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의 월급'이라 불리는 연말정산에 준비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남은 기간 소득공제와 세액공제 혜택을 최대한 챙기는 게 좋은데요.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정원준 세무전문가는 "연말정산 핵심은 국세청 '간소화 서비스' 자료에만 의존하지 않는 것"이라며 "의료비나 교육비 등 시스템에 자동 수집되지 않는 '사각지대' 항목이 많기 때문에 스스로 증빙서류를 챙겨 결정세액을 줄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우선 월세액 공제는 간소화 서비스에서 누락되는 대표적인 항목인데요. 총급여 8000만 원 이하인 무주택 근로자가 국민주택규모 이하 또는 기준시가 4억 원 이하 주택에 거주하며 월세를 지급했다면 연간 1000만 원 한도 내에서 15~17%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고시원이나 주거용 오피스텔도 가능한데요. 단 고시원은 최소 3개월 이상 실거주해야 인정됩니다. 증빙 서류는 계좌이체 내역 또는 무통장입금증, 임대차계약서, 주민등록등본 등입니다. 두 번째는 기부입니다. 연말정산 시 일부 종교단체나 지정기부금은 간소화 서비스에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요. 기부액의 최소 15%를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반영되지 않았다면 기부단체에서 직접 발급받은 영수증을 회사에 제출해야 하는데, 적격 단체임을 증빙하기 위해 해당 단체의 고유번호증 사본을 함께 구비하는 것이 안전하다네요. 만약 작년 기부한 게 없다면 옷장에 쌓여 안 입는 옷들을 '아름다운가게'와 같은 공익단체에 기부하면 좋은 일도 하고 기부금영수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의류뿐만 아니라 생활 잡화, 운동기구, 도서 등을 기부해도 됩니다. 고향사랑기부금의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한 금액이 10만 원 이하인 경우는 전액 세액공제되고 10만~20만 원은 40%, 20만 원 초과는 16.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특별재난지역에 기부할 경우 33%의 공제율이 적용되고요. 여기 더해 시력교정용 안경 및 콘텍트렌즈 구입비용은 부양가족 1명당 50만 원 한도에서 의료비 공제가 되는데요. 만약 가족 4명이 안경을 쓰면 최대 200만 원까지 의료비 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른 의료비와 달리 안경과 렌즈는 구입가액 및 구입 시기를 본인이 선택해 조절할 수 있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연도가 바뀌는 것을 감안해서 구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대부분 이는 간소화 서비스에서 조회되지만, 누락된 경우에는 안경점에서 '시력교정용'임이 명시된 연말정산용 영수증을 발급받아 제출해야 합니다. 보청기 휠체어와 같은 장애인 보장구 구입 임차비용도 사용자 명의의 영수증을 판매처에서 발급받아야 하고요. 부양가족 중에서 항시 치료를 요하는 중증환자가 있다면 추가로 장애인공제 2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세법상 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등록 장애인뿐 아니라, 암 치매 난치성 질환 등으로 항시 치료가 필요한 중증환자도 포함되는데, 병원에서 발급한 '장애인 증명서'를 제출하면 된다네요. 취학 전 아동이 월 단위로 주 1회 이상 다닌 학원이나 예체능 시설에 지급한 비용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교육비 공제 대상입니다. 영어학원, 미술학원, 태권도장이 대표인데요. 이런 교육비는 간소화 서비스에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학원에서 연말정산용 영수증을 별도 발급받으면 됩니다. 정원준 세무사는 "지난해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자녀가 있다면 입학 전 1~2월에 지출한 학원비도 공제 대상이 될 수 있음에도 이를 놓치는 사례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중·고등학생 자녀의 교복과 체육복 구입비 역시 교육비 공제 대상으로 간소화 서비스에 반영됐는지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없다면 교복 판매점에서 발급받은 연말정산용 영수증을 내면 되고요. 학교에서 단체로 교복이나 체육복을 주문하고 학부모가 분담금을 납부했을 때는 학교 행정실을 통해 영수증이나 납부확인서를 발급받으면 됩니다. 해외에서 유학 중인 자녀 학비는 간소화 서비스에서 조회되지 않는데요. 그러나 국외에 있더라도 우리나라 유아교육법·초·중등교육법·고등교육법에 따른 학교에 준하는 교육기관에 지출한 교육비는 공제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유학자격을 입증하는 서류와 교육비 납입증명서를 보내야 하는데, 금액은 원화로 환산해 신고해야 하죠. 국내에서 송금한 경우 송금일의 대고객 외국환매도율, 국외에서 직접 납부한 경우에는 납부일의 기준환율 또는 재정환율을 적용해 원화로 계산해야 하는데요. 환율은 서울외국환중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과거 대학교 재학 중에 한국장학재단에서 학자금을 대출받아 등록금을 납부했고 현재 취업 후 의무상환 중이라면 상환금액은 교육비공제 대상이 되는데요. 대출 상환금액이 교육비 대상인지 몰라서 공제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놓치지 말고 공제 신청을 해야 합니다. 이 밖에도 중소기업 취업자에 대한 소득세 감면은 간소화 서비스에서 자동으로 대상 여부가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근로자가 본인이 해당하는지 직접 확인해 회사에 신청해야 합니다. 근로계약 체결 당시 만 15세 이상 34세 이하 청년, 60세 이상자, 장애인, 경력단절 근로자가 일정 요건을 갖춘 중소기업(비영리기업 포함)에 취업한 경우 취업일로부터 3년(청년은 5년) 동안 소득세의 70%(청년은 90%)를 감면 받을 수 있는데요. 이 감면은 연간 최대 200만 원 한도 내에서 적용됩니다. 정원준 세무사는 "간소화 서비스 자료는 통상 1월 15일께 공개되지만, 영수증 발행 기관이 자료를 늦게 제출하는 경우 1월 20일 이후에야 반영되는 사례도 있다"며 "따라서 회사의 서류 제출기한 전에 한 번 더 조회해 변동 사항이 있는지 확인하고 최신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어 "또 만약 과거 5년간 누락된 공제 항목이 있다면 국세청 홈택스에서 '경정청구'를 통해 환급 신청이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슈에디코 강민희 기자/
작년 성탄절에 먹은 양념치킨의 광택이 다시 입맛을 다시게 합니다. 단맛과 매운맛이 천상의 조화처럼 단짝을 이뤄 모처럼 기억에 남은 맛이었죠. 이런 양념치킨의 개발자로 불리던 맥시칸치킨 설립자 윤종계 옹의 별세 소식이 이달 8일 유족에 의해 뒤늦게 전해졌는데요. 고인은 지난해 12월 30일 오전 5시쯤 경상북도 청도 소재 자택에서 향년 75세로 지병 탓에 영원히 눈을 감았습니다. 다시 한 번 모니터 화면을 통해 진심으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방송 출연이 많지 않던 고인과 달리 방송을 진심 즐기는 듯한 국민 MC 유재석을 지금의 위치로 격상시킨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2013년 6월 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무한상사 편에서 유재석은 가상의 치킨 브랜드 음 치킨을 팔기 위해 온갖 효능을 붙여가며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음 치킨을 먹으면 몸매가 좋아지고 얼굴이 작아지는 것은 물론 괴력까지 생긴다는 등 말도 안 되는 멘트가 쏟아졌죠. 텔레비전 속 유머는 화면 속에 고정되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가끔은 현실로 활동공간을 이동해 우리네 삶 속으로 파고드는 때도 있습니다. 실제 제품으로 판매한 영화나 애니메이션, 예능 속 음식 또는 브랜드들을 알아봤습니다. 픽션에서 튀어나온 현실 음식들 '극한직업이 되살린 수원왕갈비통닭' 지난 2019년 1월 개봉한 영화 극한직업의 수원왕갈비통닭은 극장 밖에서도 실제로 팔리며 붐을 만들었습니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통닭거리의 한 치킨집은 영화 개봉 이틀 뒤인 1월 25일 메뉴를 정식 재출시했고 이후 통닭거리 대부분 치킨집에서 이 메뉴를 판매했답니다. 2017년에 개발했다가 거무튀튀한 비주얼이 구매욕을 자극하지 못해 판매를 중단했던 메뉴였는데 영화 흥행 후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급증했다고 하네요. 