민간 소비도 회복세를 나타냈던 전례입니다. 1998년 -5.1%였던 국내 총생산(GDP) 성장률은 1999년 10.7%, 2000년 8.9%로 강한 반등세를 보였고요. 이처럼 금리 인하 시점과 강도, 정부 정책에 이르는 3박자가 잘 맞아떨어진 또 하나의 전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혼란 초기였던 2020년 실물경제 쇼크 당시입니다. 이때 한은은 3월과 5월의 인하 조치로 사상 최저 수준을 유지했고 정부는 재난지원금 지급과 소상공인 대출 보증을 확대해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화했죠. 이 시기 GDP 성장률은 2020년 –0.7%, 2021년 4.3%입니다. 그렇다면 부동산 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일단 금리가 내려가면 이자 부담이 줄어 대출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수요를 자극해 거래가 활발해지는 경우가 통상적입니다. 이와 함께 예·적금의 이점이 더욱 감소해 부동산에 투입되는 자금이 증가하고요. 집값 상승 이슈도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우죠. 누차 언급하게 되지만 지금 같은 경제 위축 시기에 금리를 내렸다면 주택을 구매할 자금여력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반응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시점인 거죠. /이슈에디코 강민호 기자/
최근 10년 동안, 매년 약 2만 건에 달하는 아동 실종 신고가 접수되고 있습니다. 백에 백을 곱하고 여기에 갑절을 더해야 할 만큼 많은 부모들이 해마다 마음이 무너지는 고통을 겪는 거죠. 이는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보건복지부의 연도별 실종아동 신고현황 자료를 취합한 수치로 지난해 기준 1년 이상 찾지 못한 아이는 1050명입니다. 20년 이상은 1128명으로 전체 장기 실종사례 중 79.6%에 이르고요. 매년 5월25일은 세계 실종 아동의 날입니다. 실종 아동 모두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국민들에게 실종아동 예방을 교육하고 홍보하는 날이죠. 1979년 5월25일 미국 뉴욕에서 6세 아동이 유괴 후 살해된 이튼 패츠(Etan Patz, 1972~1979?) 실종사건에 기인해 1983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이 제정했습니다. 이날의 상징인 초록색 리본은 실종 아동의 안전한 귀가를 바라는 희망과 지속적인 관심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1992년 캐나다 역사상 최악의 연쇄 살인 사건으로 희생된 15세 실종 피해자 크리스틴 프렌치(Kristen French, 1976~1992)를 추모하는 '희망의 초록 리본' 캠페인에서 비롯됐으며 이날 여러 나라 관련 기관 및 단체들은 초록 리본 배지 배포 및 기념행사를 전개합니다. 초록색은 희망과 더불어 생명, 기다림, 기억, 연대의 의미를 내포한 색으로 어둠 속의 빛을 따라 실종 아동이 안전하게 돌아오기를 바라는 간절함을 나타내며 사회적 관심을 호소하는 국제적 상징물이 됐죠. 일부 기념일의 시각적 상징인 리본 색상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의미를 내세워 기념일과 연계해 활용하는 게 일반적이고요. 사회적 관심을 모으는데 효과적인 역할을 하는 주요 기념일별 리본 색상을 알아보며 이번 편 마무리하겠습니다. '검정색' 일반적인 추모, 5월 흑색종 인식의 달 '파란색' 3월 대장암 인식의 달, 4월2일 세계 자폐 인식의 날(퍼즐조각리본도 혼용), 9월 전립선암 인식의 달(연한 파란색) '노란색-파란색' 3월21일 다운증후군의 날 '주황색' 4월 아동 학대 예방의 달, 6월 첫 금요일 총기폭력 인식의 날 '연보라색' 4월 식도암 인식의 달(페리윙클·periwinkle) '회색' 5월 뇌종양 인식의 달 '보라색' 5월10일 세계 루푸스의 날, 5월19일 세계 염증성 장질환(IBD)의 날, 9월 알츠하이머 인식의 달, 11월 췌장암 인식의 달 '초록색' 5월 정신건강 인식의 달, 5월25일 세계 실종 아동의 날 '노란색' 9월10일 자살예방의 날, 세월호 참사 추모 '금색' 9월 소아암 인식의 달 '분홍색' 10월 유방암 인식의 달 '하늘색' 11월 전립선암 인식의 달 '하얀색' 11월 폐암 인식의 달, 2월 마지막 날 세계 희귀질환의 날, 11월25일 여성폭력 추방의 날 '은색' 11월 뇌전증 인식의 날 '빨간색' 12월1일 세계 에이즈의 날 /이슈에디코 강민호 기자/
