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어렸던 시절, 아무것도 모르고 어머니의 심부름을 하러 동네 가게로 달려가 씩씩하게 얘기했습니다. "아줌마, 후리덤 최고로 큰 거 하나 주세요." 웹서핑을 하다가 접한 이미지를 보니 과거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나네요. 눈물이 고인 건지 정말 아지랑이 같은 과거가 현재의 시야로 투영되는 듯합니다. 더 이상 생리대 심부름을 하지 않게 됐을 무렵, 아마 전 많이 자랐을 테고 어머니는 생리를 영원히 마치는 연령대로 점차 접어들고 있었겠죠. 오늘 '이리저리뷰'의 주제는 생리대가 아닙니다. 폐경 혹은 완경. 같은 현상을 두고 한쪽은 '닫혔다', 다른 쪽은 '완성됐다' 말합니다. 폐경(閉經). 닫을 폐(閉)에 지날 경(經). 의학적으로 한국 여성 평균 49.9세쯤 월경이 영구히 중단되는 현상을 지칭하며 대한폐경학회라는 관련 단체도 활동 중이죠. 그런데 23대 국립중앙의료원장을 역임했던 안명옥 산부인과 전문의가 '폐'라는 글자가 폐기물이나 폐건물의 폐할 폐(廢)와 음이 같아 좋지 않은 뉘앙스를 풍긴다며 여성 생애주기의 자연스러운 전환에 굳이 닫혔다는 표현을 써야 하느냐면서 완경(完經)이라는 명칭을 1980년대 후반에 제안했습니다. 월경을 마무리했다는 의미인 만큼 국립국어원은 현재 두 단어를 모두 사전에 올려두고 있는데요. 학계와 마찬가지로 사회 전반에서도 찬반은 여전히 팽팽합니다. 지난 2024년 11월에는 보드게임 '메디컬 미스터리'에 완경이라는 번역어가 실린 것을 두고 온라인에서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게임을 출시한 코리아보드게임즈 측은 "언어는 시대에 따라 바뀌고, 의학용어조차 그렇다"며 용어를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했죠. 물론 '폐'는 각기 다른 의미지만 두 단어를 대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돌이킬 수 없는 마지막… 닫히는 문, 들리지 않는 종소리 주제를 살짝 돌려 이달 17일 공개된 교육부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전국에서 통폐합으로 문을 닫은 초·중·고교는 모두 153곳입니다. 초등학교 120곳, 중학교 24곳, 고등학교 9곳으로 전체의 78%가 초등학교였고 전남·강원 각 26곳, 전북 21곳, 충남 17곳이었습니다. 같은 기간 전국 학생 수는 532만3075명에서 501만 5310명으로, 약 31만 명 줄었고요. 이런 가운데 지난 26일에는 전북교육청이 내달 1일 자로 8개 학교를 추가 폐교한다고 밝혔습니다. 초등학교 5곳, 중학교 2곳, 고등학교 1곳으로 전교생 9명 이하에 그쳐 통폐합 필수 검토 대상이었던 학교들이죠. 지난해 2월 한국교육개발원이 발간한 '미래지향적 교원정원제도 개편 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면 단위 초등학교 하나가 폐교될 경우, 3년 내 해당 지역 인구가 약 410명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학교가 사라지면 젊은 세대가 떠나고, 이들이 사라지면 그 지역이 노화하는 거죠. 입학과 졸업을 영원히 반복할 거라고 생각했던 내 학교가 과거의 기억으로만 남게 된다면 얼마나 쓸쓸한 기분이 들까요? 대장간 마을의 초등학교 소나무와 진달래를 표상으로 삼고 '전진, 강인, 희망'의 밝은 긍지를 아이들에게 주창하던 이 학교 역시 단 한 명의 신입생도 받지 못해 2020년 2월 29일, 역사의 뒤안길로 자취를 감췄습니다. 이 학교의 교가를 작사한 전설적인 아동문학가 윤석중 선생(1911. 5. 25~2003. 12. 9)도 수업을 마친 후 남한강 굽이굽이 맑은 물가에서 노니는 아이들을 떠올리며 저 먼 세상에서 통탄하실 듯하네요. 이 학교는 충청북도 충주시 소태면 야동리 소재 야동초등학교입니다. 한자 대장장이 야(冶)에 마을 동(洞)을 쓴 '대장간이 있던 마을'이라는 뜻입니다. 1944년 개교 당시에는 평범한 학교 명칭이었으나 1990년대, 야한 동영상의 준말인 야동이라는 단어가 퍼지면서 전국구의 유명세를 타게 됐죠. 개명을 바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리는 와중에 '야동초라는 이름을 당당하게 여긴다'는 게시글을 학교 홈페이지에 올리면서까지 끝내 이름을 지켰지만 입학할 학생이 없다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같은 명목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대표적인 라이벌 학교(?)는 부산 기장군의 대변초등학교(지금 용암초)였고요. 이외 다른 라이벌들은 전남 영광군의 대마초와 백수초, 경북 구미시 고아초, 경기 용인시 수지구 고기초, 경기 수원시 장안구·성남시 분당구의 정자초 등이 있습니다. 애달픔 가고 다시 북적일 교정 전국 누적 폐교 3955곳 중 2609곳은 매각됐고 979곳은 임대 활용, 367곳은 여전히 방치 상태입니다. 그러나 어둠이 잠식했던 교실에 다시 불이 켜지고 있는데요. 지난해 행정안전부와 교육부가 합동으로 '폐교재산 활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데 이어 올해부터 폐교 활용 우수사례 경진대회도 시작합니다. 이와 함께 강원 삼척시에서는 폐교한 노곡분교가 82억 원 규모 지역특화 리조트와 웹툰 워케이션 센터로 바뀌고 있죠. 경남 밀양시에서는 옛 명례초등학교가 밀양 1호 작은 미술관 '누루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나며 어르신들이 노인정 대신 산책 삼아 찾는 마을 사랑방이 됐습니다. 경북 경산시에서는 남산초 삼성분교가 경북온라인학교, 경기 성남에서는 폐교된 영성여자중학교가 핀란드의 아동·청소년 예술교육기관인 '아난딸로( Annantalo)'를 모델 삼은 문화예술교육센터로 탈바꿈했고요. 전북에서도 주목할 움직임이 있습니다. 올해 폐교하는 무주 무풍고등학교 부지를 태권도 선수 양성 목적의 특수목적학교인 전북국제태권도고등학교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죠. 태권도 성지 무주의 특색을 살려 해외 학생까지 유치한다는 밑그림을 그렸답니다. 그리고 야동초등학교. 76년간 아이들이 뛰놀던 운동장에는 지금 사회적농장과 카페, 캠핑장이 자리하고 있죠. 풀무가 꺼진 대장간 마을에서 쉼터 마을로 변모했지만 다시 온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폐경과 완경. 닫을 閉와 마칠 完을 가리는 논쟁도 폐교의 사례처럼 사고전환이 필요합니다. 목표를 달성하고 다음 목표를 세우는, 폐교(廢校)는 어쩌면 완교(完校)였는지도 모릅니다. 닫힌다는 것이 끝이 아니듯 버려두고 없애는 것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악(樂)덕(후) 지주(지극히 주관적인) 무작위 명반 소개] 스물한 번째는 2003년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서 파멸적 중압감을 퍼뜨리기 시작한 슬래밍 브루탈 데스 메탈(슬램 데스) 밴드 Abominable Putridity(어바머너블 퓨트리디티)의 'The Anomalies of Artificial Origin'. 밴드명인 '혐오스러운 부패'처럼 초록빛을 내며 부푼 내용물을 망치형과 전동형 고기 다짐기로 번갈아 연하게 만든 후 다시 깔끔하게 파쇄한 것 같은 이들의 본 작품은 발매와 동시에 슬램 씬을 뒤흔들었죠. 2012년 2월 말 내놓은 이들의 정규 2집으로, 슬램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필청 앨범 중 하나이자 러시아 브루탈 데스 메탈 씬이 전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드러머 알렉산더 쿠비아슈빌리(Alexander Kubiashvili)와 기타리스트 파벨(Pavel)이 2003년 결성한 이 밴드는 Katalepsy(카탈렙시), Extermination Dismemberment(익스터미네이션 디스멤버먼트) 등과 여전히 슬램 데스의 간판 역할을 하고 있고요. 1990년대, 미국의 Suffocation(서포케이션)은 브루탈 데스의 토대를 세우고 브레이크다운을 접목하는 이정표를 남겼습니다. 대를 이어 미국의 Devourment(디바우어먼트)가 이를 적극 활용해 슬램 데스라는 독자적 장르를 구축하며 파괴력을 전파했죠. 디바우어먼트에 필적하는 어바머너블 퓨트리디티는 슬램의 핵심인 중속 템포에서 터지는 무거운 리프를 적절하게 살립니다. 팜 뮤트의 단순 묵직한 리프를 반복하는 기타의 뒤를 베이스가 같은 리듬으로 받치는 가운데 하수구 창법이라고 불리는 거터럴(guttural)이 헤비니스를 완성하죠. 2008년 12월 정규 1집 'In the End of Human Existence'를 발매한 어바머너블 퓨트리디티는 무자비한 슬램으로 언더그라운드 씬의 주목을 받았지만, 결성 초기부터 끊임없는 라인업 문제 탓에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결국 창단 멤버였던 기타리스트 파벨마저 팀을 떠났지만, 그 공백을 메운 세르게이(Sergey)가 작곡부터 연주까지 1인 다역을 소화하며 오히려 밴드의 기술적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죠. 