영화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자 갈비 치킨을 신 메뉴로 내놓는 붐이 프랜차이즈 업계 전체로 번진 건 안 비밀입니다. '맛잘알 기생충의 짜파구리' 2020년 아카데미 4관왕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비중 있게 다룬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는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죠. 제품을 단순히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취향과 방식을 더해 재창조한다는 의미로 수정하다(modify)와 소비자(consumer)의 합친 모디슈머(modisumer) 열풍이 일자 농심은 앵그리 짜파구리 큰사발을 2020년 4월 21일 국내 출시했습니다. 5월부터는 미국, 동남아, 일본, 호주, 러시아 등에 내놓는 동시에 유튜브에 짜파구리 조리법을 11개 언어로 올리며 글로벌 마케팅에 나서기도 했고요. GS25에서는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인 2020년 2월 10~11일 이틀간 짜파게티와 너구리 봉지면 매출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61.6% 급증했다고 합니다. 이마트에서는 짜파게티 일 매출 5200만 원을 기록하며 30년간 1위였던 3000만 원대의 신라면을 넘어서기도 했죠. '이영자와 정일우가 퍼뜨린 달고나 열풍' 2019년 11월경에는 서울 한 카페에서 유행하던 달고나 밀크티가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희극인 이영자를 통해 먼저 공중파를 타며 관련 메뉴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1월에는 KBS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배우 정일우가 마카오의 폭찹번 식당을 방문했을 때 커피 가루와 설탕, 물을 여러 번 저어 만든 커피를 마시고 달고나 같다고 표현하면서 달고나 커피가 본격 유행했고요. 방송 이후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로 퍼지며 영어로 'Dalgona Coffee'라는 명칭을 달고 글로벌 히트를 쳤습니다. '변화무쌍 포켓몬 애니의 포켓몬빵' 1999년 동명의 애니메이션 방영과 함께 처음 출시된 포켓몬빵은 23년만인 2022년 2월 24일 돌아온 포켓몬빵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선보이며 인기를 재입증했죠. SPC삼립이 재출시한 포켓몬빵은 출시 두 달 반 만에 2210만 개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당시 어린이였던 8090세대뿐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어린이, 관심으로 빵을 구하려는 어른까지 가세하며 편의점과 마트의 오픈런 행렬을 이끄는 등 상반기 최고 히트 상품이 됐고요. '릭 앤 모티의 쓰촨 소스 폭동' 2017년 4월 1일 방송된 미국의 카툰 네트워크사인 어덜트 스윔(adult swim)의 애니메이션 '릭 앤 모티 시즌3' 1화에서 주인공 릭이 1998년 디즈니 영화 뮬란 프로모션용으로 나왔던 맥도날드의 쓰촨 소스를 극찬한 후 소스 재출시를 요구하는 5만 명의 청원이 빗발쳤다네요. 맥도날드는 2017년 10월 7일 일부 매장에서 하루만 한정 판매했는데 준비한 물량이 턱없이 부족해 폭동이 일어나기까지 했고 온라인 경매 플랫폼 이베이에서는 소스 한 팩이 100달러 이상 가격에 거래됐죠. 결국 맥도날드는 2018년 2월 말경, 2000만 개의 쓰촨 소스를 전국 매장에 다시 공급했습니다. '해리포터 버터맥주와 심슨가족의 더프맥주' 책과 영화 속 상상의 음료였던 버터맥주는 2010년 미국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유니버설 올랜도의 '위저딩 월드 오브 해리 포터(The Wizarding World of Harry Potter)' 개소와 함께 대표 실물 메뉴가 됐죠. 콜드, 프로즌 두 형태로 판매되며 지금까지도 테마파크의 시그니처 메뉴의 인기를 누리는 중이고요. 미국 방송사 FOX에서 방영 중인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 속 더프맥주(Duff Beer)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니버설 테마파크 내 스프링필드 구역에서 절찬리에 팔리며 가상을 현실의 경험으로 만들었죠. '핑핑 도는 스폰지밥의 크래비 메뉴' 웬디스는 미국 날짜로 2024년 10월 8일부터 그해 연말까지 미국의 니켈로디언 키즈 초이스 어워드에서 방영 중인 애니메이션 네모바지 스폰지밥 25주년을 기려 크래비 패티 콜랩(Krabby Patty Kollab)을 자국과 캐나다, 괌 등에 출시했습니다. 버거킹은 작년 12월 '스폰지밥 무비: 핑핑이 구출 대작전' 개봉을 기념하고자 같은 달 말까지 쇠고기 패티에 노란색 사각형 번을 더한 스폰지밥 크래비 와퍼(SpongeBob's Krabby Whopper)를 한정 판매하며 대대적인 온·오프라인 통합 마케팅을 전개했고요. '진국 우정 포레스트의 Bubba Gump Shrimp Co.'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대사와 캐릭터에서 출발한 Bubba Gump Shrimp Co.(클릭 시 관련 이뷰 이동)는 실제 레스토랑 체인으로 확장했습니다. 첫 매장은 1996년 캘리포니아 몬터레이에서 문을 연 이래 현재 전 세계 20개 이상 지점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죠. 실물로 굳은 연성(緣成)의 굿즈 2007년 12월 15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2008 달력 만들기 특집부터 시작된 달력 프로젝트는 2009년부터 2016년까지 8년간 총 47억5700만 원의 수익금을 모아 장학금으로 기부했습니다. 방송 속 기획이 실제 상품이 됐고 그 수익을 다시 사회로 환원하는 선순환을 이룬 거죠. 양념치킨처럼 어떤 음식은 누군가의 집요한 노력으로 탄생하고 다른 어떤 음식은 이슈와 얘기를 통해 만들어집니다. 현실과 접하게 된 가상이 콘텐츠를 진정한 소비로 이끄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고요. 하지만 부지기수의 이슈와 얘기는 누군가의 감내 힘든 노력을 수반하죠. 1980년, 윤종계 옹이 6개월 이상 연구해 탄생한 양념치킨은 맨 처음 김치 양념을 기본 삼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와중에 물엿을 넣으라는 동네 할머니의 조언이 전환점이 됐다죠. 상품화 초기에는 손님들이 손에 양념이 묻는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무료 시식회와 후라이드 치킨 주문 시 양념치킨을 조금 얹어주는 등의 홍보활동을 펼쳐 결국 폭발적 인기를 모으게 됐다고 합니다. 이런 인기에도 윤 옹은 특허 신청을 하지 않았죠. 몰래 특허 신청을 하려던 직원을 대화로 만류한 사례도 있었고요. 그 덕에 양념치킨은 모든 한국인이 즐기는 것도 모자라 'K-치킨'이라는 거대 타이틀을 달고 전 세계인이 음미하는 음식이 됐습니다. 진미를 추구하던 한 사람의 집념이 사상 최고의 치킨을 만들었고 유행을 이끌던 한 편의 예능은 사회를 흔들었습니다. 우리는 또 치킨 상자를 열겠죠. 어딘가에서 재방송하는 무한도전을 보면서요. 양념치킨의 광택을 보면서 "음~" 하고 감탄할 테죠. /이슈에디코 강민호 기자/
며칠 전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CJ ENM의 tvN에서 '유 퀴즈 온 더 블록'이라는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게 됐습니다. 지난 12월 31일 방송에는 2026 대학수학능력시험 만점자 최장우, 왕정건 군이 게스트로 나와 올해 특히 어려웠던 수능 영어에 대해 얘기하더라고요. 광주 서석고 3학년 최 군은 "평소 연습할 때보다 잘 안 풀리는 느낌이었는데 끝나고 친구들이랑 얘기해 보니까 이번 수능이 확실히 어려웠구나 싶었다"며 이번 불수능에 대한 술회를 풀어놨습니다. 이어 서울 광남고 3학년 왕 군은 "수능 영어는 양심이라는 게 있어서 본문, 선지가 있으면 둘 중 하나만 어렵게 나오는데 올해는 둘 다 어려운 양심 없는 수능이었다"고 말하며 불수능을 넘어 '용암수능'이라 불린 이번 시험의 위엄을 짐작케 했죠. 실제로 올해 영어 1등급 비율은 3.11%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전체 만점자도 5명에 그쳤고요. 두 학생은 각각 서울대 경제학과와 의예과에 합격하며 결실을 맺었지만, 그 과정이 얼마나 험난했는지 방송을 통해 솔직하게 털어놨습니다. 수능 만점자인 저 학생들뿐 아니라 우리나라 수험생이라면 대부분 어렵게 공부한 영어를 실생활에서 제대로 활용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요? 과거와 마찬가지로 영어는 시험을 위한 과목일 뿐 정작 외국인을 만나면 말문이 막힌다는 자조 섞인 푸념이 여전한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푸념을 내뱉기 전, 사실 경탄이 먼저 터졌었죠. 병오년이 시작된 이달, 수능 만점을 받은 두 학생의 얘기를 접하기 전, 이번 '이리저리뷰'의 주제로 떠올린 분들이 먼저 계십니다. 