오전이 지나 해가 사라지더니 별안간 선선해져 뜨거운 물에 사마한(Samahan) 티백을 우려 마셨습니다. 스리랑카의 전통 허브 차라는데 이 나라에서는 특산물인 실론티 다음으로 유명하다고 하네요. 생강·커민·감초·후추·고수풀 등 열네 가지 천연재료가 섞인 약용 음료로 감기 증상·스트레스 완화는 물론 면역력 강화, 소화 개선에 효과가 있답니다. 차 한 모금과 함께 이렇게 설명해도 협찬광고는 절대 들어오지 않을 거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무심코 달력을 보니 올해도 어느덧 중반과 가까워졌네요. 게다가 내일은 5월18일이고요. 독자 여러분 모두 잘 아시겠지만, 1980년 5월18일부터 27일까지 전라남도 광주시(지금 광주광역시)와 인근 지역에서 전두환 신군부의 군사독재 및 계엄령에 맞섰던 시민 주도의 5·18 민주화운동은 결과적으로 1993년 문민정부 출범의 기틀이 됐습니다. 또 이 역사적인 날은 1997년 법정기념일인 5·18 민주화운동기념일, 1998년 5·18특별법 제정을 이끈 것은 물론, 2011년 국제연합(UN) 교육·과학·문화기구인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죠. 2019년 11월, 중국의 탄압에 맞서 민주주의를 부르짖던 홍콩 시위대는 5·18 민주화운동과 1987년 6월 항쟁을 언급하며 진정한 자유에 대한 갈망을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사마한 허브 차의 나라 스리랑카에서도 5월18일은 특별한 날인데요. 2009년 이날, 스리랑카 내전이 공식 종료됐기 때문입니다. 1983년 7월23일 발발해 25년간 이어진 스리랑카 정부군과 소수민족인 타밀족 타밀 엘람 해방 호랑이(LTTE, Liberation Tigers of Tamil Eelam) 반군의 갈등은 본질면에선 차이가 있을지언정 5·18 민주화운동과 공통점이 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은 일부 시민단체와 유족들의 주장대로라면 2000명 이상, 스리랑카 내전은 약 70만 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는 등 헤아리기 힘들 만큼 무고한 희생이 뒤따랐죠. 또 5·18의 시민군과 스리랑카의 LTTE 모두, 자치 기능을 갖춘 조직을 구성해 항거했습니다. 그러나 스리랑카는 싱할라족과 타밀족 간 종교·민족적 갈등이 내전의 발단이었고 5·18 민주화운동은 시민과 군사정권이 대립한 정치적 민주화 투쟁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아울러 5·18 이후 우리나라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로 사회적 화해를 모색했으나 스리랑카는 2022년 경제위기 때 내전 중 인권침해 세력이 다시 권력을 잡으며 사회적 갈등이 재점화했죠. 과거사 청산은 이처럼 국민의 행복과 직결되는 미래를 위해 중요한 사안입니다. 이런 까닭으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역사의 마침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미래를 잇는 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
[IE 금융]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선 가운데 카드사에서 받는 장기카드대출(카드론)도 신용대출로 분류한다는 방침을 내렸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및 은행 신용대출에 카드론을 더해 주택 매매에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카드사의 추후 실적은 암울할 전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전날 여신금융협회와 카드사에 카드론이 신용대출에 포함된다는 유권해석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카드업계는 카드론을 신용대출에 포함 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저신용자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냈지만 당국은 이를 묵살했다. 기타 대출로 분류되는 카드론은 서민의 급전 창구로 불리며 각종 규제에서 제외됐다. 때문에 카드론까지 실행해 주택 구입을 하는 사례도 여럿 발생했다. 다만 금융위는 현금서비스의 경우 신용대출에서 제외했다. 카드론보다 대출 한도가 작을뿐더러, 다음 달 바로 갚아야 하는 특징을 지녔기 때문. 이처럼 카드론이 신용대출에 포함되면 카드사 실적에 큰 타격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카드사는 카드결제수수료가 13년째 내려가자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를 수익원 중 하나로 활용했다. 여신금융협회 자