그러다가 2009년, 브루탈 데스 씬의 생존 전설로 Disgorge(디스고지), Pathology(패솔로지) 등에서 활동했던 보컬 매티 웨이(Matti Way)가 합류하며 밴드의 격이 높아졌고 이 기세를 몰아 2012년 2월 28일, 체코 레이블 Brutal Bands Records를 통해 2집을 발매하기에 이릅니다. 보컬리스트로 매티 웨이가 나선 라인업에 기타리스트 세르게이, 베이시스트 앤드류(Andrew), 드러머 알렉산더(Alexander), 게스트 백보컬 앤절 오초아(Angel Ochoa), 코리 아토스(Corey Athos), AJ 마가나(A.J. Magana)가 참여하며 명불허전의 정석을 보여줬죠. 앤절 오초아는 Condemned(컨뎀드)와 Cephalotripsy(세팔로트립시), 코리 아토스는 Deeds of Flesh(디즈 오브 플레시), Flesh Consumed(플레시 컨슈머드), AJ 마가나는 매티 웨이의 후임으로 디스고지 소속이던 보컬리스트입니다. 모두 헤비니스의 꼭대기에 위치한 밴드들로 브루탈 창법의 대가들이 이렇게 뭉치기도 쉽지 않은데 말이죠. 무엇보다 정규 2집은 1집의 단순 반복적인 슬램에서 벗어나 기술적인 요소를 대폭 강화했고 주제도 SF(science fiction)와 엮인 형이상학적 개념을 살리며 피상적인 죽음으로부터 돌아섰습니다. 기타를 맡은 세르게이의 아르페지오 시퀀스가 테크니컬 데스의 면모를 느끼게 한다면 알렉산더의 드러밍은 급격한 템포 전환과 블래스트 비트의 적확한 배분으로 역동성을 극대화했고요. 매티 웨이의 보컬은 말할 필요도 없죠. 고기를 다지듯 디스고지 시절부터 다진 초(超)거터럴 창법을 들려주는데 하수구 밑바닥의 거품이 연상될 정도입니다. 마치 앨범 커버의 괴물이 그로울링을 했다고 해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니까요. 더 언급할 것 없이 총 재생시간 25분 54초, 여덟 곡에 담긴 SF 호러의 부글부글 향연을 트랙별로 살피면서 이번 편 마무리하겠습니다. 게임 'Dead Space(데드 스페이스)'에서 샘플링한 짧은 인트로 후 곧바로 터지는 블래스트 비트와 매티 웨이의 거터럴이 청자를 짓누르는 첫 번째 트랙 'Remnants of the Tortured'는 앨범의 포문을 거칠면서도 매끄럽게 엽니다. 중반부 슬램 섹션은 이 앨범이 왜 명반인지 증명하는 부분으로 팜 뮤트 리프의 육중한 그루브가 인상적입니다. 인간을 부품처럼 다루는 잔혹 묘사의 가사도 교과서를 읽는 것 같다면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느끼실지 모르겠네요. 이 앨범에서 가장 공격적인 곡인 2번 트랙 'A Massacre in the North'는 제목처럼 북쪽에서 벌어진 학살을 연상시키는 가차 없는 연주가 이어지죠. 끊어지는 거터럴, 테크니컬 리프가 두드러지는 와중에 드럼의 더블 베이스와 슬램 브레이크다운의 유연한 강타가 귀에 박힙니다. 나머지 곡들과 연결되는 폭력의 연계성이 가사의 핵심이고요. 은근히 중독성 있는 세 번째 곡 'Letting them Fall…'은 리프의 밀도가 높은 곡으로 반복하며 늘어지는 슬램 리프와 매티 웨이의 뭉개지는 보컬 변주가 돋보입니다. 가사처럼 멸망의 구렁텅이로 내몰리는 존재들의 고통이 그려지는 듯하죠. 최대한의 차분함을 주는 다음 곡 'A Burial for the Abandoned'는 비교적 느린 템포와 그루브가 감정선을 잡아줍니다. 버려진 자들을 위한 장례식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사회나 실험체로서 가치가 없어져 폐기된 존재들이 쌓이는 무덤을 표현한 곡이고요. 5번 트랙 'Lack of Oxygen'은 호흡에 신경을 써야 할 정도의 블래스트 비트와 리프 공세로 청자를 압박합니다. 중반부 섹션에서 쉴 틈이 생기지만 곧장 더한 슬램이 이어지며 산소 부족 상태에서의 질식과 고통을 다루는 가사를 깨닫게 하죠. 여섯 번째 곡 'Wormhole Inversion'은 SF 콘셉트가 가장 명확히 드러나는 트랙입니다. 웜홀의 역전이라는 제목답게 시공간이 뒤틀리는 연출을 떠올릴 기타 효과와 예측이 어려운 템포 변화가 혼돈을 만들죠. 게스트 보컬도 이 곡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해 기괴한 존재가 틈을 파고드는 혼돈을 접할 수 있습니다. 일곱 번째 곡이자 타이틀 트랙 'The Anomalies of Artificial Origin'은 앨범의 주제를 응축한 곡으로 '인공적 기원의 이상 현상들'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유전자 변이와 생물학적 괴물에 대한 내용을 읊조립니다. 앨범 전체에서 가장 복잡한 구조로, 테크니컬 데스와 슬램의 융합은 생명체의 기원을 인위적 조작에 두는 곡의 작사 이유를 명확히 한다고나 할까요? 마지막 트랙 'The Last Communion'은 '최후의 성찬식'이라는 제목에 맞추듯 라인업 전원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악기들로 최종적인 파괴음을 들려줍니다. 이 곡에서 매티 웨이의 거터럴 보컬이 가장 극단을 치닫다가 마지막 슬램 브레이크다운으로 앨범 전체의 정점을 찍죠. 남겨진 존재들이 맞이할 종말론적 의식에 초대받았다는 감정이 들어 곡이 끝난 후에도 중압감은 쉬이 가시지 않습니다. Remnants of the Tortured 4:02 A Massacre in the North 3:29 Letting Them Fall… 3:35 A Burial for the Abandoned 3:21 Lack of Oxygen 2:36 Wormhole Inversion 3:00 The Anomalies of Artificial Origin 2:39 The Last Communion 3:12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연달아 비슷한 이미지로 '짜사이'를 작성하는 건 처음이네요. 얼마 전, 퇴근 후 유리창에 반사된 태양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아봤습니다. 하나인 태양이 둘로 보이는 순간, 떠오른 건 이달 초 여의도에서 터진 말 한마디였죠. 지난 2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같은 당 정청래 대표를 향해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있을 수 없다"면서 날선 태도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정 대표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제안하자 당내 갈등이 불거졌고, 이 최고위원은 이를 "2인자, 3인자들의 당권·대권 욕망 표출"이라 규정하며 정면으로 맞섰죠. 이 같은 정치적 요동은 마치 태양 표면의 흑점을 떠오르게 합니다. 흑점은 주변보다 온도가 낮아 검게 보이지만, 사실 태양에서 가장 강력한 자기장 에너지가 응축돼 언제든 거대한 폭발을 일으킬 수 있죠. 이번 민주당의 내홍을 보니 조직 내부의 분란은 단순히 묻거나 지워야 할 결점이 아니라 쌓였던 역동적 에너지가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신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늘한 고사의 무게 '하늘에 두 해가 없고, 백성에게 두 임금이 없다(天無二日 民無二王).' 이 최고위원이 인용한 표현의 뿌리는 깊습니다. '예기(禮記)'와 '맹자(孟子)'에 기록된 공자의 말로, 권력의 단일성을 강조하는 동양 정치철학의 핵심 명제죠. 역사에서 이 문장은 정통성을 주장하는 방패인 동시에, 경쟁자를 제거하는 칼날이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태양의 등장은 곧 반란이나 내홍, 혹은 체제 붕괴의 전조를 의미했으니까요. 수천 년간 인류는 태양을 절대적 단일성의 상징으로 여겼고, 그 관념은 당연하게도 정치적 중앙집권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됐습니다. 하지만 정말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은 없을까요? 자연은 때때로 여러 개의 태양을 연출하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환일(幻日, Sundog)'입니다. 대기 중 높은 곳에 떠 있는 얼음 결정이 프리즘 역할을 하면서 햇빛을 22도 각도로 굴절시킬 때 태양 좌우에 환영처럼 빛나는 점이 나타납니다. 흔히 '무리해'라고도 부르죠. 태양 고도가 낮은 일출이나 일몰 무렵에 잘 보이며, 겨울철 차가운 대기에서 더 선명합니다. 고대에는 무리해를 불길한 징조로 여겼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일이(日珥)'라는 이름으로 환일 현상에 대한 기록이 있죠. 그들에게 하늘에 뜬 두 번째 태양은 천심(天心)의 경고였습니다. 우주의 일상을 인간의 시선으로 보니… 지구에서 한 발 물러나 우주로 시선을 돌리면 '두 개의 태양'은 전혀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태양과 질량이 비슷하거나 무거운 별들 가운데 70%는 두 개 이상의 항성이 서로의 중력에 묶여 회전하는 쌍성계(雙星系) 또는 다중성계에 속하죠. 영화 '스타워즈' 오리지널 에피소드 대부분의 주인공인 루크 스카이워커가 바라보던 타투인의 쌍둥이 노을은 허구가 아니라 우주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상인 겁니다. 주목할 것은 쌍성계가 유지되는 방식으로 두 개의 별은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밀어내거나 집어삼키는 대신, 서로의 중력에 묶여 보이지 않는 '공통 질량 중심'을 축 삼아 회전합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일극 체제를 자연의 섭리라 믿지만, 우주는 공존하는 두 태양을 허용하는 거죠. 사진 속 유리창에 반사된 두 번째 태양은 굴절도 아니고 실제 쌍성도 아닌, 그저 반사가 만든 허상이지만 자주 접할 수 있는 광경이 아닌 만큼 뇌리에 남습니다. 민주당의 분란이 더 큰 정치적 성장을 위한 에너지가 될지 아니면 그저 시야를 어지럽히는 반사광에 그칠지는 결국 지금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지금 여의도의 창에 비친 두 태양 중 하나는 분명 허상일 지도 모르죠. 아니면 우리가 아직 익숙해지지 못한 공존의 궤도일 수도 있고요. 태양이 하나뿐인 작은 행성에 갇힌 우리는 일단 편협한 시선을 거둬야 합니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
