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JTBC '사건반장'을 통해 보도된 내용대로라면 이달 5일 밤, 서울 잠실 석촌호수에서 50대 택시 기사가 일본인 커플을 태웠습니다. 우버(Uber) 앱으로 호출한 택시의 목적지는 명동역 3번 출구였고 미터기에 찍힌 요금은 1만9100원이었죠. 그러나 도착 후 일본인 남성은 자신이 앱에 입력한 목적지가 아니라며 요금 지불을 거부한 채 택시에서 내렸고 택시 기사가 뒤따르자 일본어로 '바보, 멍청이'라는 욕설을 내뱉었습니다. 욕을 한 것도 모자라 실랑이 끝에 폭행까지 저지른 일본인은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더했답니다. "조센징." 저도 몇 마디 던져주고 싶은데 명색이 사람답게 행동하는 사람인지라 속으로만 조금 거칠게 욕하도록 하겠습니다 경찰 조사를 마친 이 남성은 다음 날 아침, 예약해둔 항공편으로 유유히 출국했다죠? 단순 폭행죄의 법정형이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이라 출국금지 요건인 '장기 3년 이상'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반대 사례도 있죠. 서울시가 지난해 6월 도입한 'QR 택시 불편신고 시스템'으로 접수된 외국인 불편신고는 도입 7개월간 487건에 달했습니다. 가장 많은 유형은 부당요금으로 미터기 없이 지도앱 기준보다 몇 만 원 더 청구한 사례 등이 있었고요. 택시라는 밀폐된 좁은 공간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언제든 상존할 수 있는 어색하고도 답답한 풍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죠. "찰칵! 시비는 가라" 300환의 혁명 정확히 64년 전 오늘인 1962년 4월 17일. 서울 시내에 낯선 기계를 단 택시 300대가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기계는 '자동요금계산기'라는 이름의 미터기로, 당시 서울 택시 2700여 대 중 우선 300대만 장착한 시험 운행이었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대단했다고 하네요. 그 이전의 택시 내부는 흥정의 법칙이 존재하던 공간으로, 목적지를 말하면 기사가 값을 부르고 승객과 합의가 되지 않으면 운행을 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비 오는 날이면 기사의 기세가 하늘을 찔렀고 바가지 시비는 일상이었죠. 같은 거리를 타도 날씨와 시간, 기사의 기분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 주먹구구식 체계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애초에 체계라고 하기도 부끄러운 수준이었군요 미터기 기본요금은 300환. 2㎞까지는 어디를 가든 300환이었고, 그 이후 500m를 넘길 때마다 50환씩 추가됐습니다. 20분 대기료 50환도 별도로 가산됐고요. 찰칵 찰칵 미터기가 올라갈 때마다 시민들은 신기해하면서도 초조해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는데, 하긴 기계가 정해주는 요금이라는 개념 자체가 낯선 시대였으니까요. 기사들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시비가 없어져서 좋았지만 흥정이 사라지니 하루 수입이 2000~3000환씩 줄었다는 불만이 터진 거였죠. 또 당시 시발택시 권리금이 300만 환이던 시절에 미터기 한 대 가격은 10만5000환 정도로 비용 부담 탓에 장착을 꺼리는 기사도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6월 10일, 화폐개혁을 단행해 10환이 1원이 되면서 300환은 30원이 됐고, 1966년 요금 재조정 때는 기본 2㎞에 60원, 500m당 10원 체계로 바뀌었죠. 기계가 정한 가격에는 시비를 걸 수 없다는 은근히 암묵적인 합의는 택시미터기의 탄생 의의와도 직결됩니다. 1891년 독일의 빌헬름 브룬(Wilhelm Bruun)이 마차 시대의 흥정 문화 종식을 위해 발명한 택시미터가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으로 퍼지며 성과를 달성했죠. 서울에 도착하기까지 71년이 걸렸지만 미터기 보급 후 우리나라의 택시 운수제도는 빠르게 근대화해 1962년 2887대였던 서울 택시는 1970년 1만 대를 넘긴데 이어 1988년 5만 대를 넘어섰습니다. 다시 짚어야 할 미터기의 존재 미터기가 처음 도입되고 64년이 흐르며 꽤 많은 변화가 있던 와중에 기계식 미터기 액정 한 칸을 차지하며 택시 바퀴와 함께 달리던 작은 초록 말도 자취를 감췄습니다. 심야 도로를 쏜살같이 달리는 택시 안에서, 이 눈치 없는 말은 승객의 마음은 아랑곳 않고 미친 듯 다리를 놀리며 요금을 올렸었죠. 그러던 것이 2023년 2월, 서울시가 앱 미터기 설치를 의무화하면서 바퀴 회전수로 요금을 매기던 기계식 미터기는 100여 년 만에 서울 택시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습니다. 요금 인상 당일 새벽이면 서울 마포구 난지천 공원 주차장에 택시 수천 대가 모여 봉인을 떼고 프로그램을 바꾸던 진풍경도 더는 볼 수 없게 됐고요. 현재의 택시에는 GPS 기반 앱 미터기가 달려 있습니다. 영수증에는 영문 병기와 함께 심야·시계외 할증 여부까지 표시되죠. QR코드를 찍으면 바로 신고 가능하고, 바가지요금이나 승차거부로 3회 적발 시 면허가 취소되는 삼진아웃제까지 운영 중입니다. 흥정의 달인인 1962년의 택시 기사들이 본다면 경이로울 정도로 투명한 시대지만 시비는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양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한쪽에서는 미터기와 무관하게 임의로 요금을 청구하고 다른 쪽에서는 호출앱을 먹통처럼 여겨 요금 지불을 거부하죠. 미터기는 요금, GPS는 위치, 영수증은 결제의 신뢰도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신뢰의 개선을 이끈 이 세 가지 모두 경우를 벗어난 상대방에게는 무용지물일 뿐입니다. 미터기가 있든 없든 택시 기사, 승객은 앞좌석과 뒷좌석 사이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선을 넘는 일 없이 서로의 자리를 인정해야 합니다. 그것이 300환이든 1만9100원이든, 요금보다 먼저 건네야 할 것은 아마 신뢰를 전제 삼은 존중이어야 할 테고요.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두 달 후면 2026 FIFA 월드컵이 시작됩니다. 미국·캐나다·멕시코 세 개 나라에서 공동 개최하는 이번 대회는 역대 최다인 48개국이 참가하고 기간도 한 달 이상 늘었는데요. 그만큼 TV 앞에 모일 이유가 그 어느 때보다 많아졌습니다. 삼성전자는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전날 이 회사는 '더 퍼스트룩 서울 2026(The First Look Seoul 2026)'을 열고 2026년형 TV 라인업 전체를 공개했는데요. 마이크로 RGB·OLED·네오 QLED·미니 LED에 이동형 스크린, 스피커까지 총출동했습니다. 이날 내내 반복된 키워드는 하나였는데요.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용석우 사장은 "인공지능(AI)은 선택이 아니라 기준이 될 것"이라며 올해 자사 TV 99%에 AI를 탑재하겠다고 선언했는데요. 프리미엄만이 아닌 보급형까지 전 라인에 AI를 심겠다는 겁니다. ◇"해설자 소리 꺼줘" 말 한마디로 조종하는 TV 삼성전자가 이번에 내세운 통합 AI 플랫폼은 '비전 AI 컴패니언(Vision AI Companion)'입니다. TV 시청 중 음성 명령만으로 콘텐츠 관련 정보를 바로 꺼내주는 시스템인데요. 빅스비(Bixby)·퍼플렉시티(Perplexity)·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Microsoft Copilot)을 모두 탑재해 업계 최다 AI 서비스를 한 TV에서 쓸 수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 보고 있는 영화 촬영지가 어디야?"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경기 전적 알려줘"와 같은 질문을 던지면 TV가 바로 대답하는 식이죠. 