[IE 산업] 엠게임이 개발하고 서비스 중인 타격 액션 온라인 역할수행게임(RPG) '아레스 온라인'이 서비스 21주년을 맞아 하반기 개발 로드맵을 공개, 대규모 기념 이벤트를 진행. 3일 엠게임에 따르면 아레스 온라인은 종교와 민족 간 대립을 소재로 한 세계관과 파격적인 전투 시스템을 갖춘 3D RPG. 지난 2004년 정식 출시 이후 21년간 서비스를 이어오며 국내외 유저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는 게임. 엠게임은 이 게임의 21주년을 기념해 오는 10월16일까지 다채로운 시즌 이벤트를 진행. 먼저 이벤트 기간 매일 오후 7~10시까지 사냥 시 경험치 210%를 추가 획득할 수 있는 '핫 타임 버프' 적용. 또 이달 15일에는 하루 동안 특별한 '생일 버프'도 있을 예정. 해당 기간에는 기본 경험치 획득량 증가, AP 및 도덕경험치 추가 획득 등 혜택 제공. 이 기간 '장비 렌탈권'과 '접속도장'을 지급하는 일일 접속 보상 이벤트도 시작. 장비 렌탈권은 10등급 무기, 강화 백호 장비, 수르트 장비 등 고급 장비를 30일간 체험할 수 있는 아이템. 접속도장은 경험치 2배 포션, 대량의 AP, 신비한 묘족 변신스킨 등으로 교환 가능. 여기 더해 '신비한 묘
[IE 금융·산업] 신한카드와 LG전자가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부담을 덜어줄 'LG전자 The 구독케어 신한카드(LG전자 구독카드)'를 출시. 3일 양 사에 따르면 LG전자 구독카드는 스타일러, 스탠바이미, STEM 냉장고 등 LG전자의 프리미엄 가전 제품을 구독하는 고객에게 전월 이용 실적에 따라 할인 혜택을 제공. 만약 전월 이용금액 30만 원 이상 70만원 미만인 경우 1만3000원, 70만~130만 원 미만일 시 1만6000원 130만 원 이상인 경우 2만 원까지 할인 가능. 또 LG전자 구독 서비스를 한 달에 7만 원 이상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추가 1만 마이신한포인트도 지급. 신한카드와 LG전자는 카드 출시를 기념해 오는 31일까지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 우선 이벤트 기간 내 카드 발급과 함께 LG전자 구독 서비스를 자동 납부 신청한 고객을 대상으로 추가 3000원 할인 혜택을 72개월 동안 제공. 이는 전월 이용금액 30만~70만 원 미만 구간이어야 하며 마스터(Master) 브랜드 카드 소지 고객에게만 해당. 이 외에도 여러 고객 참여형 경품 행사를 통해 스타벅스 카페 아메리카노(Tall), GS25 모바일 상품권(5000원), 마이신
'영화를 좋아하는 김수경의 영화·씨네필 관련 이모저모 이야기' 지난달 30일 올해 첫 전국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데요. 폭염주의보는 최고 체감온도 33도를 웃도는 상태가 이틀 이상 이어질 때 내려집니다. 정말 가만히만 있어도 땀이 줄줄, 기운이 빠지는 요즘인데요. 이런 여름마다 누구든 한 번쯤 공포, 스릴러, 좀비 등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영화를 찾게 되죠. 최근 화제가 된 개봉작 중 하나인 '28년 후'도 좀비물이고요. 지난달 19일 개봉한 이 영화는 상영하기 전부터 관객의 관심을 한껏 받았습니다. '달리는 좀비'를 처음 선보이며 우리가 전형적으로 아는 좀비의 기틀을 만든 '28일 후'의 무려 18년 만의 속편이기 때문이죠. 28일 후 감독과 각본가인 대니 보일과 알렉스 가랜드는 이번 속편을 위해 다시 손을 잡았고요. '오펜하이머'로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킬리언 머피가 주연 및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기대치를 더욱 올려놓았습니다. 그러나 개봉 후에는 이 영화에 대한 '호불호'에 대한 의견이 팽팽해졌는데요. 좀비라는 변개체를 마주쳤을 때의 스릴과 긴박함, 사투가 극히 적어 좀비물만의 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