올해 첫 명절인 설 잘 보내고 계신가요? 가족들과 연휴를 즐기는 사람도 있는 반면, 연휴를 앞두고 집에서 혼자 쉬겠다는 일명 '혼명족(혼자 명절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죠. 하지만 혼자 쉬어도 명절 음식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이를 위해 편의점업계가 명절 도시락 상품을 일제히 출시했습니다. 17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명절 도시락은 늘 인기입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에 따르면 지난해 설 연휴 기간 도시락 매출은 전년 대비 19.4% 증가한 가운데 1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원룸촌, 오피스텔, 대학가 등 입지의 매출 비중은 65.1%였다고 합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 집계도 살펴보면 지난해 설 명절 도시락은 출시 후 도시락 매출 1위를 차지했는데요. 설 연휴 기간(1월 28~30일, 당일 포함 3일) 동안 2위 도시락과 매출 격차를 두 배 이상 벌렸다고 합니다. 올 설날 편의점은 이런 수요층을 잡기 위해 기존 명절 도시락보다 더욱 신경 썼는데요. 모둠전, 갈비, 잡채 등 명절에나 만날 수 있는 메뉴들을 그대로 옮긴 듯한 제품으로 구성했다고 합니다. 가격 역시 합리적인 수준에서 책정했다는데요. ◆GS25 '이달의도시락 2월 설명절편' 9첩 반상의 이번 도시락은 전주식나물비빔밥, 톳조림&겨울 무나물 비빔밥, 흑미밥 등 3종의 밥과 ▲돼지갈비불고기 ▲떡갈비 ▲모둠전 3종(보리새우미나리전·김치고구마채전·오색꼬지전) ▲튀김 3종(조청고추장불고기튀김·꿀마늘닭강정·무침만두튀김) ▲콩가루찹쌀떡 등으로 명절 한상 구현. 가격은 6800원. 또 GS25는 명절 물가 안정 취지를 담아 농협카드 결제 시 해당 도시락을 50% QR 할인된 3000원대에 제공. 이와 함께 왕만두 떡국, 모둠전·잡채 등 추가 간편식과 곶감·황태포·동태살 등 제수용 신선식품 할인도 병행. ◆CU '새해 복 많이 드시락' 및 '새해 복 많이 받으시전' '새해 복 많이 드시락'은 돼지갈비 양념구이, 전, 나물 등 다양한 설 명절 대표 반찬으로 채운 8찬 정식 도시락. 고향에 내려가기 어려운 1인 가구도 간편하게 설 명절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오징어 튀김, 고구마 튀김, 김치전, 부추전, 깻잎전, 오색산적 등으로 구성. 새해 복 많이 받으시전은 오징어 튀김, 김치전, 동그랑땡, 오색산적 등 7가지 전을 담아낸 단품 요리. 합리적인 가격에 직접 전을 부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으며 제사나 성묘 등에도 쉽고 간편하게 활용 가능. 가격은 각각 6500원, 5900원. ◆세븐일레븐 '기운한상도시락' 세븐일레븐의 '기운한상도시락'은 알떡스테이크, 소불고기, 모둠전, 잡채 등 총 11가지 반찬으로 구성. 이번 제품 출시를 기념해 해당 도시락 구매 시 '장인라면 얼큰한맛'을 무료 증정. 가격은 6900원. 이 외에도 이달 말까지 고기(肉)올인원 도시락을 포함한 베스트 도시락 6종 구매 고객에게 칠성사이다 제로 또는 펩시콜라 제로 중 1종을 선택 증정. ◆이마트24 'K명절 풀옵션 한판' 이마트24의 'K명절 풀옵션 한판'은 업계 최다 수준의 반찬을 넣음. 너비아니, 간장불고기, 모둠전 4종(김치전·해물파전·오색모듬전·동그랑땡), 당근잡채, 미니전병, 삼색나물(고사리·도라지·시금치) 등 12가지 반찬으로 구성해 혼자서도 명절을 즐길 수 있도록 구현. 가격은 6900원. 이마트24 FF팀 유영민 MD는 "이번 K-명절 풀옵션 한판은 혼설족은 물론 간편하게 명절 음식을 즐기고 싶은 고객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설명.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하늘에서 내려올 줄 모르는 물가 때문에 고개가 더욱 경직되는 겨울입니다. 1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격정보를 보면, 설 명절을 앞두고 사과와 돼지고기 등 주요 농축수산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랐답니다. 한숨을 내쉬며 장을 보고 귀가하는 길에 빈 수레를 끄는 동네 노인들을 마주쳤는데 폐지도 얼마 담지 못한 채 그늘진 골목을 서성이는 모습을 보니 유독 가슴이 시리네요. 2024년 보건복지부 전수조사 기준, 전국 폐지수집 노인은 1만4831명. 평균 연령 78.1세인 이들이 일주일에 엿새를 일해 버는 폐지 수입은 월 15만9000원에 불과합니다. 요란하지 않게 비싼 고물로 가득 찬 수레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너무 무거우면 끌기 힘드시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되지만요. 갑자기 분위기에 좀 어긋나는 얘기지만 사실 아예 빈 것보다는 깡통이나 페트병, 돌멩이 등 작은 물체를 조금 실은 수레가 더 요란스럽죠.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은 '수레가 빌수록 요란하다' 정도로 바꾸는 게 맞지 않을까요? 네. 저 T 맞습니다. 영미권에도 'Empty vessels make the most noise'라는 유사 속담이 있습니다. 빈 그릇이 가장 큰 소음을 낸다는 이 속담 역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더 큰소리로 제 자랑을 하거나 허세를 부린다'는 의미입니다. 빈 그릇의 자신감 귀가해서는 이 속담이 딱 떠오르는 기사를 하나 봤습니다. 현지 날짜로 이달 7일 뉴욕포스트,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국의 신경과학자 재러드 코니 호바스 박사가 의회에서 "Z세대가 역사상 처음으로 부모 세대보다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세대"라고 제언했다는 내용이었죠. 하버드대와 멜버른대 등에서 강의해온 호바스 박사의 연구대로라면, 1997년부터 2010년 사이에 태어난 Z세대가 주의력, 기억력, 읽기, 계산 능력, 지능지수(IQ) 등 거의 모든 인지 측정에서 이전 세대보다 못한 성적을 냈다고 합니다.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화면만 들여다보며 자라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진단한 호바스 박사는 "스스로를 똑똑하다고 생각할수록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면서 빈 머릿속이 만든 자신감의 허상을 꼬집었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반대로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은근히 많다죠? 레몬즙이 도출한 쑥스러운 인지 편향 이 두 가지를 아우르는 심리학적 인지 편향을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라고 일컫습니다. 1999년 코넬 대학교의 사회심리학자 데이비드 더닝 교수와 대학원생 저스틴 크루거가 실험을 통해 제안한 이론이죠. 이 실험은 황당한 사건에서 비롯됐습니다. 1995년 미국 피츠버그에서 대낮에 은행 두 곳을 턴 맥아더 휠러라는 남성이 체포된 이유는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에 얼굴이 고스란히 찍혔기 때문이랍니다. 그는 레몬즙을 얼굴에 바르면 보안 카메라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믿었다네요. 물론 정신감정 결과는 정상이었고요. 이 사건을 접한 더닝 교수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자신의 부족함을 인식하지 못하는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이후 코넬대 학부생 45명을 대상으로 논리적 사고력, 문법, 유머 감각 등을 평가한 결과, 하위 25%에 해당하는 참가자들이 자신의 성적을 평균 이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확연했으나 상위권 참가자들은 오히려 낮춰 잡았죠. 비어가는 인지 능력의 빈자리를 근거 없는 비대함이 채우고 있는 셈입니다. 찰스 다윈은 일찍이 "무지는 지식보다 더 확신을 갖게 한다"고 했습니다. 빈 수레가 요란하고, 빈 그릇이 큰 소음을 내듯, 채워지지 않은 머릿속 역시 가장 크게 울리는 게 아닐까요?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무지를 인정할 때 들리는 '배움의 소음'은 우리 사회가 들을 수 있는 가장 건강한 소리 중 하나일 겁니다. 다만 겨울 거리에서 수레를 끄시는 어르신들의 수레는 값진 것들로 가득 차 소음을 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플러스 생활정보 -인지 능력 퇴보를 막고 근거 없는 자신감 대신 '진짜 실력'을 채우는 세 가지 일상 습관 ·숏폼 영상이나 요약본을 1분 봤다면, 관련 글이나 책을 3분 동안 정독하기. ·오늘 배운 것이나 읽은 기사의 핵심을 메모지 한 장에 3문장으로 요약하기. ·"이게 정답이야"라고 말하기 전에 "내 가설은 이런데, 다른 의견은 어때?"라고 질문 던지기. (출처: 존 플라벨 '메타인지 이론', 만프레드 스피처 '디지털 치매', 데이비드 더닝 & 저스틴 크루거 '미숙함과 그에 대한 인식 불능')