새벽에 놓친 경기 하이라이트나 선수 정보도 물어보면 바로 찾아준다고 합니다. 월드컵을 겨냥한 'AI 축구 모드 프로'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AI가 실시간 경기 장면을 분석해 잔디와 유니폼 색상을 또렷하게 살리고 관중 함성·북소리·해설 사운드도 따로 제어하는 기능인데요. 이는 "해설자 소리 꺼줘" "배경 소리 줄여줘" 같은 말로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목소리마다 고유 주파수를 분리해 선택적으로 출력하는 방식이라고 하네요. 새벽에 아이들 깨울까 봐 볼륨 낮추고 싶을 때도 그냥 말하면 됩니다 ◇마이크로 RGB 65형부터…보급형 미니 LED도 등장 지난해 8월 115형 한 모델로 처음 등장했던 '마이크로 RGB' TV가 이번에 대폭 확대됐습니다. 65·75·85·100형으로 라인업을 늘려 대중화에 나서는 건데요. 이는 100㎛ 이하 크기의 RGB LED를 백라이트로 사용해 색상과 밝기를 정교하게 제어하는 방식입니다.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미니 LED' TV도 주목할 만합니다. 기존 QLED 라인업을 사실상 대체하는 포지션으로, 85형 기준 출고가 339만 원(MH80 시리즈)부터 시작해 보급형 수요를 노립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단순히 싼 제품이 아니라 미니 LED만의 새 기술을 접목해 기존 QLED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OLED 신제품에는 '플로트 레이어(FloatLayer)' 디자인이 새로 적용됐습니다. 화면이 마치 벽에 걸린 액자처럼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인데요. 빛 반사를 없애주는 '글레어 프리(Glare Free)' 기술도 SH90까지 확대 적용됐습니다. '더 프레임' 아트TV에는 98형 초대형 모델이 새로 추가됐고요. 실제 작품 사이즈에 가까운 대화면에 0.9mm 슬림핏 설치가 가능해 인테리어 부담도 줄었다고 합니다. 이동형 스크린 '무빙스타일'은 기존 최대 55형에서 85형까지 라인업을 확대했는데요. 소상공인 수요를 겨냥해 매장 콘텐츠 관리 솔루션도 하반기 탑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현재 무빙스타일 고객의 약 3분의 1이 소상공인이라고 하네요.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숙박업이나 한옥 스테이에서는 여러 객실에서 이동형 TV를 번갈아 사용하거나 쿠킹 클래스에서 스크린을 활용한 수업을 통해 매출이 증가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세계적 디자이너 협업 스피커…"거실에서 공연 즐긴다" 신제품 스피커 '뮤직 스튜디오(Music Studio) 7·5'는 세계적인 가구 디자이너 에르완 부훌렉(Erwan Bouroullec)과의 협업으로 완성됐습니다. 원형 디자인에 전통적인 스피커의 '닷(점)'을 반영해 감각적인 인테리어 요소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데요. 뮤직 스튜디오7은 3.1.1채널로 한 대만 설치해도 좌·우·전방·상방향 4방향 3D 입체 사운드를 제공합니다. 최대 35kHz까지 지원하는 슈퍼트위터도 탑재했고요. 뮤직 스튜디오5는 2.0채널에 삼성 독자 블루투스 코덱 SSC를 통해 24bit·96kHz 고품질 음원을 안정적으로 재생합니다. 플래그십 사운드바 'HW-Q990H'는 TV 대사 소리가 TV 중앙에서 나오는 것처럼 오디오 출력 위치를 재배치하는 '사운드 출력 위치 조정' 기술을 갖췄습니다. TV와 스피커를 연결하는 'Q심포니' 기능으로는 최대 5대의 사운드바·와이파이 스피커를 조합해 풍부한 음향을 구성할 수 있다고 하고요. ◇신혼부부 집중 공략…"TV는 구독으로 사는 게 베스트" 삼성전자는 이날 국내 고객을 위한 전략도 따로 챙겼습니다. 'AI 구독클럽'을 통해 마이크로 RGB 85형을 월 5만 원대에 구독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총 구독료 일부를 선납하면 추가 4% 할인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총괄 임성택 부사장은 "TV는 구독으로 사는 게 베스트"라고 직접 말하기도 했는데요. 카드사·은행 제휴 캐시백 혜택까지 더하면 부담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겁니다. 혼수 시장도 겨냥했습니다. 신혼부부를 올해 주요 타깃으로 삼고 구독 혜택을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벽에 구멍을 내지 않는 '무타공 설치 서비스'와 비내력 벽 설치 서비스도 하반기에 도입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삼성 TV 플러스도 강화됐습니다. 현재 전 세계 1억 대 이상 TV에서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서비스인데요. 뮤지컬 '영웅' '사랑의 불시착' 공연, RIIZE·NCT WISH 등 SM아티스트 콘서트를 매달 새롭게 제공할 예정입니다. 구글과 공동 개발한 차세대 3D 오디오 기술 '이클립사 오디오(ECLIPSA AUDIO)'도 지원하고요. 한편, 이번 자리에서는 중국 TV업체의 출하량 추격과 소니·TCL 합작법인 출범 등 녹록지 않은 환경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용 사장은 "소니 전체 출하량은 우리 10분의 1 수준"이라며 중국 AI TV와의 차이에 대해서는 "소비자에게 AI 경험을 어떻게 제공하느냐가 핵심"이라고 답했습니다. 올해 처음 보급형까지 AI를 심은 삼성전자. 월드컵이라는 호재까지 등에 업고 'AI TV 대중화 원년'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최근 우리나라 국회 본회의장에 뜬금없이 짐 캐리가 등장했었죠. 이달 10일, 26조2000억 원 규모의 전쟁추경 표결을 앞둔 반대토론에서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중국인 관광객 대상 '짐캐리 서비스' 예산을 비판하기 위해 영화배우 짐 캐리의 사진을 들고 나온 겁니다. 짐 운반 서비스와 할리우드 배우의 이름이 같다는 데서 비롯된 해프닝에 어안이 벙벙했죠.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을 접하니 짐 캐리 주연의 2007년작 영화인 '넘버 23'이 떠오릅니다. 평범한 남자가 어느 날 한 권의 책을 집어 든 뒤 자신의 생일과 집 주소, 이름의 알파벳 합계도 전부 23에 수렴한다는 사실에 매몰돼 광기로 물드는 모습을 보여주는 스릴러였죠.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하면 세상 모든 것이 그 숫자로 보인다는, 일종의 인지적 함정을 다룬 영화였는데 저는 23이 아니라 118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요즘 만사가 귀찮고 잠만 오는 걸 보면 무슨 병인 것 같기도 하고요 눈과 열대야 그리고 빵과 장미의 118년 정확히 1년 전 오늘인 2025년 4월 13일, 벚꽃이 흩날리는 서울에 종로구 소재 송월동 기상관측소 기준 적설량 0.6㎝의 눈이 내렸습니다. 1907년 근대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4월 중순에 눈이 쌓인 것은 118년 만에 처음이었다죠. 잠실야구장에서는 프로야구 경기 도중 눈발이 날려 경기가 중단됐고, 여의도 벚꽃길에서는 우박을 피해 달리는 상춘객들의 모습이 뉴스를 장식했습니다. 전날 낮 기온이 22도를 넘었는데 하룻밤 사이 1도까지 곤두박질친, 말 그대로 봄과 겨울이 한 장면에 공존한 날이었죠. 그보다 몇 달 전인 2024년 여름, 서울에서 정반대 상황의 118년 기록이 또 하나 나왔습니다. 7월 21일부터 시작된 열대야가 26일 연속 이어지며 역시 기상관측 118년 만에 최장 연속 기록을 경신한 겁니다. 지난 2018년의 기록과 일수는 같았지만, 최근 기록을 상위에 놓는 기상 기록의 원칙에 따라 역대 1위가 됐죠. 더위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고 지난해 여름에는 서울 열대야 일수가 46일까지 치솟아 또다시 118년 만의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한참 먼 과거인 1908년 3월 8일, 118은 인권의 역사에도 자취를 새겼죠. 