새해 벽두의 두 선구자 충청북도 청주에서 1890년 1월 8일 태어나 1966년 5월 30일을 눈을 감은 독립운동가 김재형은 3·1운동 당시 출생지와 인근 지역에서 독립선언서를 배포하며 만세 시위를 일으킨 인물입니다. 중국 상해 프랑스 조계 지역에서 활동하며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의 생계를 지원하고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죠. 1919년 4월 10일 상해에서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 제1회 임시의정원회의에서는 초대 재무총장으로 선임되기도 했습니다. 비록 그 자리를 사양했지만 임시정부의 재정과 외교 등 주요 활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계속 담당했고요. 김재형은 3·1운동 등 국내외 독립운동의 확산과 조직적 활동을 도우며 독립운동의 기반을 다지는 데 기여했고, 우리 정부는 그의 공로를 인정해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습니다. 김재형과 같은 달인 1월 7일생인 독립운동가 서재필은 1864년 출생한 이래 김재형보다 더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습니다. 내일은 1951년 1월 5일 세상을 등진 그의 75주기 되는 날이고요. 1884년 참여했던 갑신정변 실패 후 일본과 미국으로 망명한 서재필은 미국에서 의학을 공부해 조선인 최초의 서양식 의사가 됐죠. 1890년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그는 사실상 '한국계 미국인 1호'로 안전한 미국 생활을 버리고 다시 조국을 찾았습니다. 1896년 조선으로 돌아온 서재필은 중추원 고문에 임명되고 정부 지원을 받아 우리나라 최초 민간 근대 신문인 '독립신문'을 창간했습니다. 주지하듯 한글과 영문으로 발행된 이 신문은 국민계몽과 자주독립 정신을 널리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죠. 여기 더해 이상재, 이승만 등과 함께 독립협회를 꾸려 자주독립 운동과 민주주의 확산에 힘썼고 광범위한 민중이 참여하는 만민공동회를 개최해 외세 간섭에 대응하는 여론을 모았습니다. 1898년, 미국으로 추방된 후에도 독립운동을 멈추지 않은 채 필라델피아에서 의장을 자처한 한인연합대회를 개최하는 동시에 한국통신부와 한국친우회를 설립하며 미국 내 독립운동과 여론 확산을 주도했죠. 3·1운동 이후에는 뉴욕에서 독립운동 기념식을 진행했고, 1921년 워싱턴 군축회의에서는 한국 대표단 부단장으로 활동하며 국제사회에 한국 독립을 호소했습니다. 이런 노고를 치하해 정부는 1977년 건국공로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했고요. 나라를 바꾼 외국어 능력 김재형과 서재필, 두 독립운동가는 '쓸 수 있는 외국어'로 조국의 독립을 꾀한 대표적 인물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프랑스어, 영어, 중국어 등 여러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었던 김재형에게 외국어는 단순히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독립운동의 무기였던 셈입니다. 머나먼 외지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것도, 임시정부 요인들의 안전 거처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도, 해외 독립 자금을 모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외국어 능력 덕분이었던 거죠. 프랑스어와 중국어로 조계에서 생존했고 영어로 세계에 조선의 목소리를 전한 겁니다. 지금 우리 학생들이 배우는 영어는 아직까지도 문법과 독해에 매달려 점수를 올리는 데만 치중해 안타까운 마음이 큽니다. 언어를 도구가 아닌 목적으로 배우는 탓에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데는 서툴죠. 나라와 민족의 독립을 위해 탁월하게 외국어 능력을 활용한 독립운동가 김재형과 서재필, 이 두 분이 살아생전 몸소 실천한 가르침은 백만 번 되새겨도 모자람이 없습니다. 새해 1월이 시작됐습니다. 김재형과 서재필이 태어난 이 달을 맞아, 우리가 배우는 언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언어는 점수가 아니라 소통이고, 시험이 아니라 도구이며, 개인의 성취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힘입니다. 두 독립운동가가 외국어로 조국의 독립에 기여했듯, 지금 우리가 배우는 언어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쓰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
2013년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Baku)에서 어둠의 냉기를 발산하기 시작한 에민 굴리예프(Emin Quliyev)의 1인 프로젝트 Violet Cold(바이올렛 콜드)의 'Empire of Love'. 2015년, 바이올렛 콜드의 음악을 처음 접했을 때 프로그레시브라는 장르적 용어를 파쇄기에 넣고 잘게 다져서 검고도 몽환적인 멜로디로 다시 반죽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장르 간 경계를 허무는 이질적 융합으로 경쾌한 멜랑콜리(melancholy)를 연출하는 작법은 바이올렛 콜드의 핵심이죠. 기본 토대를 애트모스페릭과 블랙 메탈로 세우고 슈게이징으로 둘러싼 사운드는 곧 '몽환'과 직결됩니다. 일렉트로닉, 트랜스, 앰비언트, 재즈, 아제르바이잔의 전통 음악 등의 요소를 활용해 장르의 굴곡을 메꾸면서 깊이와 독창성을 더하고요. 리스너의 감성을 요동치게 하고자 디프레시브 블랙 메탈의 어두운 정서를 다루며 하이 피치 스크리밍 보컬을 적절하게 구사하죠. 12년 전인 2013년 12월, 첫 싱글 발매 후 지금까지 싱글, EP, 정규를 통틀어 100개 이상의 앨범을 내놓은 다작 뮤지션 에민 굴리예프는 여기 머물지 않고 아직도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는 중입니다. 하드 씬에서 가장 주목받는 실험적인 원맨 밴드 중 하나인 바이올렛 콜드가 노래하는 사랑. 집요하게 파고들어 감정의 층위를 차곡차곡 쌓은 2021년 5월 발매작 Empire of Love는 블래스트 비트와 트레몰로 피킹이 대변하는 블랙의 테두리에서 찬란하게 부서지는 슬픔입니다. 이 앨범의 주된 장르인 블랙게이즈(Blackgaze)는 기존 블랙 메탈의 어둠에서 작은 줄기일지언정 빛을 보여주죠. 블랙 메탈과 슈게이즈가 섞인 포스트 록이자 퓨전 메탈 계열 장르로, 포악과 서정을 동시에 체감할 수 있습니다. 블랙의 블래스트 비트, 트레몰로 피킹, 스크리밍 보컬 등에 두터운 리버브·딜레이, 드론성 코드, 옅은 멜로디 등 슈게이즈 요소를 합친 장르라고 설명할 수 있겠네요. 주제 역시 기존 블랙의 완전한 암흑에서 벗어나 정서적으로 열린 공간감을 주는 경향이 강합니다. 하시 노이즈 월(Harsh Noise Wall), 파워 일렉트로닉스 성격의 실험작 'Neuronaut'까지 범주에 넣는다면 바이올렛 콜드가 정규 10집인 Empire of Love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사랑은 위안이나 구원이 아니라 서서히 잠식하는 감정에 가깝죠. 전통과 신스로 판을 깔아두고 안락함에 귀에 익숙해질 때쯤 날을 세우기 시작합니다. 변주처럼 청각적 공간을 남기는 연주는 반복되는 멜로디로 채우면서 밝고도 명확한 대비를 구성하죠. 듣는 내내 잔상을 남기듯 리스너의 내부를 서서히 점령하는 총 재생시간 38분 7초, 여덟 곡에 몰아넣은 복잡다단한 감정. Empire of Love의 수록곡 모두 살피면서 이번 편 마칩니다. 첫 번째 트랙 'Cradle'은 민속적 질감을 연상시키는 신스와 흩날리는 사운드로 귀를 채웁니다. 사랑의 제국에 입장하는 기분인데 짧은 치마를 입은 소년들의 단체 미드소마 파티가 떠오르네요. 앰비언트 패드 사운드가 중심을 잘 잡으면서 공간감을 짜다가 소음을 터뜨리며 요람의 평온함에 이어 찾아올 큰 감정의 전조를 보여줍니다. 두 번째 곡 'Pride'는 이 앨범에서 가장 상징적인 곡으로 과감한 장조를 넣어 Deafheaven(데프헤븐)의 'Sunbather' 앨범 수록곡처럼 찬란한 분위기를 만들다가 고음역대 멜로디에 강한 디스토션을 걸어 블랙 메탈 특유의 질감을 끌어내죠. 제목 같이 오만보다는 집요함에 가까운 감정의 총체로 트레몰로 주법, 멀티 트래킹, 스크리밍은 소외된 존재들의 자긍심일 겁니다. 3번 트랙 'Be Like Magic'은 슈게이즈의 코드 진행으로 신스와 기타가 거의 동등한 비중을 차지하는 곡입니다. 반복되는 멜로디는 중독성을 띠며 마법처럼 스며드는 사랑의 덫을 떠올리게 하죠. 저음의 낭독이 뒤섞인 일렉트로닉과 메탈의 융합을 신시사이저가 주도합니다. 블래스트 비트와 신시사이저 미디(MIDI) 신호를 일치시켜 완성한 기계적 질주감이 인상적이고요. 다음 곡 'We Met During the Revolution'은 팝송으로 봐도 될 만큼 소프트한 느낌이 강합니다. 앨범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구성을 가진 곡으로 외부의 억압에도 서로를 확인하는 유대감을 노래하죠. 