오늘부터 오는 18일까지 닷새간의 설 연휴가 시작됐습니다. 언제나처럼 명절 첫날 아침부터 전국 고속도로에는 고향으로 향하는 차량들이 길게 늘어섰죠.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승용차 기준, 서울 요금소를 출발해 부산까지 6시간 50분, 대구 5시간 50분, 광주 4시간 20분, 대전 3시간, 강릉 2시간 50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짙은 안개에 미세먼지까지 겹쳐 운전자의 시야도 좁아진 가운데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안성~천안 19㎞, 천안분기점~천안호두휴게소 10㎞, 옥산휴게소~청주분기점 12㎞ 구간에서 서행이 이어지고 있다네요. 중부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 논산천안고속도로 등 주요 노선에서도 귀성 차량이 몰리며 곳곳에서 정체가 빚어지는 상황입니다. 도로공사는 귀성 방향 정체가 오전 6~7시 시작돼 오전 11시부터 정오 사이 정점을 찍고, 오후 6~7시께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고요. 오늘 하루 전국 고속도로 교통량은 약 485만 대. 이 중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빠져나가는 차량만 46만 대에 이를 전망이라는군요. 귀향보다 귀경이 더 막혀? 설날이 연휴 후반인 17일인 것도 교통 흐름에 영향을 미칩니다. 귀성 차량이 13일부터 16일까지 나흘에 걸쳐 분산되는 까닭에 귀경 차량은 17, 18일 이틀간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지난 11일 티맵모빌리티가 과거 명절 이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한 결과를 보면, 이번 연휴 중 가장 혼잡한 날은 설 당일인 17일입니다. 17일 오전 7시부터 혼잡도가 서서히 올라가다 10시를 기점으로 정점에 달하고 이후 밤 8시까지 정체 흐름이 이어질 거라는데요. 17일 오전 10시에 부산을 출발해 서울로 향할 경우 예상 소요 시간은 8시간 53분. 평소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입니다. 연휴 기간 전국 이동 인원은 27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요. 티맵모빌리티는 귀성길 교통 정체를 피하려면 심야나 이른 새벽 시간대를 선택하는 게 좋고, 귀경길은 18일 오전 일찍 움직이거나 저녁 늦은 시간을 택하는 편이 상대적으로 수월할 거라는 제언도 보탰습니다. 군집지능이 만드는 예측의 묘미 도로공사가 발표하는 '오늘 전국 교통량 485만 대', 티맵이 내놓는 '17일 오전 10시 부산에서 서울까지 8시간 53분'이라는 수치들은 어떻게 추산한 걸까요? 한국도로공사는 교통 예측 체계가 있습니다. 전국 고속도로 곳곳에는 약 1㎞ 간격으로 VDS(Vehicle Detection System, 차량검지기)가 설치됐죠. 루프식(도로 노면에 매설한 감지코일), 영상식(카메라 기반), 레이더식 등의 방식으로 24시간 365일 실시간 교통량과 차량 속도, 점유율, 대기행렬 길이 등의 데이터를 쉬지 않고 수집합니다. 여기에 TCS(Toll Collection System, 요금징수시스템)와 하이패스 통과 데이터가 더해지고요. 이 방대한 데이터들이 과거 명절별, 요일별, 시간대별로 축적되면서 패턴을 만들면 도로공사는 이를 토대 삼아 설 요일, 연휴 길이, 대체공휴일 유무 등의 요건과 기상 조건, 경제 상황 등 변수를 반영해 예측치를 산출하는 겁니다. 학습이 짚어내는 최적의 경로 티맵모빌리티 등 민간 영역에서는 이용자가 내비게이션을 켜고 달린 주행 데이터, 누적 74억 건 이상의 이동 기록이 원천이죠. 실시간 갱신되는 실시간 교통정보와 수년간 쌓인 명절 주행 패턴을 인공지능(AI)이 학습해 예상 소요 시간을 뽑아내는 방식이죠. 최근에는 딥러닝 기반 CNN(Convolutional Neural Network, 합성곱 신경망·공간학습)-RNN(Recurrent Neural Network, 순환 신경망·시간학습) 결합 모델처럼 도로의 공간적 특성과 시간에 따른 속도 변화를 동시에 학습하는 AI 기술도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장시간 운전에 점점 힘이 빠지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답답한 정체에 함께 줄지어 선 브레이크등 하나하나가 보고픈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나처럼 홍조를 띤 마음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힘이 생기지 않을까요? 부디 들뜬 마음 그대로 그리운 이들과 만나시고, 따뜻한 설 보낸 후 무사히 귀가하시길 바랍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플러스 생활정보 -실시간 고속도로 교통정보 확인 사이트 ·고속도로 교통정보 로드플러스 http://www.roadplus.co.kr ·국가교통정보센터 https://www.its.go.kr
설 연휴를 앞두고 계란 한 판을 포함해 이런저런 식자재를 사러 동네 마트에 들렀다가 손을 놓아버렸습니다. 특란 30개 가격이 7000원을 훌쩍 넘어선 걸 보고 온라인 마트 할인혜택을 노리며 그냥 돌아섰죠. 이달 카드 사용액을 보고 절망에 빠져 빈손으로 마트를 나서며 알알이 맺힌 눈물. 올 겨울도 설을 앞두고 아프리카돼지열병(ASF·African Swine Fever)과 구제역이 전국으로 퍼지는 와중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Avian Influenza)까지 기승을 부립니다. 산란계 농장에서만 432만 마리 이상이 살처분됐고 그 영향은 고스란히 소비자 장바구니로 옮겨왔죠. 정부는 급한 불을 끄려고 미국산 신선란 224만 개를 긴급 수입했는데 지난달 23일 첫 물량이 인천공항에 도착해 30일부터 대형마트에 풀렸습니다. 대형마트 기준으로 한 판 6000원 정도의 가격이지만 이런저런 논란은 여전하네요. 알 권리를 위한 열 자리 국내 계란 껍데기에는 10자리 숫자가 찍혀 있습니다. 맨 앞 4자리는 닭이 알을 낳은 날짜, 그다음 5자리는 생산농가 고유번호, 마지막 1자리는 사육환경을 표기하죠. 0205M3FDS2라면 2월 5일에 낳은 알이고, M3FDS 농장, 닭장과 축사를 자유롭게 오가는 평사(2번) 환경에서 생산됐다는 뜻입니다. 사육환경 번호는 1번이 방목장 방사, 2번이 평사, 3번과 4번은 케이지 사육으로 면적 기준이 다르고요. 2019년 8월 전면 시행된 산란일자 표시제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도입됐습니다. 유통기한만 보고 계란을 고르던 시절, 일부 농가에서는 값이 떨어지면 오래 보관했다가 가격이 오를 때 포장해 출하하는 일도 있었거든요. 닭이 언제 알을 낳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으니 신선도 판단이 한결 수월해진 거죠. 그런데 이번에 수입된 미국산 계란은 난각 표기가 우리나라와 달라 산란일자, 사육환경 정보 외에 농장 고유번호는 표시되지 않습니다. 애초에 미국은 산란일자 표시 의무가 없는데다가 산란계 한 마리당 권장 사육면적도 0.042에서 0.049㎡로 국내 기준인 0.05㎡보다 좁고요. 이런 만큼 산란계협회는 국내 기준 적용 시 판매 자체가 어렵다고 반발하는 상황입니다. 정부가 한 판당 상당한 예산을 들여 60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공급하는 것도 과도한 보조라는 일각의 비판 또한 있고요. 국산 계란은 엄격한 잣대로 관리하면서 수입산에는 예외를 두는 게 맞느냐는 게 이들의 견해입니다. 알을 낳기 위해 산란에 이르는 고통을 감내하는 닭의 고통은 우리네 밥상물가 앞에선 떠올릴 여지도 없는 때라는 게 마음을 답답하게 합니다. 마음에 번지는 또 다른 산란 산란이라는 단어를 입 안에서 굴리다 보니 묘한 우연이 떠오릅니다. 닭이 알을 낳는 산란(産卵)과 빛이 입자와 부딪혀 사방으로 흩어지는 현상인 산란(散亂)은 서로 한자가 달라도 이번 '짜사이'의 맥을 이어주거든요. 한 쪽은 낳고 다른 한 쪽은 퍼지는 산란. 