이날 미국 뉴욕에서 1만5000여 명의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빵과 장미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빵은 생존권, 장미는 참정권의 의미로 올해는 그날로부터 118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1세기를 훌쩍 넘기는 동안 여성의 권리는 분명 신장됐지만 재작년 6월, 세계경제포럼(WEF)은 '글로벌 성별 격차 보고서'를 통해 당시 속도라면 전 세계의 완전한 성평등 달성에 134년이 더 필요하다고 내다봤죠. 118년이 지난 전 세계 곳곳의 현재, 허기를 달랠 만큼 빵은 구했으나 화병을 장식할 장미는 아직도 부족합니다. 118, 지도 한 장과 원소의 문제적 존재 1907년, 캄보디아를 지배하던 프랑스가 태국의 시암 왕국과 국경 조약을 맺으면서 작성한 지도 한 장. 이 지도에서 프랑스 측량팀은 10세기에 지어진 쁘레아비히어르 사원(Preah Vihear Temple)을 캄보디아 영토에 표시하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수십 년 뒤에야 오류를 발견한 태국이 국제사법재판소의 힘을 빌리고자 했지만 판결을 두 번이나 거치고도 해결되지 않자 지난해 결국 118년이 흘러 다연장로켓포까지 동원한 양국 간 교전이 벌어졌고, 태국이 캄보디아 대사를 추방하는 사태로까지 번졌습니다. 이처럼 작위든 부작위든 인위적 행동에 의한 질서 파괴는 주기율표의 맨 마지막 칸, 118번 원소 '오가네손(Oganesson)'도 사례로 꼽을 수 있죠. 2002년 러시아 두브나 합동핵연구소에서 인공적으로 합성한 이 원소는 인류가 아는 가장 무거운 원소입니다. 원자번호 118, 주기율표 7주기 18족의 마지막 자리로 러시아 핵물리학자 유리 오가네시안(Yuri Oganessian)의 이름을 따서 명명했고요. 그런데 이 원소는 합성되는 순간 붕괴를 시작해 존재 시간이 약 0.001초, 즉 1밀리초에 불과합니다. 너무 무거워서 스스로를 지탱할 수 없는 원소로 주기율표라는 질서정연한 체계의 끝자락에서 118번 존재 자체가 임계점입니다. 여기서부터 제 사고도 118이 야기하는 임계점을 떠올리게 됩니다 혹시 118년 만의 폭설과 118년 만의 폭염은 기후 체계가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대자연의 경고가 아닐까요? 118주년을 맞은 여성 인권 투쟁은 한 세기를 넘겼지만 여전히 완성되지 못한 미완의 과제이고요. 또 118년 전 지도 한 장은 측량 실수 하나가 돌이킬 수 없는 분쟁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주기율표의 끝, 118번 오가네손은 질서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의 한계가 어디인지를 0.001초 만에 증명하고 사라지죠. 이쯤이면 118이라는 숫자의 반복은 하나의 귀결을 이끄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가 사는 지금의 모든 자리가 임계점인 동시에 기후, 인권, 국경, 원소도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정도의 무게라는 것… 하지만 0.001초만 존재하는 오가네손도 주기율표에서 자기 자리만큼은 영원히 지키고 있죠. 118년이 아니라 118만 년이 지나도 과거는 현재로 쌓일 겁니다.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갑자기 무생채가 먹고 싶어 무를 꺼내 자르다가 상념에 잠겼습니다. 막상 저지르고 보니 하기 귀찮아져서 그런 건 아닙니다 동그란 영(0)의 모습을 한 무(無)라니… 너무나도 단편적인 사색이지만 간만에 멍하니 맘을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이었죠. 실은 조금 귀찮기도 해서 결국 자른 무는 생채 대신 라면에 넣어 시원하게 먹었습니다 유럽 최대 음악 축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는 'Nul Points(널 포인트)'라 불리는 저주가 있습니다. 참가국 어디에서도 단 1점의 표도 받지 못하는 0점, 무득표의 굴욕이죠. 1962년 벨기에가 처음 이 불명예를 떠안은 이래 본선 무대에서 37곡에 0점의 낙인이 찍혔습니다. 단연 '0점의 제왕'은 노르웨이인데 역대 본선 꼴찌 12회, 널 포인트 4회로 오스트리아와 함께 공동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죠. 그중에서도 1978년 파리 대회, 얀 타이겐(Jahn Teigen)이 부른 'Mil etter mil(끝없는 길)'은 전설입니다. 현행 12점 투표 시스템 도입 이후 최초의 완벽한 0점이었던 이 곡은 귀국 직후 노르웨이 싱글 차트 1위에 올라 약 20주간 차트에 머물렀죠. 같은 해 발매된 앨범 제목은 아예 'This Year's Loser(올해의 패배자)'로 타이겐은 이후 유로비전에 두 번 더 출전해 1983년에는 9위까지 올랐습니다. 2004년 베스트 앨범 제목은 'Fra null til gull(0에서 금으로)'이었다니 이쯤이면 셀 수 있는 다른 숫자보다 오히려 값진 0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0에서 태어난 0 숫자 0의 고향은 인도입니다. 1에서 9까지의 숫자가 먼저 존재했고, 0은 한참 뒤에야 등장했죠.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는 공(空)의 존재 자체를 부정했고, 로마 숫자 체계에는 0이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7세기 인도의 수학자 브라마굽타가 이 침묵을 깨뜨렸죠. 628년 저서 '브라마스푸타싯단타'에서 그는 역사상 처음 0을 독립된 수로 정의했습니다. '같은 두 수를 빼서 얻는 수'. 이어서 0의 사칙연산 규칙까지 정리했고요. 0으로 나누는 문제에 대한 사유는 후대에 '무한'의 개념이 됐으니 '없음'과 '무한'이 같은 토양에서 싹을 틔운 셈입니다. 산스크리트어에서 0을 뜻하는 '순야(śūnya)'는 '비어 있다'는 뜻이고, 불교의 '공(空)'을 가리키는 '순야타(śūnyatā)'는 바로 이 순야에서 파생된 단어죠. 수학의 0과 불교의 공이 같은 뿌리를 공유합니다. 인도 문명 안에서 '없음'에 대한 사유가 수학과 철학, 동시에 두 갈래 꽃을 피운 것이죠. 반야심경의 '색즉시공 공즉시색', 있음과 없음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선언이 바로 그 철학적 결실이 됐네요. 비움이 스타일이 된 시대…다시 0으로 선(禪), 영어로 Zen. 21세기 전 세계 디자인과 라이프스타일의 키워드죠. 인테리어에서 '젠 스타일'이라 불리는 흐름의 정체는 동양의 선 사상과 서양의 미니멀리즘이 만난 결과물입니다. 장식을 걷어내고 여백을 살리면서 비어 있는 공간 자체를 미학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이고요. 이 흐름은 20세기 후반 일본 디자인에서 먼저 결실을 맺었습니다. 무인양품으로 알려진 무지(MUJI)의 철학이 대표적입니다. 브랜드명 자체가 '무인양품(無印良品)', 즉 '표시가 없는 좋은 물건'으로 로고와 장식이 없는 데다가 색도 최소화하는 전략을 택해 없앰으로써 본질만 남긴다는 취지를 살린 거죠.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노출 콘크리트 벽면에 빛 한 줄기만으로 공간을 완성한 것도, 스티브 잡스가 애플 제품에서 버튼 하나까지 덜어낸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으로 완성에 이른다는 이 역설은 올해 색 하나에 담기기도 했죠. 글로벌 색상 전문 연구·개발 기업 팬톤이 2026년 컬러로 선정한 '클라우드 댄서(Cloud Dancer)'. 1999년 선정 시작 이래 팬톤 역사상 최초로 화이트 계열을 선택하며 '고요한 성찰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사회의 상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혼란의 시대에 더함이 아니라 덜어냄으로 균형을 찾는다는 시대정신의 발로라고 볼 수 있겠네요. 다시 초반부로 돌아가면 노르웨이는 역대 최다 꼴찌 국가이면서 동시에 우승 3회. 알렉산데르 뤼바크(Alexander Rybak)는 2009년 'Fairytale'로 당시 역대 최고점인 387점을 기록했습니다. 꼴찌의 역사로 우승의 역사를 만든 거죠. 