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피부에 점이 늘어나는 것도 모자라 검버섯까지 보이는 것 같아 이제부터 열심히 자외선 차단제를 바를까 고민 중입니다. 이번 편의 피사체는 집에 나뒹구는 관련 제품이고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년 만에 새로운 자외선차단 성분 사용을 허용했답니다. 현지 날짜로 이달 9일, 유기 자외선차단 성분인 '베모트리지놀'(bemotrizinol)을 선스크린에 사용 가능한 허용 활성 성분 목록에 넣은 건데 1990년대 후반 이후 이 부문 성분 추가는 이번이 처음이라네요. 업계는 이번 조치를 미국 선스크린 시장의 규제 전환점으로 본다니 과연 어떤 파장이 미칠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일반적으로 검은색 멜라닌 색소는 자외선을 흡수해 피부 깊숙이 파고드는 것을 막아주는 만큼 피부가 검은 사람이 하얀 사람보다 자외선 때문에 걸리는 피부암에 강하다고 하죠. 멜라닌 색소가 없는 백색증 환자는 피부암 조기발견을 위해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고요. 그렇습니다. 매년 6월 13일, 오늘은 국제 백색증 인식의 날. 지난 2014년 12월 국제연합(UN) 총회에서 지정해 이듬해부터 기려온 날로 올해 주제는 'Proudly in my skin(내 피부가 자랑스럽다)'입니다. 백색증으로 고생하는 이들의 피부는 굳이 자랑스러워하자고 선언해야 할 만큼 부담스러운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묘하게도 어떤 이들은 멜라닌이 거의 없어 머리카락부터 눈까지 빛깔을 잃은 그 하얀 피부를 부러워합니다. 하얄수록 곱다는 오래된 미감 속에서 말이죠. 다음 줄부터는 병을 부러워하는 마음의 계보에 관한 글로 이어갑니다. 미의 기준이 된 고통들 19세기 유럽은 결핵을 몸이 소모돼 사라지는 병이라면서 콘섬션(consumption)이라고 불렀습니다. 살이 빠져 가녀려지고 핏줄이 비칠 만큼 피부가 투명해지며 미열 탓에 두 뺨만 장밋빛으로 달아오른 환자의 모습을 천재성과 예민한 영혼의 표식이라 여겼죠. 창백한 얼굴과 피 묻은 손수건이 낭만주의 예술가의 징표처럼 통하던 시대였습니다. 이것도 트렌드였던지 너도나도 그 창백함을 너무나 갈망해 멀쩡한 사람들이 병자의 안색을 흉내 내기 시작했죠. 피부를 희게 만들겠다며 비소 조각을 삼키고, 살에 흰 페인트와 독성 에나멜을 발랐습니다. 무해하다는 광고를 믿고 독을 섭취하며 죽음에 이르는 병의 겉모습을 모방했죠. 하지만 결국 1882년 코흐가 결핵균을 찾아내면서 그 낭만은 기만이 됐습니다. 병을 부러워하는 시선은 결핵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양쪽 눈동자 색이 다른 홍채이색증은 오드아이라 칭하며 신비로움을 부여하죠. 그러나 선천성 오드아이는 청각 장애와 색소 이상을 동반하는 바르덴부르크 증후군(Waardenburg syndrome)의 한 징후일 수 있고, 어른이 돼 갑자기 한쪽 눈 색이 변했다면 외상이나 녹내장처럼 시력을 위협하는 원인을 의심해야 합니다. 매력과 질병의 요소가 한 얼굴에 겹친 셈이죠. 큰 키와 긴 손가락을 부러워하는 마음도 비슷한 함정에 빠질 수 있습니다. 마르팡 증후군(Marfan syndrome)은 키가 크고 손가락이 거미 다리처럼 긴 특징으로 운동선수가 유독 많습니다. 전설적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의 초인적 운지(運指)도 이 증후군 때문이었으리라 추정하고요. 깡마른 체형과 남달리 유연한 손 관절 같은 정황으로 의심할 수 있는 이 병의 본질적 문제는 심장에 있습니다. 대동맥이 늘어나다 터지면 급사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선망과 절망의 안타까운 구분 요즘 세상엔 키 자체를 향한 선망이 더 노골적이죠. 그러나 2미터를 넘기는 키 역시 잠재적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성장판이 닫히기 전 성장호르몬이 과하게 나오면 거인증, 닫힌 뒤에 나오면 말단비대증으로 모두 뇌하수체 종양이 뿌리이며 심장과 혈관을 망가뜨립니다. 익히 알 만한 운동선수 중엔 거구의 프로레슬러 앙드레 더 자이언트가 이 병을 앓았고, 한국 여자농구 역대 최장신이던 故 김영희 선수는 선수촌 훈련 중 쓰러져 뇌수술을 받은 후 은퇴식도 없이 코트를 떠났습니다. 누군가의 선망이 이들에겐 절망이었죠. 같은 백색증을 두고도 세상은 여러 방향으로 반응합니다. 한쪽에서는 하얀 피부를 미의 정점으로 보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 피부를 노려 사람을 사냥합니다. 탄자니아를 비롯한 일부 아프리카 지역에는 백색증 환자의 신체 부위가 행운과 부를 불러온다는 미신이 뿌리 깊죠. 그 미신 탓에 환자들은 팔다리가 잘리고 목숨을 잃으며 무덤이 도굴되기까지 합니다. 이미 지난 11년 전, 그곳 환자의 팔다리 한쪽이 수천 달러, 시신 전체가 수만 달러에 거래된다는 적십자의 발표도 있었죠. 각기 다른 시선들은 사람을 한 인격이 아니라 그 외양의 부속품으로만 취급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폈듯 병을 부러워하는 마음의 심연은 같은 착시를 유발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한 가지 특징만 떼어내서 보고 평생 신음하는 이의 고통을 지우는 착시입니다. 그래서 올해 국제 백색증 인식의 날 주제 문구는 새삼 묵직합니다. 돌려 생각하면 하얀 피부에만 시선을 고정하지 말고 그 피부로 살아가는 사람, 그 전체를 봐달라는 간곡한 요청이기 때문이죠. '내 피부가 자랑스럽다.'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우리가 생각하는 직장인의 아침 출근길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자동차에 시동을 건 후 신호를 기다리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죠. 더없이 평범한 이 동선에 이름조차 생소한 기업들이 줄곧 우리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100세 시대는 이제 익히 들었던 일반명사처럼 느껴질 정도지만 여전히 기업과는 거리가 먼 용어 같죠.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의 기업생멸행정통계를 보면, 2024년 잠정 기준으로 새로 문을 연 기업 가운데 5년을 넘겨 살아남는 비율은 36.4%에 그칩니다. 열 곳이 간판을 걸어도 5년 뒤까지 남는 건 서너 곳뿐이라는 얘기죠. 이 삭막하고도 척박한 환경에서 50년, 70년, 길게는 80년을 버틴 기업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가깝게 접하면서 이름은 한 번도 불러 준 적 없는 곳들이죠. 당신이 매일 기대는 이름들 우리를 위아래로 실어 나르는 엘리베이터의 가느다란 강철 줄, 와이어로프를 만드는 대표 기업은 지난 1945년 부산에서 출발한 고려제강입니다. '키스와이어'라는 수출 브랜드로 세계 80여 개국에 판매하는데, 정작 국내에서 이 이름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적죠. 엘리베이터는 물론 현수교를 지탱하는 케이블, 자동차 타이어 속 강선까지 무언가를 매달고 버티는 곳이라면 대개 이 회사의 제품이 들어갑니다. 좁쌀보다 작은 부품 수백 개가 박힌 스마트폰에서 전류를 다스리는 콘덴서(MLCC)는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죠. 1956년 '오한실업'이라는 이름을 걸고 문을 연 삼화콘덴서가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종합 콘덴서 업체입니다. 자동차 한 대를 붙든 볼트와 너트는 1954년 자전거 부품을 만들던 '태양자전거기업사'가 그 시작입니다. 