발음만 같은 이 두 단어 모두 우리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닭의 산란은 식탁 물가를 흔들어 장바구니의 무게를 바꾸고 빛의 산란은 하루 끝자락 하늘의 색을 바꿔 마음의 균형을 흔들죠. 낳는 것과 퍼지는 것, 둘 다 결국 일상의 결을 건드리는 힘이 있습니다. 오늘의 이미지는 지난주 이른 퇴근길에 스마트폰에 담은 노을입니다. 태양에서 출발한 빛은 지구 대기를 통과하며 공기 중의 질소, 산소 분자들과 끊임없이 부딪히는데 이때 파장이 짧은 파란색, 보라색 빛은 사방으로 흩어집니다. 파장이 긴 빨간색, 주황색 빛은 비교적 덜 흩어지며 흔적을 남기고요. 아르곤을 발견해 1904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영국 물리학자 존 윌리엄 스트럿, 제3대 레일리 남작(John William Strutt, 3rd Baron Rayleigh)이 19세기에 밝혀낸 이 현상은 '레일리 산란(Rayleigh scattering)'이라고 부릅니다. 낮 동안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것은 사방팔방으로 산란된 파란 빛이 하늘 전체를 채우기 때문이죠. 그러다가 해가 뜨거나 질 무렵 태양이 지평선 가까이 내려가면 빛이 대기를 통과하는 거리가 훨씬 길어져 파란 빛은 다 흩어지고 잔존한 빨간 빛만 우리 눈에 도달해 붉은 노을을 볼 수 있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절입시각 2월 4일 오전 5시2분,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바뀌는 24절기의 첫 번째 절기인 입춘을 맞으면서 해가 조금씩 길어지고 있습니다. 서울 기준으로 2월 5일부터 해가 오후 6시 이후에 저물기 시작한다네요. 1월 말만 해도 오후 5시 반이면 어둑해지던 것이 2월 말에는 6시 20분이 넘어서야 노을이 지죠. 한 달 사이에 일몰 시각이 약 25분 늦춰집니다. 11월보다도 해가 길고, 일몰 시간은 하순에 접어들면 9월 수준까지 늘어나죠. 물리적으로 따지면 낮의 길이가 늘어나는 것이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2월은 해가 길어지는 달이 아니라 마음이 조금 늦게 어두워지는 달이기도 합니다. 노을을 보면 잠시나마 감상적인 기분에 젖으며 하루 마감 전 숨을 고르게 되죠. 완전식품인 계란이 우리 몸에 영양분을 공급한다면 노을은 마음에 감상을 안깁니다. 마트에서 장바구니는 채우지 못했지만 하늘을 보며 마음을 채웠네요. 입춘이 지난 2월, 아직 봄은 이름뿐이지만 햇살은 우리와 좀 더 오래 함께 합니다. 온기가 좀 더 머무는 2월. 이달은 그런 달입니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
지난해 10월 15일, 뉴욕 브롱크스의 한 아파트 문이 열렸을 때 경찰과 아동복지국 직원들이 목격한 광경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14세 쌍둥이 소년들이 체중 23~24kg의 앙상한 몸으로 기저귀를 찬 채 젖병을 물고 있었기 때문이죠. 정상 체중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몸, 8세 아동처럼 보이는 외양. 64세의 엄마 리세트 소토 도메네크(Lisette Soto Domenech)는 남편의 암 투병 사망 후 2017년부터 9년간 이들을 외부와 완전히 차단한 채 영원한 유아 상태로 양육했습니다. 현지 날짜로 이달 22일 이 사건을 다룬 미국 뉴욕포스트 기사를 보면 아파트에는 유아용 시리얼과 젖병, 유아 장난감만 있었다고 합니다. 10대에게 필요한 음식도, 책도, 그 어떤 또래 문화의 흔적도 없었고요. 아이들의 성장을 받아들이지 못한 엄마가 아이들을 영원히 아기로 남겨두고 싶어 했다는 게 이웃들의 증언이었습니다. 반복되는 감금의 악몽 197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발견된 13세의 지니(Genie)는 생후 20개월부터 13년간 방 한 칸에 묶여 지낸 소녀였죠. 아버지는 소음을 극도로 싫어해 아이가 입을 열면 구타한 것은 물론, 가족 모두에게 침묵을 강요했답니다. 구출 당시 말을 하지 못했던 지니는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언어학자들의 치료 과정에서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는 데 점차 관심을 보이며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언어는 유아 수준에 머물렀지만 음악 감상과 미술 표현은 이보다 더 빠르게 발달한 거죠. 40여 년이 지난 날, 오스트리아의 암스테텐(Amstetten). 지니의 경우보다 더 끔찍한 사건이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요제프 프리츨(Josef Fritzl)은 24년간 딸 엘리자베트(Elisabeth)를 지하실에 감금하고 성폭행해 7명의 자녀를 낳게 했죠. 생후 며칠 지나지 않아 목숨을 잃은 한 아이를 제외하고 지하실에 갇힌 케르스틴(Kerstin), 슈테판(Stefan), 펠릭스(Felix)는 햇빛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외부 세계와 단절돼 생활했습니다. 반면 리자(Lisa), 모니카(Monika), 알렉산더(Alexander)는 학교에도 다니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그나마 정상적으로 자랐고요. 2008년 4월 19일, 케르스틴이 다발성 장기부전 탓에 병원에 실려 온 뒤 의료진은 그를 인공 혼수상태로 유지했습니다. 7주 후 약물을 줄이며 깨우는 과정에서 의료진은 로비 윌리엄스(Robbie Williams)의 노래를 틀었죠. 케르스틴은 호흡기 튜브를 단 채로 침대에서 팔을 흔들며 음악에 반응했습니다. 새벽 3시까지 로비 윌리엄스 음악 CD를 듣는 통에 잠들라고 명령해야 했다는 게 담당의 알베르트 라이터(Albert Reiter)와 베르톨트 케플링거(Berthold Kepplinger)의 증언이고요. 19년간 지하실에서 텔레비전으로 봤던 로비 윌리엄스 노래는 케르스틴에게 있어 외부와의 유일한 연결고리였던 겁니다. 같은 핏줄, 다른 환경 뉴욕 브롱크스의 14세 쌍둥이들은 유아의 세계에 갇혀 또래의 어떤 문화도 경험하지 못했죠. 프리츨의 지하 자녀들은 텔레비전으로만 세상을 봤습니다. 이와 관련해 1993년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연구 'Understanding Child Abuse and Neglect'는 이 같은 극단적 고립이 아동의 정체성 형성과 사회성 발달을 심각하게 저해한다고 진단합니다. 프리츨 사건의 증명은 명확합니다. 같은 아버지,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형제자매인데 지하와 지상 아이들의 삶은 완전히 달랐죠. 환경의 역할은 핏줄이 엮은 유전보다 강했던 겁니다. 물론 반대 사례도 있죠. 같은 환경에서 자란 형제자매가 핏줄의 시너지로 함께 문화를 만든 경우입니다. 한쪽에선 형제가 함께 감금당했지만, 다른 한쪽에선 형제가 함께 무대에 섰습니다. 가족, 특히 형제자매는 서로의 잠재력을 해방시키며 같이 성장하는 사람들입니다. 공간을 공유하며 음악적 해방까지 함께 이룬 밴드들, 이번 '이리저리뷰'에서 소개합니다. 밴 헤일런(Van Halen)과 AC/DC, 라디오헤드(Radiohead), 오아시스(Oasis), 세풀투라(Sepultura), 판테라(Pantera), 오비추어리(Obituary), 아치 에너미(Arch Enemy), 하트(Heart) 등 한국인들에게도 대중적인 밴드는 제외했습니다. 함께 무대에 선 핏줄들 미국 메릴랜드에서 자란 쌍둥이 벤지(Benji)와 조엘 매든(Joel Madden)은 지난 1995년 굿 샬럿(Good Charlotte)을 결성했습니다. 1999년 데뷔 이후 2000년대 팝펑크 씬을 대표하는 밴드가 됐죠. 영국 브라이튼의 쌍둥이 댄(Dan)과 톰 설(Tom Searle)은 2004년 아키텍츠(Architects)를 만들었습니다. 드러머 댄과 기타리스트 톰 형제가 장르 창시자 격인 테크니컬 메탈코어는 2010년대 메탈 씬의 새 기준이 됐고요. 스코틀랜드 출신 쌍둥이 제임스(James)와 벤 존스턴(Ben Johnston)은 비피 클라이로(Biffy Clyro)의 리듬 섹션을 담당합니다. 베이시스트 제임스와 드러머 벤, 1980년 4월 25일 태어나 1995년부터 함께 밴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영국 뉴캐슬의 존(John)과 마크 갤러거(Mark Gallagher) 형제는 1974년 레이븐(Raven)을, 호주의 조엘(Joel)과 라이언 오키프(Ryan O'Keeffe) 형제는 에어본(Airbourne)을 만들었고요. 