브라마굽타가 정의한 0의 핵심은, 텅 빈 자리가 있어야 자릿값이 생기고 무한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채우려면 먼저 비워야죠. 비어 있다는 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이달 6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군인이 상관의 위법한 명령을 거부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의장에게 전했습니다. 의견 표명의 계기는 12·3 비상계엄 당시 일부 병력이 명령의 정당성을 판단하지 못한 채 동원된 사례로 현재 국회에는 관련 개정안 14건이 발의된 상황이고요. 인권위는 지난 2001년 설립 이래 군 복무 환경 개선에 여러 차례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다만 최근 취객 체포 경찰 징계 권고, 교사 인권 침해 진정 전 건 반려, 윤석열 방어권 보장 권고 등 본연의 역할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 행보는 꾸준히 논란을 부르고 있죠. 사병 급여 격세지감…불어난 만큼 늘어난 위험 꼰대라고 해도 할 말은 없지만 사실 2000년대 이전 군대에서 인권위가 언급한 대로의 기본권은 군인들에게 멀고도 낯선 용어였습니다. 가장 단적인 지표가 월급이죠. 1970년 병장 평균 월 급여는 900원이었는데 그때 쌀 반가마니 2880원, 짜장면 한 그릇은 100원이었습니다. 1980년 3900원, 1990년 9400원으로 20년이 흘러도 만 원을 넘기지 못하다가 2000년에야 1만3700원이 됐고요. 노무현정부 시절 처음 대폭 인상이 시작돼 2006년에 63% 올랐고 2007년 8만8600원에 도달했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2010년과 2011년 2년 연속 동결됐습니다. 변곡점은 2017년으로 문재인정부 첫해 21만6000원이던 병장 월급은 이듬해 40만5700원, 2022년 67만6100원까지 상승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병장 200만 원' 공약을 내걸었고 지난해 기본급 150만 원, 장병내일준비적금 정부 매칭 55만 원을 합산하면 실질 월 205만 원을 통장에 넣을 수 있게 됐죠. 올해는 동결이지만 50년 넘게 20만 원을 넘지 못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월급뿐 아니라 간부 숙소 1인 1실, 병사 생활관 2~4인실 개선, 선택 급식, 휴대전화 사용, 화상 면회 등 숫자와 제도만 놓고 보면 군 복무 환경은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지난 3월 6일 내놓은 '금감원, 국방부와 군장병의 건전한 금융활동 협력 추진'이라는 제하의 보도자료를 보면 정식 등록된 상위 30개 대부업체의 군 장병 대출 잔액은 444억 원이었으며 이 중 현역병이 242억 원으로 54.5%였습니다. '충성론' '병장론'이라는 친근하면서도 자극적인 광고 문구를 들이밀며 대출 한도 1000만~1500만원, 연 이자율 17.9~20%가량의 법정 최고금리를 덮어씌웠죠. 여기 대응해 금감원은 복무 주기별 맞춤형 금융교육에 나서 입대 직후에는 도박과 고위험 투자의 위험성, 복무 중반에는 신용관리, 전역 직전에는 재무 설계를 교육한답니다. 이찬진 금감원장이 직접 광주 제31보병사단 신병교육대대에서 불법도박 피해 예방 특강을 한 것도 이례적인 행보였죠. 14년 전 황금 마늘밭은 결국 황무지로… 병장 월급이 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던 시절, 사병의 도박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급여가 늘어난 데다 스마트폰까지 쓸 수 있게 되면서 일부 사병들의 불법 도박 적발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죠. 판이 커질수록 돈은 엉뚱한 곳에 묻히고, 사고는 엉뚱한 곳에서 터지기 마련입니다. 정확히 14년 전 오늘, 전북특별자치도의 한 마늘밭에서처럼요. 김제시 금구면 선암리 축령마을 한 마늘밭에서 5만 원짜리 현금 뭉치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굴착기로 파헤친 밭에서 나온 금액은 총 110억7800만 원. 돈다발은 비닐로 포장된 채 김치통, 실리콘통, 양은찜통에 나뉘어 약 1미터 깊이에 묻혀 있었습니다. 출처는 불법 도박사이트였습니다. 충청남도 출신 형제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중국 칭다오에 각각 서버와 콜센터를 두고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운영해 수백억 원을 벌어들였죠. 이들은 매형 이 모 씨에게 돈을 맡겼고, 이 씨 부부는 2009년부터 열두 차례에 걸쳐 112억여 원을 건네받아 처음엔 아파트 장롱, 화장대 밑, 금고에 보관하다가 땅을 사서 묻으라는 처남 지시에 김제 토지 2필지를 1억 원에 사들였습니다. 밤마다 삽과 곡괭이로 흙을 파고 돈을 묻은 뒤 그 위에 마늘, 고추, 들깨를 심었죠. 사건의 발단은 매형의 욕심이었습니다. 처남 몰래 2억4000만 원을 빼서 쓴 이 씨가 밭에서 나무를 옮기던 굴착기 기사 안 씨에게 덤터기를 씌우려 했으나 안 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모든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처음 7억이라던 이 씨의 말은 12억, 24억으로 바뀌다 결국 110억 원 넘는 돈이 세간에 알려졌고요. 당연히 돈은 전액 국고로 환수됐습니다. 법무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범죄수익환수 포상금 제도, 이른바 '마늘밭법'을 만들었고 신고자 안 씨에게는 겨우 고작 꼴랑 2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안 씨는 돈과 얽힌 온갖 억측에 시달리며 월 700만원을 벌던 일을 그만뒀고, 부인의 식당도 문을 닫았죠. 조폭 개입설에 떨며 머리맡에 가스총을 두고 잤다는 안 씨는 이후 간암과 대장암으로 투병하는 일생 최악의 고초까지 겪었고요. 정직한 신고자가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런 일에 두 팔 걷어 나서야 할 곳은 인권위가 아닐까요? 반세기를 넘기며 군 복무 환경은 분명 나아졌고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돈이 생기면 유혹도 따라온다는 교육도 이제 막 시작됐습니다. 14년 전 우리는 김제 마늘밭에서 불법도박으로 얼룩진 110억 원의 검은 돈을 봤습니다. 오늘날 20대 사병들은 스마트폰으로 '충성론'과 '병장론'이라는 이름의 검은 광고를 보고 있죠. 더러운 돈이 묻혔던 자리에서는 아무 것도 자랄 수 없는 걸까요? 마늘밭의 5만 원 권 신사임당은 국고에 귀속됐지만 김제의 그 밭은 황무지로 남아 있다고 합니다. 아무쪼록 우리 어린 사병들은 장단을 가늠할 수 없는 일생 한 번의 군 복무 시절을 알차게 보내면서 마음의 밭을 제대로 일구고 몸 건강히 전역했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휴대폰 안에 금융 애플리케이션(앱)이 몇 개나 있으신가요? 은행, 증권, 카드, 보험 앱까지 여러 개를 설치했지만, 정작 필요한 순간엔 어디서 무얼 찾아야 할지 헷갈리는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겁니다. 기능은 많아졌는데 오히려 더 불편해졌다는 역설. 이를 두고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이사는 '슈퍼 앱의 모순'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8일 오전 '2026 프레스톡'에서 그 해법으로 AI를 꺼내 들었는데요. 카카오뱅크는 이날 인공지능(AI)과 글로벌 확장을 두 축으로 한 미래 전략을 공개하며 'AI Native Bank'로의 전환을 선언했습니다. 또 이날 인도네시아 '슈퍼뱅크'와 태국 '뱅크X' CEO들도 깜짝 등장해 글로벌 협력 성과를 직접 소개하며 힘을 보탰습니다. ◇"서비스가 많아질수록 불편한 금융…AI로 해법 찾다" 윤 대표가 이날 꺼낸 첫 번째 화두는 역설이었습니다. '고객 불편을 없애자'는 설립 정신에서 출발해 어느새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의 90%인 2700만 명이 쓰는 은행으로 성장했지만, 그의 심정은 복잡해졌습니다. 