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값이 사상 최고가를 거듭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현지 날짜로 이달 7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가격은 올해 1월의 종전 최고가를 넘어선 뒤 9일까지 사흘 연속 기록을 새로 썼죠. 9일 장중 최고가는 톤당 1만4858.5달러였습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먹어 치울 전기를 실어 나르는 데도 결국 구리로 만든 선이 필요하다는 얘기죠. 이 케이블을 싣고 나가 바다 밑에 놓고 흙으로 덮는 일을 하는 배가 포설선(CLV, Cable Laying Vessel)입니다. 그리고 해상풍력용 포설선으로 국내에 들어온 단 두 척의 주인은 대한전선이죠. 먼저 있던 배가 '팔로스(PALOS)'호, 올해 새로 합류한 배가 '스칸디 커넥터(Skandi Connector)'호입니다. 대한전선은 1만1000톤급으로 해저케이블을 한 번에 7000톤까지 실을 수 있는 이 배를 인수한다고 지난 5월 14일 밝혔죠. 팔로스의 적재 능력은 4400톤이니 59% 정도 더 실을 수 있는 이 배는 스스로 항해하는 자항(自航) 능력에 선박 위치를 정밀하게 붙잡아 두는 DP2(Dynamic Positioning Class 2), 케이블을 감아 두는 대용량 듀얼 캐로셀(Dual Carousel)까지 갖췄습니다. 선체를 해저면에 안착시키는 비칭(Beaching) 작업이 가능해 수심이 얕고 조류가 센 서해안에서도 시공 가능하며, 해상풍력 내·외부망은 물론 장거리 계통 연계와 초고압직류송전(HVDC, High Voltage Direct Current) 해저케이블까지 소화한다네요. 이렇게 잘난(?) 배인지라 돈도 적지 않게 들어 대한전선은 올 7월 2일 이 배 인수를 위해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1000억 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받는다고 알리기도 했습니다. 앞서 3월 당진 해저케이블 2공장 건설 4500억 원 지원에 이은 것인데, 수출입은행 측은 해저케이블 산업에서 생산 설비만큼 시공 역량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지원 배경으로 들었고요. 배는 7월 부산 감천항에 들어와 점검과 정비, 운영 인력 구성 등을 거친 뒤 지난달 12일 감천항 오리엔트조선소에서 안전운항기원제를 지냈습니다. 첫 현장은 영광낙월 해상풍력 사업으로 팔로스가 작년 5월 포설을 시작해 7월 초 외부망 전 구간 작업을 끝냈고, 스칸디 커넥터는 이미 깔린 케이블을 해저면 아래에 묻는 일을 담당하게 됐죠. 배에 실린 원격조종 수중로봇 트렌처로 어구나 선박 닻에 케이블이 상하지 않게 하는 작업입니다. 여기서 스칸디 커넥터 영입의 뿌듯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데요. 그전까지 국내 해저케이블 공사는 외국 배를 빌려 써야 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으로 포설선 수급이 빠듯해 일정을 남의 배 스케줄에 맞춰야 했죠. 대한전선이 새로 짓는 대신 즉시 투입할 수 있는 고사양 중고선을 골라 온 까닭이기도 합니다. 이제 케이블을 만들고, 싣고 나가고, 깔고, 묻는 네 단계를 한 회사가 이어서 하는 이른바 턴키가 가능해졌죠. 팔로스와 스칸디 커넥터를 기반 삼아 국내외 다양한 해저케이블 사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겠다는 게 대한전선 측의 청사진입니다. 구리값 기사는 오늘도 내일도 헤드라인을 바꿔 달겠죠. 그 구리로 만든 선을 바다 밑에 놓는 두 척의 이름이 전력망 얘기가 나올 때마다 떠올랐으면 합니다.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한동안 못 본 사이 부쩍 자라 살짝 어색한 조카, 지지부진하던 누군가가 문득 두각을 드러내는 순간 등 오랜만에 마주한 것들의 성장은 느닷없는 놀라움을 건넵니다. 당사자에겐 더디기만 했겠지만 오래 떨어졌던 누군가의 눈에는 어느 날의 폭발적인 변화처럼 다가오죠. 가히 흔들어 개봉하면 터지듯 분출하며 내용물을 쏟아내는 탄산음료처럼 폭발적인 성장세라는 문구가 지나친 과장이 아님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지난 2023년 미국화학회(ACS)가 공개한 7~12세용 교육자료 '이산화탄소 풀어놓기(Unleashing Carbon Dioxide)'의 실린 내용대로라면 탄산음료의 톡 쏘는 청량감은 이산화탄소를 과포화 상태로 녹인 뒤 그 위에 다시 이산화탄소를 덮어 가둔 결과입니다. 같은 자료가 제시한 헨리의 법칙에 따르면 액체에 녹은 기체의 양은 액체 위를 누르는 그 기체의 압력에 비례하죠. 뚜껑을 닫아 병 안쪽을 이산화탄소로 채워두는 동안 이 기체가 얌전히 녹아 있는 이유입니다. 뚜껑을 여는 순간 그 압력이 사라지니, 녹아 있을 이유도 함께 사라지는 것이고요. 압력은 오르지 않았습니다 촬영한 이미지는 냉장고에서 방금 꺼낸 탄산음료입니다. 흔든 탄산이 터지는 이유를 두고 우리는 흔히 흔들어서 내부 압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 여겼죠. 그런데 이 통념은 사실과 다른데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치코 캠퍼스의 물리학자 데이비드 케이건이 2001년 5월 학술지 '더 피직스 티처' 39권 5호에 실은 논문 '흔든 탄산 증후군(The Shaken-Soda Syndrome)'을 보면, 압력계를 단 밀폐용기에 탄산음료를 넣고 평형을 맞춘 뒤 흔들어도 압력은 그대로였습니다. 케이건이 지목한 진짜 원인은 핵생성 지점이죠. 흔들면 병 윗부분에 있던 이산화탄소 기체가 액체에 섞이며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기포를 무수히 만드는데, 이 작은 기포 하나하나가 이산화탄소가 달라붙어 큰 기포로 자라나는 씨앗이 됩니다. 뚜껑을 여는 순간 압력이 떨어지며 녹았던 이산화탄소가 빠져나오려 할 때, 이미 뿌려진 그 수많은 씨앗에서 기포가 한꺼번에 자라 액체를 밀어 올리는 거죠. 케이건은 이 분출이 상상 속 압력 상승이 아니라 아주 많은 핵생성 지점 때문이라고 단언했고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리뷰스 피직스'가 3년 전 4월, 5권 197쪽에 실은 에디토리얼 '거품의 물리학(The physics of fizz)'에서 정리한 설명도 같습니다. 흔들림은 기포가 생겨날 자리를 만들고 뚜껑을 여는 순간 그것들이 급격히 자라며 액체를 밀어낸다는 거죠. 원인을 좁히던 케이건이 2.3도 기울기 경사로에 레이저 계측기를 달아 355㎖ 캔이 50㎝를 굴러 내려오는 시간을 쟀더니, 다이어트 콜라는 흔들지 않았을 때 1.86초에서 흔든 뒤 2.04초, 펩시 1.86초에서 2.15초, 라이트 맥주는 1.85초에서 2.20초로 느려졌죠. 흔든 캔은 어김없이 경주에서 패배했습니다. 이유는 에너지의 행방에 있었죠. 굴러 내려오는 캔은 앞을 향하는 몫, 제자리에서 도는 몫으로 중력 에너지를 나눠 쓰는데 흔들지 않은 캔에서는 내부의 액체가 벽과 겉돌며 거의 움직이지 않아 도는 데 드는 몫이 적습니다. 흔든 캔에서는 액체 전체에 퍼진 기포가 액체를 벽에 맞물리게 해 액체까지 함께 돌아가죠. 돌려야 할 것이 늘어난 만큼 앞으로 나아갈 힘은 줄어듭니다. 케이건이 논문에서 유력하게 짚은 것도 이 기포가 액체 쪽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넘긴다는 설명이었고요. 