지금 사명은 태양금속공업으로 자전거 림에서 출발해 미국 GM에 아시아 업체로는 처음 납품할 만큼 자동차용 고장력 볼트 분야에서 국내 1위의 영향력을 뽐냅니다. 또 공사장에서 흔히 보는 굴착기와 들판의 풍력발전기. 이 거대한 몸체가 부드럽게 회전하는 비결은 선회베어링이라는 관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강릉의 신일정밀은 1976년부터 이 부품만 제작한 기업으로 올해 창립 50주년이라네요. 그런데 이 모든 쇳덩이는 누군가 먼저 쇠를 녹여야 만들어집니다. 쇳물을 담는 가마와 그릇, 즉 내화물을 만드는 곳이 1947년 태동한 '조선내화'죠. 철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1500도 이상의 불을 견디는 그릇은 이곳에서 만듭니다. 포스코의 쇳물 뒤에는 늘 이 회사가 있던 거죠. 이렇게 중요한 일을 하는데도 이름이 낯선 까닭은 소비자에게 물건을 직접 팔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기업을 상대하는 이른바 B2B 기업들이라 우리 눈에 띄는 광고를 할 일이 없는 거죠. 반세기 한 우물, 세월이 만든 무게 기계를 만드는 일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쓰는 모든 금속제품은 결국 '공작기계'라는 기계가 깎아 만든 것으로 1952년 광주에서 시작한 화천기공이 이 분야 터줏대감입니다. 국내 제조 현장에서 돌아가는 공작기계 셋 중 하나가 이 회사 제품이라고 하니 말 그대로 기계를 만드는 기계의 명가인 셈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일상에서 무엇보다 밀접한 플라스틱은 햇빛과 열을 받아도 쉽게 바스러지지 않아야 하죠. 1965년 부산의 한 가정집에서 출발한 송원산업은 플라스틱이 삭는 것을 막아 주는 산화방지제를 만드는 업체로 이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 2위랍니다. 아울러 금속을 깎는 칼날을 만드는 코오로이(한국야금)는 1966년, 칼날 기술을 국산화하겠다는 포부로 시장에 등장했습니다. 냉난방·소방 등의 설비를 설계하는 업체인 하이멕은 같은 해 '한일기술연구소'로 문을 연 후 2024년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죠. 우리에게 장수 업체들의 이름이 낯선 건 하이멕처럼 한두 번씩 이름을 바꾼 이유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50년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시간입니다. 베어링 하나, 볼트 하나를 수십 년 깎다 보면 후발주자가 따라잡기 어려운 기술이 쌓이고 결국 우리가 타는 자동차와 손에 쥔 스마트폰, 올라선 건물의 토대가 되는 거죠. 게다가 이들은 그저 오래 버틴 회사가 아니라 한국전쟁의 폐허에서 출발해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코로나까지 숱한 고비를 다 통과하고도 살아남은 불굴의 전사들입니다. 신생 기업 열 곳 중 예닐곱은 5년을 못 넘기는 나라에서, 반세기를 견딘 자체가 곧 실력의 증거이고요. 이들에겐 화려한 간판도, 익숙한 광고 음악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 기업들이 하루만 멈춰도 우리의 평범한 아침은 꽤 많은 곳에서 삐걱댈 테죠.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서 오래 버틴 이름들. 이제 한 번쯤 기억하고 부를 때가 됐습니다. /이슈에디코 강민호 기자/
4년마다 열리는 전 세계인의 축구 축제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 내일(12일)로 성큼 다가왔습니다. 12일 오전 4시(국내 시각) 멕시코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결로 시작되는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다음 달 20일까지 미국, 멕시코, 캐나다에서 진행됩니다. 개최국이 세 곳인 만큼, 이번 월드컵 본선 진출국은 기존 32곳에서 48곳이 됐고 총경기 수 역시 64경기에서 104경기로 늘어났는데요.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은 12일 오전 11시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체코와 1차전을 치른 뒤 19일 멕시코, 25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차례대로 격돌합니다. 시차 탓에 모든 경기가 오전에 있음에도 국민들의 열기는 뜨겁습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북중미 월드컵을 시청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68.6%였는데요. 이 중에서도 실시간 시청(71.6%)을 하겠다는 시청자가 대다수였습니다. 이처럼 국민 10명 중 7명이 시청 의향을 밝힌 가운데 이 열기를 현장에서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이 강남 한복판에 들어섰습니다. 11일 국내 주류 브랜드 중 유일한 월드컵 공식 스폰서인 카스가 축구와 맥주가 만나는 가장 자연스러운 순간을 경험할 수 있는 팝업스토어 '팬 베이스캠프'를 강남대로에 열었습니다. 이날부터 오는 25일까지 열리는 이번 카스 팝업은 월드컵을 매개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즐거움을 나누고 특별한 순간을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인데요. 강남 도심 한복판 속 카스 크레이트를 모티프로 한 외형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습니다. 병뚜껑 모양의 회전문을 통과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국가대표팀의 응원전사로서 ▲목소리 ▲리듬감 ▲정확도 ▲순발력 ▲에너지 ▲팀워크 등 경기 전 갖춰야 할 능력을 베이스캠프에서 훈련할 수 있는데요. 입장 시 지급되는 인증카드를 나만의 프로필로 채운 뒤 내부에 마련된 6개 미션을 수행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샤우팅 부스'에서는 헤드폰에서 들리는 해설위원의 '골' 음성에 맞춰 크게 환호해야 하는데요. 함성 데시벨에 따라 반응하는 빛 게이지가 뜨면 목소리 스티커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또 '트레이닝 룸'에서는 화면 속 응원 동작과 축구 동작을 따라하며 응원 리드감과 박자감을 깨우는 훈련을 마치면 리듬감 스티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메시지 월(에너지), 슈팅 그라운드(정확도), 텐텐 아케이드(순발력), 인간 슬롯머신(팀워크) 등 다채로운 체험 존이 마련됐는데요. 이들 미션 중 네 개 이상을 완료하면 카스 월드컵 MD(머천다이즈) 1종과 포토이즘 1회 촬영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모든 미션을 수행하고 잠시 쉬거나 체험존 대기 시간의 무료함을 깨뜨릴 수 있는 시원한 맥주도 스티커 네 개 이상 획득 시 주어지고요. 여기 더해 카스 월드컵 한정판 '원팀 에디션(One Team Edition)' 존에서는 제품 구매 시 우리나라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사인을 '원팀 에디션' 캔에 레이저 각인으로 새길 수 있는 체험도 마련됐습니다. 팝업은 문을 연 첫날부터 사전 예약이 마감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사전 예약을 하지 못했어도 유동 인구에 따라 현장 접수를 받고 있어 방문하면 월드컵의 뜨거운 열기를 카스 한 모금과 느낄 수 있습니다. 