그는 "어느새 모든 금융 앱이 비슷한 모습이 된 가운데 서비스가 많아질수록 고객이 더 큰 복잡함을 느끼게 되는 '확장의 역설'이 생겼다"며 "이걸 해결할 수 있는 건 AI뿐"이라고 제언했습니다. 해법은 고객이 탭을 눌러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AI가 먼저 알아서 챙겨주는 방식입니다. 4년 전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신청을 업계 최초 대화형으로 선보인 이후 금융 검색, 계산기, 이체, 모임통장 관리까지 AI를 속속 심어왔는데요. 카카오톡 기반 챗봇이 전체 상담의 70%를 처리 중이기도 하고요. 앞으로 카카오뱅크는 2700만 고객의 '앱 온리(App-only)' 데이터와 카카오와 공동 개발한 금융 특화 거대언어모델(LLM) '카반'을 결합해 초개인화 AI 서비스를 구현한다는 계획입니다. 예를 들어 1년 치 소비 내역을 분석해 줄여야 할 항목을 짚어주거나, 복잡한 퇴직연금 상품을 대화 한 번으로 추천해 주는 식이죠. ◇70조 원 수신 후 다음 단계…결제홈·투자탭·퇴직연금 카카오뱅크는 그간 '돈을 보내고 모으는' 수신에 집중했습니다. 모임통장, 26주 적금, 한 달 적금, 저금통 등 다양한 상품으로 수신 잔액 70조 원까지 키운 것도 그 결과고요. 이번에는 두 번째·세 번째 영역, 즉 '쓰고 불리는' 데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게 카카오뱅크의 선언입니다. 결제 쪽에서는 올 하반기부터 맞춤형 혜택 체크카드, 외국인 전용 카드, 청소년 카드, 두 번째 PLCC 등을 연이어 출시하고, 3분기엔 흩어진 결제 내역과 캐시백을 한데 모은 '결제홈'도 선보입니다. 투자는 2분기 '투자 탭' 신설부터 시작합니다. 인터넷전문은행 최초 펀드 판매도 추진하고 나아가 퇴직연금 시장 진출도 공식화했습니다. 윤 대표는 "어렵고 복잡한 연금 관리를 카카오뱅크의 압도적인 편리함으로 돕겠다"고 했는데요. 2030세대부터 시니어까지 아우르는 '평생 자산 관리' 서비스로 나아가겠다는 거죠. ◇"9개월 만에 흑자"…인도네시아 슈퍼뱅크 20개월 성과 이날 행사에는 깜짝 손님들이 있었는데요. 카카오뱅크가 투자한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슈퍼뱅크'의 CEO가 직접 무대에 올랐습니다. 슈퍼뱅크는 2024년 6월 앱을 출시한 지 9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달성, 20개월 만에 640만 명의 고객을 확보했습니다. 더불어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에 상장해 현지 디지털 은행 중 시가총액 1위에까지 올랐고요. 슈퍼뱅크 티고르 M. 시아한(Tigor M. Siahaan) CEO는 "단순함·투명성·유연성이라는 우리 원칙은 모두 카카오뱅크에서 배웠다"며 "카카오뱅크와의 협업은 단순한 투자 지원이 아니라, 인도네시아 전체 은행 산업에 의미 있는 혁신을 가져오는 원동력"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슈퍼뱅크가 공들인 건 저축 문화 정착이었습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돈이 생기면 간식·담배·휴대폰 등을 먼저 사고 월말엔 남는 돈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카카오뱅크 저금통 개념을 현지화한 자동저축 상품 '쯜릉안(Celengan, 돼지저금통)'을 만들었는데요. 매일 강제로 소액씩 저축 계좌로 이체해 3~6개월 뒤엔 원하는 걸 살 수 있게 해주는 상품이라고 합니다. 카카오뱅크와 협업해 만든 럭키 포켓(Lucky Pocket)은 출시 몇 달 만에 70만 명이 개설했다고 하고요. ◇태국 뱅크X, 내년 1분기 출시…가계부채 88% 나라 두드린다 태국 가상은행 '뱅크X' 대표도 이날 자리에 함께했습니다. 카카오뱅크와 태국 1위 금융그룹 SCBX, 중국 최대 디지털은행 위뱅크(WeBank) 컨소시엄으로 구성됐으며 내년 1분기 출시가 목표입니다. 뱅크X 뿐나맛 위찟끌루왕싸(Punnamas Vichitkulwongsa) CEO는 "태국의 경우 7000만 명 중 절반은 노후 계획 없이 월급을 받자마자 다 쓰고 가계부채는 GDP의 88%에 달하는데, 상당 부분이 비공식 대출"이라며 "우리는 프리랜서, 노점상, 라이더처럼 기존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고 했습니다. 이 은행에서도 카카오뱅크 흔적은 곳곳에 배어 있습니다. '26주 적금'과 '모임통장'을 태국 시장에 맞게 이식했을뿐더러, 대화형 AI 인터페이스도 적용합니다. 뱅크X가 목표로 하는 비용 대비 수익 비율은 약 25%인데, 이는 태국 대형은행 40%와 비교해도 눈에 띄는 수준입니다. ◇새 진출국 몽골…국내 거주 외국인 2000만·스테이블코인도 노린다 카카오뱅크는 이날 새 진출국으로 '몽골'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3년 전 인도네시아·태국을 선언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몽골 차례입니다. 카카오뱅크가 쌓은 비금융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모델(CSS) 노하우를 현지 금융기관에 전수할 예정인데요. 이와 관련해 윤 대표는 "포용금융 역량을 세계에 수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설명했습니다. 글로벌 확장은 '저 멀리 해외'만이 아닙니다. 국내 거주 외국인 250만 명을 위한 금융 서비스도 연내 선보이는데요. 요구불통장·해외 송금·전용 카드를 갖추고 방한 외국인·재외국민 등 잠재 고객 2000만 명을 모을 계획입니다. 실시간 AI 전문 번역으로 언어 장벽도 없애겠다고 하고요. 한발 더 나아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도 추진합니다. 관련 법 제정 시 라이선스를 취득, 통장처럼 실생활에서 쓰이는 코인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발표 말미에 윤 대표는 "오늘은 단순 사업 계획이 아닌 미래 금융의 청사진을 제시한 자리"라며 "우리나라 국민과 2000만 체류 외국인을 넘어 전 세계로 확장해 새로운 금융 혁신의 역사를 써내려가겠다"고 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내년까지 자산 100조 원, ROE 15% 달성을 목표로 이자·비이자 수익의 균형 잡힌 성장을 추진 중입니다. AI라는 엔진을 장착하고 글로벌 무대로 뻗어나가는 2700만 은행의 다음 판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집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기름 넣으러 가기가 무섭다" 최근 주유소 앞에 선 운전자 사이에서 심심찮게 들리는 한탄입니다. 이는 국내 주유소 휘발유·경유 평균 가격이 어느새 1900원대로 치솟았기 때문인데요. 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휘발유 기준 국내 주유소 전국 평균가는 리터당 1953.27원으로 전일 대비 4.87원 올랐습니다. 이번 고유가의 핵심 원인은 중동에 있습니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전역에 기습 공습을 단행하며 이란 전쟁이 시작됐는데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개발 저지와 함께 지역 내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수뇌부 암살과 주요 시설 공습에 나서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습니다. 전쟁 발발 이후 국제 유가는 배럴당 66달러에서 113달러까지 치솟았는데요.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원유 70.7%와 액화천연가스(LNG) 20.4%가 중동에서 오는 데다, 수입 원유 9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구조여서 해협 봉쇄가 길어질수록 우리 에너지 수급에 직격탄입니다. 이에 국내 카드사들이 고객의 유류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혜택 강화에 나섰습니다. 이처럼 카드업계가 동시다발로 주유 특화카드 할인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데요. 