탄산이 들어가지 않은 과일음료마저 1.82초에서 1.90초로 밀린 것도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반면 수돗물을 담은 통은 1.74초와 1.75초로 사실상 차이가 없었고, 비눗물과 김빠진 콜라처럼 거품이 잘 이는 액체는 뚜렷하게 느려졌죠. 설탕이 없는 음료나 이산화탄소가 거의 남지 않은 음료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진 겁니다. 흠집 많은 표면에서 더 많이 피어납니다 기포가 어디서나 생기지 않는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다시 ACS 자료로 돌아가면 기포는 매끄러운 곳이 아니라 표면의 미세한 홈과 흠집에서 나타나죠. 매끈해 보이는 빨대나 자갈, 멘토스류의 사탕도 고성능 현미경을 통해 들여다보면 온통 자잘한 흠과 돌기투성이인데, 그곳이 이산화탄소가 매달려 기포로 자라는 발판입니다. 이 자료는 멘토스가 유독 격렬한 이유로 코팅의 설탕이 녹으며 홈과 굴곡이 더 늘어난다는 점, 코팅에 든 아라비아검이 음료의 표면장력을 낮춰 기포가 더 쉽게 빠져나가게 한다는 점을 함께 거론했죠. 따뜻한 탄산이 더 쉽게 넘치는 것도 같은 결입니다. 헨리의 법칙에서 비례상수는 온도가 정해져야 값이 정해지는데, 미국 대기연구대학연합(UCAR) 과학교육센터의 수업자료를 참고하면 온도가 오를수록 기체의 용해도는 떨어지죠. 따뜻할수록 물이 이산화탄소를 덜 붙잡으니, 조금만 건드려도 더 격렬하게 뛰쳐나오는 것이고요. 그렇다면 이미 흔들린 캔은? 손가락으로 옆면을 톡톡 두드리면 넘치지 않는다는 속설이 널리 퍼졌으나 덴마크 남부대와 덴마크공대 연구진이 2019년 12월 공개한 무작위 대조시험 결과는 다릅니다. 330㎖ 맥주캔 1031개를 흔든 것과 흔들지 않은 것, 두드린 것과 두드리지 않은 것 네 갈래로 나눠 연 뒤 흘러넘친 양을 0.01g 단위에 맞춰 측정한 이 실험에서, 흔든 캔의 경우 두드린 쪽이 평균 0.159g 덜 흘렀을 뿐 통계적 의미는 없었죠. 연구진이 내린 결론은 단순했습니다. 확인된 방법은 기포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뿐이라고요. 다만 이 시험은 앞서 인용한 네이처 리뷰스 피직스에서 짧게 다뤘을 뿐 아직 학술지에 정식 게재되지 않은 사전공개 논문이고, 연구진 스스로 맥주의 단백질이 기포가 떠오르는 걸 방해할 수 있어 탄산음료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김빠진 콜라를 흔든 뒤 15분이 지나 다시 굴렸을 때 캔은 여전히 흔들기 전 기록을 회복하지 못했고, 2시간이 지나서야 원래 속도로 돌아왔다는 케이건의 실측이 어느 정도 이를 짐작하게 하죠. 서두에서 언급했던 누군가의 성장과 도약은 이미 그 안에 무수한 씨앗이 자리 잡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게 아닐까요? 압력을 참고 견디다 갑자기 터진 게 아니라 보이지 않게 퍼졌던 계기들이 뚜껑이 열리는 순간처럼 적절한 시기에 일시적으로 발현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를 뒤흔드는 시련은 그저 내부의 압력을 높이는 고통이 아니라 훗날 자라날 씨앗을 곳곳에 뿌리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매끄럽기만 한 삶보다 흠집과 거친 자리가 많은 인생에서 오히려 더 많은 생장점이 생기듯 말이죠. 하지만 많이 힘든 건 딱 질색이니까ㅠㅜ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지난 6월 사이버 침해사고로 3954만 개 계정이 유출된 티빙이 이달 3일 광화문 코리아나 호텔에서 설명회를 열고 공식 사과와 함께 보안 강화 계획, 고객 보상 패키지를 발표했습니다. 같은 날 오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관합동조사단이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한 직후 마련된 자리였죠. 이날 최주희 대표이사는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이번 침해사고로 고객에게 심려와 불안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숙였습니다. 또 이 자리에서 티빙은 오는 2030년까지 정보보호 투자를 직전 5년 대비 약 네 배 확대하고 전문 인력을 세 배 더 확충하는 보안 강화 계획과 함께 ▲안심 보험 무료 제공 ▲프리미엄 시청 환경 업그레이드(연말까지) ▲티빙 포인트 ▲엔터테인먼트 2종 할인쿠폰(웨이브·CGV 중 택1)으로 구성된 4종 보상 패키지를 내놨죠. 이 밖에도 웨이브 합병 건, 추후 재무 부담, 보상 안내 방안 등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가장 눈에 띈 건 위기의 티빙이 꺼내 든 진짜 '반격 카드'였습니다. "고객 신뢰 회복은 '콘텐츠'가 관건" 질의응답 시간에는 티빙의 최근 성적표에 대한 질문이 가장 먼저 나왔습니다. 티빙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지난 6월 역대 최대인 970만 명을 기록했다가 7월 850만 명으로 줄었는데요. 엎친 데 덮친 격 쿠팡플레이에 2위 자리를 내준 상황에서 조사 결과 발표 후 추가 이탈 가능성까지 제기됐죠. 이와 관련해 최주희 대표이사는 "MAU 하락은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게 콘텐츠의 부재가 큰 영향"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실제 티빙의 올해 MAU 곡선은 콘텐츠 흐름과 겹칩니다. 5~6월 '취사병 전설이 되다' '유미의 세포들'과 같은 드라마 흥행 릴레이가 이어지며 역대 최대 MAU를 찍었지만, 7~8월 대형 콘텐츠 공백과 함께 한국프로야구(KBO) 우천·폭염 취소까지 겹치며 주춤했다는 게 티빙의 설명이고요. 이와 관련해 최 대표는 "가을부터 새 콘텐츠 라인업과 야구 포스트시즌으로 반등을 기대한다"며 "이번 유출 사고 이후 고객 신뢰를 회복하려면 좋은 콘텐츠 제공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콘텐츠 투자 확대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는데요. 티빙은 최근 3년 연속 영업적자인 와중에 이번 보상 패키지로 연말까지 추가 재무 부담이 예고된 상황이죠. 그럼에도 최 대표는 "티빙은 적자에서도 고객에게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했다"며 "재무적 부담이 있지만, 고객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이 있는 건 콘텐츠라고 생각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어 "오리지널 및 스포츠 투자는 현재로선 줄이거나 할 생각은 없고 오히려 강화할 것"이라며 "더 나아가 원래 추진하려던 콘텐츠의 글로벌 확장을 도모한 뒤 (해외 투자자가) 한국의 콘텐츠업에 재투자하면 더한 재미를 고객들에게 선사할 수 있도록 (양질의) 콘텐츠를 선보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 첨언했고요. 다음 주 티빙이 찍은 번호,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이 가을 라인업의 선두에 선 작품이 내달 공개되는 티빙 오리지널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입니다. 