한편, 카스는 이곳에서 우리나라 국가대표팀 조별리그 일정에 맞춰 뷰잉파티도 열 예정인데요. 임형철 해설위원이 스페셜 MC로 참여하는 이 파티는 12일 체코전, 19일 멕시코전, 25일 남아프리카공화국전에 맞춰 진행되며 회차별 50명을 추첨해 초청합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오늘은 6월 6일, 현충일이자 망종입니다. 토요일과 겹치지만 하루 더 쉬지 못해 안타까운 분들 많으실 테죠. 달력을 본 후 이게 무슨 망조가 들어 망종이냐고 따지고 싶지만 현충일은 현행법상 대체 공휴일 적용 대상이 아니라 어쩔 수 없습니다. 정부는 지난 2021년과 2023년에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대체 공휴일 적용 대상을 크게 확대했으나 신정인 1월 1일과 현충일은 최종 제외했는데요. 결론만 얘기하자면 조업일수 감소에 따른 산업계 타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현재 토요일이나 일요일, 다른 공휴일과 겹쳤을 때 대체 공휴일이 발생하는 날은 ▲국경일(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명절 및 기념일(설날 연휴, 추석 연휴, 어린이날) ▲종교 기념일(부처님 오신 날, 크리스마스)뿐이고요. 참 알찬 정보지만 '앎?'이 아니라 '이리저리뷰'를 작성하는 중이라 다시 주제 이어가겠습니다. 다른 씨앗을 품은 같고도 다른 망종 올해 현충일과 같은 날인 망종(芒種)은 24절기 가운데 아홉 번째 절기로 소만(小滿)과 하지(夏至) 사이에 들죠. 한자를 풀면 까끄라기 망(芒)에 씨 종(種)으로 까끄라기가 있는 곡식의 씨앗, 그리고 그 씨앗을 다루는 때를 의미합니다. 까끄라기는 벼나 보리의 낟알 끝에 붙은, 가시처럼 깔끄러운 털이고요. 농사 달력에서 망종은 유난히 분주한 절기입니다. 보리는 이맘때 익어 베어야 하고 논에는 모를 내야 하죠. 거두는 일과 심는 일이 같은 며칠 안에 겹쳐 오죽하면 '발등에 오줌 싼다'는 속담을 망종 무렵의 바쁨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전할 정도입니다. 적절한 농사 시기의 중요성을 일컬으며 모든 일에는 때가 있음을 경고하는 '망종 전에 보리를 베라'는 속담도 있죠. 망종은 때를 지키면 한 해가 풀리고, 때를 놓치면 한 해가 어그러지는 본질적인 마감의 절기입니다. '마감'을 언급하니 '끝'이 떠오르고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는 상태를 뜻하는 '막장(끝장)'이라는 명사까지 뇌리에 스치네요. 막장은 갱도의 막다른 곳을 의미하기도 해 이래저래 풍기는 이미지가 어둡죠.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누군가를 향해 내뱉는 가장 험한 말 가운데 하나가 바로 말종의 원 표현인 망종(亡種)입니다. 망할 망(亡)을 쓰는 이 단어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으면 '아주 몹쓸 종자라는 뜻으로, 행실이 아주 못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풀이합니다. 우리가 가끔 쓰는 '인간 말종'은 이 말에서 온 것으로 어법대로라면 '인간 망종'이 바른 표기죠. 속되게 말해 씨를 뿌리는 망종(芒種)과 씨가 글러먹은 망종(亡種). 흥미로운 건 다음 얘기입니다. 사람을 씨앗으로 부르는 말…때를 놓친다는 것 망종(亡種)에 박힌 종은 사람을 욕할 때 즐겨 쓰는 씨 종(種)입니다. 잡종, 변종, 그리고 표준어 밖의 말종도 그렇거니와 '씨알머리가 없다' '그 집안 씨가 그렇지' '씨가 마르다' 등의 표현도 한 줄기에서 나온 거죠. 특히나 한국어는 사람을 욕할 때 개인이 아니라 종자를 따지듯 소속한 전체를 겨누는 경우가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망종(亡種)을 찾으면 박완서의 1990년 초판 장편소설 '미망'의 한 대목을 인용 문장으로 소개하죠. '쌍것 중엔 아비하고 아들하고 맞담배 피우는 망종도 더러 있다고 들었다만….' 사람을 핏줄과 씨앗으로 가르는 시선이 그만큼 우리말 깊숙이 배어 있다는 방증인데 이 사고방식은 농경 사회 오랜 습관과 맞닿습니다. 좋은 씨앗을 골라 좋은 땅에 제때 심어야 좋은 수확을 얻는다는 경험을 사람에게 대입하면 사람도 종자로 분류되는 거죠. 망종(亡種)은 그 분류의 맨 끝으로 심어봐야 소용없다고 판정받은 씨앗인 셈입니다. 다만 망이라는 한자는 芒과 亡으로 갈라졌으나 두 단어는 '때'라는 한 가지 관념에서 포개집니다. 망종(芒種)은 때를 놓치면 한 해 농사를 망치는 절기로 보리를 거두고 모를 내는 그 며칠, 시기를 지키지 못하면 좋은 씨앗도 소용이 없죠. 나쁜 뜻의 망종(亡種)이 가리키는 사람도 실은 처음부터 그릇됐다기보다 사람 노릇을 배우고 고칠 때를 놓친 존재에 가깝지 않을까요? 씨앗 자체가 나쁘다기보다 심을 때를 놓친 씨앗인 것이죠. 6월 6일의 망종은 농부에게 더 늦기 전에 씨를 뿌리라고 다그치는 절기로 까끄라기 곡식에 주어진 올해의 마지막 적기죠. 한 해 농사에 망종이 있듯 사람에게도 늦지 않은 적기를 알리는 때가 있을 겁니다. 믿는 종교는 없지만 성경 전도서 3장 1절(개역개정)의 구절을 인용하고 싶군요.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우리 시각으로 6월 12일 오전 11시,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에스타디오 아크론(Estadio Akron)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A조 1차전이 펼쳐집니다. 개최국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체코와 한 조에 묶인 우리나라의 첫 상대는… 공교롭게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붉은색이 팀 컬러인 체코죠. 월드컵 유니폼은 피파가 양 팀 색상 충돌 여부를 선제조건으로 두고 TV 시청자 맞춤형 명도, 미디어 환경 등 여러 요소를 따져 결정합니다. 피파 경기 운영 자료를 보니 첫 경기에서는 한국이 홈 성격인 붉은색, 체코가 흰색 원정 유니폼을 입게 됐네요. 체코는 유럽 플레이오프에서 준결승과 결승전 상대인 아일랜드, 덴마크를 모두 승부차기로 꺾었습니다. 피 말리는 혈투 끝에 지난 2006년 독일 대회 이후 20년 만에 월드컵 본선 복귀를 이룬 체코가 입었던 유니폼은 모두 붉은색이었고요. 이처럼 승리의 기운이 담긴 붉은색을 어쩔 수 없이 우리나라에 양보하게 된 체코입니다. 스포츠에서는 색을 내어주는 일조차 건전한 경쟁의 일부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체코'라는 이름을 달고도 그 어떤 양보도 허용할 수 없던 물건이 경기장 바깥에 있었습니다. 해방군을 막던 해방의 도구 금속 앵글빔 세 개를 거싯 플레이트로 접합해 만든 대전차 장애물 '체코 고슴도치(Czech hedgehog)'의 제원은 초기형의 경우 길이 1.8m·무게 198㎏, 후기형 길이 2.1m·무게 240㎏. 어느 방향으로 넘어뜨려도 빔의 끝이 위를 향하도록 설계돼 전차가 올라타면 차체 바닥이 들려 무한궤도가 헛돌게 되죠. 어느 쪽을 봐도 가시가 솟은 모양이라 고슴도치의 이름을 차용한 이 물건의 고향은 체코슬로바키아입니다. 재작년 2월, 체코 공영방송 라디오 프라하 인터내셔널에 실린 기사를 보면 1930년대 중반 프란티셰크 카시크 소령(Major František Kašík)이 고안해 독일 전차를 막고자 국경 요새선에 약 20만 개를 설치했고요. 신생 공화국이 적대적인 이웃으로부터 국경을 지키려 만든 방어물이었으나 1938년 9월, 뮌헨협정이 모든 것을 바꿉니다. 영국과 프랑스가 나치 독일의 주데텐란트 합병을 사실상 승인하면서 체코슬로바키아는 총 한 발 쏘지 못하고 국경 지대를 넘겨준 거죠. 완성되지 못한 요새선은 고스란히 독일 손아귀에 들어갔고 20만 개의 고슴도치는 지킬 나라를 잃었습니다. 그리고 6년 뒤인 1944년 6월 6일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 독일군이 연합군 상륙을 막으려 쌓은 '대서양 방벽'에 이 고슴도치가 박혀 있었죠. 