지난달 30일 금융당국이 카드업계에 주유·대중교통 특화카드 추가 할인과 지원 추진을 지시한 게 기폭제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카드사별 혜택을 하나씩 살펴볼까요" 신한카드는 '딥오일(Deep Oil)'과 'RPM+ 플래티늄샵 카드'를 다음 달 말까지 신규 발급하는 고객에게 초년도 연회비 전액을 캐시백으로 돌려줍니다. 또 5만 원 이상 주유 시 기존 카드 혜택에 더해 3%를 추가 캐시백하는데, 월 최대 1만 원, 두 달 합산 최대 2만 원을 받을 수 있다네요. 삼성카드는 HD현대오일뱅크와 손잡고 전월 실적에 따라 주유 금액의 10%, 월 최대 3만5000원을 할인해 주는 '삼성 iD STATION 카드'를 출시했습니다. 이를 통해 ▲통신비 ▲편의점 ▲온라인쇼핑 등에서 이용금액 5%씩 월 최대 5000원을 할인받을 수 있습니다. 하나카드는 내달까지 ▲CLUB SK 카드 ▲MULTI Oil 카드 ▲MULTI Living 카드 ▲MG+ Blue 카드 등 주유 특화 4종을 대상으로 연회비 지원과 추가 캐시백 프로모션을 진행합니다. 건당 5만 원 이상 주유 시 기존 혜택과 별도로 2500원을 추가로 돌려주는데요. 월 2회 적용되기 때문에 4월과 5월 최대 1만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이달 1일 이용분부터 소급 적용하기로 해 이미 카드를 쓰고 있던 기존 고객도 실질적인 혜택을 챙길 수 있습니다. KB국민카드는 주유 특화카드 이용 시 리터당 최대 150원 할인에 신규·휴면 고객 대상 연회비 100% 캐시백을 제공합니다. K-패스카드 고객 5만 명을 추첨해 환급액 30%를 추가 지원하는 이벤트도 함께 진행 중고요. NH농협카드는 오는 11일부터 내달 31일까지 전국 모든 주유소를 대상으로 개인 신용카드 건당 3만 원 이상 결제 시 리터당 50원 캐시백(1인당 최대 1만 원, 월 한도 5000원)을 지급합니다. 더불어 주유 특화 카드 3종 신규·휴면 고객에게는 연회비 100% 캐시백도 제공한다네요. 롯데카드는 다음 달 말까지 주유 특화 카드 '로카 포 오토(LOCA for Auto)'를 포함한 6종 카드 신규·휴면 고객을 대상으로 연회비 전액 환급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주유 업종 결제 금액 5%를 캐시백으로 지급하는데, 이벤트 기간 중 최대 1만 원까지 혜택을 누릴 수 있고요. 한편, 카드사들이 혜택 확대에 나선 와중에 유통 현장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석유유통협회는 전날 긴급호소문을 통해 고유가 기간에 한해 카드수수료율도 탄력적으로 낮춰 주유소의 가격 인하 여력을 키워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러면서 협회는 유가 수준에 따라 카드수수료율을 한시적으로 0.8~1.2% 수준으로 적용하자고 제시했는데요. 예를 들어 리터당 1800원 이상이면 1.2%, 2000원 이상일 경우 1.0%를 적용하자는 게 이들의 입장입니다. 고유가 출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지금, 우리나라 모든 업계가 버텨낼 수 있는 구조적인 해법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 같습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월드컵 개막까지 68일. 오는 6월 11일 개막하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은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국이 공동 개최하는 사상 첫 대회죠. 이 가운데 1970년, 1986년에 이어 월드컵을 세 번째로 여는 세계 최초의 국가인 멕시코는 멕시코시티, 과달라하라, 몬테레이에서 총 13경기가 열려 축제 카운트다운이 한창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28일과 이달 1일, 홍명보호는 월드컵 전 마지막 모의고사였던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코트디부아르에 0-4, 오스트리아에 0-1로 무릎을 꿇으며 2전 전패, 0득점 5실점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들고 본선을 맞이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대한민국이 속한 조별리그는 개최국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체코가 A조로 태극전사들은 6월 12일 체코전과 19일 멕시코전을 모두 과달라하라에서 치르죠. 불타는 도시에서 축구? 월드컵을 앞둔 멕시코의 풍경도 암울하기 그지 않습니다. 좌표를 한 곳만 찍자면 과달라하라. 바로, 한 달 반 전 멕시코 최대 마약 카르텔 수장의 사살로 도시 전체가 불타올랐던 그곳입니다. 지난 2월 22일, 과달라하라와 두 시간 거리의 할리스코주 타팔파. 멕시코군이 미국 정보 지원 아래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 Cártel de Jalisco Nueva Generación) 수장 '엘 멘초'를 사살했습니다. 미국이 1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던 인물로 사살 직후 카르텔 조직원들이 20개 이상의 주에서 보복에 나섰죠. 차량 방화, 고속도로 봉쇄, 시가전이 이어지며 최소 74명이 사망했는데 그중 25명은 국가경비대원이었습니다. 에스타디오 아크론 인근에서 무장 조직원들이 활보하자 학교, 법원, 대중교통 등 지역 기반이 멈췄고 멕시코 축구 리그에서 최상위급 리그인 '리가 MX' 4경기도 연기됐습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지난 3월 6일 과달라하라를 찾아 10만 명 규모 보안 인력 투입을 발표했고 같은 달 26~31일, 같은 도시에서 월드컵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강행했죠. 다행스럽게도 경기는 무사히 치러졌고요. 그러나 노팅엄대학의 범죄학 교수인 하비에르 에스카우리아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카르텔 역시 월드컵이 평화롭게 열리는 데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다고 짚었습니다. 그들이 레스토랑을 사고 호텔을 소유하며 경제 시스템의 일부로 역할하기 때문이라는 거죠. 바퀴벌레의 노래 이는 곧 안전의 보증인이 국가가 아니라 범죄 조직의 사업적 판단이라는 역설로, 바퀴벌레처럼 썩은 것도 가리지 않고 이득만 추구하는 대형 스포츠 행사의 흉한 이면이기도 합니다. 스페인어로 바퀴벌레는 '라쿠카라차(La Cucaracha)'입니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신나는 행진곡 아니면 중남미풍의 민요를 떠올릴 라쿠카라차는 우리가 아는 가사 그대로라면 '바퀴벌레, 바퀴벌레, 아름다운 그 얼굴'이라는 황당한 내용이 됩니다. 이 노래의 기원은 15세기 스페인. 레콩키스타 시기에 만들어진 민요 선율이 뿌리로, 1818년 멕시코 작가 리사르디의 소설에 최초의 문헌 기록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 노래가 진짜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1910년부터 1920년 사이 멕시코 혁명 때였습니다. 이 나라 혁명가 판초 비야의 농민군도, 대통령 카란사의 정부군도 저마다의 가사를 붙여 불렀고 아리랑처럼 수백 가지 버전이 구전됐죠. '바퀴벌레, 바퀴벌레, 더 이상 걸을 수 없네. 피울 마리화나가 부족하기 때문이네'라는 가장 유명한 후렴구는 현재 마리화나를 담배로 바꿔 부르고요. 걸을 수 없는 바퀴벌레가 누구를 지칭하는지는 여러 설이 경합하는데 독재자 빅토리아노 우에르타를 술과 마리화나에 쩐 바퀴벌레로 조롱한 풍자가요라는 설, 죽여도 다시 나타나는 혁명 영웅 판초 비야를 비유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또 전쟁터를 따라다니던 여성 종군자 솔다데라를 지칭했다는 설 외에도 멕시코 민중이 스스로를 바퀴벌레라 불렀다는 설도 널리 알려졌죠. 비참하게 살지언정 목숨을 잃고 또 잃어도 끝없이 나타나는 농민과 원주민이 판초에 솜브레로 차림으로 줄지어 행군하는 모습이 바퀴벌레 떼를 닮았다는 자조가 섞여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 아직도 걷지 못하는 바퀴벌레들 노래 속 바퀴벌레는 걸을 수 없죠. 