위아래로 치이며 하루하루를 버티던 팀장 공은태(이준혁 扮)가 로또 1등에 당첨돼 사직서 대신 당첨금 13억 원을 품고 이전과 다른 마음가짐으로 출근하는 'K-직장인' 오피스 드라마인데요. 인생을 단숨에 뒤집기엔 조금 부족한 13억 원을 손에 쥔 뒤 공은태는 이전에는 제대로 바라본 적 없었던 일과 인간관계를 다시 한번 그리게 된다는 내용이죠. 이 작품은 영화 '강릉'을 통해 감각적인 연출력을 선보인 윤영빈 감독이 극본과 연출을 맡았으며 이준혁을 비롯해 서현우, 오대환, 옥자연 등 실력파 배우들이 열연해 직장인들의 공감대를 자극할 예정이라네요. 메인 예고편에서는 '반전은 없어도, 발전은 있을' 공은태의 변화가 담겼습니다. 쳇바퀴처럼 반복되던 일상에서 갑자기 찾아온 13억 원의 행운을 확인한 뒤 사자후를 내뱉는 모습과 "화를 내지 못하며 살던 나의 삶이 나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내레이션 등이 그의 변화를 예상케 하죠. 예고편 속 '13억이 있어도 월요일은 온다!'는 카피처럼 사고를 수습한 티빙에게도 다시 월요일은 옵니다. 로또 1등에 당첨돼도 '사표' 대신 '사고 칠 결심'을 택한 공은태처럼 티빙이 이번 위기를 반등의 계기로 만들 수 있을지, 다음 주 발표될 이 작품이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고요. 이 드라마는 오는 10월 10일 오후 6시 티빙에서 독점 선공개되며, tvN에서는 14일 밤 9시 첫 방송합니다. 여기 더해 KBO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지는 가을 라인업이 티빙의 반등 곡선을 그려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네요. 한편 진행 중인 웨이브 합병에 대해 최 대표는 "보안 이슈와는 별개로 진행되고 있으며, 대화가 계속 물밑에서 오가고 있다"고 짧게 언급했습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한국 익스트림 메탈 씬의 최전선을 지키기 위해 2009년 서울에서 뜻을 모은 멜로딕 데스메탈·메탈코어 밴드 Remnants of the Fallen(램넌츠 오브 더 폴른, 약칭 ROTF)의 정규 1집 'Shadow Walk'. 오스트리아 빈에서 캐나다 밴쿠버,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세계 곳곳 스물여섯 작품과 귀 아픈 시간을 보내는 동안 정작 발밑을 지나쳤다는 반성으로 꺼내든 얼쑤 지화자 어기여차~ 첫 국내 밴드입니다. 이 자리에 ROTF의 1집을 내세운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의 1집이 지난 2017년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메탈&하드코어 음반 타이틀을 거머쥔 국내 멜데스·메탈코어 씬의 이정표 같은 작품이기 때문이죠. 다른 이유들은 직접 들으면 바로 아실 겁니다 전신 밴드 Lost in Sea를 거쳐 2009년 지금의 이름으로 진용을 갖춘 이들은 사회와 종교, 인간 내면의 투쟁, 종말이라는 묵직한 주제들을 다뤘습니다. 정규 데뷔 전까지 EP 'This World Fades'(2010) 'Perpetual Immaturity'(2012)와 그 리덕스 버전(2013)으로 씬 내에서 실력을 다졌고 2014년에는 해외 레이블 No Remorse Records의 컴필레이션 'Global Domination Vol. 1'에 'Answer Beyond'를 올리며 한 발을 바다 건너 내밀기도 했죠. 그렇게 여러 해를 벼른 끝에 2016년 10월 18일 Watch Out! Records를 통해 나온 첫 정규 앨범이 바로 'Shadow Walk'입니다. 오랜 무대에서 검증된 기존 EP 수록곡들을 새로 녹음해 다듬고 여기에 신곡을 얹어 한 장으로 완성한 이 앨범은 한층 정제된 사운드를 내세워 밴드의 현재 기량을 증명하죠. 앨범 라인업은 메인 보컬 박용빈, 베이스와 백킹 보컬을 맡은 이승진, 두 자루의 기타를 나눠 든 홍승찬과 김승연, 드러머 이종연으로 짜인 5인 진용입니다. 박용빈은 고막을 째라 덤비는 고음 스크리밍에 울렁대는 트위스트 그로울링을 쌍끌이로 당겨 곡의 감정을 끌어올리고, 이승진의 베이스는 흔들림 없이 적절하게 중심을 잡으면서도 백킹 보컬로 두께를 더하죠. 홍승찬, 김승연이 주고받는 트윈 기타는 이 밴드 최대의 무기로 수려한 멜로디 라인과 날선 솔로를 촘촘히 배치하면서도 메탈코어의 상투적 함정인 브레이크다운 남발을 절제해 앨범이 긴장을 잃지 않도록 조율합니다. 이종연의 드러밍은 블래스트 비트의 폭주와 그루브의 여유를 자유롭게 왕복하며 아홉 곡을 지치지 않게 이끌고요. 여기에 초대 손님들도 힘을 더했습니다. 3번 트랙에 유거송(Chris Gursong Yoo), 5번 P.K, 7번 Yul(송상율)이 게스트 보컬, 마지막 타이틀곡에는 이 앨범 프로듀서인 최준용이 게스트 기타로 충실히 조력하죠. 유거송과 P.K, Yul, 최준용은 각각 Noeazy, Scarlet Forest, End These Days, Day of Mourning 출신으로 모두 메탈코어 계열과 친숙한 이들이고요. '쓰러진 자들의 잔재' 정도로 옮길 수 있는 이들의 밴드명과 달리 꼿꼿하게 귀를 직격하는 해외 밴드의 작품이라 해도 믿을 만하다는 평이 아깝지 않은, 총 재생시간 41분 58초의 이 앨범을 한 곡씩 살피며 이번 편 마칩니다. 유튜브로 연결되는 추천곡은 놓칠 수 없는 앨범 전체 곡 중 타이틀곡 'Your Dead Heart'입니다. 국내 앨범 첫 소개라 흥분한 나머지 평소보다 분량이 더 길어진 건… 맞습니다 누군가 만들어준 진실에 복종하지 말고 혼자 판단한 후 일어서라는 역설이 담긴 본 작의 스타트 트랙 'Assembly of Drama'는 2분 35초의 짧은 곡으로 질주에 앞서 극의 서막을 올리듯 착실하게 긴장감을 적립하며 뒤이을 여덟 곡의 성향을 예고하죠. 고통과 실패를 스스로 만들었다고 해도 부서진 인간은 다시 일어설 수 있으며, 결국 삶이라는 드라마의 진실과 마주해야 한다는 자기각성을 뇌리에 새기게 합니다. 밴드가 당도한 작법의 성숙을 드러내는 두 번째 곡 'Your Dead Heart'는 제목처럼 무뎌진 내면과 그 틈을 헤집은 공허에 접근하죠. 앨범 타이틀로 내민 곡답게 멜로딕 데스메탈의 선율과 메탈코어의 직선적인 타격감을 균형 있게 배치합니다. 기타가 서정과 광포의 선을 오가는 동안 박용빈의 중저음 그로울이 무게를 박아 넣는 대비도 선명하죠. 맹목적인 가르침과 내적 혼돈을 떨치고 자기 의지와 자존으로 죽은 심장을 다시 뛰게 하라는 재생의 바람을 모두 외치는 것 같은 구성이 돋보입니다. 세 번째 트랙 'The Aggravator'는 게스트 보컬 유거송까지 공격성을 한층 끌어올리죠. 날카로운 기타 워크와 두 보컬의 대비가 '분노를 부추기는 자'라는 제목에 걸맞은 긴박감을 자아냅니다. 손가락 끝이 걱정되는 피킹과 몰아치는 드럼 위에 더블 보컬 공방이 공격성을 키우는 곡으로 독선과 거짓이 타인을 지배하고 희생양을 만드는 존재를 겨누며 결국 자기기만이 스스로의 몰락을 부른다는 응징의 서사죠. 기존 발표곡을 새로 손본 다음 트랙 'The Contender's Abyss (2016 ver.)'은 원곡의 골격은 지키되 한층 또렷해진 윤곽을 얻었습니다. '도전자가 마주한 심연'이라는 제목처럼 무너지지 않으려는 의지와 절망이 충돌하는 심적 충격을 느낄 수 있죠. 다시 손 걱정이 될 정도로 가없는 피킹과 리듬 밀도가 핵심인 곡입니다. 속도를 유지하면서 멜로디를 놓지 않는 연주가 인상적으로 순응과 거짓 예언자, 자기 안의 비겁함을 넘어 도전자로 일어서라는 내용을 담았고요. 다섯 번째 트랙 'Misery Injection'은 게스트 보컬 P.K가 참여했으며 몰아치는 앨범 구성에서 그루브로 완급을 조절하는 지점입니다. Scarlet Forest의 P.K가 객원 보컬로 참여해 하드코어적 압력을 가하면서 후반부 트랙에 대한 집중력을 되살리죠. 