목재 말뚝, 벨기에문, 테트라헤드라 등 다른 장애물과 함께 해변에 깔린 체코 고슴도치는 자국인 체코를 포함해 유럽 해방을 위해 목숨을 걸고 육지를 밟은 상륙정과 전차의 접근을 가로막는 역할을 수행하며 역사의 비극적 아이러니에 휩싸인 주인공이 됩니다. 그러다가 다시 시간은 흘러 아이러니는 한 번 더 뒤집히죠. 노르망디에 상륙한 연합군이 흙 둑 위로 나무뿌리가 수백 년 얽힌 울타리인 내륙의 보카주(Bocage, 숲과 목초지가 혼재한 지형)를 뚫지 못해 고심하던 차에 미군 커티스 컬린 중사가 해변에 널린 독일군 장애물 중 체코 고슴도치의 강철을 잘라 셔먼 전차 앞에 용접합니다. 한 세기가 지날 무렵… 다시 전장에 놓인 고슴도치 전차 앞에 붙은 강철 톱니 모양이 코뿔소를 닮았기에 '라이노(Rhino)'라고 부른 이 전차는 생울타리를 들이받아 길을 열었죠. 효과를 본 오마 브래들리 장군(General Omar Bradley)의 대량 제작 지시로 7월 중순, 열흘 남짓한 기간에 500여 개의 절단기가 만들어졌습니다. 막으려고 세운 장애물이 막힌 길을 여는 도구로 다시 태어나며 이번엔 연합군을 돕게 된 거죠. 또다시 시간은 흐르고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자 방어에 나선 이 나라 사람들은 도면을 구해 고슴도치를 만들어 거리에 세웠습니다. 1930년대 체코가 독일 전차를 막으려 고안한 구조물을 2020년대에 러시아 전차 앞에 다시 세운 우크라이나. 지구인 수십억의 마음을 굳이 헤아리지 않아도 전쟁을 지양하고 평화를 바라는 정서는 결국 따스한 한 뭉텅이로 합쳐질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20년간 월드컵에서 잊혔던 체코는 승부차기 끝에 열정의 무대로 돌아왔으나 1930년대의 고슴도치는 지금도 냉정하게 가슴 돋는 능각(稜角)을 내보이며 어딘가에 서있습니다. 영원한 방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 무뚝뚝한 쇳덩이가 90년 가까이 몸소 증명했듯 순수한 전력이 정면 승부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올바른 대결의 형태 아닐까요? 아무것도 가로막지 않은 녹색 전장에서 공을 사이에 두고 격돌하는 90분. 강철 고슴도치를 만든 나라와 붉은색을 나눈 나라가 평평한 땅 위에서 만납니다. 그 휘슬이 울릴 오는 12일 과달라하라의 잔디에는 반칙과 폭력 없이 그저 푸른 페어플레이만 함께 하길 바랍니다.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우리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기업승계지원센터'를 신설하고 중소기업 승계 지원에 본격 나섰습니다. 우리은행은 1일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중소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생산적 기업승계' 지원 방향을 공개했습니다. 간담회에는 정진완 행장을 비롯해 기업승계지원센터 윤성후 부장, 우리금융연구소 임재호 실장, 김앤장 함병훈 변호사 등이 참석했습니다. 이날 정진완 행장은 "이번 사업은 단순한 오너 가업승계가 아닌, 소중한 기술력과 일자리, 산업생태계를 어떻게 유지할지 고민하는 자리"라고 운을 뗐는데요. 사실 이 고민은 꽤 오래됐습니다. 정 행장은 "부장, 부행장 시절부터 기업승계 문제를 들여다봤는데, 작년에는 내부통제에 집중하느라 미뤄졌다"며 "이후 이제는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싶어 지난해 10월 팀을 꾸리고 올 초 기업금융센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가 이 문제를 시급하게 본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대전의 한 중소기업에 화재가 나자 현대차 생산에 차질이 생겼던 사례처럼, 핵심 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이 승계 문제로 문을 닫으면 대기업도 직격탄을 맞는 구조이기 때문인데요. 정 행장은 "99%가 중소기업인 제조업에서 승계 문제가 여러 방법으로 활성화되지 않으면 대기업도 피해를 보는 구조"라고 짚었습니다. 우리은행이 꺼낸 화두는 'MBO'와 'EBO'입니다. MBO는 기업 경영진·임원이 중심이 돼 회사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식, EBO는 임원을 포함한 종업원이 집단적으로 인수하는 방식인데요. 기존 자녀 승계가 전문성 결여나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지는 문제를 보완할 대안 중 하나로 떠올랐습니다. 실제 독일 사례를 보면 MBO·EBO 후 10년 생존율은 약 50%로 일반 기업의 10~20%와 비교해 두 배 이상 높고요. 지난 2월 신설된 기업승계지원센터는 현재까지 554건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며 102건의 컨설팅을 끝냈는데요. MOU 체결 기업의 67.4%가 업력 10~29년인 곳이었고, 대표 연령은 50~69세가 27.2%로 가장 많았습니다. 매출 500억 원 이하, 직원 50인 미만의 소규모 제조·도소매 기업이 주를 이뤘고요. 이날 간담회에서는 일본 사례도 소개됐습니다. 일본은 지난해 후계자 부재율이 50.1%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는데요. 우리나라보다 10년 앞서 이 문제를 겪은 일본 금융사들은 MBO 및 EBO 지원을 새 수익원이자 지역경제 인프라로 재정의했습니다. 일례로 미즈호은행은 메자닌·주식·신탁을 한 번에 제공하는 원스탑 패키지를 운영 중이며 일부 지방 신용금고는 오전엔 일반 영업을 하고 오후엔 창구 전체를 사업승계 컨설팅 전용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도입했다네요. 우리은행도 김앤장, 삼일회계법인, 기술보증기금 등 전문기관과 함께 단계적으로 지원 체계를 꾸리고 있는데요. 향후 5년간 M&A 금융, 인수금융, 펀드 등에 3조 원을 공급할 계획입니다. 타 은행과의 차별화 포인트에 대해 우리은행은 "이전에는 가업승계 세제 혜택에만 집중했다면, 우리는 MBO·EBO 사례까지 스터디하고 경영진·임직원 승계까지 진행하고 있다"며 "이게 우리은행의 새 사업 경쟁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방 중소기업 현장도 직접 발로 뛰고 있습니다. 기업승계지원센터 김유재 센터장은 "창원, 사천 일대 등 지방에서는 세제 혜택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부울경 지역을 집중적으로 더 찾아가겠다"고 했습니다. 매년 100개 기업 승계를 성공시킬 경우 약 1만 명의 고용 유지와 10조7000억 원의 산업 기반 보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우리은행 측 추산입니다. 정진완 행장은 "잘하면 외국처럼 펀드도 만들고, 10년 이후에도 올바른 기업승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1988년, 동계올림픽 역사에서 가장 오래 회자되는 두 꼴찌가 캐나다 캘거리에 등장했습니다. 시력에 문제가 있는 영국 미장공과 열대 섬나라 군인들. '독수리 에디'라는 별명이 더 유명한 영국 첼트넘 출신 미장공 마이클 에드워즈는 1984년 사라예보 동계올림픽에서 영국 활강스키 국가대표를 노리다가 무산되자, 비용이 덜 들고 자국 내 경쟁자도 없는 스키점프로 종목을 바꿉니다. 심한 원시였던 탓에 두꺼운 안경을 썼고 추운 경기장에서 안경에 김이 서려 착지점이 흐릿하게 보이는 날도 있었다죠. 캘거리에서 그는 바람대로 영국 사상 첫 동계올림픽 스키점프 선수가 됐으나 성적은 노멀힐(70m) 69.2점, 라지힐(90m) 57.5점에 그쳐 두 종목 모두 꼴찌였습니다. 