피울 것과 먹을 것이 없어서… 100년이 지난 지금, 과달라하라의 시민들도 자신들의 터전에서 제대로 걸을 수 없었습니다. 이곳저곳 도로가 봉쇄되고 여기저기 총알이 날아다니기 때문이죠. 라쿠카라차는 완결 없이 구전되는 노래입니다. 시대가 바뀔 때마다 새 절이 붙은 채 새로운 바퀴벌레가 등장하거든요. 레콩키스타 시절에는 무어인, 혁명기에는 독재자, 지금은 카르텔과 국가 폭력 사이에 낀 민중이 바퀴벌레 신세와도 같습니다. 그런데 바퀴벌레는 4억 년을 살아남은 생명체로 멕시코인들이 스스로를 이 존재라 부른 것은, 비참함의 표현인 동시에 끈질긴 생존의 선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68일 뒤, 에스타디오 아크론에는 함성이 울릴 테죠. 지금은 비난의 목소리가 크지만 막상 월드컵이 되면 우리 태극전사들은 자신들을 응원할 국민을 떠올리며 몸을 사리지 않고 이곳의 잔디 위를 달릴 테고요. 바퀴벌레가 멕시코 민중의 자화상이라면, 녹두꽃과도 같은 우리 국민을 위해서요. 라쿠카라차, 라쿠카라차. 더 이상 걸을 수 없네. 하지만 걷지 못해도 바퀴벌레는 죽지 않습니다. 그리고,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녹두꽃은 떨어져도 곧 다시 피어납니다.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1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성인이 열 명 중 여섯 명인 나라에서 의외의 춘풍이 불고 있습니다. 독서가 '멋있는 일'로 통하는 이른바 텍스트힙 현상. 텍스트힙은 글을 뜻하는 '텍스트(Text)'와 세련됐다는 의미의 '힙(Hip)'을 합친 신조어로 일부에만 영향이 크게 미치는 여타 유행에 비해 훨씬 바람직해 보입니다. Z세대를 위시해 책을 읽고 기록하는 행위 자체를 개성 있는 문화로 여기면서 생겨난 이 현상과 맞물려 숏폼 영상에 지친 젊은 층이 오히려 종이책에서 신선함을 찾으며 '독파민(독서+도파민)'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죠.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올 1월 교보문고 도서 판매 동향을 보면 올해 1월 1~15일 기준 도서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5% 늘었고 소설 분야가 7.2% 늘며 전체 판매를 이끌었습니다. 20대 구매 비중도 2023년 20.8%에서 올해 22.3%로 올랐고 특히 문학 분야만 따로 파악하면 1020세대 비중이 2024년 11.4%에서 올해 15.8%까지 뛰어 상승 폭이 두드러졌죠. 이 기간 예스24 장르별 판매량 집계에서도 한강 작가 작품을 제외한 시, 소설, 희곡 분야 도서 판매가 전년 동기보다 17.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요. 이 흐름에 불을 지핀 건 지난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었습니다. 열기는 식지 않았고 이듬해 예스24에서 또 다른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헝가리 현대문학의 거장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Laszlo Krasznahorkai)의 '사탄탱고' 판매량이 12시간 만에 연간 판매량의 약 12배를 기록하는 등 서점가가 들썩였죠. 셀럽 효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아이브(IVE) 장원영이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언급한 뒤 교보문고에서 해당 도서 판매량이 전월 대비 두 배 넘게 뛰었고, 르세라핌(LE SSERAFIM) 허윤진이 출국길에 책을 들고 나타나자 '공항 패션' 대신 '공항 책'이라는 새 키워드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방탄소년단(BTS) 리더 RM이 읽은 것으로 알려진 '요절'은 18년 만에 재출간돼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고요. 해외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해에 미국의 패션 모델이자 배우 카이아 거버가 독서 클럽 '라이브러리 사이언스'를 설립하며 독서는 정말 섹시하다고 말해 세간의 이목을 모은 데 이어 영국 가디언은 Z세대가 다시 종이책에 주목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죠. 독서를 즐기는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표지를 가린 채 한 문장만 보고 책을 고르는 블라인드 북, 여러 사람이 같은 책을 돌려 읽으며 밑줄과 메모를 공유하는 교환 독서, 북커버와 북마크로 나만의 책을 꾸미는 책꾸미기까지… 독서 플랫폼 쪽 성적표도 눈에 띕니다. 구독형 독서 플랫폼 KT밀리의서재는 지난해 매출 881억 원을 시현하며 전년과 비교해 21.4% 성장했습니다. 영업이익은 143억 원으로 30.6% 올랐고, 영업이익률은 16.3%를 마크하며 3년 연속 두 자릿수를 유지했죠. 전자책 플랫폼 리디북스를 운영하는 리디 주식회사도 2025년 연결기준 매출 2516억 원으로 전년보다 약 7% 성장했다고 지난 1일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713억 원으로 분기 기준 최고치를 기록하는 괄목한 성적을 거뒀고요. 성인 전체 독서율은 40.3%에 머무르는 상황에서 이 같은 변화가 언제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숏폼과 인공지능(AI)이 일상을 지배하는 시대에 종이 한 장 넘기는 행위가 오히려 새로운 감성 소비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죠. 텍스트힙이 보여주기식 유행에 그칠 것이라는 시선도 있지만, 2년째 이어지는 수치의 흐름은 단순한 붐 이상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뿌연 회색빛 하늘 아래로 연분홍 꽃잎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주와 남부 지방에 이어 서울에서도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시기인데, 대기질이 좋지 않은지 하늘이 뿌옇게 보이는 날이 많네요.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대기질 정보 제공 서비스인 에어코리아 예보를 보면 이번 주만 해도 수도권 미세먼지 '나쁨'이 반복됐고, 며칠 전에는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 '매우 나쁨'까지 예보됐습니다. 이런 만큼 벚꽃 구경 나설 때는 마스크는 꼭 챙겨야겠죠. 꽃구경을 하고 돌아온 뒤 재채기가 터지고 눈이 가려워지면 벚꽃 꽃가루를 의심하는 분들이 많기도 하고요. 꽃 핀 시기와 증상이 딱 겹치니 자연스러운 추측이죠.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벚꽃은 거의 무죄에 가깝습니다. 봄철 알레르기의 진짜 범인은 따로 있거든요. 지난 2024년 3월 29일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이달의 건강정보를 보면 봄철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은 참나무, 자작나무, 오리나무, 삼나무 같은 바람받이 나무 꽃가루입니다. 이 나무들은 바람을 이용해 꽃가루를 퍼뜨리는 '풍매화'로 꽃가루 알갱이가 가볍고 양이 엄청나서 수 킬로미터를 날아다닌답니다. 그러나 벚꽃, 개나리, 진달래 같은 봄의 대표 꽃들은 곤충이 꽃가루를 옮기는 '충매화'에 해당해 꽃가루가 무겁고 끈적여서 공기 중에 잘 떠다니지 않는다고 하네요. 우리가 벚꽃의 계절로 여기는 시기는 참나무와 소나무 꽃가루에 시달리는 시기인 셈입니다. 눈에 띈다고 범인은 아닙니다 그중에서도 참나무는 한국 전체 산림의 24.2%를 차지할 정도로 넓게 분포하면서 알레르기 유발성까지 매우 강합니다. 4월에 관측된 꽃가루의 상당 부분이 참나무에서 나왔다는 분석도 있고요. 다음으로 산림의 21.9%를 덮은 소나무의 대기 중 꽃가루 농도 자체는 가장 높게 측정되지만 정작 알레르기 유발성은 참나무보다 약한 편입니다. 