미국 로스엔젤레스 샌퍼낸도밸리(San Fernando Valley)의 에스테(Este), 다니엘(Danielle), 알라나 하임(Alana Haim) 세 자매는 2007년 하임(Haim)을 결성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의 커버 밴드 'Rockinhaim'에서 함께 연주했던 경험이 바탕이 됐다네요. /이슈에디코 강민호 기자/ +플러스 핏줄 밴드 정보 -메가데스(Megadeth) - 숀 & 글렌 드로버(Shawn & Glen Drover, 형제, 드럼/기타) -램 오브 갓(Lamb of God) - 크리스 & 윌리 애들러(Chris & Willie Adler, 형제, 드럼/기타) -고지라(Gojira) - 조 & 마리오 듀플랑티에(Joe & Mario Duplantier, 형제, 기타·보컬/드럼) -디캐피테이티드(Decapitated) - 보그 & 비텍(Vogg & Vitek, 형제, 기타/드럼) -갓 포비드(God Forbid) - 닥 & 댈러스 코일(Doc & Dallas Coyle, 형제, 기타 듀오) -사이크롭틱(Psycroptic) - 조 & 데이브 헤일리(Joe & Dave Haley, 형제, 기타/드럼) -앳 더 게이츠/더 혼티드(At the Gates/The Haunted) - 안데르스 & 요나스 비욀러(Anders & Jonas Björler, 형제, 기타/베이스) -아치고트(Archgoat) - 리추얼 부처러 & 로드 엔젤슬레이어(Ritual Butcherer & Lord Angelslayer, 쌍둥이) -부르둘라크/네크로파지아(Wurdulak/Necrophagia) - 퓨그 & 프레디아블로(Fug & Frediablo, 형제) -데스컬트(Deathcult) - 투르주르 & 스카그(Thurzur & Skagg, 형제) -스바르트옌(Svarttjern) - 한스피르스테 & 하안(HansFyrste & HaaN, 형제) -사르케(Sarke) - 스티안 & 테리에 크로뵐(Stian & Terje Kråbøl, 형제, 기타/드럼) -인 더 우즈(In the Woods...) - 크리스토퍼 & 크리스티안 보테리(Christopher & Christian Botteri, 형제) -더 컨토셔니스트(The Contortionist) - 로비 & 조이 바카(Robby & Joey Baca, 형제, 기타/드럼) -옥토버 타이드(October Tide) - 프레드릭 & 마티아스 노르만(Fredrik & Mattias Norrman, 형제) -더 스투지스(The Stooges) - 론 & 스콧 애시턴(Ron & Scott Asheton, 형제, 기타/드럼) -제트(Jet) - 닉 & 크리스 세스터(Nic & Chris Cester, 형제, 보컬/드럼) -더 다크니스(The Darkness) - 저스틴 & 댄 호킨스(Justin & Dan Hawkins, 형제, 보컬·기타/리듬기타) -더 뱅글스(The Bangles) - 비키 & 데비 피터슨(Vicki & Debbi Peterson, 자매, 기타) -퍼스트 에이드 킷(First Aid Kit) - 요한나 & 클라라 쇠더베리(Johanna & Klara Söderberg, 자매) -마이 케미컬 로맨스(My Chemical Romance) - 제라드 & 마이키 웨이(Gerard & Mikey Way, 형제, 보컬/베이스) -써티 세컨즈 투 마스(30 Seconds to Mars) - 자레드 & 새넌 레토(Jared & Shannon Leto, 형제, 보컬·기타/드럼) -에브리 타임 아이 다이(Every Time I Die) - 키스 & 조던 버클리(Keith & Jordan Buckley, 형제, 보컬/기타) -레드 크로스(Redd Kross) - 제프 & 스티브 맥도날드(Jeff & Steve McDonald, 형제, 보컬·기타/베이스) -피어스 더 베일(Pierce the Veil) - 빅 & 마이크 푸엔테스(Vic & Mike Fuentes, 형제, 보컬·기타/드럼) -베리 투모로우(Bury Tomorrow) - 다니 & 데이비드 윈터베이츠(Dani & Davyd Winter-Bates, 형제, 보컬/베이스) -더 킹크스(The Kinks) - 레이 & 데이브 데이비스(Ray & Dave Davies, 형제, 보컬·기타/리드기타) -킹스 오브 레온(Kings of Leon) - 케일럽, 네이선, 재러드 폴로윌 + 사촌 매튜(Caleb, Nathan, Jared Followill + 사촌 Matthew, 3형제+사촌) -그레타 밴 플릿(Greta Van Fleet) - 조쉬, 제이크, 샘 키슈카(Josh, Jake, Sam Kiszka, 3형제, 보컬/기타/베이스) -아나테마(Anathema) - 빈센트, 대니얼, 제이미 캐버너 + 존 & 리 더글러스(Vincent, Daniel, Jamie Cavanagh + John & Lee Douglas, 5인 가족) -더브스(Doves) - 제즈 & 앤디 윌리엄스(Jez & Andy Williams, 쌍둥이, 기타/드럼) -더 리플레이스먼츠(The Replacements) - 밥 & 토미 스틴슨(Bob & Tommy Stinson, 형제) *정규 및 세션 구분, 활동기간 미기재.
'충무로의 떠오르는 샛별' '충무로 입성' '충무로 기대주'. 배우들을 소개할 때 자주 쓰이는 수식어죠. 이처럼 우리나라 영화에 '충무로'는 빠질 수 없는 장소인데요. 이곳이 영화의 발상지로 자리하게 된 시기는 1910년입니다. '영화의 메카 충무로'라는 서적에 따르면 1910년 우리나라 최초의 상설 영화관인 '경성고등연예관'이 이곳에 세워졌는데요. 이어 1914년 '제2대정', 1916년 '경성극장', 1917년 '낭화관' '조일좌' 등이 잇따라 들어서며 충무로와 명동 일대는 자연스럽게 영화관 밀집 지역으로 형성됐습니다. 이런 극장 확장 흐름 속에서 일본식 극장 구조와 운영 방식을 갖춘 근대식 상영관 ‘와카쿠사 극장’도 세워졌고요. 해방 이후 여러 극장이 모인 충무로는 영화사와 현상소, 기획사, 인쇄소 등이 자연스럽게 들어서며 영화인들의 거점이 됐습니다. 와카쿠사 극장 역시 수도극장(1946년), 스카라극장(1962년)으로 두 차례 재단장을 거치며 단성사, 우미관과 함께 충무로 영화 문화권의 한 축을 이뤘습니다. 이때 당시 연간 100편이 넘는 영화가 제작됐다는데요. 그러나 80년대 중반부터 블록버스터 미국영화 수입, 멀티플렉스 중심의 영화산업 재편 탓에 충무로 영화산업은 쇠퇴의 길을 걷게 됩니다. 멀티플렉스가 집중됐던 강남권에 관객들이 몰리면서 충무로 속 옛 극장이 줄줄이 문 닫자 영화 제작사들도 강남으로 이전했고요. 이렇게 잊혀진 충무로가 다시 한번 영화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28일 충무로에 공공 영화문화 공간인 '서울영화센터'를 개관했습니다. 지하 3층부터 지상 10층, 연면적 4806m² 규모로 조성된 센터는 166석, 78석, 68석의 상영관 3곳을 갖췄고요. 이곳은 전시실, 교육실, 공유오피스, 옥상극장, 영화카페 등 다양한 영화문화 시설이 한 공간에 들어선 복합 플랫폼인데요. 서울시는 "서울영화센터를 통해 영화인에게는 창작·산업 기반을, 시민에게는 영화문화 공간을 제공하고 충무로를 영화산업·문화 중심지로 되살릴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4층 전시실에서는 영화와 연계한 기획전, 사진·오브제 전시, 체험형 콘텐츠 등이 열려 관람객이 영화의 배경과 제작 과정까지 함께 경험할 수 있는데요. 추운 1월 어느 날, 충무로에서 약속이 있던 저는 추위를 피해 서울영화센터 4층 전시관에 방문해 '서울, 영화 그리고 캔버스'란 개관 팝업 전시를 관람했습니다. 다음 달 28일까지 진행 중인 이번 전시는 '서울을 영화 속에, 영화를 캔버스에 담았다'가 주제였는데요. 주최 측은 "서울이라는 도시가 품은 수많은 영화적 기억은 동시대 아티스트들의 시선과 결합해 새롭게 펼쳤다"며 "서울이라는 도시를 품었던 9편의 영화가 9명의 아티스트 손끝에서 재해석됐다"고 제언했습니다. 이곳에서 등장한 영화는 ▲8월의 크리스마스 ▲건축학개론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멋진하루 ▲벌새 ▲북촌방향 ▲올드보이 ▲연애의 온도 ▲태양은 없다 등인데요. 특히 8월의 크리스마스와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올드보이의 몇몇 장소는 관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현했습니다. 공간이 크지 않아 30분 정도면 감상할 수 있는 전시였지만, 많은 영화를 다시 한번 추억하기엔 충분했습니다. 이번 수영씨에서는 앞서 언급한 추억의 영화를 짧게 소개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 감독: 허진호 주연: 한석규, 심은하 개봉일: 1998년 1월 24일 줄거리: 서울에서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는 30대 남성 정원(한석규 扮)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지만, 평소처럼 일상을 보내며 죽음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어느 날 매일 단속 차량 사진을 맡기는 주차단속원 다림(심은하 扮)을 만나면서 삶의 욕심을 내기 시작하지만, 결국 세상을 떠난다. 이 사실을 모르는 다림은 언제나처럼 사진관을 찾지만 사진관은 닫혀있다. 여담: 허진호 감독은 가수 故 김광석의 영정사진을 보고 아이디어를 받아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시청 가능 OTT: 웨이브, 넷플릭스, 애플티비 건축학개론 감독: 이용주 주연: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수지 개봉일: 2012년 3월 22일 줄거리: 스무 살 건축학과 승민(이제훈 扮)은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만난 음대생 서연(수지 扮)에게 반한다. 제주도에서 올라와 서울 정릉에 자취하는 서연은 같은 동네에 사는 승민은 서로 가까워진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툰 승민은 고백하지 못하던 중 오해로 서연과 멀어진다. 이후 건축가가 된 승민 앞에 15년 만에 나타난 서연은 자신을 위한 집을 설계해달라고 요청한다. 이 둘은 함께 집을 만드는 동안 그때 기억이 되살아나 당시를 추억하게 된다. 