두 종목을 석권한 핀란드의 마티 뉘카넨은 노멀힐 229.1점, 라지힐 224.0점을 받았고요. 하지만 당시 캘거리의 관중들은 뉘카넨이 아니라 에디에게 시선을 고정했습니다. 폐막식에서 조직위원장 프랭크 킹(Frank King)은 "이번 대회에서 어떤 선수는 금메달을 땄고, 어떤 선수는 기록을 깼으며, 일부는 독수리처럼 날기까지 했다"며 에디를 향한 헌사를 전했죠. 당시 화면을 본 분들은 아마 엄청난 헌사라는데 동감하실 겁니다. 독수리라고 하기에는 좀… 지난 2016년 영화 '독수리 에디'로 만방에 알려진 마이클 에드워즈의 얘기처럼 1993년 영화 '쿨 러닝' 덕에 유명세를 떨친 자메이카 봅슬레이 팀도 이 대회 올림픽촌에 있었습니다. 눈 구경하기 어려운 나라에서 봅슬레이를 제대로 본 적조차 없던 그들은 자메이카방위군에서 차출된 더들리 스톡스, 데번 해리스, 마이클 화이트, 그리고 형의 경기를 응원하러 캘거리에 왔다가 부상 선수 대신 첫 주행 사흘 전에 합류한 크리스 스톡스. 다른 나라 팀에서 장비를 빌려 우여곡절 끝에 경기에 나섰으나 2인승에서는 41개 팀 중 30위. 4인승에서는 3차 주행 도중 시속 137㎞로 벽에 부딪혀 썰매가 뒤집히는 바람에 걸어서 결승선을 통과했죠. 기록은 완주 실패였지만 관중은 기립박수로 그들을 배웅했습니다. 참가에 의의를 둔다는 것 "올림픽에서 중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참가하는 것이다." 근대 올림픽의 아버지 피에르 드 쿠베르탱(Pierre de Coubertin)이 한 말로 알려졌지만 사실과 조금 다릅니다. 1908년 7월 19일, 런던 올림픽 기간에 미국 성공회 중부 펜실베이니아 교구 에셀버트 탤벗(Ethelbert Talbot) 주교가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올림픽 선수들을 위한 예배를 집전하던 중 "경기 그 자체가 경주의 승부나 상보다 값지다"는 내용의 설교를 했죠. 이 설교를 들은 쿠베르탱이 같은 달 24일, 그래프턴 갤러리 만찬 연설에서 "이 올림피아드에서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게 아니라 참가하는 것으로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분투이며,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잘 싸웠느냐다"라고 탤벗의 말을 자신의 어투로 압축해 옮긴 거랍니다. 이 말은 훗날 올림픽 신조(Olympic Creed)로 자리 잡아 대회마다 되새기죠. 몇 해 전부터 들리기 시작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마인드의 효시 격이지만 에디 등장 이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상징적인 규정 하나를 만드는데요. 올림픽 출전 자격을 국제대회 상위 30% 또는 상위 50명 이내로 제한하는 통칭 '독수리 에디 규정(Eddie the Eagle Rule)'입니다. 물론 출전 자격의 문턱을 높인 규정 강화에 명분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안전 문제와 함께 일정 경기 수준을 유지해 다른 선수들의 성취가 가려지지 않게 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던 거죠. 실제로 국제스키연맹(FIS) 노르딕 부문 책임자 벵트에리크 벵트손(Bengt-Erik Bengtsson)은 에디를 '올림픽 관광객'이라 부르며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고요. 이제 선거 정국이 도래한 만큼 참가의 이웃 단어인 '참여'로 글머리를 돌리겠습니다. 스포츠에서의 참가가 올림픽 정신이라면 민주주의에서 동의어는 투표겠죠. 그리고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투표에서도 꼴찌와 기권의 차이는 까마득합니다. 더욱이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 투표율의 궤적은 메달 순위표만큼이나 드라마틱하죠. 1987년 직선제 부활 첫 대선인 13대는 89.2%였습니다. 이후 14대 81.9%, 15대 80.7%로 80%대를 이어가다가 16대에서 70.8%로 내려앉고, 2007년 17대 대선은 63.0%까지 떨어졌죠. 직선제 이후 최저치로 유권자 열 명 중 거의 네 명이 투표장에 가지 않은 겁니다. 시간이 흘러 2022년 20대 대선 투표율은 77.1%. 그 결과는 역대 대선 최소 격차인 0.73%포인트, 24만7077표 차이로 당락이 갈렸습니다. 투표하지 않은 1000만 명 남짓 가운데 극히 일부만 마음을 달리 먹었어도 결과가 뒤집힐 수 있었던 거죠. 그리고 2024년 12월 3일의 어이없는 고통을 겪은 후 지난해 6월 3일, 21대 대선의 투표율은 79.4%로 1997년 15대 이후 28년 만의 최고치였습니다. 꼴찌든 1등이든, 누구를 지지하고 싫어하든 참가 자체가 역사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네요. 기권, 방향을 바꾸는 최악의 선택 에디는 꼴찌지만 영국 스키점프 기록 보유자였습니다. 놀랍게도 그 기록은 1988년부터 2001년까지 13년간 깨지지 않았고요. 영국에 그 뒤를 이을 스키점프 선수가 없었으니까요. 자메이카 봅슬레이 팀은 완주조차 못 했지만, 이후로도 거듭 동계올림픽에 출전했습니다. 올해 2월 밀라노·코르티나 대회는 자메이카의 아홉 번째 올림픽 봅슬레이 무대였고, 이번엔 여자 모노봅과 2인승, 4인승까지 세 종목에 선수를 올렸죠. 1988년의 그 충돌이 없었다면 쿨 러닝도, 38년 뒤 코르티나의 자메이카 선수들도 없었을 겁니다. 또 에디가 도약대에 서지 않았다면 영국 스키점프의 역사는 언제 시작됐을지 알 수 없었을 테고요. 참가가 전통이 되고, 전통이 역사가 된 기분 좋은 사례입니다. 민주주의에서 기권은 스포츠와는 다른 결과를 낳습니다. 투표하지 않는 것은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게 아니라, 내 몫의 결정권을 버리는 일이죠. 경기에서 꼴찌를 해도 경기장에 들어선 사람은 기록을 남깁니다. 투표에서는 어느 쪽이 이기든 투표장에 간 사람은 자기 의사를 한 표의 기록으로 남기고요. 공교롭게도 달력은 묘하게 겹칩니다. 다시 한 번 나라의 방향을 바꾼 21대 대선이 2025년 6월 3일이었고,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꼭 1년 뒤인 2026년 6월 3일에 치러지네요. 같은 날짜에 다시 투표장이 열립니다. 대선이 국가의 방향을 정하는 일이라면 지방선거는 우리 삶의 터전과 더욱 밀접한 곳곳을 살피는 일과도 같습니다.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칠 수도 있는 사람들을 뽑는 선거라서 오히려 한 표의 무게가 더 묵직할 수도 있죠. 나 하나 빠진다고 달라지겠냐며 안일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지만 0.73%포인트로 갈렸던 선거를 회상하면 이 역시 위태로운 착각일 수 있습니다. 다시 떠올립니다. 에디는 안경에 서린 김을 닦으며 도약대에 섰고, 자메이카의 네 사람은 뒤집힌 썰매를 두고도 결승선까지 걸어갔습니다. 그들이 남긴 것은 금메달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었다는 기록이었고요. 투표장에 가는 일은 최대한 금메달에 가까운 정치인을 뽑기 위해 경기장에 들어서는 일입니다. 꼴찌를 뽑더라도 나의 신념은 표로 증명하는 것입니다.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통신요금제에 가입하기 전 데이터 용량은 얼마나 되는지, 또 내 나이에 맞는 혜택은 어떤 게 있는지, 로밍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머리가 아팠던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 있을 텐데요. LG유플러스(LGU+)가 바로 그 지점을 건드렸습니다. 