배치가 좋은 곡으로 리듬의 대조와 보컬의 상이한 질감이 사회비판적인 내러티브를 짐작케 합니다. 인간을 복종시키는 착취, 탐욕 등 거대한 존재들의 기만을 짚으며 침묵과 순응은 속박의 굴레라고 꼬집습니다. 이어지는 'God Idolatry (2016 ver.)' 역시 재녹음본으로 '신을 향한 우상숭배'라는 제목이 시사하듯 종교와 맹신을 향한 비판적 시선을 부각하죠. 리프와 전환을 연달아 시도하며 곡 전반을 채웁니다. 구원을 상품처럼 팔고 경전과 신성을 권력처럼 이용하는 종교적 위선에 질타를 가하며, 지배적 존재의 자리에 인간 자신의 의지를 재배치하려는 가사에 수긍하게 될 무렵 페이드 아웃으로 잔상을 남깁니다. 일곱 번째 트랙 'Revive in Fire'는 객원 보컬 Yul이 가세한 곡으로 불 속에서 되살아난다는 제목에 맞춰 후반부 에너지를 다시 지펴 올리죠. 격렬한 리듬 전개와 서정적인 리드가 엇갈리며 극적인 긴장을 만드는데 긴 호흡 안에서 중량을 유지하려는 노련함을 인정하게 됩니다. 무너지는 세계와 권위 앞에서 신에게 운명을 맡기지 말고 자신의 고통까지 받아들이며 다시 횃불을 켜라는 거침없는 선언이며 '구원받는 인간'에서 '자신의 구원자가 되는 인간'으로 시선이 이동하는 구간이죠. 여덟 번째 곡 'Answer Beyond (2016 ver.)'는 앞서 해외 컴필레이션에도 실렸던 밴드의 대표곡을 새로 녹음한 트랙입니다. 저편의 대답을 구하는 제목처럼 종말과 그 너머를 응시하는 서사를 촘촘한 연주 위에 올렸습니다. 짧게 끊는 리프와 몰아붙이는 타격적 리듬이 긴박감을 연출하죠. 인간은 발전과 정복을 말하지만 같은 오류를 되풀이하고 끝내 자신이 사는 세계까지 파괴한다는 냉소적인 내용이며 완벽을 꿈꾸는 인간의 태생적 한계를 '그 너머의 답'으로 제시합니다. 앨범 동명 트랙인 마지막 곡 'Shadow Walk'는 게스트 기타 최준용이 참여해 완성한 곡으로, 작품 전체 갈무리에 적절하죠. 그림자 속을 걷는다는 제목 그대로 어둠을 헤치는 여정을 다섯 자루 남짓의 현과 목소리에 실어 마지막까지 밴드의 역량을 과시합니다. 강한 리듬의 골짜기에 서정성을 골안개처럼 뿌리듯 종결부다운 규모를 만들며 타성에 기대 생존하는 무기력함을 거부하고 자신이 선택한 결과도 감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죠. 레코딩에 대한 아쉬움이 아주 조금 있지만 저처럼 원시안적인 국내 메탈헤드라면, 그리고 국산의 값어치를 낮게 잡은 이들이라면 이 앨범이 그 편견을 정중히 무너뜨리고도 열 배의 가치로 남을 겁니다. Assembly of Drama 2:35 Your Dead Heart 4:33 The Aggravator 4:48 The Contender's Abyss (2016 ver.) 4:46 Misery Injection 4:54 God Idolatry (2016 ver.) 5:04 Revive in Fire 5:30 Answer Beyond (2016 ver.) 4:31 Shadow Walk 5:17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내달 19일부터 10월 4일 일본 아이치와 나고야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 여러 언론매체에서 다양한 보도로 대회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여러 소식 중 생애 첫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우리 육상 단거리 기대주, 예천군청 소속 스무 살 청년 나마디 조엘진 선수의 인터뷰에 시선이 쏠렸죠. 부친이 나이지리아인, 모친이 한국인으로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자란 조엘진 선수는 이달 27일 국내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100m를 9초대에 진입하는 선수가 되도록 열심히 하겠다는 포부를 전했습니다. 올해 초 어머니가 기록 향상의 염원을 담아 선물한 금반지를 착용한 후부터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계속 좋은 성적이 나오는 만큼 메달 욕심도 계속 생기는 것 같다는 훈훈한 얘기도 들을 수 있었고요. 이처럼 희망찬 욕심만 있다면 세상은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요? 황제는 2월을 훔치지 않았다 달력에는 욕심과 관련한 꽤 그럴듯한 얘기가 엮여 있습니다. 7월(July)에 자기 이름을 남긴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달이 31일인 걸 본 아우구스투스가, 자기 이름을 붙인 8월(August)이 하루 짧은 게 못마땅해 2월에서 하루를 빼앗아 8월에 보탰다는 구전이죠. 그 바람에 2월은 28일로 쪼그라들고 8월은 31일이 됐다는 겁니다. 황제의 허영에 애꿎은 2월만 손해를 봤다는 어딘가 믿기지 않는 줄거리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사실이 아니었고요. 아우구스투스의 이름이 붙기 전, 8월의 이름은 라틴어로 '여섯 번째'를 뜻하는 'Sextilis(섹스틸리스)'였습니다. 그리고 이 달은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달력을 개혁했을 때 이미 31일이었죠. 카이사르는 기원전 46년, 엉망이 된 로마 달력을 대대적으로 손봤습니다. 계절과 석 달이나 어긋난 달력을 바로잡으려 그해를 무려 445일로 늘려 '혼란의 해(annus confusionis)'라 불렸고, 알렉산드리아 천문학자 소시게네스의 자문을 받아 이듬해부터 쓸 새 달력을 짰죠. 이 개혁에서 평년 355일에 열흘을 더하며 29일이던 1월과 8월, 12월에는 각각 이틀, 4·6·9·11월에 하루씩 더 붙인 이 율리우스력은 기원전 45년부터 시행됐습니다. Sextilis가 'Augustus'로 바뀐 건 한참 뒤인 기원전 8년입니다. 로마 원로원의 결정문을 전한 마크로비우스의 기록을 보면, 아우구스투스가 처음 집정관이 된 일부터 이집트 정복과 내전 종식까지 그의 중요한 사건이 죄다 이 달에 몰렸다는 게 개명의 이유였죠. 생일이 있는 9월 대신 행운이 따른 8월을 고른 거겠죠? 31일을 차지하려 2월의 하루를 훔쳤다는 누명은 13세기 학자 요하네스 데 사크로보스코(Johannes de Sacrobosco)가 지어낸 얘기가 퍼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억울한 2월은 왜 홀로 짧은가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로마인이 전한 가장 오래된 달력에서 한 해는 지금의 1월이 아니라 3월에 시작했고 모두 열 달뿐이었습니다. Martius(3월)에서 시작해 Aprilis·Maius·Junius를 지나 다섯째와 여섯째는 아예 Quintilis와 Sextilis, 그 뒤로 September·October·November·December가 이어졌죠. September의 'septem'은 7, October의 'octo'는 8, November의 'novem'은 9, December의 'decem'은 10을 뜻하는데 과거에서 현재까지 흔적이 남았죠. 지금은 각각 9·10·11·12월로 이름 속 숫자는 여전히 두 칸 앞에 머물러 있고요. 이후 1월과 2월이 들어와 열두 달이 채워지고 1월이 한 해의 시작으로 자리 잡았지만 이미 익숙해진 뒤쪽 달 이름들은 굳이 따라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순서는 바뀌었는데 이름은 옛 자리에 남았죠. 2월의 사정도 이 오래된 달력에 묶여 있습니다. 고대 저술가 켄소리누스(Censorinus)의 설명대로라면, 당시 로마인은 홀수를 길하게 여겨 대부분의 달을 29일이나 31일로 맞췄는데 355일짜리 한 해를 만들려면 딱 하나는 짝수여야 했죠. 