점차 긴박해지는 리듬과 격해지는 텐션을 킥 드럼의 타격에 맞추며 같은 박동을 느끼게 합니다. 종반부의 아나테마(Anathema)틱 사운드는 귀를 절로 쫑긋거리게 만들고요. 감정의 밀도를 더 높인 다섯 번째 곡 'Shegnificant'는 정갈한 멜로디 라인과 보컬이 청각을 휘감죠. 여성(She)과 중요성(significant)이 주제인 것처럼 그들의 고통에 주목하며 선명하고도 뚜렷한 지점을 짚습니다. 블랙보다는 슈게이즈 정취로 기타 연주 뒤편에 여성의 차분한 보컬과 에민 굴리예프의 스크리밍을 배치해 거리감을 형성하는 기법이 뇌리에 남고요. 톡톡 튀는 6번 트랙 'Working Class'는 장식을 줄인 기타 리프 대신 속도감과 날카로운 디스토션, 아제르바이잔 전통 현악기의 이국적인 비브라토가 감탄을 부릅니다. 현실적인 제목처럼 일상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투쟁적 하루를 연주하죠. 에민이 문화적 정체성을 가장 확실하게 드러내는 곡이기도 합니다. 7번 곡 'Togetherness'는 앨범의 감정적 중추격인 곡으로 재생시간이 가장 길죠. 함께 있으면서도 고립감을 느끼는 연대의 허상을 내건 제목은 레이어를 촘촘하게 쌓으며 멜로디를 통한 고조를 이룹니다. 대서사시적 구성에 맞춰 고요한 앰비언트 파트부터 모든 악기가 역동성을 터뜨리는 클라이맥스까지 선명하게 역할하며 음악적 해상도를 잃지 않습니다. 마지막 곡 'Life Dimensions'는 경계를 흐려 여운을 남기는 마무리입니다. 사랑이 제국을 꾸린 이후 바뀐 삶의 관조를 남기며 다차원적 고찰을 유도한다고나 할까요? 이 세상이 사랑과 영혼으로 연결된 거대한 유기체임을 강조하죠. 오케스트레이션 요소를 가미한 페이드 아웃으로 결말을 지으며 무한하게 열린 제국을 향해 긴 잔향을 남깁니다. Cradle 2 : 27 Pride 5 : 00 Be Like Magic 5 : 31 We Met During the Revolution 5 : 14 Shegnificant 5 : 07 Working Class 3 : 41 Togetherness 6 : 15 Life Dimensions 4 : 52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이달 14일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한 실험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전기포트 11종을 대상으로 한 이 실험에서는 새 제품을 세척 없이 바로 사용할 경우 상당량의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도출됐답니다. 실험에 따르면 모든 재질의 전기포트에서 사용 횟수가 늘어날수록 미세플라스틱 발생량은 급감했죠. 10회 사용 후에는 초기 대비 50% 수준, 30회 후에는 25%, 100회 이상 사용 시에는 10%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재질별 평균 발생량은 플라스틱 전기포트가 물 1ℓ당 120.7개로 최다였고 이어 스테인리스 103.7개, 유리 69.2개 순이었습니다. 특히 플라스틱 포트에서는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큰 50㎛ 이하의 미세입자 비중이 높았죠. 일반적인 먹는 물의 미세플라스틱 검출량은 ℓ당 0.3~315개지만 입자가 작을수록 위험한 만큼 미세플라스틱 섭취를 최소화하기 위해 새 제품 구매 시 최소 10회 이상 물을 가득 채워 끓이고 버리는 '길들이기' 과정이 필요하다는 게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의 권고입니다. 또한 물을 끓인 후 잠시 둬 침전될 수 있는 입자가 가라앉도록 한 뒤 윗물만 따라 마시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는 조언도 덧붙였고요. 미세플라스틱은 입자 밀도에 따라 물보다 가벼워 표면에 뜨거나, 밀도가 높으면 바닥으로 가라앉습니다. 물을 끓인 직후 바로 따르면 소용돌이 때문에 입자들이 골고루 섞여 몸속으로 들어올 확률이 높지만 잠시 기다리면 입자들이 분리돼 비교적 깨끗한 물만 섭취할 수 있는 거죠. 낙인찍힌 존재들, 떠다니는 사람들의 역사 이제 시선을 컵 바깥 세상으로도 돌려보겠습니다. 물 위를 떠다니는 입자처럼, 이 사회에도 오랜 시간 '떠다니는 존재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부랑자'라 불리던 사람들입니다. 부랑(浮浪)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물에 떠다니는 물결'이며 부랑하는 사람(者)이라는 뜻의 부랑자는 정해진 주소와 직업 없이 떠돌아다니면서 구걸이나 잡일을 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낮춰 부르던 명사였죠. 부랑자라는 말을 언제부터 우리 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썼는지 정확히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부랑자가 사회 문제로 부각돼 공식 문서나 법률에 사용되기 시작한 시기는 근대 이후입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직후 전쟁과 사회 혼란으로 고향을 떠나거나 생계를 잃은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부랑자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합니다. 또 한국전쟁 이후 사회 복구 과정에서 정부는 이들을 요보호 대상 또는 사회 문제 유발자로 인식하며, 이들을 강제 수용하거나 통제하기 위한 법적 용어와 정책에 부랑자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죠. 더욱이 1960~70년대 이후 시설 수용 정책의 대상자를 지칭하는 용어로 널리 쓰였습니다. 훈령으로 가둔 인권… 악행의 정당화 지난 2023년 12월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는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수용 기간 1년당 8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많은 독자들이 아시겠지만 형제복지원 사건은 1960년대부터 1992년 후반까지 부랑인으로 지목된 3만8000여 명을 민간이 운영하는 부산 소재 복지법인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하고 공권력이 인권을 짓밟은 사례입니다. 부랑인을 강제 격리하고 수용하는 정책은 국가 폭력과 인권 유린의 대표적 사례로 여기는데 무엇보다 형제복지원 사건의 악명이 높기 때문이고요. 사회에 기여하지 않고 떠돌아다니며 해를 끼치는 사람이라는 부정적 낙인을 부랑자라는 단어에 새겨 사회적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하는 데 사용했죠. 이 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이후 부랑자라는 용어가 인권을 침해하고 비하적인 어감이 강하다는 비판 때문에 노숙인이나 거리 생활인, 무연고자 등의 용어로 대체하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이 사건은 정부의 부랑인 단속 및 수용 정책(내무부 훈령 제410호)을 배경 삼아 경찰과 공무원들이 거리의 부랑자는 물론 일반 시민, 장애인, 심지어 어린 아이까지 영장 없이 불법으로 잡아들여 감금한 악행입니다. 수용자들은 강제 노역, 폭행, 성폭행, 고문 등에 시달렸으며 탈출을 시도하거나 저항하면 살해당하기도 했죠. 공식 기록된 사망자만 657명으로 조직적인 국가 폭력이자 대규모 인권 유린 사건이었습니다. 1987년 검사에 의해 일부 사건이 드러났으나 당시 권력층의 비호로 사건이 축소·은폐된 것도 모자라 피해자들은 아무런 보상조차 없이 수십 년간 방치됐죠. 그러다 2010년대에 이르러서야 사건이 재조명되고 진상 규명과 명예회복, 배상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건의 진상 규명은 현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에 따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를 통해 이뤄지는데 진실화해위 2기는 2020년 12월 출범 이후 형제복지원 사건을 핵심 조사 대상으로 지정하고 조사를 진행했죠. 정착 못한 진실로 여전히 부랑하는 고통 2022년 8월, 진실화해위는 이 사건을 '국가 폭력에 의한 인권 침해 사건'으로 공식 규정하며 진실 규명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는 정부기관이 사건의 진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최초의 결정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컸고요. 진실화해위는 당시 훈령 제410호가 부랑인 단속의 근거로 악용됐으며 경찰 등 공권력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영장 없는 불법 감금과 시설 이송을 자행했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곳의 강제 노역, 폭행, 고문, 성폭행 등 인권 유린은 국가의 정책적 묵인과 공권력의 개입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한 거죠. 