여담: 봉준호 감독은 시나리오를 본 다음 요즘 이런 영화는 통하지 않는다며 반대했다고 알려졌다. 시청 가능 OTT: 웨이브, 넷플릭스, 왓챠, 쿠팡플레이, 티빙, 유플모바일TV 내 머리속의 지우개 감독: 이재한 주연: 정우성, 손예진 개봉일: 2004년 11월 5일 줄거리: 건망증이 심한 수진(손예진 扮)은 편의점에서 두고 온 콜라와 지갑을 찾기 위해 다시 편의점에 찾았지만, 철수(정우성 扮) 손에 들린 콜라를 보고 자신의 콜라를 훔쳤다고 오해한다. 이후 오해는 풀렸지만 떠난 그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가방 날치기를 당한 수진을 철수가 도와주면서 재회한 그들은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게 되지만, 점점 더 심해지는 건망증에 찾게 된 병원에서 수진은 자신이 알츠하이머 증후군을 앓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기억이 사라진 수진을 위해 철수는 처음 만난 장소로 데려와 수진의 기억을 되살리는 데 노력한다. 여담: 2001년 일본 단막극 '퓨어 소울: 네가 나를 잊어도(Pure Soul~君が僕を忘れても~)'가 원작. 각색에 참여한 김영하 작가는 제42회 대종상영화제에서 각색상을 받았다. 시청 가능 OTT: 웨이브, 넷플릭스, 왓챠, 애플티비, 티빙 멋진 하루 감독: 이윤기 주연: 전도연, 하정우 개봉일: 2013년 9월 25일 줄거리: 1년 전 헤어진 남자친구 병운(하정우 扮)에게 빌린 350만 원을 받기 위해 희수(전도연 扮)는 경마장에서 그를 만난다. 이별 이후 결혼했지만, 두 달 만에 이혼하고 사업 실패에 빚까지 진 병운은 아는 여자들에게 돈을 부탁한다. 이런 병운의 행태에 희수는 기가 막히지만, 이를 돕기 위해 서울 곳곳을 같이 다니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불편한 하루'가 시작된 것. 여담: 타이라 아스코의 단편 소설이 원작이며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분 초청작, 제33회 홍콩국제영화제 초청작, 제27회 샌프란시스코 아시안아메리칸 국제영화제 개막작. 시청 가능 OTT: 웨이브, 넷플릭스, 왓챠, 유플모바일TV 벌새 감독: 김보라 주연: 박지후, 김새벽 개봉일: 2019년 8월 29일 줄거리: 14살 중학생 은희(박지후 扮)는 1994년 대치동에서 방앗간을 하는 부모와 언니, 오빠와 함께 살고 있다. 은희는 그런 가족에게 외면받은 뒤 친구 지숙과 물건을 훔치거나 노래방에 전전하다 그녀를 이해하는 김영지(김새벽 扮) 선생을 만나게 된다. 끊임없이 꿀을 찾아 날갯짓하는 벌새처럼 사랑을 갈구하며 헤맸던 은희에게 그는 한줄기 빛이었다. 그러나 그 해의 참사로 은희는 다시 한번 아픔을 겪게 된다. 여담: 김보라 감독은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영화를 제작했다. 또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발생한 1994년이 시대 배경이다. 시청 가능 OTT: 쿠팡플레이, 애플티비, 유플모바일TV 북촌방향 감독: 홍상수 주연: 유준상, 김상중, 송선미, 김보경, 고현정, 김의성 개봉일: 2011년 9월 8일 줄거리: 영화감독이던 성준(유준상 扮)은 서울 북촌에 사는 선배 영호(김상중 扮)를 만나기 위해 상경했다. 그러나 첫날 영호 대신 다른 이들과 우연한 만남을 보낸다. 이후 영호를 만난 성준은 영호의 후배 교수(송선미 扮)와 '소설'이란 술집에 방문해 예전 여자친구와 닮은 술집 주인(송선미 扮)을 보게 된다. 또다시 영호와 만난 성준은 전직 배우(김의성 扮)와 술을 마시는 가운데 교수가 합류해 네 사람은 다시 소설을 찾아간다. 성준은 이런 관계 속에서 스스로의 모순을 인지하지만 그것을 벗어나지 못하며 내적 갈등을 겪는다. 여담: 오! 수정에 이은 홍상수 감독의 두 번째 흑백영화며 2011년 제64회 칸 영화제에 '주목할 만한 시선' 부분에 초청됐다. 같은 해 씨네21에서는 올해 한국영화 1위에 이 작품을, 홍상수 감독을 올해의 감독으로 선정했다. 시청 가능 OTT: 쿠팡플레이, 애플티비, 유플모바일TV 올드보이 감독: 박찬욱 주연: 최민식, 유지태, 강혜정 개봉일: 2003년 11월 21일 줄거리: 오대수(최민식 扮)는 집에 가는 길에 납치당해 감금방에 무려 15년 동안 머물게 된다. 이후 자신이 납치당했던 곳에서 눈을 뜨게 된 대수는 한 일식집에서 요리사 미도(강혜정 扮)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복수의 칼날을 갈던 대수는 자신을 납치한 우진(유지태 扮)을 만나고 우진은 5일 안에 감금의 원인을 알아내라며 미도와 자신의 목숨을 건 게임을 제안한다. 여담: 봉준호 감독이 박찬욱 감독에게 일본 만화 올드보이에 대한 실사화를 권유했다. 영화를 미리 받아보지 못한 원작 만화 작가 츠지야 가론은 결국 시사회 전날 자막도 없는 비디오 테이프로 시청했는데, 굉장한 영화 같다며 기뻐했다. 시청 가능 OTT: 쿠팡플레이, 애플티비, 유플모바일TV, 티빙, 넷플릭스 연애의 온도 감독: 노덕 주연: 김민희, 이민기 개봉일: 2013년 3월 21일 줄거리: 직장동료인 이동희(이민기 扮)와 장영(김민희 扮)은 3년째 비밀연애를 즐겼지만, 결국 헤어지게 된다. 나쁜 감정만 남은 그들은 서로의 물건을 부숴 착불로 보내고 커플 요금을 해지하기 전 요금 폭탄이라는 선물을 안긴다. 그러나 서로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소식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탐색부터 미행까지하는 그들. 시도때도 없이 변하는 현실 연애의 모든 이야기를 보여준다. 시청 가능 OTT: 쿠팡플레이, 왓챠, 웨이브, 유플모바일TV 태양은 없다 감독: 김성수 주연: 정우성, 이정재, 이범수, 한고은 개봉일: 1999년 1월 9일 줄거리: 권투선수 이도철(정우성 扮)은 후배에게 지게 되자, 권투를 그만둔 뒤 관장 소개로 간 흥신소에서 같은 또래의 조홍기(이정재 扮)를 만난다. 이후 흥신소 사장에게 신임을 얻지만, 홍기가 돈을 빼돌리는 바람에 흥신소를 떠나게 됐다. 또 홍기를 연예기획사 사장으로 아는 미미(한고은 扮)를 사랑하지만 그마저도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결국 도철은 이런저런 일만 전전하다 홍기, 미미 모두에게 결별을 고한 뒤 후배와의 마지막 경기를 치르게 된다. 여담: 비트 제작진이 그대로 투입된 영화며 박성수 감독은 비트 촬영 당시 이 영화를 구상 중이었다고 한다. 단발머리 사채업자로 등장한 이범수는 박성수 감독의 반대에도 그 머리를 정했다. 이후 박 감독은 이범수를 따로 불러서 옳은 결정이었음을 인정했다고 한다. 시청 가능 OTT: 유플모바일TV, 티빙, 넷플릭스 한때 한국 영화가 태어나던 거리 충무로는 이제 극장을 뛰어넘어 상영·전시 공간으로 다시 관객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서울영화센터를 중심으로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영화가 교차하는 이곳이 다시 영화인과 시민을 잇는 장소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데요. 시는 많은 영화인과 시민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관람료를 오는 3월까지 무료로 운영할 계획이라니 지나는 길에 한 번쯤 가볍게 들러봐도 좋을 듯합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올겨울 강력한 한파가 일주일 내내 이어진 가운데 지난 23일에는 기습적인 폭설까지 등장하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데요. 당시 오전만 해도 서울에는 대략 1cm의 눈이 예보됐지만, 대기 불안정에 눈구름이 커지면서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는데요. 이는 24시간 동안 눈이 5cm 이상 쌓일 것으로 예측될 때 발령됩니다. 내일인 26일 역시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10도 안팎의 강추위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26일 아침 최저기온은 -15~-3도, 낮 최고기온은 -3~7도로 평년보다 낮다네요. 또 기상청은 전라남도, 제주도, 충청남도 등에는 오후나 밤사이 눈 또는 비가 내릴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눈이 내리거나 이미 눈이 쌓인 지역의 도로가 매우 미끄러울 수 있다"며 "빙판길과 도로 살얼음(블랙 아이스)이 곳곳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운전 시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는데요. 눈길 빙판길 운전은 운전경력이 많은 베테랑이나 경력이 짧은 초보운전자 모두 위험할 수 있기에 방어 운전을 하는 게 좋은데요. 특히 빙판길에서는 브레이크와 핸들 조작, 운전 시야 기능이 저하되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특히 기상청 관계자의 말처럼 '블랙 아이스'를 조심해야 합니다. 이는 도로 아스팔트 표면의 작은 틈새로 눈이 스며들어 얼어버리는 현상이며 주로 고가도로 아래, 교량, 터널이 끝나는 지점, 안개가 자욱한 곳에서 발생합니다. 