그 몫이 28일의 Februarius로 한 해 끝자락에 있던 데다 정화와 속죄 의례에 엮인 달이었습니다. 카이사르도 달력을 고치면서 2월의 기본 길이만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대신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시간을 365일하고 약 6시간으로 보고, 네 해마다 하루를 더하는 장치를 넣었죠. 이것이 지금의 윤년으로 당시에는 '2월 29일'을 하나 붙인다기보다, 2월 말의 특정 날짜를 한 번 더 세는 방식이었고요. 11분은 참지 못하면서 수천 년 묵힌 모순 꽤 잘 만든 달력이었지만 인간이 계산한 365.25일은 자연의 시간과 완전히 같지 않았습니다. 실제 태양년은 약 365.2422일로 해마다 11분 남짓한 차이에 불과하지만 세기가 흐르면 하루가 되고 더 쌓이면 계절과 날짜가 조금씩 어긋나죠. 결국 1582년,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다시 손을 대 그해 10월 4일 다음 날을 곧장 10월 15일로 정해 쌓인 오차 열흘을 한꺼번에 걷어냈습니다. 여기에 4로 나뉘는 해는 윤년이되 100으로 나뉘면 평년, 다시 400으로 나뉘면 윤년이라는 규칙을 더했고요. 그래서 1900년은 평년이었고 2000년은 윤년이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쓰는 그레고리력이죠. 이렇게까지 정확성을 좇으면서도 달 이름과 들쭉날쭉한 날짜 수는 왜 거의 그대로 뒀을까요? 9월이 여전히 '일곱 번째 달'이라는 이름을 달고 2월만 유난히 짧으며, 7월과 8월이 연달아 31일이라도 말이죠. 틀어진 11분은 견디지 못했으나 수천 년 묵은 이름의 모순은 왜 그냥 품고 지낸 건지 의문이 가시질 않네요. 이래서 타임머신이 필요한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매일 보는 달력에는 천문학뿐 아니라 오래된 종교와 미신, 정치와 권력, 편의와 관습, 사람들의 계산과 실수가 층층이 얹혀 있죠. 완벽하게 설계한 표라기보다 수없이 고쳐 쓰면서도 이전 흔적을 지우지 않은 오래된 문서에 가깝습니다. 잘못 전해진 아우구스투스의 2월처럼 우리는 어쩌면 달력에 보이지 않는 욕심의 동그라미를 하루하루 추가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흐르는 시간을 날짜와 달과 해로 잘라 정확히 붙잡으려 한 인간의 오래된 욕심처럼 오늘을 보내고 더 나은 내일을 바라는 자신의 희망 말이죠.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다음 달 30일 개봉하는 영화 '부활남: 더 레드' 제작발표회가 26일 오전에 열렸습니다. 이번 자리에는 백종열 감독과 배우 구교환, 신승호, 강기영, 김시아가 함께했는데요. 부활남: 더 레드는 근거 없는 자신감(근자감) 하나로 살아 온 취준생 '석환(구교환 扮)'이 죽은 뒤 72시간이면 부활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 의문의 인물 '블랙(신승호 扮)'의 추격을 당하는 이야기를 그렸는데요. 네이버웹툰 '부활남'이 원작인 이 작품은 '뷰티 인사이드'와 '독전 2'를 연출한 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기분 좋은 부활을 하는 기분" 이날 구교환은 올해 '만약에 우리'와 '군체' 이후 또다시 극장에 방문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영화를 개봉한다는 건 언제나 새로운 일이고 기분 좋은 부활을 하는 기분"이라며 "약속처럼 관객과 만나는 일이기에 설레고 데이트하는 느낌"이라고 답했습니다. 출연 이유도 "관객과 즐겁게 만나고 싶어서"라며 간단명료하게 설명했고요. 개봉 전 화제를 모은 포스터 속 빨간 헤어에 대해서는 "빨간 머리가 특이한데, 영화에서 스타일의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빨간머리 앤'이라는 대선배님의 아성을 넘볼 수 없다"는 특유의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누가 석환이고 누가 교환인지" 백 감독은 2019년 당시 연출을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 "부활한다는 소재가 매력적이었고 이를 시각화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이미 마음이 그쪽으로 흘러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영화 촬영 1년 전쯤 '리디' 광고를 통해 구교환과 먼저 호흡을 맞췄던 백 감독은 당시 구교환 인상에 대해 "낙천적이고 능청스러운 면이 있어 긍정적이었다"며 "그 안에서 내가 그리고 있던 석환의 성격과 비슷했는데, 실제 현장에서 누가 석환이고 누가 교환인지 모를 정도였다"고 말했는데요. 구교환 역시 "백 감독은 광고에서도 스타일리시하고 초단편영화 스타일로 찍는 걸로 유명하다"며 "항상 정성스럽고 예민하게, 또 자신만의 앵글로 촬영하는데 (이 분야가 감독의) 전매특허"라고 광고 촬영장을 회상했습니다. 친근한 형부터 미스터리 요원까지…똘똘 뭉친 사인사색 캐릭터 구교환은 석환에 대해 "보통 청년, 우리 주변의 삼촌이나 형, 후배 같은 인물"이라며 "근자감은 모든 인간의 필수 요소고 나도 갖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석환을 쫓는 블랙 역의 신승호는 영화에서 한국어·영어·일본어 삼개국어 연기를 소화했는데요. 그는 "사실 영어나 일어를 배워본 적이 없는데, 이번 기회에 하게 됐다"며 "블랙만의 낮은 목소리 톤은 영어를 사용하니 톤이 자연스럽게 내려갔는데, 어느새 그게 제 톤이 됐다"고 하네요. 석환의 절친 영하 역의 강기영은 "강기영스러움이 좀 더 '부활'하는 느낌"이라며 "누구나 다 아는 절친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는데요. 또 구교환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럭비공 같은 배우라 항상 긴장했고 그의 애드립을 잘 보좌해야 한다는 걱정이 들었지만, 결과를 보니 상당 부분 많이 살았다"고 안도했습니다. 석환의 동생 역을 맡은 김시아는 캐릭터에 대해 "나이로는 석환보다 동생이지만 정신적으로 오빠보다 좀 성숙한 면이 있는 친구라고 생각한다"며 "교복치마 안에 체육바지를 입는 등 현실 속 학생의 스타일링을 통해 친근함을 살리려고 했다"는 대답을 내놨습니다. "현장을 즐기자" 배우·감독 현장 팀플레이 '100점' 이날 구교환은 현장의 즐거움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영화가 러닝타임 내내 관객에게 즐거움을 줘야 하는데 하는 사람이 즐거워야 관객도 재밌다고 생각한다"며 "촬영 내내 즐겁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언급했는데요. 그러면서 실제로도 현장에서 모든 배우와의 팀플레이가 잘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강기영 역시 좋은 에너지가 영화 작품에 담긴다고 생각해서 현장 분위기를 중요시했다고 알렸고요. 아날로그와 첨단 기술이 만든 부활 액션 액션 구현 과정에 대해 백 감독은 "석환의 힘이 증폭될수록 와이어를 장착했고 와이어 연기를 넘어서는 과정은 배우의 몸을 3D 스캔해 후반 작업에서 합성했다"고 짚었습니다. 음악은 프라이머리 음악감독과 함께했는데, "처음부터 속도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EDM을 제안했다"네요. 