이후 진실화해위는 대통령 또는 국회의 공식 사과를 통한 피해자 명예 회복, 피해자 심리치료와 의료지원, 피해 보상 및 배상 특별법, 시설 내 암매장 추정 희생자 유해 발굴, 재발 방지책 마련 등 정부와 국회에 후속 조치를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 보상을 위한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 구제 등에 관한 특별법안'은 수차례 발의에도 입법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죠. 어찌 보면 어이없는 정치권의 쟁점은 국가 재정 부담 및 배상 범위, 이미 지나버린 소멸 시효 문제, 금전적 배상 외 지원책 등입니다. 수십 년간 침묵을 강요당했던 피해자들은 현재 ‘형제복지원 생존자 모임’ 등을 결성해 진실화해위가 제시한 요구사항들의 실질적 이행을 피눈물로 바라고 있습니다. 진실화해위 2기는 2020년 12월 출범 뒤, 2021년 5월 27일 조사를 시작하기로 결정하며 본격 일정에 돌입했습니다. 그리고 2025년 5월 26일 조사 활동을 종료한 뒤 최종 결과 정리 보고를 거쳐 2025년 11월 26일 공식 활동을 마쳤죠. 이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가장 든든한 아군을 잃고 당분간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합니다. 부랑자라는 낙인이 찍혀 고통스럽게 세상을 떠돌던 이들의 한(恨) 서린 목소리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들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 아직도 우리 사회 가장 바깥자리에서 부랑하고 있습니다. 전기포트로 깨끗한 물을 마시기 위해 부유물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우리의 이웃에서 한 순간에 피해자가 된 이들의 고통이 평온 안에 자리할 수 있도록 정화의 과정을 지속해야 합니다. 미세플라스틱을 걸러내듯 우리 사회의 비정한 낙인을 모두 걷어낸 그들이 긴 부랑을 끝내고 평온한 일상의 품에 안착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최근 매일유업의 '우유속에' 시리즈가 리뉴얼 출시되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저당·제로 트렌드에 맞춰 이 제품을 무가당으로 바꿨지만, 기존 제품을 선호했던 고객 요구에 응한 것인데요. 실제 최근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이용자는 "무설탕으로 리뉴얼되면서 락토프리로 마실 수 없는 부분이 아쉬워 매일유업 사이트에 의견을 남겼는데 답변을 받았다"며 매일유업 고객센터에서 보낸 문자를 공개했습니다. 이 문자를 보면 매일유업은 예전 제품을 선호했던 고객들의 의견을 반영해 우유속에 시리즈를 기존 풍미와 성분으로 다시 원복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이번 리뉴얼은 우유속에 브랜드 본연의 진한 풍미를 살리는 데 주력했으며 우유 유당을 제거한 락토프리로 누구나 편하게 마실 수 있게끔 구현했다네요. 우유속에 시리즈는 지난 1995년 처음 출시된 매일유업의 대표 가공유 브랜드입니다. 인공색소와 인공감미료를 첨가하지 않고 실제 원물과 과즙을 담아 300ml 대용량으로 가공유 시장에 처음 선보여 소비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죠. 이후 매일유업은 딸기 및 바나나 과즙을 넣은 제품에 이어 2002년 커피 추출액을 넣은 '우유속에 모카치노'와 2003년 생초콜릿을 첨가한 '우유속에 코코아'로 라인업을 확장했습니다. 또 복숭아 과즙, 카라멜 마끼아또, 아몬드, 망고 등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부응해 여러 맛을 내놨지만 현재 딸기·코코아·커피로 라인업을 굳혔고요. 여기 더해 지난 2022년 락토프리 가공유로 업그레이드했죠. 이번 리뉴얼에 대해 매일유업 관계자는 "고객들이 풍미라든지 락토프리에 대한 얘기를 해줘서 반영에 참고했다"며 "앞으로도 지속해서 고객들과 소통해 더 나은 제품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식품업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고객의 요구를 확인, 제품 리뉴얼 및 출시에 나서고 있는데요. 일례로 팔도는 지난 3월 출시한 '팔도비빔면 제로슈거'를 출시 약 한 달 만에 리뉴얼했습니다. 이 제품은 국내 비빔라면 최초로 설탕을 첨가하지 않고 맛을 내 시장의 관심을 모았지만, 기존 팔도비빔면과 비교해 맛이 매우 다르다는 반응이 이어지자 곧장 맛을 변경한 거죠. 롯데웰푸드(前 롯데제과)는 올 상반기에 오랜 기간 소비자들의 재출시 요청이 끊이지 않았던 '치토스 체스터쿵 새콤달콤 딸기맛(치토스 체스터쿵)'과 아이스크림 '대롱대롱' 및 '과수원을 통째로 얼려버린 엄마의 실수(엄마의 실수)'를 재출시했습니다. 오리온과 미국 프리토레이 합작사 '오리온프리토레이'가 내놓은 제품인 체스터쿵은 지난 1990년대 중반 출시 당시 캐러멜, 딸기 두 가지 맛으로 구성해 치토스 마스코트인 '체스터' 발바닥을 형상화한 모양과 단맛을 내세워 많은 사랑을 받은 과자입니다. 이후 롯데웰푸드가 2006년 펩시코(PESICO)와 제휴를 체결, 치토스 국내 판권을 갖게 되면서 이 제품 생산을 맡게 됐고요. 롯데웰푸드에 따르면 이 추억의 과자를 잊지 못한 고객들이 최근 2년간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를 통해 200여 건의 재출시 요청을 했답니다. 이런 목소리에 화답하기 위해 이 회사는 사라진 제조 설비를 약 1년 동안 준비해 제품을 세상에 내놨죠. 아이스크림 '대롱대롱'은 1987년 롯데삼강(現 롯데웰푸드)이 출시한 떠먹는 형태의 과일 맛 제품으로 과일처럼 생긴 용기 덕분에 인기를 끌었는데요. 2010년경 단종됐지만 꾸준한 재출시 요청이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1980~90년대 배경의 여러 콘텐츠에 등장할 때마다 온라인상에서 이를 추억하는 소비자 반응이 끊이지 않았다네요. 최근 3년간 SNS로 실시한 내부 조사에서도 재출시를 희망하는 자사 빙과 중 가장 많이 언급됐다고 합니다. '엄마의 실수' 역시 2006년 선보였던 우유 믹스를 베이스로 한 과일 맛 아이스크림인데, 2021년 단종된 후 이를 추억하는 소비자 반응이 온라인상에서 꾸준했고요. 다만 이 세 가지 제품 모두 한정판으로 생산돼 체스터쿵과 대롱대롱은 아쉽게도 재고 소진된 상태입니다. 농심이 1991년 단종했던 카레맛 과자 'B29'는 네이버에 '카레맛 과자 비29 재생산을 바라는' 팬카페가 있을 정도로 소비자들이 간절하게 재출시를 요청했죠. 이에 농심은 지난 2월 편의점 CU에서 이 제품을 내놓은데 이어 현재는 판매 호조에 판매 채널을 늘렸다고 합니다. 지난 1990년 출시된 다양한 과일 맛의 츄잉캔디 '비틀즈' 역시 소비자들의 재출시 요구가 끊이지 않았던 제품입니다. 오리온은 작년 6월 비틀즈 생산을 종료한 뒤 맛과 식감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통해 올해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소비자 요청에 일정을 대폭 당겨 올 2월에 공개했다네요.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2013년 영국 와이트 섬(Isle of Wight)의 해안도시 라이드(Ryde)에서 고고한 어둠을 발산하며 모습을 드러낸 Joe Hawker(조 하커)의 1인 프로젝트 Ethereal Shroud(이서리얼 슈라우드)의 'Trisagion(트리사기온: 세 번 거룩한)'. 2013년 10월 첫 데모 발매 후 2015년 2월 정규 1집 'They Became the Falling Ash'로 저온숙성한 검은 이스트 같은 장르적 이미지를 굳힌 조 하커에게 이서리얼 슈라우드는 음악적 비전 그 자체입니다. 조 하커는 이 원맨밴드에서 보컬, 기타, 작곡, 작사, 편곡 등 음악 제작의 주된 분야를 홀로 담당하면서 일반 뮤지션들과 달리 자신에 대한 정보를 대중에게 노출하지 않는 신비주의적 익명성을 유지하죠. 다소 고립된 환경에서 자란 까닭인지 그의 음악적 주제인 고립감, 우울함, 광활함을 자신의 음악에 담아 감정에 기반을 둔 철학 공유를 제시합니다. 이 감정들은 개인적 트라우마의 자극제 역할을 하며 탐욕으로 무너지는 세상에 대한 분노, 반파시즘 등 비판적이고 내성(內省)적인 주제와 직결되고요. 자신의 온전한 감정을 훼손 없이 고스란히 표현하고자 이 솔로 프로젝트를 이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애트모스페릭·디프레시브 블랙, 퓨너럴 둠 메탈의 장르적 경계를 헤치는 Trisagion 앨범의 발매일은 2021년 12월 10일로 앨범의 완성도를 한계치까지 높이고자 기존 작업방식에 변화를 줬는데요. 게스트 보컬 섀넌 그리브스(Shannon Greaves) 외에도 드러머 존 커(John Kerr)를 두고 리처드 스펜서(Richard Spencer)에게 베이스와 비올라를 맡기며 세션들과 함께 서정적인 면에서 블랙 메탈이 구현할 수 있는 극한의 경지에 다다랐습니다. 앨범 제목 Trisagion은 그리스어 Τρισάγιον에서 차용한 것으로 동방 정교회에서 사용되는 '세 번 거룩한(Holy God, Holy Mighty, Holy Immortal, have mercy on us)'이라는 의미의 성가(聖歌)에서 따왔다고 하네요. 