언뜻 보면 그냥 젖은 도로로 착각하기 쉬운데요. 삼성교통안전 문화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블랙 아이스나 서리 탓에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6548건입니다. 또 지난 10일 오전 서산영덕고속도로에서 일대에서 여러 사건이 발생했는데, 소방당국은 블랙 아이스를 사고 원인으로 판단,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고요. 블랙 아이스가 겨울철 '도로 위 암살자'라고 불리는 이유죠. 이 같은 겨울철 교통사고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운행 전에 기상정보를 파악한 뒤 차량 상태를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타이어 ▲연료 ▲엔진오일 ▲냉각수(부동액) ▲워셔액 ▲배터리 등 점검은 꼭 필요한데요. 우선 대다수 차량들이 사계절 사용 가능한 '사계절 타이어'를 사용하는데, 겨울철에는 '겨울용 타이어'를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스노체인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만약 체인을 장착했다면 시속 30~40km 이하로 서행하는 것이 좋다네요. 출발할 때도 강한 구동력을 피해 수동변속기는 2단 기어, 자동변속기는 홀드(Hold) 기능을 사용해 출발하는 게 옳은데요. 제동거리도 평소보다 길어지므로 평소보다 앞차와의 거리를 두 배 이상 유지해야 합니다. 여기 더해 TCS, VDC, ESC 등 제동 및 주행 안전장치가 장착된 차량이라면 미끄러운 노면에서 차로 이탈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이른 아침 노면이 결빙된 도로를 운전할 때 이를 켜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커브를 돌면서 브레이크를 밟는데요. 겨울철에 눈이 내린 커브길에서 브레이크를 밟을 경우 미끄러져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전방에 커브길이 보이면 미리 감속해야 합니다. 더불어 차에 타기 전 신발 바닥에 묻은 눈을 미리 털어 페달을 잘못 밟는 일도 없어야 하고요. 만약 평지에서 오르막길을 오를 경우 꾸준히 엑셀레이터를 밟아 멈추지 말아야 하고 오르는 중 바퀴가 헛돌면 비상을 켠 다음 후방에 차량을 확인해야 합니다. 이후 차량이 없다면 평지로 내려와 다시 출발하면 되고요. 내리막길에서는 저단 기어를 활용하는 게 안전합니다. 제설용 염화칼슘이나 모래가 뿌려진 도로는 미끄럽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그러나 눈비와 같이 섞여 얼어버리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노면에 모래가 있다면 미끄럼 정도는 마른 노면보다 무려 2.2배 높다는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연구 결과도 있고요. 때문에 미리 염화칼슘이나 모래를 뿌린 도로라도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삼성화재 측은 "겨울은 해가 일찍 저물고 도로가 얼기 쉬워 사계절 중 교통사고 치사율이 가장 높다"며 "차량 관리나 점검을 꼼꼼하게 하지 않으면 교통사고에서 안전할 수 없다는 점을 늘 명심해야 한다"고 말하네요. /이슈에디코 강민희 기자/
그저 어렸던 시절, 아무것도 모르고 어머니의 심부름을 하러 동네 가게로 달려가 씩씩하게 얘기했습니다. "아줌마, 후리덤 최고로 큰 거 하나 주세요." 웹서핑을 하다가 접한 이미지를 보니 과거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나네요. 눈물이 고인 건지 정말 아지랑이 같은 과거가 현재의 시야로 투영되는 듯합니다. 더 이상 생리대 심부름을 하지 않게 됐을 무렵, 아마 전 많이 자랐을 테고 어머니는 생리를 영원히 마치는 연령대로 점차 접어들고 있었겠죠. 오늘 '이리저리뷰'의 주제는 생리대가 아닙니다. 폐경 혹은 완경. 같은 현상을 두고 한쪽은 '닫혔다', 다른 쪽은 '완성됐다' 말합니다. 폐경(閉經). 닫을 폐(閉)에 지날 경(經). 의학적으로 한국 여성 평균 49.9세쯤 월경이 영구히 중단되는 현상을 지칭하며 대한폐경학회라는 관련 단체도 활동 중이죠. 그런데 23대 국립중앙의료원장을 역임했던 안명옥 산부인과 전문의가 '폐'라는 글자가 폐기물이나 폐건물의 폐할 폐(廢)와 음이 같아 좋지 않은 뉘앙스를 풍긴다며 여성 생애주기의 자연스러운 전환에 굳이 닫혔다는 표현을 써야 하느냐면서 완경(完經)이라는 명칭을 1980년대 후반에 제안했습니다. 월경을 마무리했다는 의미인 만큼 국립국어
과거와 현재의 오늘 벌어졌던 '깜'빡 놓치고 지나칠 뻔한 이슈들과 엮인 다양한 '지'식들을 간단하게 소개합니다. K리그 '경인더비'로 개막 2026시즌 K리그가 오늘 오후 2시,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리는 인천 유나이티드와 서울FC '경인 더비'를 개막전으로 전국 6개 구장에서 동시 킥오프. 12개 팀이 33라운드의 정규 리그와 5라운드의 파이널 라운드 등 팀당 총 38경기를 치르는 일정. 이번 시즌은 5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북중미 월드컵 휴식기. 지난해 K리그 사상 최초로 3년 연속 유료 관중 300만 명을 돌파하고 461억 원의 역대 최고 입장 수익을 기록한 여세를 몰아 올해는 평균 관중 1만 명을 이어가는 동시에 총 관중 350만 명 시대를 여는 것이 목표. 2·28 학생의거 이승만 정권 시절인 1960년 2월 28일, 3.15 대선을 앞두고 대구에서 시위 발생. 민주당 장면 부통령 후보의 유세일인 일요일 당일에 학생들의 유세장 방문을 차단하고자 당국이 등교를 지시하는 등 몽니를 부리자 학생들이 저항. 이날 의거는 차후 3·15 마산 의거와 4·19 혁명으로 연결. 대구 시내 8개 공립고교 학생 1200여 명이 자유당 독재에 항거해 거리 진출. 강제
[IE 산업] 이랜드리테일이 친환경 포장 박스를 물류 현장에 도입하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실천 강화. 27일 이랜드리테일에 따르면 이 회사는 글로벌세아그룹 계열사 태림포장과 협업해 태양광 발전 설비 기반으로 생산된 친환경 골판지 박스를 유통 과정에 적용. 해당 포장 박스는 생산 과정에서 20% 이상 태양광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해 제작되며 연간 약 130만 개 물량에 활용될 예정. 이를 통해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 탄소 배출을 줄이고 친환경 공급망 체계를 강화한다는 계획. 포장재는 자원 순환형 생산 시스템을 기반으로 제조돼 원료 단계부터 생산·유통까지 환경 영향 최소화. 더불어 포장 경량화 설계를 병행해 종이 사용량을 줄이고 탄소 배출 저감과 물류 효율 개선 효과도 기대.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유통 기업 ESG는 매장 운영을 넘어 공급망 전반에서 실천돼야 한다"며 "친환경 포장재 전환은 고객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 중 하나"라고 설명.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플러스 생활정보 태림포장은 '그린 클러스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 2024년 충청북도(충북) 청주시 오창 제3산업단지에 위치한 골판지원단
[IE 금융] 인터넷전문은행(인터넷은행) 3사가 설립 취지이자 약속이었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과 관련한 지난해 목표를 모두 준수했다. 2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3사의 중·저신용자 가계대출 잔액 비중은 ▲토스뱅크 34.9% ▲케이뱅크 32.5% ▲카카오뱅크 23.1%를 기록했다. 신규 비중 역시 ▲토스뱅크 48.8% ▲카카오뱅크 35.7% ▲케이뱅크 34.5%로 집계됐다. 3사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토스뱅크는 출범 후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35만6000명의 개인신용평점 하위 50%(870점 이하 KCB 기준) 대상 신용대출 및 4등급 이하 개인사업자 대출을 시행한 결과 총 9조6000억 원을 공급했다. 또 햇살론 누적 공급액은 지난해 말 기준 1조3900억 원으로 은행권 상위 수준이다. 토스뱅크는 올해도 데이터 기반 심사 전략 혁신과 자체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확대해 이 같은 대출을 더욱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케이뱅크 역시 지난 2017년 시작부터 작년 말까지 8조3000억 원의 중·신용자 신용대출을 진행했다. 공급액을 확대하기 위해 작년 1월 서민금융진흥원의 상품 체계 개편에 맞춘 '햇살론 특례'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기존 상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