28일 LG유플러스는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Simply 2.0(심플리 2.0)'을 시작한다고 알렸는데요. 심플리 1.0에서는 디지털 경험에 주목했다면 2.0은 경험 구조를 단순화해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입니다. "나는 편지를 짧게 쓸 시간이 없어서 편지를 길게 쓴다." 이번 간담회에서 LG유플러스 장준영 마케팅그룹장 상무는 간담회에서 프랑스 철학자의 블레즈 파스칼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불필요한 걸 걷어내고 핵심만 남기는 게 얼마나 치열한 고민과 시간을 요구하는지를 빗댄 말이었는데요. 심플리 2.0은 이를 해결한 결과물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심플리 2.0 핵심은 ▲쉬운 요금제 ▲쉬운 결합 ▲쉬운 로밍 등 세 가지입니다. 우선 LG유플러스는 기존 53종이던 5G 및 LTE 요금제를 18종으로 줄였는데요. 기존에는 고객이 네트워크 유형과 연령에 맞는 세그(Seg, 고객 연령·세대·라이프스타일·이용 패턴 등에 따라 고객층 분류) 혜택을 고려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기본 데이터와 이를 소진 시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데이터 안심옵션(QoS)이 포함된 데이터플랜 14종과 넷플릭스, 티빙, 유튜브 프리미엄 등 구독 상품이 결합된 플러스 플랜 4종에서 선택하면 됩니다. QoS의 경우 월정액 2만8000원짜리 가장 저렴한 요금제도 400Kbps 속도로 계속 쓸 수 있는데요. 이에 대해 강진욱 모바일디지털사업그룹장은 "개편된 요금제는 어떤 요금제에 가입해도 QoS가 적용"된다 "400Kbps로도 일반 화질 유튜브 시청이나 카카오톡은 문제없이 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름도 단순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데이터플랜14GB'은 데이터 14GB를 제공하는 요금제고요. '넷플릭스 플러스플랜105'는 넷플릭스가 결합한 10만5000원짜리 요금제를 의미합니다. 여기 더해 기존에는 키즈·청소년·청년·시니어 요금제를 따로 골라야 했지만, 내달 1일부터는 가입만 하면 나이에 맞는 혜택이 자동 적용됩니다. 특히 65세 이상 시니어 고객은 어떤 요금제를 써도 음성·문자가 무제한으로 제공된다네요. 결합 방식에도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했습니다. 현재는 모바일과 인터넷을 각각 가입한 뒤 결합을 다시 신청해야 하지만, 새로 출시하는 '올인원' 상품은 한 번 가입으로 유·무선 결합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습니다. 이는 통신 3사 최초로 시도되는 방식이라네요. LG유플러스는 로밍도 손봤습니다. 5G 로밍 서비스 국가를 늘려 현재 전 세계 100개 국에서 5G 로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죠. 가족여행 시 결합 가족은 별도 등록 없이 로밍패스를 함께 쓸 수 있는 데다, 태블릿과 같은 세컨드 디바이스도 최대 두 대까지 추가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 오는 6월 일본을 시작으로 익시오 AI 통화 서비스를 해외 로밍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LG유플러스는 심플리 캠페인을 단순 요금제 출시 및 개편이 아닌, 고객이 체감하는 통신 경험 전반을 바꾸는 출발점으로 삼는다는 방침입니다. 이와 관련해 장준영 마케팅그룹장(상무)은 "LG유플러스는 기술을 따라가는 통신이 아니라 사람을 따라가는 통신이고 심플리는 단순 슬로건이 아니라 우리 전략"이라며 "고객과 파트너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확장해 더 나은 일상 만드는 약속을 실천하겠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악(樂)덕(후) 지주(지극히 주관적인) 무작위 앨범 소개] 스물네 번째는 2004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니시아(Benicia)에서 스래시의 원형을 갈망하던 호쾌한 젊은이들이 뭉친 크로스오버 스래시 밴드 Fog of War(포그 오브 워)의 셀프 타이틀 데뷔작 'Fog of War'. 워낙 오래돼 얼핏이라도 들어본 분들이 많을 스래시 메탈(Thrash Metal)은 1980년대 초중반 미국과 유럽에서 탄생한 익스트림 메탈의 초석 같은 장르로 헤비메탈의 공격성을 하드코어 펑크의 골격에 맞춰 그야말로 한 시대를 풍미했습니다. 유명세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Metallica(메탈리카)와 Megadeth(메가데스), Slayer(슬레이어), Anthrax(앤스랙스) 같은 밴드들이 스래시 메탈의 시조 격으로 2000년대 중반, 이 장르를 향한 향수와 열정이 이른바 '스래시 리바이벌(Thrash Revival)'이라는 흐름을 타고 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살짝 흘러 새 세대의 밴드들이 1980년대 올드스쿨 스래시의 정신을 부활시키겠다며 전 세계 곳곳에서 등장했는데 포그 오브 워도 그 파동을 일으킨 밴드죠. 이들이 규합한 베니시아는 샌프란시스코 만(灣, Bay) 북동쪽에 자리한 작은 도시로 당시 베이 에어리어(Bay Area)에는 Exodus(엑소더스), Testament(테스타먼트), Vio-lence(바이어런스) 등 스래시 메탈 최고 레벨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포그 오브 워는 같은 베이 에어리어 출신이면서도 샌프란시스코의 웨스트코스트 스래시보다 이스트코스트 쪽으로 방향을 잡았죠. Nuclear Assault(뉴클리어 어설트), Anthrax의 올드스쿨 스래시에 Discharge(디스차지), Cro-Mags(크로매그스) 등 하드코어 펑크의 러프함을 뒤섞은 사운드로 밴드의 정체성을 드러냅니다. 해체된 로컬 스래시 밴드 C.H.U.D. Crusher와 Demilitia의 잔해를 헤치고 뭉친 초기 멤버는 보컬이자 리듬기타를 맡은 조시 '모시' 브래넘(Josh 'Mosh' Branum)과 리드기타에 '럼버잭' 존 프라이먼('Lumberjack' Jon Fryman), 베이시스트 조 오터리(Joe Orterry), 드러머 맷 오코넬(Matt O'Connell)이었습니다. 여기에 2006년쯤 리드기타의 알렉스 '윙크' 윙클리(Alex 'Wink' Winkley)가 합류하면서 기타가 두 자루로 늘었고요. 참고로 윙크는 이 앨범에서 1, 2, 4번 트랙의 리드기타를 맡고 나머지 3번과 5~10번 트랙은 럼버잭 존 프라이먼이 담당하는 분업 체제를 취했습니다. 밴드명 '전장의 안개(Fog of War)'는 프로이센의 군사 이론가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Carl von Clausewitz)가 그의 저서 '전쟁론'에 기반을 둔 군사 용어인데 전장에서 지휘관이 적 위치, 아군 상태, 전황 전개를 명확히 파악할 수 없는 상태로 핵전쟁, 죽음, 폭력 등 스래시 그 자체를 읊는 밴드의 세계관에 부합하죠. 모시 브래넘의 보컬은 80년대 후반 하드코어 펑크에 성대를 맞춘 샤우팅 스타일로 슬레이어의 보컬 Tom Araya(톰 아라야)식 하이 피치 스크림이 곡 전개를 시작하고 곧장 거친 샤우팅 전환이 이어지는 패턴입니다. 뉴클리어 어설트와 앤스랙스를 연상시키는 갱 보컬(Gang Vocal)이 곳곳에서 터지며 에너지를 충전하다가 다시 터뜨리고요. 이 앨범의 가장 큰 무기인 기타 워크는 종종 2분 이내 짧은 곡에 단순 리프를 반복하는 데 그치는 스래시 리바이벌 밴드들과 달리 두 기타리스트의 적절한 협주를 위시한 올드스쿨의 거침없는 리프 위에 상당 수준의 기타 솔로를 현으로 내뱉습니다. Exodus의 깎는 리프와 Vio-lence의 기술적 리드 라인을 동시에 추구하면서도 크로스오버의 거친 질감을 유지하죠. 