국립기상과학원 홈페이지에 실린 내용대로라면 많은 알레르기 환자가 소나무가 아니라 같은 시기에 날리는 참나무 꽃가루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소나무 노란 꽃가루의 시각적인 자극이 강해서 이런 착각이 발생하는 거겠죠. 게다가 기후변화 언급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기상청이 내놓은 2025년 꽃가루 달력에 따르면, 전국 8개 주요 도시에서 수목류 꽃가루가 날리기 시작하는 시점이 평균 3일 이상, 제주는 7일이나 앞당겨졌습니다. 봄이 빨라지는 만큼 꽃가루 시즌도 빨라지고 또 길어지는 거죠. 여기 더해 꽃가루 알레르기가 음식 알레르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할 정보입니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리포트(2025-2호)를 보면 이 학회가 국내 21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의 42%에서 '꽃가루-식품 알레르기 증후군'을 동반한다는 결과가 나왔죠. 자작나무 꽃가루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사과나 복숭아를 먹었을 때 입술이나 목안이 가렵고 붓는 증상이 대표적입니다. 자작나무 꽃가루의 알레르기 성분과 사과, 복숭아의 알레르기 성분이 구조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이고요. 이 환자들의 8.9%에서는 아나필락시스 같은 중증 반응까지 나타났다니 아무쪼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미세먼지 보통인데 코 막히는 이유 그렇다면 봄에 답답한 건 꽃가루 때문만일까요? 사실 봄 공기가 유난히 불편하게 느껴지는 건 성질이 다른 자극이 한꺼번에 겹치기 때문입니다. 황사가 시야를 흐리고 코, 목 점막을 자극하는 와중에 크기가 작은 미세먼지는 코와 기관지에서 충분히 걸러지지 않은 채 몸속 깊이 들어오죠. 여기에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면 오존까지 변수로 등장합니다. 오존 농도는 계절별로 봄에 높고 가을에 낮은 게 일반적이죠. 높은 기온과 강한 자외선이 대기오염물질을 만나 생성되는 공기 중 오존이 호흡기를 자극하고 천식 환자에게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질병관리청의 안내도 있고요.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인 날에도 눈과 코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기상청은 꽃가루농도위험지수를 날씨누리 사이트에서 봄철(3~6월)과 가을철(8~10월) 매일 두 차례 제공하고, 에어코리아에서는 미세먼지와 오존 정보를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늘 답답한 이유가 미세먼지 때문인지, 황사 때문인지, 꽃가루 때문인지, 아니면 오존까지 겹친 날인지 공기의 종류를 구분하는 습관이 봄철 컨디션 관리의 첫걸음이 됩니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
과거와 현재의 오늘 벌어졌던 '깜'빡 놓치고 지나칠 뻔한 이슈들과 엮인 다양한 '지'식들을 간단하게 소개합니다. 이재명 대통령, 인도·베트남 5박 6일 순방 이재명 대통령이 오늘부터 24일까지 5박 6일 일정으로 인도와 베트남 국빈 방문. 이번 순방은 글로벌 공급망 공조 강화와 경제 영토 확장이 목적이며 19~21일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 초청으로 인도를 찾아 인공지능(AI)·방산 등 전략 분야 협력 논의. 한국 대통령의 인도 방문은 8년 만이며, 양국은 2030년까지 교역액 5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경제 파트너십 고도화 방침. 22일에는 베트남으로 이동해 또럼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통해 에너지 및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강화. 이번 순방에는 4대 그룹 총수 등 경제사절단 200여 명과 5대 시중은행장 동행. 4·19 혁명 1960년 4월 19일, 학생과 시민을 축 삼아 전개한 반독재 민주주의 운동인 4·19 혁명은 당시 대통령 이승만의 하야로 귀결. 이승만 정권이 불법개헌으로 12년간 장기 집권하던 중 1960년 3월 15일 제4대 정·부통령 선출 선거가 실시됐는데 자유당은 반공개 투표, 투표함 바꿔치기, 득표수 조작 등의 부정 자행. 이에 분노한 시민과
지난 2024년 국가 온실가스 잠정 배출량 6억9158만 톤으로 2010년 이후 처음 7억 톤대 이하 진입. 2018년 정점 이후 감소세지만 '2030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까지 매년 3.6% 이상 줄여야 하는 상황. OECD 내 1인당 배출량 5위, 총배출량 6위. ◇국가 온실가스 연도별 총배출량 추이(2006 UN 산하 기후 위기 정부 간 협의체인 IPCC 지침 기준, 단위: 억 톤) ▲2018년 7억8014만 톤 ← 역대 정점 ▲2019년 7억5571만 톤 ▲2020년 6억8621만 톤(코로나 영향) ▲2021년 7억1697만 톤(경기 반등) ▲2022년 7억2429만 톤(확정치) ▲2023년 7억580만 톤(잠정치, 전년比 3.5%↓) ▲2024년 6억9158만 톤(잠정치, 전년比 2%↓) → 2010년 이후 첫 7억 톤 이하 ◇2024년 부문별 배출량 비중 ▲산업 2억8590만 톤(전년比 0.5%↑) ← 유일한 증가 부문 ▲발전(전환) 2억1834만 톤(5.4%↓) ▲수송 9746만 톤(0.4%↓) ▲건물 4359만 톤(2.8%↓)
[IE 사회] 소방 점검 때마다 내용연수가 경과해 교체해야 한다는 말을 들어본 건물주나 자영업자가 적지 않았을 터. 소화기, 완강기, 감지기 등이 일정 연한을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일괄 교체를 요구하던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소방청은 17일 '노후 및 불량 소방용품 교체와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오는 7월 1일부터 본격 시행한다고 밝혔다. 소방청이 이날 내놓은 '"무조건 교체 아닙니다, 꼼꼼히 점검하세요"…소방청, 노후 소방용품 합리적 관리대책 추진'이라는 제하의 보도자료를 보면 적용 대상은 자체 점검 의무가 있는 특정소방대상물이다. 권장 내용연수는 자동확산소화기, 완강기 및 간이완강기 10년, 소방호스와 연기감지기는 15년으로 설정됐다. 강제 교체에서 '점검 후 판단'으로 소방용품의 법적 내용연수는 지난 2017년 1월 시행된 소방시설법 시행령 개정 당시 분말소화기에 대해 내용연수 10년을 처음 설정했다. 그때 규정은 내용연수 경과 시 교체가 의무인 강제 규정이었고, 성능확인검사를 받으면 3년 연장이 가능했다. 그런데 이 강제 교체 규정이 현장에서는 관리업체를 통한 일괄 교체 관행과 함께 비용 부담을 야기했다. 인천소방본부의 당시 전수조사에서는 관내 소
과거와 현재의 오늘 벌어졌던 '깜'빡 놓치고 지나칠 뻔한 이슈들과 엮인 다양한 '지'식들을 간단하게 소개합니다. 봄·가을 주말 낮 전기차 충전료 50% 할인 정부와 한국전력은 전력 소비 유도를 위해 오늘부터 '계절·시간대별 전기요금 개편안' 시행. 3~5월과 9~10월 주말 및 공휴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전기차를 충전하면 전력량 요금 50% 할인. 할인 대상은 자가용 충전기 약 9만4000개소와 공공 급속충전기 약 1만3000기 등 총 10만7000여 기. 이번 개편으로 kWh당 최대 48.6원의 인하 효과가 발생해 전기차 이용자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 반면 전력 수요가 몰리는 평일 저녁 시간대(18~21시)는 최고요금이 적용돼 이용자들의 충전 시간 선택이 중요. 둘리틀 공습 1942년 4월 18일, 항공모함 USS 호넷(CV-8)에서 제임스 해롤드 둘리틀 중령이 지휘하는 B-25 미첼 경폭격기 편대가 진주만 공습 복수로 일본 본토 폭격. 도쿄와 요코하마, 요코스카, 가와사키, 나고야, 고베, 욧카이치, 와카야마, 오사카 등 일본 각지를 B-25 16대가 공습해 400명 이상 사상했고 군 시설 및 공장 등 약 350동 파괴. 미군은 이 공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