종교적 단어를 제목으로 채택했으면서도 세상의 불의가 야기하는 내면의 증오와 절망을 건드리는 이 앨범은 그림자의 찬송가(讚頌歌)인 셈이죠. 어둠 안에서 사색적인 휴식을 취하길 원한다면 본 앨범이 잡아끄는 깊은 기저로 침잠해도 후회 없을 겁니다. 치유와 희망을 찾는 복잡한 여정을 블랙 메탈에 새겨 총 재생시간 64분 15초, 세 곡에 채운 Trisagion 수록 트랙 전체 살피면서 이번 편 마침표 찍겠습니다. 앨범 내에서 27분 47초로 가장 긴 첫 번째 트랙 'Chasmal Fires'는 팀파니와 오르간, 플루트로 장엄하지만 불안정한 서사를 전개하며 제목처럼 '심연의 불'을 서서히 밝힙니다. 극단적으로 길고 반복적인 리프 사이를 섀넌 그리브스의 맑은 보컬이 차분하게 메우며 듣는 이에게 심연을 떠오르게 하죠. 자신을 비난하는 사회에 대한 증오를 격렬하게 폭발시킨 이 곡은 리드 기타의 선율을 비올라가 이어받는 것으로 앨범 전체 분위기를 짐작케 하며 총 재생시간 64분 15초라는 시간적 구애(拘礙)보다 단 세 곡뿐이라는 아쉬움을 만듭니다. 개인적으로 꼽는 킬링트랙이고요. 어둠에 맞서는 봉기의 의지를 세운 두 번째 곡 'Discarnate'는 1번 곡보다 더욱 역동적으로 청각을 파고듭니다. 통상적인 둠 메탈의 늪 같은 잡아끌기와 블랙 메탈의 폭풍 같은 몰아치기가 교차하지만, 밝은 정서를 전달하듯 곡 전체에서 뚜렷한 음악적 색채를 드러내죠. 긴장감이 높은 트랙으로 잦은 템포 변화와 활발한 구성은 '육체를 벗어난다'는 곡 제목을 제대로 나타냅니다. 서사적 결론을 짓는 마지막 트랙 'Astral Mariner'는 몽환적인 장엄함이 더욱 두드러지는 곡으로 리처드 스펜서의 비올라가 슬픈 종말을 예고하는 가운데 길게 퍼지는 조 하커의 스크리밍은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해방감을 선사하죠. 풍부한 신시사이저 레이어가 템포를 안정적으로 잡아주며 '별 세계의 선원'이라는 제목과 같이 상실을 넘어선 평온을 안겨 유종이 거두려는 아름다움을 책임집니다. Chasmal Fires 27:47 Discarnate 13:54 Astral Mariner 22:34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지지난밤,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소복이 내려앉은 눈이 아침 햇살을 만나 새 세상을 만들었습니다.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제설작업 탓에 불편을 호소하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일터에서 한숨 돌리며 도심 설경을 살피니 흰색이 주는 순수함이 마음을 들뜨게 하더군요. 눈의 결정들로 뭉친 백색 융단이 떠오르는 태양의 빛을 고스란히 끌어안고는 수많은 프리즘처럼 사방으로 퍼집니다. 이 찬란한 반사가 만드는 백색의 경이는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경고를 품고 있죠. 아래 이미지는 집 주변의 풍경인데 제가 본 눈부심이 제대로 담기지 않아 너무 아쉽네요. 지표면의 눈이 반사하는 강렬한 빛은 때때로 단순한 눈부심을 넘어 우리 눈 건강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는데, 이것이 바로 '설맹증(雪盲症, Snow Blindness)'입니다. 의학적으로 광각막염(Photokeratitis)이라고 부르는 설맹증은 눈이 강한 자외선에 과도하게 노출돼 각막 표면에 일시적 화상이나 손상이 생겨 시력 장애를 일으키는 현상입니다. 눈(雪)이 많이 쌓인 환경에서 주로 발생하는 만큼 설맹증이라는 이름이 붙었고요. 설맹증의 핵심 원인은 극도로 높은 자외선 반사율입니다. 새로 쌓인 눈은 태양광 속 자외선의 약 80~90% 정도를 반사하는데, 이는 일반 지표면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입니다. 스키장이나 고산 지대에서는 직접 쬐는 태양광과 눈에 반사돼 올라오는 자외선까지 눈에 이중으로 노출되죠. 이렇게 강력한 자외선에 장시간 노출되면, 눈의 가장 바깥쪽에 있는 각막의 상피세포(표면 세포)에 상처가 생겨 염증이 발생합니다. 눈에 발생하는 화상이라고 여기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이 질환은 자외선 노출 직후가 아니라 6~12시간가량 지난 후 발현하는 것이 특징이고요. 눈의 이물감, 뻑뻑함, 시야의 일시적 흐릿함 이후 극심한 안통, 강한 눈부심(광선 공포)과 함께 눈물 과다 분비, 두통 등이 동반되며 중증일 경우 일시적 시력 저하나 시야가 어둡게 보이는 현상이 나타난답니다. 다만 대부분 일시적인 질환으로, 각막의 회복력이 빨라 비교적 단시간 내 자연 치유가 가능하다네요. 설맹증이 나타나면 즉시 야외 활동을 중단하고 빛을 완전히 차단한 어두운 곳에서 눈을 감고 쉬어야 합니다. 눈 주변에 냉찜질을 해주면 통증과 부기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며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반드시 안과에서 진료를 받아야 하죠. 설맹증을 예방하려면 스키장, 눈 덮인 산 등 자외선 반사율이 높은 곳에서 활동 시 꼭 자외선 차단율 100%인 고글 또는 선글라스를 착용해야 합니다. 지금이야 이처럼 고글이나 선글라스로 간단히 예방할 수 있지만, 1세기 전 선조들에게 설맹증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였죠. 가혹한 환경에서 설맹증과 사투를 벌였던 남극 탐험의 비극적인 영웅 로버트 팰컨 스콧(Robert Falcon Scott, 1868~1912)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목숨과 바꾼 연구…최초 목표는 두 번째였을 뿐 영국의 해군 대령이자 탐험가 로버트 스콧은 20세기 초 남극점 정복 경쟁에서 노르웨이의 로알 엥겔브렉트 그라브닝 아문센(Roald Engelbregt Gravning Amundsen, 1872~1928)과 맞섰습니다. 스콧의 두 번째 남극 탐험인 테라 노바(Terra Nova) 원정은 전 대원이 목숨을 잃은 비극적 결말로 세계 역사상 가장 논란이 많은 탐험 기록 중 하나가 됐죠. 스콧을 포함한 5인 탐험대의 최우선 순위는 남극 대륙의 지질, 기상, 생물학 등 광범위한 과학 연구였으며 남극점 최초 도달은 두 번째 목표였다고 합니다. 경쟁자보다 보급 기지를 남극점에 110km 더 가깝게 설치하는 등 철저한 사전 계획을 세웠던 아문센이 1911년 12월 14일, 인류 최초로 목적지에 도달한지 한 달여 지난 1912년 1월 17일 그곳에 도착한 스콧 일행은… 노르웨이 국기와 아문센이 남긴 텐트, 편지를 발견하고 남극점 최초 정복 목표를 상실하게 된 스콧 일행은 귀환 길에 예상치 못한 악조건에 직면하며 비극을 맞았습니다. 연료 저장고에서 난방 및 조리용 연료가 샌 것도 모자라 식량까지 부족했죠. 문자 그대로의 설상가상으로 예상보다 거셌던 눈보라와 추위가 이동을 방해하던 와중에 일부 대원들이 설맹증을 앓아 그렇지 않아도 묶였던 발은 아예 굳어버렸고요. 이런 상황에 대원 중 한 명이던 로런스 에드워드 그레이스 오츠(Lawrence Edward Grace Oates, 1880~1912) 대위는 동상과 체력 고갈로 일행에 짐이 된다는 판단을 내린 채 스스로 목숨을 버렸지만 이런 희생에도 남은 모두는 보급 기지까지 불과 17㎞를 남기고 1912년 3월 29일경 동사했습니다. 시민 발걸음 제한하는 도심의 설맹 남극점 최초 도달 실패라는 패배감보다 스콧 일행을 더 깊은 절망으로 몰아넣은 악재 중 하나였던 설맹증. 고글 없이 설원을 행군하던 일행 중 설맹증이 유독 심했던 에드워드 윌슨(Edward Adrian Wilson, 1872~1912) 박사는 동료가 끄는 썰매에 매달려 눈을 감은 채 걸어야 했는데 이는 전체의 행군 속도를 치명적으로 늦췄고 결국 모두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시야를 잃은 대가는 죽음이었던 거죠. 2025년 12월 4일, 그날 밤 서울은 도로 위 설맹에 발길이 잡혔습니다. 100여 년 전 남극의 비극을 오늘날 도심에 대입하는 건 다소 무리가 따르지만 분명한 하나는 우리 사회가 적절한 대처 없이 시야를 잃었을 때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겁니다. 이날 제설작업의 적기를 놓친 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이 됐고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랐죠. 글이 길어져 기억에 남는 사례 하나만 꼽겠습니다. 4일 저녁 7시께부터 봉담과천고속도로 청계IC~의왕IC 구간에서는 운전자들이 무려 9시간 30분 동안 도로 위에 갇혀 꼼짝도 하지 못했습니다. 제설차량조차 진입하지 못한 이 시간 동안 시민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했고요. 경기 남부에서만 아침까지 접수된 폭설 관련 피해 신고는 1900건을 넘어섰고 서울 도심 평균 통행 속도는 사람이 뛰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시속 20.9㎞/h에 머물렀답니다. 눈을 치운다는 건 도로를 깨끗이 하는 미관상의 문제가 아니죠. 제설은 80%의 자외선을 반사하는 눈을 걷어내어 운전자의 시야를 확보하는 일이자 빙판을 없애 1.5톤의 쇳덩어리가 흉기로 돌변하는 것을 막는 업무입니다. 설맹증을 예방할 수 있는 것처럼 교통마비 역시 제설제 살포와 선제적 인력 배치 등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죠. 스콧의 비극이 남긴 교훈은 명확합니다. 앞을 봐야 안전을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위험한 정체를 원하지 않습니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