베이시스트 조 오터리의 존재감을 무시하면 앨범 감상 후 자신을 혼낼 수도 있습니다. Overkill(오버킬)의 D.D. Verni(D.D. 버니)를 떠올리게 하는 펑키하고 적극적인 베이스 라인이 믹스 전면에서 꿈틀대다가 M.C.T.에서는 아예 베이스 솔로까지 들려주죠. 이 앨범에서 균등함이 더할 나위 없는 맷 오코넬의 드러밍은 스래시의 직선적 질주와 하드코어의 거친 비트를 과부족 없이 오갑니다. 2009년 10월 10일 자체 발매한 데뷔 앨범은 이후 Stormspell Records에서 2011년 7월 11일 새 커버아트를 씌워 Fog of War 클래식 버전과 'Six-Packin' Heat Demo '05, Drunk Song Demo '05까지 보너스 트랙 세 곡을 더해 500장 한정판으로 재발매하기도 했습니다. 총 재생시간 41분 4초, 치우치지 않은 묵직함을 솔직하게 전하는 열 곡을 살피며 이번 편 마칩니다. 추천곡은 유튜브로 연결되는 'Taking Over'입니다. 두들두들 기타 피킹과 청량한 느낌의 베이스 인트로에 이어 곧장 Iron Maiden(아이언 메이든)의 미발표곡 느낌처럼 내달리는 타이틀 트랙 'Fog of War'는 리드기타의 번뜩이는 프레이즈가 합류하면서 앨범의 전체를 설명하죠. 모시 브래넘의 하이 피치 스크림이 선언적으로 터지는 가운데 스래시 리프가 뒤를 밀어붙이며 전쟁과 미국 정치의 잔혹함을 직설적인 가사를 통해 전달합니다. 앨범에서 두 번째 긴 곡인 'Death Penalty'는 박자를 나눈 빌드업이 층층을 쌓다가 폭발하는 구성이죠. 절(Verse) 외에는 두드러지는 코러스 없이 진행하는 구조로 더욱 심플함을 주다가 중간 브릿지 섹션의 현란한 리드기타를 넣어 단조로움을 상쇄합니다. 내려놓듯 끝나는 곡 마감처럼 계산적 논리를 내세워 사형을 선고하는 미국 사법 체계를 냉소적으로 비판하고요. 앨범에서 가장 화려한 기타 워크를 들려주는 3번 트랙 'Enforcer'는 럼버잭 존 프라이먼의 프렛보드 제압에 청각이 스스로 집중합니다. 미드 템포 위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멜로딕 라인과 성냥을 긋는 듯한 솔로가 매력적이죠. 동류의 앨범들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솔로 트랙이며 가사는 태양보다 밝은 불길로 대지를 태우고 남은 것을 쌓아 '닿 닿 닿' 불태우는 종말론적인 파괴와 심판을 다뤘습니다. 이어지는 곡 'Kills on Contact'은 살짝 메가데스가 연상되는 스래시 리프와 갱 보컬의 조합을 내세운 트랙이며 선행 트랙들의 맹공을 이어가면서 모시를 위한 그루브까지 잡고 있죠. 앨범에서 가사 구조가 가장 뚜렷한 곡으로 SF호러 색채를 띱니다. 과학자들이 곤충과 화학물질로 불법 실험을 하다가 우리가 열려 공포스러운 미지의 존재가 탈출하는 내용이고요. 앨범에서 가장 짧은 다섯 번째 트랙 'M.O.S.H.'는 제목 그대로 시작부터 보컬리스트 모시 전용 곡입니다. Exodus에 대한 직접적 오마주라고 할 만큼 톱질하는 리프와 절규하는 솔로가 2분 33초를 숨 가쁘게 채우죠. 스래시 메탈 찬가로 수년간 침묵을 깨고 스래시 어설트가 귀를 맹공한다는 시원한 가사입니다. 6번 곡 'Six-Packin' Heat'은 앨범이 전통적 크로스오버 영역으로 방향을 트는 지점이죠. 후기 Suicidal Tendencies(수어사이덜 텐던시스)와 후기 Death Angel(데스 엔젤)가 떠오르는 펑키한 베이스 라인이 전면에 나서 앨범에 색다른 질감을 입힙니다. 메탈은 아직 죽지 않았고 리스너들은 거짓말 속에 산다면서 시원한 욕설과 함께 메탈 전사를 자처하죠. 6번 트랙과 곧장 이어지는 7번 곡 'M.C.T.'는 조 오터리의 베이스를 가장 둥둥 띄워줍니다. 베이스 솔로를 포함한 적극적인 연주가 인상적이며 속절없이 들을 수밖에 없는 그루브에서 블래스트 비트 구간까지 자유롭게 넘나들죠. 라이브 현장의 체험을 노래한 곡으로 맥주 캔을 들고 공연장에 도착해 걱정 다 날리면서 공연장에 몰입하는 개인적이고도 유머러스한 가사입니다. 여덟 번째 곡 'Blood of a Thousand Sons'는 짧고 밀도 높은 트랙으로 천 명의 아들들의 피라는 제목에 걸맞은 스래시의 분노를 응축했죠. 곡 전체를 관통하는 리프의 추진력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으며 닫힌 문 뒤에서 계획되는 대량 살육, 볼 수 없는 새 세계 등 전쟁의 정치적 배후를 고발합니다. 크로스오버 스래시의 하드코어 뿌리를 가장 단단하게 박은 아홉 번째 트랙 'Taking Over'는 Discharge의 영향력이 엿보입니다. 죽을 때까지 스래싱하며 메탈에 인생을 바치겠다는 자전적 선언의 곡으로 곡명은 Overkill의 동명 앨범에 대한 오마주 아닐까 싶네요. 마지막 트랙 'D.O.A.'는 앨범에서 가장 긴 6분 47초로 앨범의 결산이자 종합 선물세트 같은 곡입니다. 앞선 아홉 곡에서 보여준 스래시와 크로스오버의 질주, 화려한 기타 솔로를 총동원해 피날레를 장식하죠. 긴 러닝타임에도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구성력으로 밴드의 역량을 보여주는 이 곡은 악마가 보낸 무리가 원죄를 저지르고 땅이 갈라지며 지옥이 깨어나는 종말론적 서사를 풀어냅니다. Fog of War 4 : 01 Death Penalty 5:08 Enforcer 3:55 Kills on Contact 4:23 M.O.S.H. 2:33 Six-Packin' Heat 2:40 M.C.T. 4:59 Blood of a Thousand Sons 3:19 Taking Over 3:19 D.O.A. 6:47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떠오르는 기억으로는 지난해를 지금으로부터 아득하게 보내기 전 성산대교에서 촬영한 이미지입니다. 양 어깨 옆으로 길고 파랗게 펼쳐진 풍경을 배경 삼아 시원스레 도로를 내달리는 택시 안에서 지독하게도 기대를 저버린 한 해를 날리듯 보내려던 심경을 담으려 했었나 봅니다. 아직 남은 이달도 제겐 대체적으로 답답한 흐름이었습니다. 달리는 차 창문을 연 채 바람을 맞으며 머릿속까지 환기를 하고 싶네요. 이처럼 달리는 그 자체의 용도로 인간에게 여러 편의를 제공하는 자동차가 며칠 전, 용도에 맞지 않게 쓰인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14일 서울 성북구에서 50대 남성 A씨가 약 1년간 교제하던 여성 B씨를 자신의 차량에 태운 뒤 내리지 못하게 한 혐의로 구속됐죠. B씨가 이별을 통보한 것이 발단이었고요. A씨는 B씨의 직장 근처에서 차에 태운 뒤 협박하며 내리지 못하게 했고 B씨 동생의 신고로 노원역 인근을 지나다가 25분 만에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16일 A씨를 스토킹 처벌법 위반, 감금, 공갈 등의 혐의로 구속했죠. 달리는 차는 속도가 붙을수록 더욱 견고한 감옥이 됩니다. 감정이 닳아 갈라지고 생각이 달라 틀어진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이 차를 달려 상대를 가둔 게 이 사건의 본질이고요. 이처럼 납치·감금 범죄의 상당수는 자동차 안에서 벌어지지만 애초에 감금의 공포는 멈춘 공간에서 시작됐죠. 역사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감금 사건들이 있었고 오늘은 그 아픔 중 하나와 맞닿는 날입니다. 125년 전 오늘인 1901년 5월 23일, 그림 같은 풍경을 자랑하는 프랑스 중서부 지역 푸아티에의 검찰총장 사무실에 익명 편지 한 통이 도착했습니다. 모니에 부인의 저택에 한 여성이 25년째 자신의 오물 더미 위에서 반쯤 굶주린 채 갇혀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죠. 같은 날 오후, 모니에 가문의 저택을 급습한 경찰은 2층 다락방 문을 열어 악취와 어둠, 그리고 벌레들 사이에서 웅크리고 있던 52세 여성 블랑시 모니에(Blanche Monnier)를 발견했습니다. 25년 전 아름다운 사교계 여성이었던 블랑시 모니에는 극도로 쇠약한 상태였고 언론은 그를 '푸아티에의 살아있는 해골'이라 칭했죠. 