부활할수록 강해지는 캐릭터인 만큼 구교환의 액션 준비 과정도 남달랐습니다. 그는 "진짜로 때리는 게 아니니 눈을 보고 안무하듯 춤처럼 해내자는 마음이었다"며 무술감독과 팀에게 안무 배우듯 액션을 익혔다고 하는데요. 더불어 "거창하게 스윙을 날리진 않지만, 힘을 주체할 수 없는 캐릭터의 액션을 볼 수 있다"고 자신만의 액션을 예고했습니다. 한편, 부활남: 더 레드는 다음 달 30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합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올여름 유난히 모기가 안 보인다 싶으셨죠? 착각이 아니라 초여름만 해도 모기는 평년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질병관리청 감시 통계를 확인하면 지난 6월 말 모기 지수는 채집기 한 대가 하루 잡은 수 기준 119.1마리까지 치솟아 전년 같은 시기의 두 배를 넘었죠. 봄부터 따뜻한 날이 이어지며 모기가 일찍 깨어난 겁니다. 그런데 7월 말, 40도에 육박한 폭염이 판을 뒤집었죠. 한 달 사이 모기 지수는 39.6마리까지 떨어지며 대략 3분의 1로 쪼그라들었습니다. 너무 더우면 사람만 지치는 게 아니라 모기도 활동을 접는 거죠. 다만 더위가 한풀 꺾이고 비가 더 내리는 이달 말부터 9월까지, 숨었던 모기가 한꺼번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게 보건당국의 전망입니다. 문제는 이 늦여름 모기가 단순히 우리를 성가시게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거죠. 질병관리청은 6월 17일 전국에 일본뇌염 경보를 내린 데 이어 이달 13일에는 말라리아 경보까지 전국으로 끌어올렸는데요. 두 감염병 경보를 동시에 발령할 만큼 위험성이 높아진 것으로 일본뇌염 환자는 대개 8~9월에 첫 신고가 나오고 국내 말라리아도 5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집니다. 모기가 잠깐 자취를 감췄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는 얘기죠. 모기향이 바로 떠오르는 이유 매년 여름이면 집집마다 모기 퇴치 용품을 챙깁니다. 요즘은 전자매트, 액상 훈증기, 손목 밴드까지 종류가 셀 수 없이 많죠. 그런데도 모기 쫓는 물건이라고 하면 여전히 두 가지가 먼저 떠오릅니다. 뿌리는 스프레이, 그리고 연기를 피우는 나선형 모기향. 스프레이가 급할 때 손이 가는 즉효약이라면 모기향은 다른 자리에 있습니다. 마루 끝에 하나 피워두면 천천히 타들어가는 그 모양과 냄새가 여름밤의 한 장면처럼 각인돼 있죠. 스프레이엔 없는 정서를 느끼게 하는 이 초록 나선은 대체 언제, 왜 이런 모양이 됐을까요? 모기향의 뿌리는 감귤밭입니다. 1885년 일본 기슈(지금 와카야마)에서 생업인 감귤 재배에 그치지 않고 수출을 궁리하던 우에야마 에이이치로는 이듬해 미국의 종묘상에게서 답례로 씨앗 한 봉지를 받게 됩니다. 흰 마거리트를 닮은 국화과 식물인 제충국(除虫菊)이라는 꽃에는 벌레 퇴치 성분이 있었던 거죠. 처음엔 서구처럼 말린 꽃을 빻아 가루 형태로 쓰던 우에야마는 불단에 피우는 향에서 힌트를 얻어 1890년 제충국 가루를 반죽해 막대 모양 모기향을 내놨습니다. 문제는 지속 시간이었죠. 이 막대형은 다 타는 데 40분 남짓이라 하룻밤을 나기엔 턱없이 짧았습니다. 세계의 여름을 지킨 초록 나선 돌파구는 가까이에서 찾을 수 있었죠. 우에야마가 오래 타는 방법을 붙들고 씨름하던 무렵, 아내 유키가 둘둘 말아 나선으로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한 겁니다. 향을 길게 늘여 소용돌이 모양으로 감으니 같은 자리를 차지하고도 타는 시간이 훌쩍 늘었죠. 1895년, 그렇게 감아 만든 시제품에서 오늘의 나선형 모기향이 탄생했습니다. 하나를 피우면 사람이 잠든 사이인 예닐곱 시간을 버티게 됐죠. 제충국을 실마리로 시작된 이 발명은 곧 국경을 넘었습니다. 우에야마는 제충국 재배를 널리 퍼뜨렸고 일본은 훗날 제충국 최대 수출 국가가 됐죠. 나선형 모기향은 아시아를 거쳐 아프리카와 남미까지 퍼지며 말라리아와 뎅기열이 기승을 부리던 지역에서 사람 목숨을 지키는 초록 소용돌이로 거듭났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 발명의 순서죠. 영국 의사 로널드 로스가 모기가 말라리아를 옮긴다는 사실을 밝힌 게 1897년이지만 모기향은 그보다 앞서 세상에 나왔죠. 모기가 왜 위험한지 과학이 밝히기도 전에 사람들은 이미 그 연기로 모기를 쫓고 있던 겁니다. 올여름 잠시 모기가 뜸했던 건 폭염이 부린 짧은 변덕이었을 뿐, 늦여름의 습한 밤이면 그 익숙한 소리는 다시 귓가로 돌아오고 누군가는 모기향을 찾을 테죠. 마루 끝에 피워 올리는 한 줄기 연기에는 130여 년 전 감귤밭에서 시작돼 한 부부의 손을 거쳐 세계로 퍼진 긴 얘기도 함께 퍼질 테고요.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
더운 날씨에 맞선 야간 러닝이 인기라고 하는데요. 집에서 쓰러지기 모자랄 시간에 야외활동을 한다는 건 추호도 생각한 적이 없는 저로선… 이달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블로그 내 식약메이트에 게재된 '밤에 러닝할 때 선크림, 꼭 발라야 할까?'라는 제하의 게시물을 보면 밤에 뛰는 러닝에서는 선크림(자외선차단제)을 꼭 바를 필요가 없답니다. 가로등, LED 조명의 자외선은 극소량이라 얼굴이 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죠. 다만 장시간 LED 노출 시에는 피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하고요. 이번 편의 이미지는 10년 전 여름, 경북 고령군 어디에선가 아웃포커스 촬영 연습을 하다가 찍은 결과물인데요. 야간 러너들의 어둠을 없애주는 여름밤 가로등 아래는 늘 부산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나방이며 하루살이 같은 날벌레들이 불빛 언저리를 정신없이 맴돌죠. 붙었다 멀어지고 다시 돌아오기를 쉼 없이 반복하는 건 빛을 좋아하는 그들의 당연한 특성이려니 생각했습니다. 달빛을 감지해 길을 잡는 곤충이 인공조명을 달로 착각한다는 설명도 제법 익숙했고요. 그런데 그들은 정말 빛을 향해 날아드는 것이었을까요? 지난 2024년 1월 3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Why flying insects gather at artificial light(왜 날아다니는 곤충들은 인공조명에 모이는가)'라는 제목으로 실린 연구대로라면 이 통념은 어이없이 사그라집니다. 연구진은 실험실 고해상도 모션캡처와 야외 입체영상을 동원해 인공조명 주변 곤충의 비행을 3차원으로 추적했죠. 이 결과 곤충들은 불빛을 향해 곧장 날지 않고 몸의 등쪽을 빛으로 향하도록 계속 기울였습니다. 여기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는데… 곤충이 하늘을 날기 시작한 아득한 세월 동안 가장 밝은 곳은 대체로 하늘이었죠. 그런 만큼 밝은 쪽에 등을 두는 등쪽빛반응(dorsal light response)은 어느 쪽이 위인지 가늠하고 자세를 잡는 꽤 믿을 만한 방법이었을 테고요. 문제는 인간이 인공적인 빛을 낼 수 있게 되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곤충은 여전히 밝은 쪽을 위라 믿고 몸을 맞추지만 곳곳을 밝히는 빛에 비행은 어그러지는 거죠. 