경기 악화가 길어지는 가운데 새해 복을 기원하는 상징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집에 걸어두면 돈을 불러온다'는 은행 신년 달력 구하기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중고거래 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앱)에서도 은행 달력이 우후죽순 올라왔는데 가격은 천차만별이고요. 과거 달력이 귀하던 1960년대 후반, 대중적인 금융기관으로 자리 잡기 위해 은행들이 연말마다 달력을 돌렸는데요. 그러나 1973년 10월 1차 오일쇼크(석유 파동) 발생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게 되자 정부가 은행의 달력 제작을 종이 낭비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은행엔 달력 배포 금지 조처가 내려졌죠. 이후 1983년 경제 안정화와 함께 긴축 정책이 완화되자 은행들은 달력 마케팅을 재개했는데요. 긴 공백기를 거친 만큼, 더욱 특별한 존재가 된 은행 달력은 매년 여러 형태와 디자인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올해 은행 달력은 어떤지 살펴볼까요? 우선 2026년 신한은행 달력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신한의 정체성과 미래 비전'을 담아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제작됐다고 합니다. 달별 이미지를 통해 ▲신한 AI 브랜치 ▲아름인도서관 ▲이브닝플러스 ▲한국금융사박물관 등 현재 신한에서 시행 중인 서비스와 미래지향적 점포, 여러 사회공헌활동 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 달력은 KB금융 캐릭터인 '스타프렌즈'를 활용했습니다. 스타프렌즈는 지난 2020년 첫 공개된 ▲키키(토끼) ▲아거(오리) ▲비비(곰) ▲라무(라마) ▲콜리(브로콜리) 등 각자 별에서 꿈을 찾아 지구에 온 친구들인데요. 이번 달력에는 따뜻한 그림체로 이들 캐릭터를 통해 ▲어린왕자 ▲홍길동전 ▲오즈의 마법사 등 고전동화들을 재현한 이미지를 그려냈습니다. 우리은행은 우리금융에서 달력을 만들었는데요. 2026년 달력은 우리금융 모델 가수 아이유의 모습과 우리금융미래재단의 발달장애 미술가 지원 사업인 '우리시각' 작가들의 작품이 담겼습니다. 월별 상단에 있는 QR코드를 찍으면 이달의 작품을 영상으로도 감상할 수 있고요. 작년 4월 첫 시작된 우리금융의 우리시각 사업은 서울문화재단과 공동 운영을 통해 서양화, 동양화, 판화 등 시각예술 분야에서 활동 중인 발달장애인을 돕고 있습니다. 매년 10명을 선정해 전문 멘토링은 물론, 제작비, 포트폴리오 제작 등을 지원한다네요. 하나금융그룹에서 디자인한 하나은행 내년 달력은 백남준 서거 20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백남준아트센터와 협업했습니다. 매달 다양한 백남준 작가의 작품과 작품 설명을 보면서 그를 기릴 수 있다네요. IBK기업은행의 내년 달력은 백순실 작가의 작품이 실렸습니다. 백 작가는 음악과 차(茶)를 주제로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그림을 그리며 30여 년 활발하게 활동 중인데요. 대표 작품으로는 차와 자연의 세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동다송(東茶頌)' 시리즈와 우리나라 소리와 세계 유명 작곡가의 음악을 시각화한 'Ode to Music'이 있습니다. 달력 속 백순실 작가의 작품처럼 경기 침체 속 안정과 위안을 강조한 기업은행의 기조로 읽히네요. 이처럼 은행권들의 내년 달력에는 각자 브랜드 정체성과 사회적 메시지가 고스란히 담겼는데요. 내년 한 해가 달력에 담긴 메시지처럼 잔잔한 좋은 일들로 채워지길 기대해 봅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영화를 좋아하는 김수경의 영화·씨네필 관련 이모저모 이야기'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주의. 가장 최근 '수영씨 이야기'가 올해 7월 29일이더라고요. 저는 기껏 해봤자 두 달 정도 지나겠거니 생각했는데 다섯 달이나 흘렀다는 점에 무척 놀랐습니다. 그동안 영화를 안 본 것도 아닌데 말이죠. 마지막 콘텐츠 작성 이후부터 계산해 보니 단편영화를 포함해 대략 50여 개를 감상했더라고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봤던 제품을 제외하고 영화관에서 감상했던 작품들은 30개 정도가 되겠네요. 감상하면서 수영씨든 어떤 콘텐츠로 소감 한마디를 남기고픈 작품들을 꼽자면 디첸 로더 감독의 '나와 그녀'와 에밀리 블리치펠트 감독의 '어글리 시스터(이 작품은 짜사이로 작성했습니다.)', 연상호 감독의 '얼굴'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너무 훌륭한 글들이 많아 저까지 덧붙이기엔 오히려 쑥스럽더군요.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는 원작 소설까지 읽을 정도로 기대했는데, 막상 쓰려니 마음이 크게 움직이진 않아 몇 줄 쓰다 멈췄습니다. 그러다 아무 사전 정보 없이, 그저 배우 한 명을 보기 위해 들어간 극장에서 올해 최고의 영화를 만났는데요. 바로 '프랑켄슈타인'입니다. 무려 1818년에 쓰인 최초 과학공상(SF) 소설이 원작인 이 작품은 천재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죽음을 정복하겠다며 여러 시체로 '크리처(괴물)'를 만들었지만, 결국 빅터 자신과 크리처 모두 파멸을 맞게 되는 얘긴데요. 우연히 넷플릭스 공개 예정작에서 이 작품을 봤을 때도 "집에서 편하게 보면 되겠다"는 생각과 함께 잊었는데, 배우 '미아 고스'가 나오더라고요. 저는 인터넷에서 영화 'X' 줄거리와 스틸컷으로 미아 고스란 배우를 처음 접해 그의 작품세계에 뛰어들었습니다. 정작 X는 국내 어디에서도 볼 수 없어 X의 프리퀄인 '펄'과 '맥신'밖에 볼 수 없었지만, 미아 고스의 매력에 빠지기엔 충분했습니다. 그런 배우를 큰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다는데 예매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겠죠. 프랑켄슈타인은 넷플릭스에 공개되기 전에 극장을 통해 며칠 동안 공개됐는데요. 이 같은 극장 선공개는 내년 3월 개최하는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겨냥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카데미 후보가 되려면 미국 6개 대도시권 극장에서 최소 하루 이상, 일주일 연속 상영해야 하죠. OTT 영화의 경우 스트리밍 공개 전 극장에서 먼저 선보여야 한다는 조건도 붙었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 제 첫 감상은 "극장에서 N차 찍을 수 있으면(여러 번 관람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였습니다. 많은 사람이 큰 화면을 통해 세심한 연출과 미장센, 배우들의 열연을 봐야 했는데 말이죠. 특히 소설이나 게임,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원작으로 영화가 생산되는 대부분인 요즘, 프랑켄슈타인은 원작 구현의 '모범 사례'이기도 했고요. 이 작품의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는 원작에 대해 "이 책의 매력은 너무 많은 질문을 던지는 10대 같다는 것에 있는데, 그 질문은 때론 짜증 날 정도로 날카롭다"고 설명하며 애정을 드러냈죠. 사랑하는 원작을 원작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기예르모 감독은 그만의 감성, 스타일을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담아냄과 동시에 원작 속 대화 말투와 리듬감, 주제를 살리려고 했답니다. 또 현대 시각으로 보기엔 다소 불편할 수 있을 법한 요소들도 자연스럽게 없애되, 원작의 주제를 훼손하지 않았고요. 일례로 원작 속 크리처가 분노에 못 이겨 일으킨 무분별한 살인에 대해서는 다소 눈을 찌푸릴 수 있지만, 영화에서는 그런 장면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오두막집에서나 남극으로 향하는 선원을 죽이긴 했지만 자신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요. "사냥꾼은 늑대를 미워하지 않고 늑대는 양을 미워하지 않았어. 하지만 그들 사이의 폭력을 피할 수 없어 보였지. 이런 생각이 들더군. 이게 세상의 이치겠구나. 어떤 존재라는 이유만으로 사냥당하고 죽임당할 수 있는 거야." -오두막에서 벌어진 사냥꾼과 늑대의 싸움을 접한 크리처의 대사 영화가 원작과 가장 다른 점은 프랑켄슈타인의 동생 윌리엄과 그의 약혼자인 엘리자베스입니다. 