감금의 이유도 공분을 유발합니다. 1876년, 체면을 중시한 명문 부르주아 가문에서 자란 스물일곱의 블랑시는 가족에게 가난하고 나이 많은 공화주의자 변호사와의 결혼을 선언했죠. 어머니 루이즈 모니에는 당연하게도 격렬히 반대했고, 딸을 집안 다락방에 가뒀습니다. 햇빛과 환기는커녕 철저하게 외부와 단절된 그 방에 갇힌 동안 블랑시가 사랑했던 변호사는 세상을 떠났지만 감금은 계속됐죠. 자식이 사랑하던 사람은 1885년 고통 속에 눈을 감았지만 굴레의 형태로 변한 감금은 25년째 이어진 겁니다. 어머니 루이즈는 체포 15일 만에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공범인 오빠 마르셀은 재판에서 15개월 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무죄가 됐는데요. 당시 프랑스에는 구호의무를 규정한 법률 자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구출 후 조현병,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 노출증 등의 진단을 받은 블랑시는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1913년 64세로 한 많은 세상을 떠났습니다. 망가진 정신은 끝내 돌아오지 않아 일관된 문장을 구성할 수 없었으며 강한 빛에 대한 극심한 혐오도 평생 지속됐다고 합니다. 긴 세월의 감금이 자유뿐 아니라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모든 가능성마저 박살낸 탓에 정신병원에서 짧은 여생을 마치기 전까지 한 번도 바깥세상과 어울리지 못했다니… 감금은 대한민국 형법 제276조에 명시된 범죄입니다. 사람을 감금한 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고, 277조의 중감금은 7년의 징역까지 처벌 수위가 올라가죠. 감금으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고요. 짧은 시간이라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자유를 제한한 이상 감금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달리는 차에 가둔 50대 남성과 다락방에 딸을 25년간 가둔 프랑스의 어머니에게 공통점을 하나 찾을 수 있습니다. 본인의 의지로 바꿀 수도, 가질 수도 없는 것을 놓지 못했다는 것. 가질 수 없는 것을 억지로 잡아두면 그것은 사랑도 보호도 아닌 감금입니다. 가질 수 없는 것에는 미련조차 없어야 합니다. 오늘도 도로 위 수많은 운전자들이 같은 뜻을 가진 동승자와 함께 목적지를 향해 자유롭게 달리기를 바랍니다.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이달 1일부터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24시간 대화형 자동상담(챗봇) 서비스 도입. 기존에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화상담을 이용해야 했지만 이제 야간과 주말에도 누리집과 모바일을 통해 층간소음 관련 정보 확인 가능. 이용자가 소음 유형이나 이웃과의 갈등 상황 등을 입력하면 ▲해당 소음의 층간소음 해당 여부 ▲상황별 대응 방법 ▲상담·중재 신청 절차 등 안내. 메뉴를 통해 이웃사이서비스 이용절차와 대응방안, 본인 인증 후 접수 민원의 진행 상황도 확인할 수 있으며 아파트·연립·다세대 등 공동주택은 물론 오피스텔·다가구주택 주민도 이용 가능. 다만 챗봇은 초기 대응을 돕는 '상담안내' 서비스로 직접 갈등을 중재하거나 소음을 측정하는 것은 아니며, 전문 상담이나 현장 확인이 필요할 경우 기존 층간소음 이웃사이서비스의 방문상담·소음측정 등으로 연계해 지원.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우리나라 전 지역 곳곳을 살피며 큰 비용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행사와 축제들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나들이 가GO이슈]의 9월 셋째 주(14~20일) 정보입니다. ◇수도권 -광명시 책축제 ·기간: 19일 ·장소: 경기 광명시 오리로 703 광명시민체육관 '무한한 탐험의 시작, 다정한 도서 여행!'을 기치 삼아 시민과 책을 잇는 독서문화축제. 작가와 소통하는 북콘서트와 문화공연, 세대별 독서 이벤트 진행. 책을 주제로 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꾸려해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한자리에서 일상 속 독서의 즐거움 공유. ·관련 사이트: https://gmlib.gm.go.kr/front/index.php?g_page=event&m_page=event15 -서리풀뮤직페스티벌 ·기간: 19~20일 ·장소: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233 반포대로 서초역~서초3동사거리 일 년에 단 이틀 10차선 반포대로를 자동차 대신 음악으로 채우는 도심 음악축제. 클래식·K-POP·키즈 클래식 등 40여 차례 공연과 시민 참여 프로그램 마련. 그랜드 스테이지 주요 공연은 사전예약제로 운영하며 마켓·먹거리 부스와 거리 곳곳의 다채로운 무대도 무료. ·관련 사이트: https://seo
[IE 경제] 해외여행 증가세보다 훨씬 빠르게 불어나는 항공서비스 소비자피해. 특히 여행사나 글로벌 온라인여행사(OTA)를 거친 항공권의 계약해제·취소수수료 분쟁이 잦아 추석 연휴 출국을 앞둔 소비자의 주의 필요. 14일 한국소비자원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추석 명절 소비자 피해예방주의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항공서비스 소비자 피해주의보 발령. 여기 따르면 최근 3년간인 2023~2025년 항공서비스 피해구제 신청은 모두 7438건으로 연평균 37.0% 증가해 같은 기간 해외여행객 연평균 증가율 14.1%보다 훨씬 높은 수준. 연도별 피해구제 신청은 2023년 1705건에서 2024년 2532건, 지난해 3201건까지 증가. 소비자상담 역시 같은 기간 8737건에서 1만1085건, 1만4739건까지 늘며 3년간 총 3만4561건 집계. 피해 이유로는 항공권 계약해제·해지나 청약철회 거부, 과도한 위약금 등 '계약해제 관련'이 4341건으로 전체의 58.4%를 차지해 최다였고 다음은 결항·지연 등 계약불이행 2020건(27.2%), 부당행위 394건(5.3%) 순. 지난해만 보면 계약해제 관련 피해 비중은 62.1%까지 상승. 특히 여행사·OT
[IE 사회] 공무 수행 중 목숨을 잃거나 다친 공무원에 대한 국가 보상과 재활·복귀 지원 강화. 순직공무원 사망조위금 최저액은 현행 595만 원에서 1190만 원까지 오르고 위험직무 순직 유족연금도 상향. 또한 심리·건강 이상이 발견된 공무원이 즉시 업무를 멈추고 진료받을 수 있는 '긴급직무휴지' 제도도 신설. 인사혁신처(인사처)가 14일 내놓은 '특별한 희생 공무원에 대한 보상 예우 강화'라는 제하의 보도자료를 보면 이번 개편은 ▲보상·예우 강화 ▲재활·직무복귀 ▲선제적 재해예방 ▲행정 대응역량 향상 ▲합리적 관리체계 정립 등 5개 분야를 중심으로 추진. 이는 공무원 재해보상 제도 개선 종합계획에 따른 것으로 우선 순직공무원 유족이 절차 지연 때문에 보훈 혜택을 늦게 받는 문제 개선. 현재는 국가유공자 인정을 위해 인사처와 국가보훈부에 각각 신청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순직유족급여 청구일'과 '보훈 등록 신청일' 중 빠른 날을 기준 삼아 보훈 보상 권리가 발생하도록 관련 법 개정 추진. 위험직무 수행 중 순직한 공무원의 유족연금 지급률도 기준소득월액의 현행 43~63%에서 47~67%까지 상향. 공무상 사망에 대한 예우 차원으로 순직공무원 사망조위금 최저