불빛 둘레를 원을 그리며 돌다가 급히 솟구치며 속도를 잃기도 하고 빛 위를 지날 땐 뒤집힌 채 곤두박질치는 곤경에 처합니다. 인간이 불나방이라 칭하며 불빛에 홀렸다고 여긴 모습은 매혹당한 게 아니라 혼란에 빠진 순간이었던 거죠. 빛이 좋아 떠나지 못한 게 아니라 떠날 방향을 잃었던 겁니다. 문득 얼마 전, 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감상한 영화가 떠오르더군요. 연상호 감독의 영화 '군체' 후반부에 감염자 무리가 거대한 원을 그리며 끝없이 도는 장면입니다. 서로의 뒤를 좇아 무섭게 회전하던 그 광경은 개미의 앤트밀(ant mill)이 모티프였다고 하죠.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라고도 부르는 앤트밀은 시각이 약한 군대개미 무리가 앞선 개미가 남긴 페로몬 자취를 따라가다, 선두가 길을 잘못 들면 대열 전체가 원형 궤도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현상입니다. 결국 탈진해 죽음에 이를 때까지 도는 끔찍한 오류로, 저마다 앞 개미만 충실히 따랐을 뿐인데 무리 전체가 파멸에 이르죠. 물론 가로등을 향하는 날벌레와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개미는 경우가 다릅니다. 하나는 오랜 진화가 새긴 자세 제어의 착오이고, 다른 하나는 집단이 공유한 신호를 따르다 생긴 오류죠. 한쪽은 가장 밝은 곳을 위라 믿고, 다른 한쪽은 앞선 자취를 길이라 믿습니다. 그러나 그 기준을 의심하지 않는 한 둘 다 같은 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다는 공통점이 있죠. 가로등이 밝은 빛을 내는 한 날벌레는 언제까지나 분주할 겁니다. 맹목적으로 빛을 탐하는 줄 알았던 곤충들이 이제는 딱하게도 보이네요. 곤충에게 하늘을 알려주던 빛도, 개미에게 길을 이어주던 자취도 이들의 생존에 꼭 필요한 신호였습니다. 하지만 오류를 깨닫지 못하고 잘못된 신호를 받아들여 삶까지 잃게 되는 현실이라니 영화보다 더한 공포감이 느껴지네요. 가장 밝아 하늘이 아니고, 가장 많이 다녀 길이 아닌 겁니다. 우리의 믿음에도 오류가 있는지 살면서 한 번쯤은 살펴봐야겠죠? 빛과 길처럼 보인다고 늘 따를 수는 없으니까요.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현지 날짜로 이달 12일, 지구 반대편에서 뭉클한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이날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40여 년 전 인도의 한 보육원에서 각각 해외 입양된 두 여성이 DNA 검사로 친자매임을 확인하고 마침내 서로를 되찾았습니다. 미나(43)와 미날(44)은 갓난아기 때 인도에서 네덜란드로 입양돼 차편이면 닿는 거리에 살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자랐다고 하네요. 두 사람이 처음 마주친 건 지난 1996년 한 입양아 모임이었고 자매인 줄도 모른 채 이끌리듯 가까워진 둘은 너무 닮았다는 주위의 말을 들으며 농담처럼 서로를 '시스(sis, 자매)'라 불렀습니다. 그러곤 15년간 연락이 끊겼고요. 그러다가 지난 4월, DNA 분석 온라인 계보학 플랫폼인 마이헤리티지 DNA 검사 결과 미날과 미나가 일치율 100%의 친자매로 확인된 겁니다. 마음에 뚫린 오랜 구멍을 메꾼 것 같다는 소회를 전한 두 사람 얘기의 출발지가 인도라고 하니 광복절을 맞은 오늘은 묘한 친밀감이 드네요. 인도와 우리나라는 공교롭게도 같은 날 자유를 얻으면서 동시에 둘로 갈라진 역사를 나눠 가졌으니까요. 서울과 뉴델리… 같은 날짜 8월 15일 인도가 200년에 걸친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난 날은 1947년 오늘입니다. 우리가 35년 일제 강점에서 풀려난 1945년 오늘과 2년의 시차를 두고 날짜가 겹치죠. 지구 반대편에서 서로 다른 제국에 맞섰던 두 민족이 같은 날짜를 광복의 날로 기억하게 된 겁니다. 그리고 두 나라는 자유를 얻은 시점에 나란히 국토가 갈라진 운명까지 같죠. 우리는 일본이 물러난 자리에 미국과 소련이 북위 38도선을 그어 한반도를 갈라 점령했고, 3년 뒤 남과 북에 각각 다른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일제강점기의 치욕을 견디고 자유를 찾았지만 온전한 하나의 나라에서 살 수는 없었죠. 인도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1947년 8월 15일 자정을 기해 영국령 인도는 종교 갈등 탓에 인도와 파키스탄 두 나라로 쪼개졌죠. 힌두교도가 많은 인도와 이슬람교도의 파키스탄으로 갈리면서 국경을 넘으려는 1000만 명 이상이 길 위에 올랐고 혼란 속에 100만 명 넘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자정을 사이에 두고 파키스탄은 8월 14일, 인도는 8월 15일을 독립일로 삼은 것도 이 분할이 남긴 자국이고요. 경계선을 그은 영국인 법률가 시릴 래드클리프(Cyril Radcliffe)는 펀자브와 벵골을 나누는 선을 지도 위에 긋고는, 그 선이 부른 참극에 질려 보수조차 마다한 채 서류를 모두 태운 후 인도를 떠났다는 얘기가 전해집니다. 해방은 하루면 오지만… 8월 15일을 독립기념일로 삼은 나라는 더 있습니다. 콩고공화국이 1960년 이날 프랑스, 바레인이 1971년 이날 영국에서 벗어났죠. 그러나 날짜의 공통점보다 눈여겨볼 것은, 제국이 물러가고도 평화로운 독립국가로 돌아가지는 못했다는 현실입니다. 일본이 패망한 1945년, 아시아 곳곳이 독립을 선언했지만 그 선언이 곧 완성은 아니었던 거죠. 인도네시아는 이틀 뒤인 8월 17일 독립을 선포하고도 돌아온 네덜란드와 4년을 더 싸운 끝에 1949년에야 주권을 넘겨받았습니다. 베트남은 그해 9월 2일 독립을 선언했지만 프랑스와의 전쟁을 거쳐 1954년 북위 17도선을 사이에 두고 다시 두 동강 났고요. 제국이 떠난 빈자리를 채운 것은 냉전의 경계선과 옛 종주국의 군대 그리고 종교와 민족의 갈등이었습니다. 20세기 중반의 아시아에서 '해방'과 '온전한 독립국가' 사이에는 그렇게 몇 년간의 전쟁과 몇 개의 국경선이 가로놓여 있었죠. 우리의 8월 15일을 세계사 위에 포개면 광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는 사실이 또렷해집니다. 되찾은 자유가 온전한 하나의 나라로 이어지지 못한 만큼 38선을 지우는 일은 80년이 흐른 지금도 우리 몫으로 남아 있고요. 지난주 두 자매가 40년의 공백을 건너 서로를 되찾았듯, 갈라진 선을 다시 잇는 데는 잃어버린 시간보다 더 긴 인내가 필요할 지도 모릅니다. 해방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올 수 있어도, 온전한 독립은 하루 만에 완성되지 않으니까요.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내일은 삼복 중 마지막 말복입니다. 지난달 25일 중복에서 꼬박 스무날 만이죠. 그런데 초복에서 중복까지는 열흘이었습니다. 마지막 복날만 왜 곱절을 기다려야 할까요? 무더위가 그만큼 길어져서일까요? 말도 안 된다는 건 저도 잘 압니다 답은 날씨가 아니라 달력에서 찾을 수 있는데요. 달력이라고 하면 음력 때문이라 여기기 쉽지만 복날은 설이나 추석처럼 음력 며칠로 못 박힌 날이 아닙니다. 초복은 하지 뒤 세 번째 경일(庚日), 중복은 네 번째 경일, 말복은 입추 뒤 첫 경일이죠. 낯선 건 '경일'입니다. 옛사람들은 날짜에도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 열 글자를 차례로 붙였는데, 그 일곱 번째가 경(庚)입니다. 