원작 속 윌리엄은 5살 꼬마로 죽음을 맞는 단역이지만 영화에서는 형의 사랑을 갈망하는 캐릭터로 등장하죠. 엘리자베스(미아 고스 扮)는 본래 빅터의 약혼자지만 영화에선 윌리엄과 약혼을 한 설정으로 생명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늘 품고 있던 인물인데요. 죽기 직전 크리처에게 죽음과 사랑의 본질을 일깨워줍니다. "내 자리는 애초에 이 세상에 없었어. 이름도 모를 무언갈 찾고 갈망했지. 잃어버리고 되찾는 것. 그게 사랑의 생애야. 그 덧없음과 비극 속에서 이건 '영원'이 됐어. 차라리 이렇게 떠나가는 게 나아. 네 눈이 내게 머물고 있을 때." -죽기 직전 엘리자베스의 대사 엘리자베스가 죽은 뒤 크리처가 그의 머리를 훼손할까 걱정했는데(원작에선 크리처가 여성 크리처 제작을 위해 죽은 유모의 머리를 잘라 빅터에게 건네줬다), 엘리자베스의 유언을 듣고 그녀를 온전한 죽음의 세계로 보내줍니다. 크리처는 탄생 이후 늘 "내가 누군지 알고 싶다"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데요. 사실 우리 모두는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한 번쯤 갈구한 경험이 있습니다. 기예르모 감독은 그 질문에 '정답'을 주지 않는 대신 질문 그 자체를 포용하게 만드는 쪽을 택했다고 합니다. "인생은 마치 끝없는 궤도를 달리는 별 같아. 마치 수많은 질문과 해답을 찾아가 미완성의 그림을 그려가는 것"이라는 동방신기의 '라이징선' 가사가 떠오르네요. 이 밖에도 영화에서 빅터는 '모든 문제의 출발점'이라며 등장했던 빅터 아버지의 모습을 답습합니다. 매몰찬 아버지에게 자라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미워하던 빅터는 피조물의 아버지와도 같지만 그를 냉정하게 대하죠. 하지만 크리처는 긴 여정 끝에 다시 마주하게 된 그를 용서하게 됩니다. 이런 부모의 모습과 용서를 통해 세대를 거쳐 전해지는 고통을 끊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셈이죠. 미아 고스가 인터뷰에서 말했듯 큰 틀은 천재 과학자 얘기지만 부자관계의 슬픔, 외로움과 고립, 소속감과 사랑에 대한 갈등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이 영화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처음으로 친구들한테 일명 '영업'으로 불리는 영화 추천을 했는데요. 결과는 대성공. 그래서 뒤늦게나마 독자분들에게도 영업하기 위해 수영씨를 작성하게 됐습니다. 의상과 소품, 색감, 구도 등 의미 없는 배치 모두 교향곡처럼 어우러진 작품 프랑켄슈타인. 올해를 정리하는 연말, 이 영화를 통해 자연스레 한 해를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IE 금융] 금융감독원(금감원) 이찬진 원장이 최근 외화 금융상품 판매 증가하는 현 상황에 대해 우려하며 금융사에 과도한 마케팅 자제를 요구했다. 12일 금감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외화 예금·보험 등이 증가하는 가운데 환율 변동에 따른 금융소비자 손실 위험도 커지는 만큼, 경영진 면담 등을 통해 금융사의 과도한 마케팅 및 이벤트를 자제하도록 지도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전일 대비 5.3원 오른 1473.7원에 마감하며 환율 변동성이 커지자 재차 투자자 보호를 강조한 것. 그는 "최근 코스피 상승세에도 해외 자산 가치 상승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해외 주식 투자 및 외화 예금·보험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며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는 등 사전적인 투자자 보호 강화를 당부하고 투자자의 국내 자본시장 환류 유도 방안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현재 출시 준비 중인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및 개인투자자 환 헤지 상품이 최대한 신속히 상품화될 수 있도록 업계 준비를 적극 지원해 달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해외 주식을 팔고 국내에 돌아오는 투자자에게 비과세 혜택을 주
[IE 산업] 빙그레(005180)가 지난 2020년 인수한 해태아이스크림을 흡수 합병한다. 13일 금융감독원(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빙그레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해태아이스크림과의 합병을 결의했다. 이번 합병은 빙그레가 존속 법인으로서 해태아이스크림을 흡수 합병하는 구조다. 이 회사는 다음 달 12일 합병 승인 이사회를 개최한 뒤 오는 4월 1일 합병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로써 빙그레의 대표 아이스크림 제품에는 ▲뽕따 ▲투게더 ▲메로나 ▲붕어싸만코 ▲슈퍼콘 ▲비비빅 ▲더위사냥 ▲요맘때에 이어 ▲누가바 ▲바밤바 ▲탱크보이 ▲호두마루 ▲폴라포 등이 자리 잡게 됐다. 해태아이스크림 지분을 100% 보유 중인 빙그레는 인수 이래 공동 마케팅 실시, 물류센터 및 영업소 통합 운영을 포함해 다양한 효율화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인수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양 사는 이번 합병을 통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더욱 적극 대응, 효율적이고 최적화된 인프라를 활용해 시장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양 사 제품을 해외 수출, 이커머스 등 여러 채널로 판매를 확대해 매출 향상에 기여할 예정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의 합병을 통해 국내
[IE 금융] 내년부터 보험사에 미래 위험에 대비해 쌓아야 하는 자본 규제가 한층 강화된다. 13일 금융위원회(금융위)는 보험사 '기본자본 킥스(K-ICS)' 비율 제도' 시행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을 보여주는 지표로 어떤 상황에서도 보험사가 고객에게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금융위는 ▲시장위험 발생에 따른 자본 변동 ▲지급여력제도(K-ICS) 취지상 기본자본 한도 해석 ▲해외 및 타 권역과 비교 등을 고려해 보험사 기본자본비율 기준을 50%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보험사 기본자본비율이 50% 미만일 경우 적기시정조치를 받는다. 기본자본비율이 0~50%인 경우 경영개선권고, 0% 미만이면 경영개선요구가 부과된다. 아울러 기본자본으로 인정되는 자본증권을 조기 상환하는 경우 기본자본비율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상환 후 기본자본비율이 80% 이상이거나, 조기상환 후 기본자본비율이 50% 이상으로 양질 또는 동질 자본으로 차환하는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가능하다. 다만 보험사들이 이번 신규 규제에 적응할 수 있도록 경과 규정이 적용된다. 내년 3월 말 기준 보험사 기본자본비율이 50% 미만인 보험사는 오는
[IE 산업]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특별 감사 중간 결과 발표 이후 일명 '황제 해외 출장'과 '이중 연봉' 논란이 불거진 농협중앙회 강호동 회장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겸직하던 농민신문사 회장직 및 농협재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농협중앙회장이 대국민 사과에 나선 일은 지난 2011년 전산장애 발생 후 약 15년 만이다. 13일 강호동 회장은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국민과 농업인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안을 단순한 위기 수습이 아닌 농협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바로 세우는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앞서 농식품부는 특별 감사를 통해 강 회장이 농민신문사 회장 겸임을 통해 연간 3억 원이 넘는 연봉과 4억 원의 퇴직금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섯 차례의 해외 출장에서 하루 2000만 원이 넘는 5성급 스위트룸에서 숙박한 사실도 밝혀냈다. 이에 따라 강 회장은 겸직 중인 농민신문사 회장직과 농협재단 이사장직에서 사임하고 해외 출장에서 숙박비 상한을 넘겨 지출한 4000만 원을 반환하기로 했다. 더불어 전무이사(부회장)와 상호금융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