열 글자가 한 바퀴를 도니 경일도 열흘마다 돌아오죠. 복날 사이가 기본 열흘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초복에서 중복까지 꼭 열흘이었던 것도 그래서고요. 그런데 말복만 셈하는 기준이 다릅니다. 초복과 중복은 하지에서 세지만 말복은 입추가 지나야 그 뒤 첫 경일을 말복으로 치죠. 올해 입추는 8월 7일이지만 중복에서 열흘 뒤 돌아오는 경일은 8월 4일로 사흘 이르죠. 결국 그다음 경일인 8월 14일까지 열흘을 더 기다립니다. 이렇게 세 복날이 열흘씩 나란히 떨어지는 해를 매복(每伏), 올해처럼 중복과 말복 사이가 스무날로 벌어지는 해를 월복(越伏)이라 칭하죠. 말복이 그달을 넘기지 않으면 매복, 달을 넘겨 오면 월복인 것이고요. 올해는 8월 4일이 자격을 잃고 열흘을 건너뛴 탓에 스무날짜리 여름, 곧 월복의 해가 됐습니다. 말하자면 삼복은 두 개의 다른 달력을 겹쳐 만든 날입니다. 하나는 하지와 입추처럼 태양의 위치로 정하는 절기의 눈금이고, 다른 하나는 열흘마다 도는 경일이라는 옛 날짜의 눈금이죠. 평소에는 두 눈금이 나란히 맞아 복날이 열흘 간격으로 떨어지지만, 올해처럼 경일 하나가 입추 문턱을 아슬아슬하게 앞질러 버리면 한 칸이 건너뛰어지고 사이가 스무날로 늘어납니다. 국립민속박물관도 복날을 절기 그 자체가 아니라 하지와 입추를 기준으로 쇠(金)의 기운을 뜻하는 경일을 잡아 정한 세시라고 풀이합니다. 왜 하필 경일이냐고 묻는다면, 여기엔 오행의 셈이 깔려 있습니다. 경은 다섯 기운 가운데 쇠(金)에 속하고 쇠는 가을을 상징하는데, 한여름 드센 불기운에 뒤따라오려던 가을의 쇳기운이 세 번 눌려 엎드리는 때를 초복·중복·말복으로 봤죠. 삼복을 삼경(三庚)이라 달리 부르는 까닭입니다. 그러니 올해 말복이 유난히 늦은 건 더위가 억지로 붙잡고 늘어져서가 아닙니다. 하필 경(庚) 하나가 입추 문턱을 사흘 먼저 넘어간 결과일 뿐이죠. /이슈에디코 강민호 기자/
[IE 문화] 금주 [나들이 가GO이슈] 중 무작위 선정 행사는 '대부에 취하자, 즐기자, 빠지자!'를 기치로 이달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간 경기 안산시 단원구 대부황금로 1480-7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 일원에서 해풍 맞고 자란 대부포도를 맛보고 즐기는 '안산 대부포도축제'. 사단법인 대부도포도축제위원회가 주최·주관하고 안산시에서 후원을 맡은 이 행사는 서해의 해풍과 비옥한 토양에서 자라 높은 당도와 진한 향을 자랑하는 대부포도를 앞세운 안산 특산물축제. 갓 수확한 제철 포도를 직접 맛보고 구매하는 재미에 공연과 체험을 더한 가을 먹거리 나들이로 올해는 각별한 이정표가 겹쳐 더욱 특별. 1986년 시 승격 이후 40주년을 맞은 안산과 '대부포도 70년'을 함께 기념하는 자리로 '안산 40년&대부포도 70년 테마 전시관'을 운영해 지역과 특산물이 걸어온 시간을 한자리에서 조명. 축제의 주제인 대부포도와 지역 농·특산물을 직거래 장터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고 포도 전시·품평을 통해 품질도 직접 확인 가능. 관내 대학과 협업한 대부포도 디저트를 선보이고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공식 만찬주로 선정된 대부도 와이너리 그
[IE 산업] 법원의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은 홈플러스가 예상보다 부진한 매출에 임직원 임금 분할지급과 희망퇴직을 논의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홈플러스는 일반노동조합(일반노조) 마트노조와 간담회를 열고 회사 경영 상황을 설명하며 여러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홈플러스는 현재 매출이 목표였던 매출액 40% 정도만 나오고 있는 만큼, 회생계획안대로 채무를 이행하기 일부 부족하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홈플러스는 여러 차례의 '홈플 is Back' 행사를 진행하며 매출 회복에 노력한 바 있다. 사 측은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7월분 미지급 급여를 오는 23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50%씩 분할 지급한다고 공지했다. 또 공지에는 이달 급여일에 지급할 예정이었던 추석 상여 분할분(6분의 1)의 첫 회차 지급 일정을 뒤로 미루게 됐다며 추석 상품 확보를 위한 상품 대금을 우선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경영난 해결 방안 중 하나로 언급하던 희망퇴직 시행은 노조 모두 난색을 표하자 보류하기로 했다. 시행에 필요한 재원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홈플러스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빠르면 이번 주 국내외 인수 후보군에
9월은 재산세 납부의 달. 이번 달에는 주택분 재산세의 나머지 2분의 1과 토지분 재산세가 부과되며 납부 기간은 9월 16일부터 30일까지. 재산세는 과세기준일인 6월 1일 현재 소유자에게 부과되기 때문에 매매 시점과 별개로 이날 기준 소유 여부가 중요. 주택분 재산세는 보통 7월과 9월에 절반씩 나뉘어 나오기 때문에 '7월에 냈는데 왜 또 나오나' 싶을 수 있지만 주택분 재산세액이 20 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7월 한 번에 부과될 수 있으니 염두. 납부는 ETAX·WETAX, 은행 창구·ATM, 가상계좌, 지방세입계좌 등으로 가능. 납부기한을 넘기면 가산금이 붙을 수 있는 만큼 고지서의 과세 대상과 납부 방법, 납부기한을 함께 확인하는 게 유리. (출처: 서울시 ETAX, 행정안전부 종합)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과거와 현재의 오늘 벌어졌던 '깜'빡 놓치고 지나칠 뻔한 이슈들과 엮인 다양한 '지'식들을 간단하게 소개합니다. '계엄 국무회의 위증 혐의' 윤석열 2심도 무죄 오늘 서울고등법원 형사부가 2024년 비상계엄 선포 관련 국무회의 개최 시각 및 절차에 대한 위증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서 검찰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은 무죄 선고. 검찰은 국정조사 청문회 증언과 실제 국무회의 개의 시각 간 차이를 근거로 위증죄를 적용해 징역 1년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 재판부는 당시 긴박한 상황에서 구체적 시각의 기억 착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증언의 핵심 취지가 허위 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 검찰은 판결문 검토 후 대법원 상고 여부 결정 방침. 세계 오존층 보호의 날 염화불화탄소가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로 확인되면서 염화불화탄소의 사용과 생산을 규제하기 위해 1985년 빈협약 체결. 빈협약의 실효성을 위해 1987년 9월 16일 프레온가스(CFCs) 등 오존층 파괴 물질의 생산 및 사용 규제가 골자인 몬트리올의정서 채택 이후 1994년 제49차 국제연합(UN)총회에서 이 의정서 채택일인 1987년 9월 16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